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눈팅족 메모네이드입니다.
오랜만에 글쓰기 버튼을 누릅니다.
언젠가 써야지, 써야지, 하던 이야기가 있는데 왠지 오늘에서야 쓰고 싶어졌습니다.
마감이 닥치면 마감 빼고 뭐든 다 재미있다더니 그 말이 딱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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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합니다. 좋아했습니다.
정말 그림밖에 모르는 분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남들은 가고 싶어도 못가는 대학에서 미술학사를 받았으니까요.
대학 동기들은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투성이었습니다.
제 그림은 개성있는 편이지만 잘 팔릴만한 그림은 아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그림을 그립니다.
https://blog.naver.com/memonade/220609467926
대학을 다니면서 좌절을 많이 했습니다. (존잘님들 넘 많아 내 그림 쓰레기야) 졸업하고 거의 그림을 그리지 않았습니다.
회사에서 그림과 전혀(거의) 상관없는 일을 하고 심리학을 배우고 그러다가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가끔 블로그에 생각을 적어놓고, 좋은 책이나 영화를 만나면 감상을 적어놓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을 때 가뭄에 콩 나듯 커뮤니티에 뭔가 적고, 저에게 글쓰기는 딱 그런 용도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동안 읽은 책을 정리하다가 10년 전에 쓴 독서 감상문을 발견했습니다.
이걸 내가 썼다고? 참트루??
믿지 못해서 세 번이나 읽었습니다. 너무 내 취향으로 잘 써서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쓴 독서 감상문이었거든요.
백영옥 작가의 스타일이라는 소설을 보고 적은 감상문이었는데 책 내용, 감상, 생각, 이런 걸 어찌나 잘 버무려 썼는지...
그날 이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잘 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게 올해 5월 중순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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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10월이 됩니다.
웹소설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한 달동안 길지 않은 로맨스 하나를 마무리했습니다.
웹소설 아카데미를 등록했습니다. 요즘은 주 7일, 매일매일 서너 페이지를 쓰고 있습니다.
연재하는 날을 기다린다는 댓글을 받았습니다.
좋아하는 플랫폼의 무료 순위 끝자락에 올랐습니다.
출간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쁜 소식은 제가 매일매일이 무척 행복하고 즐겁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 등원시키고 노트북 앞에 앉는 순간만큼 행복한 때가 없습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나의 일부를 꺼내놓는 기분이라 부끄럽기도 했는데
점점 이야기를 엮고 풀어나가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살아서 머릿속을 노니는 기분이, 그들을 지켜보며 자판에 옮겨 담는 순간이 무척이나 즐겁습니다.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마감도 없이 수익도 없이 그저 글을 쓰는 이 시기가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솔직히 이런 행복이 무너질까봐 출간하기 싫은 마음도 큽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어떻게 30년이 넘도록 모르고 살았을까 싶습니다.
피지알에는 꼭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가끔, 어쩌다 와서 남기고 가는 글에 잘 읽었다는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주신 용기도 글쓰기를 시작하는데 한 몫했으니까요.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선비사이트라 불리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꼭 좋아하는 일, 사랑하는 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이런 행복을 나만 아는 건 너무 아깝거든요.
저는 저녁먹고 또 쓰러 갑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