나와 아버지의 관계에 관하여 생각해본다.
원수 같은 사이인가 ㅡ 그건 절대 아니다.
친구 같은 사이인가 ㅡ 그건... 아닌 거 같다.
사회에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 건사하고, 자식들 키워내고, 은퇴까지 정글에서 버텨낸 것에 대한 존경.
가장의 권위와 자신의 경험과 이론이 맞는다는 확신과 그에 대한 반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감.
이 거리감이 가장 컸던 때는 사춘기서부터 대학입학까지의 어설픈 시기였고,
군대를 나올 때부터 줄어들었던 거리는, 나 자신의 결혼을 앞둔 이 시기에 가장 줄어든 거 같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가지고,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거리는 줄어들까?
결국 이 거리감이 문제일까
나는 아버지에 대해 잘 모른다.
물론 남들보다야 잘 알겠지. 하지만 그 단순한 사실의 나열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색함과 쑥스러움에 살가운 대화가 어려웠다.
무슨 고고학자 꼴이다.
과거의 유물과 자료를 찾아 역사를 더듬듯이
주워들은 사건들로 한 인물의 인생을 더듬고 있었다.
본인이 바로 곁에 있는데. 크크크
가족 외식이나 술자리를 가져도 그냥 안부를 묻거나 신변잡기의 이야기가 되기에 십상이다.
그래서 한번은 마음먹고 아버지와 둘이서 술자리를 가져보려 했다.
그런데 중간에 뜻이 와전되었는지 그냥 평소의 가족외식이 되어버리고 흐지부지 넘어갔다.
아마 아버지는 이놈이 그런 생각이었는지도 모르시리라.
세월이 지나며 그냥저냥 줄어드는 거리감에 이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결혼을 앞두고 뭔가 마음이 싱숭생숭 하다.
가정의 달이기도 하고, 오늘은 아버지와 소주한잔을 나누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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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으며 느끼는건데 부자지간 사이를 가깝게 하려면 사회적 힘이 강한 쪽이 용기를 내야할 것 같습니다.
압도적으로 아버지가 강할 때는 차라리 쉬웠눈데, 아들이 중년의 나이가 되자 누가 용기를 내야 할지 눈치싸움 하는 모양새가 되어갑니다.
이제 이런 눈치싸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 하니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