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10/02 00:56:17
Name mcdasa
Subject [일반] [이해] 죽음의 이해
내 친척중 한분은 중증치매 환자시다.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 아이는 자기도 궁금하다고 올라가고 싶다고 했다. 
미안하지만 안된다고 밑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아이는 밑에서 엄마와 기다리기로 했다. 

병실에 올라갔다. 치매환자들만 있는 병동인 듯 했다. 현관 출입문은 안에서도 비밀번호로만 열 수 있었다. 
병실안은 참, 냄새가 가득했다. 살아있기보다는 , 죽음이 더 가까운 냄새였다. 언제 끊어질지 모르지만, 계속 이어지는 느낌의 냄새.

5분 남짓 뵙고 내려왔다. 5분 이상 있기는 사실 힘들다. 말도, 거동도 못하시는 분과 5분 이상 있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내려오니 이제 막 태어난지 몇년 안된 내 새끼들이 내 눈에 들어온다. 이 아이들에게는 죽음보다는 삶이 훨씬 가깝다. 에너지가 가득 차다 못해 넘쳐 흐른다. 

기분이 훨씬 오묘하다. 우리 엄마는 나는 나중에 혹시나 연명치료는 절대 받고 싶지 않다 공증을 받을 것이다 라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아마 내가 그 상황이 되면 엄마를 쉽게 보낼 수 있을까?

많이들 하는 말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세요 하지만 마음의 준비는 아무 소용이 없다. 아무 소용이 없다는걸 알기 때문에 아마 다짐을 하는 차원에서 하는 말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아이러니 하게 내 외할머니도 초기치매라고 진단을 받으셨다. 뭔가 마음이 무겁지만 내 예쁜 딸아이의 재롱이 귓가에 들어온다. 

죽음에 대한 이해는 죽어도 힘이 들다. 그렇게 생각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7/10/02 03:49
수정 아이콘
치매는 어떤 의미에서는 암보다 더 잔인한 질병이죠.

부질 없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마음의 준비를 좀 해놓는 편이 안 해놓은 편보다는 약간은 나으니까요....
운동화12
17/10/03 11:14
수정 아이콘
직업상 치매환자들을 볼일이 많은데... 글쓴님 말씀 와닿네요.. 죽은것도 산것도 아닌 존재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4066 [일반] 삼국통일전쟁 - 10. 황산벌 전투 [16] 눈시BB8982 17/10/02 8982 16
74065 [일반] 언제 어느때라도 삼국지 관련 팬덤을 가볍게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주제 [98] 신불해20553 17/10/02 20553 14
74064 [일반] 카탈루냐 독립사태에 대한 오해와 진실 [91] aurelius13456 17/10/02 13456 17
74063 [일반] 초한쟁패기 당시 실제 중국어 발음은 어땠을까? [22] 군디츠마라15444 17/10/02 15444 11
74062 [일반] (속보 ) 라스베가스 총기 난사로 20명 이상 사망 [267] 미스포츈23124 17/10/02 23124 0
74061 [일반] 부산항을 통해 붉은 독개미가 유입되었다네요. [22] 계란말이13506 17/10/02 13506 1
74060 [일반] [뉴스 모음] 경향신문 71주년 여론조사 결과 외 [34] The xian12289 17/10/02 12289 39
74059 [일반] 어느 사회복지 전담공무원의 호소 [80] 落花15826 17/10/02 15826 17
74058 [일반] 스페인 카탈루니아의 독립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127] 꾼챱챱13523 17/10/02 13523 1
74057 [일반] 김광석씨 법의학자들 의견이 나왔군요. [67] 해나루16532 17/10/02 16532 6
74056 [일반] 귀경길에 심심한 분만 보시라고 올리는 원전 반대측 영상 [35] 디바9000 17/10/02 9000 0
74055 [일반] 독서, 비틀스, 라디오헤드, 브람스 [16] Highdry5066 17/10/02 5066 1
74054 [일반] 글쓰기 이벤트 종료합니다. [10] OrBef6519 17/10/02 6519 6
74053 [일반] 정수기에서 이물질이 나왔을 때, 세 번째 글 [2] 2018.104990 17/10/02 4990 4
74052 [일반] [이해] 죽음의 이해 [2] mcdasa3938 17/10/02 3938 1
74051 [일반] [이해] 이해의 종말 [9] 마스터충달5977 17/10/01 5977 9
74050 [일반] [이해] 사촌 형수 [5] 위버멘쉬12436 17/10/01 12436 13
74049 [일반] [피겨] 남자싱글, 아이스댄스 종목에서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3] 로즈마리5520 17/10/01 5520 3
74048 [일반] 방금 겪은 버스이야기 [22] 놀라운직관6923 17/10/01 6923 0
74047 [일반] 올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이 700만명 돌파하겠네요. [149] 메티스15747 17/10/01 15747 2
74046 [일반] 죽음을 마주하는 것 [2] 동전줍는징징E5340 17/10/01 5340 9
74045 [일반] [이해] 성악 3년 [12] 윌로우5542 17/10/01 5542 9
74044 [일반] 탈원전, 탈석탄으로 전기료는 얼마나 오를까? [22] 홍승식8085 17/10/01 8085 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