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말고 자신감을 가져라.’
저와 같은 모태솔로가 참지 못하고 울분을 토하거나 질문을 하면 많은 사람이 의기양양하게 하는 조언입니다.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자신감을 느끼는 것은 모든 일에 중요합니다. 야구방망이를 휘두르든, 글을 쓰든, 피아노를 치든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즉 지나가던 개도 할 수 있는 말이죠. 알고 싶은 중요한 것은 쫄지 않고 어떻게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느냐인데 말이죠.
요리할 때도 중요합니다. 남의 요리에 쫄지 말고 자신의 요리를 만드는 것. 맛이 없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됩니다. 과감하게 재료를 손질하고 비비고, 굽고, 튀기고, 찌고, 끓여야 합니다. 단 한 가지만 빼고요. 자신감은 차치하더라도 쫄아야 할 때가 있습니다.
제가 밖에 나가서 사 먹을 때 된장찌개를 시키지 않은 이유는 김치찌개, 생선구이 등과 같이 집에서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된장찌개가 쫄지 않은 것도 큽니다. 그 걸쭉하고 찐한 느낌. 깊은 된장의 맛. 한 숟갈 떠서 밥에 부으면 눅눅하게 들러붙어 입에 넣으면 짭짤한 맛 된장과 다디단 밥의 맛이 어우러집니다.
한창 쫄아버린 된장찌개와 함께면 밥 한 공기는 뚝딱이었습니다. 그래서 다 먹으면 더 해달라고 하고, 새로운 된장찌개를 맞이합니다. 그렇지만 이 자신감 넘치는 된장찌개는 그 맛이 아니라 경쾌했던 숟가락이 시무룩해집니다. 어쩌면 제 소나기 밥은 이런 비극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는 떡볶이에도 해당합니다. 어렸을 적 저는 떡볶이 포장마차 앞에서 20분 넘게 서서 기다린 적이 있었습니다. 500원어치 떡볶이를 먹으러 갔을 때 끓고 있는 떡볶이를 본 기분은 우울했습니다. 떡볶이 국물이 쫄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당당하지만 밍밍한 국물도 맛있긴 해도 역시 진득하게 쫄아 있는 국물보다는 못 합니다. 20분의 기다림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습니다. 다만 현재 나이가 들어서인지 팔팔한 국물을보면 그냥 다음 기회를 노립니다.
수프도 당연히 걸쭉해야지요. 군 시절 남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던 햄버거 식단을 좋아한 것도 찐득한 수프가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햄버거 빵에 딸기잼이나 포도잼을 발라 수프에 찍어 먹으면 소시지야채볶음이부럽지 않았습니다. 수프가 너무 묽어서 빵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면 제 눈물과 같았습니다. 쨈과 같이 수프가 빵에 찰싹 붙어있어야 웃음이 생겼지요.
그렇다고 제가 짜게 먹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곰국을 먹을 때 소금을 아예 하나도 넣지 않고 먹기도 하니까요. 범위가 넓어 웬만한 짠 것도 싱거운 것도 다 먹을 수 있습니다. 다만 쫄아있을때의 맛을 너무 좋아하는 것뿐입니다. 여러분은 안 그러신가요?
이런 저지만 불행히도 근래 10년 넘게 먹지 못한 쫄은 맛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보통 항상 위풍당당하기 때문이죠. 바로 오징어무국. 빨간 국물에 오징어와 무가 어우러진 이 국은 칼칼하고, 얼큰하고시원한 맛을 자랑합니다. 맛있죠. 하지만 이 오징어무국인 쫀다면? 보신 적 있으십니까?
저는 먹어보았습니다. 쫄아있는 오징어무국. 그것은 마치 소스와도 같습니다. 밥에 비벼 먹으면 그 어떤 밥보다 맛있었습니다. 오징어볶음이나 낙지 볶음과는 다릅니다. 그런 것들은 매운맛이 강조되지요. 오징어무국은 달랐습니다. 매콤하면서도 뭇국에서 나오는 시원함. 매운 것을 잘 못 먹는 저에게는 또 그 점이 좋았지요.
보통 국에 밥을 말아먹는다는 표현을 쓰지만 쫄아버린 오징어무국은 비벼 먹는다는표현이 맞을 것입니다. 이렇게 맛있게 비벼 먹을 땐 김을 잘게 잘라서 넣으면 그 맛이 더해지지요. 평소 잘 먹지 않던 무도 잘 먹게 됩니다. 숟가락으로 국을 떴을때 투명함 없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은 빨간 바다, 아니 빨간 늪. 저는 그 늪에 허우적대는 것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최근엔 먹어본 적이 없습니다. 단지 추억으로 남아있을 뿐. 어머니와 할머니께 물어봐도 쫄아서 그렇다는 말만 들었지 그 후엔 투명한 오징어무국이었죠. 그래서 언젠가 제 손으로 재현해보려 합니다. 그 빨간 늪을. 얼마 전 친척 형에게 큰어머니께서 그런 스타일로 만드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생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 쫄 시간은 충분합니다.
여러분의 쫄아버린 맛은 어떤 맛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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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난조각(글쓰기 동호회)에 썼을 때는 없었지만 이후
어머니가 해주신 오징어무국입니다.
예전에 할머니가 해주신 그 찐~~~한
국물이라곤 하기 뭐한 스프 같은 소스 같은 그런 느낌
말아 먹는다고 하기에는 뭐한 비벼 먹는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비쥬얼입니다.
어머니께 물어보니 비법은 딱히 업고,
졸이라고......
꿀맛이에요.
밥에 싹싹 비벼먹으면
김도 부셔서 얹어도 더 꿀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