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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7 16:31
미노타우루스 신화에 대한 재밌는 해석 중 하나는 소 신앙이 있던 크레타 섬을 제압하고 인간 신을 섬기던 아테네가 지중해 패권을 잡은 걸 은유했다고 본 것도 있더라구요.
바알도 그렇고 그리스 문명 이전 근동~지중해에는 동물형 신에 대한 신앙이 보편적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이집트 신화도 개머리,악어머리,새머리 등 다양하죠
18/02/17 16:39
미노타우르스도 보면 되게 불쌍하네요
엄마가 바람펴서 태어나고 부모에게는 정한번 못받고 외딴곳에 갖혀 나중에 별 알지도 못하는놈한테 죽음을 당했는데 자기 죽인 사람은 용사가 되고.. ㅠ
18/02/17 17:43
2차창작물에서는 영웅왈도전도 그렇고 꽤 강하게 나오더라구요. 물론 최고존엄인 검은파충류가 버티고 있는 경우가 절대다수긴 합니다만...
18/02/17 18:31
1,2는 드래곤이 하도 사기라 히드라를 안뽑아도 밸붕이 너무 심하고(그나마 애니메이트 나온 네크가 비벼볼만합니다만) 3편 히드라는 이동력이 5.7로 늘어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최고렙값을 톡톡히 하는 편입니다.
18/02/17 18:05
기괴함을 바라보며 동양은 신성시하고 서양은 두려워했군요. 이게 자연을 대하는 동.서양의 차이로 이어졌다는 생각도 드네요. 동양은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 하고, 서양은 자연을 정복하려 하죠. 이어령 선생님의 <폭포와 분수>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18/02/17 19:37
신성함과 두려움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둘다 불가해한 대상을 향한 마음이니까요. 그래서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도 별 차이 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두려워 하거나 신성시 여기거나 제물 바치고 절하고 그러는 건 별 차이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왜 차이가 벌어졌는가?... 음... 이걸 결정 짓는 것은 정치 체계, 생활 양식, 자연 환경, 이민족과의 관계, 종교의 성립 등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이루어졌을 테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함다;;;;
18/02/19 16:55
제가 평소에 비슷한 주제가 궁금해서 조사하고 적어놓은 것이 있어서 한 번 여기에 옮겨 적어봅니다...
빠른 농경 덕분에 빠른 신화를 가지고 있던 오리엔트는 바빌론의 파주주를 포함해 온갖 인외괴물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 히브리의 무형적 유일신에 대비되어 악마로서 편입된 바알이니 아스모데우스니 아자젤이니 하는 것들이 인간적이면서도 짐승의 일부를 기분 나쁘게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아마 이런 기존 성향에 대한 유대인들의 반감이 표출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스는 별개로 이집트와 기타 히타이트나 페르시아의 반인반묘적인 외형의 괴물들에 대한 반감으로 플라톤주의의 종교적인 접근이후로 인간형이거나 존재적인 신이라는 요소에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플라톤이 철학자이라지만 그 당시는 종교와 철학이 애매했던 시기이기도 했고요. 이데아를 통해서 인간이 인지할 수 있는 범위의 인간에게 유익한 현상을 모아서 신이라고 부르고 이데아의 신의 세계와 단순히 현상들 만이 소용돌이치는 현상세계를 가르자고 하면서 제우스 신앙이니 하는 것은 문화적인 영역으로 많이 밀려나고 배운사람들의 '신학'은 이런 식의 논리로 많이 흐르게 됩니다. 기독교를 만나자마자 아니 그렇다면 신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이데아 세계'에서 넘쳐흐르는 진리를 조금이라도 현상계로 소환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식의 신플라톤주의가 대유행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현대적인 '이성'이나 '과학적'이라는 단어하고는 아주 먼 개념이었지만요. 이건 오히려 유대교를 기독교로 개조하여 복잡한 신학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로 서방을 정리해 버린 것이고요. 여기서 기독교에 포함되지 못한 친구들은 아니 신이 어떻게 사람이니? 하면서 오리엔트의 신앙을 그리스적으로 최대한 해석해본 미트라 신앙이니, 바커스 신앙이니, 밀교에 해당하는 신비주의 (세상에 다른 세계는 존재하며 내가 주문과 제사같은 방법만 정확히 안다면 특별히 선택받은 해택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 사상)들은 신플라톤주의와 서로 사이좋게 손잡고 결국 몇몇 교리들만 기독교에 흡수되고 추후에는 기독교의 탈을 쓴 관념적인 영지주의 이단으로 가끔씩 등장하고 바로 단죄당할 뿐이었지요. 이슬람교에서 요괴에 해당하는 '지니'들은 1) 인간인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추구하는 것이 어긋하며 (즉 신의 뜻을 따르지 않으며) 따라서 생긴 것도 묘하게 사람 같으면서도 '기분 나쁘게' 아니며. 2) 신의 위대한 창조물이시고 완벽히 신의 뜻을 따를 줄 아는 인간의 몸을 지배하거나 간괴로 꼬득여 세상의 이치를 어지럽게하니. 기독교의 악마가 서양의 게르만 잡귀들은 로마의 영향이 강한 서유럽에서 상당히 '정신적인 지니' 같은 형태로 흡수 되었습니다. 동유럽은 반면 강인한 자연환경 속의 슬라브 특유의 요괴신앙의 영향이 남아 정신이 타락한다면 육체도 버려진다는 요소가 강조되어 요즘 매체에서 각광받는 전염성 같은 요소가 많이 등장합니다. 니콜라이 고골의 초기 소설들은 대부분 인격에 결함이 있는 개인들이 사는 마을에 괴물이 하나 들어오면서 통채로 몰락하는 과정을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종합하자면, 기독교는 그리스인들이 자신들 만의 신화체제를 만들면서 인간화가 되었고 이는 서유럽 요괴들의 인간화를 낳았습니다. 이슬람교에서도 이란쪽은 아직도 오리엔트의 괴수의 종주국의 문화적 뿌리를 지키고자 노력한 덕분에 예언자들을 지켜주는 것은 신이 보내준 거대한 새 시무르크이고 예언자들을 방해하는 악마 '아즈다하'는 머리 여럿 달린 용입니다. 동양에서는 반면에 인간을 강조하는 움직임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것이 짧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유가가 아무래도 괴력난신을 논하지 않으니 약간 비슷한 느낌이 있었지 않았나 싶지만, 예시를 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괴물을 논하지 않는다고 인간의 형태로 적극적으로 논하라는 것은 아니었을 테니까요. 다만 지네귀신을 죽이시는 선비님들이나, 정을 통해보니 아낙네가 뱀이었더라. 같은 판본은 아마 어느정도는 유가의 입맛에 맞는 판본이라 남을 수 있던 것에 더해여. 현대 서양의 요괴인간화 헤게모니에 적합한 판본이라 많이 확대재생산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분명 일본의 다신론적인 요괴들도 인간인듯 아닌 듯 싶은 기괴한 느낌이 강하고 지금도 많이 보존해주고 있습니다만. Capitalism, Ho! 하는 과정에서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이야기에 현대 문물에 맞는 부분만 남기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목이 길어 슬픈 로쿠로쿠비나 거대한 해골의 가샤도쿠로보다는 성격나쁜 야마노자쿠나 뿔만 달린 오니들이 잘 팔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무로마치 시대의 어령전이나 에도 시대의 백물어괴담이라는 문화보다 근대에 일본에 정착하고 괴담들을 번역하고 정리한 그리스인 고이즈미 야쿠모를 더 높게 평가해야할지도 모르는 것이니까요. 만들어진 전통이 가득한 요즘, 유교 드래곤의 타이틀을 가지고 인면조께서 동양의 정수를 보여주시니 어찌 극동 아시아에서 제일 가는 문화충격이다 아니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발리섬만 가도 레이야크들에게 흡혈 당하면 머리통이 몸에서 빠지고 털이 자라면서 척추와 오장육부만 달린 상태로 둥둥 떠다닙니다. 어쩌면 아시아는 유럽과 함께 괴물이 너무나도 무섭지 않은 특이점에 먼저 도달해버린 것이겠지요.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아직도 진지하게 퇴마의식을 고민하고 있지만 기독교는 술 마시면서 지옥불을 고민하지 않듯이 현대의 문제점에 너무 심취해버렸지요. 종교가 끝나고 요괴들은 설자리를 외우주의 만들어진 촉수덩어리 고대신들에게도 빼앗겨버렸습니다. 진정한 요괴들을 꺼내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구설수를 만들 것이고 좋은 농담거리로 끝나버리겠지요. 요괴에 관심이 많은 제가 인터넷에 글을 모아서 정리해봤습니다. 흥미위주 서적 2권 말고 전문적인 서적은 들어가있지 않으니 그냥 웃으면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8/02/19 17:33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저의 궁금증은 어떻게 인면조 같은 동물의 형상이 동양에서는 경배의 대상이 되었나 하는 점이라 요괴에 관한 이야기와 맥락이 조금 다르지만..(왜냐하면 파주주도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경배의 대상이 아니라 요괴나 마왕에 가까운 이미지였고 티아맷트 등 동물적
형상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에...여와나 신농하고 아예 상반되는 케이스)) 대략적으로 어떤 말씀인지 알겠고 굉장히 흥미롭군요
18/02/17 20:22
정말 좋은 글 감사합니다. 생각의 지도라는 책에서도 동서양의 사고방식의 차이가 나오는데 고대 신화 속에서도 그것이 반영되는게 참 재미있네요~
18/02/17 23:26
서양의 천사는 '나를 두려워 하지 말지어다' 라고 할정도로 기괴합니다. 동물신등의 신앙이 그리스나 크리스트교에 밀리면서 그렇게 된것이 아닐까 합니다.
18/02/19 14:55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특히 가깝고도 먼 나라 중국에서도 그런 신앙이 있는 줄은 처음 생각해봤네요. 달기가 경국지색이라고 하니 미적 개념이 고대에는 다를 거라고도 생각 못해봤고요. 정말 지평이 넓어지는 좋은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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