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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9/17 23:39:11
Name 신불해
Subject [일반] 원말명초 이야기 (19) 천조(天助), 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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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주 – 화주 홍건군의 대장 곽자흥이 사망하게 되면서 세력의 가장 유력한 부장이었던 주원장의 입지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적어도 그에게 있어 득이면 득이었지 실은 아니었을 것이다.



 곽자흥의 생년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몰년(歿年)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는데, 그가 사망한 시기는 1355년 3월이었다. 그가 죽은 장소 역시 분명하게 알 수 있다. ‘疾久不起遂卒歸葬滁州’ (1)  라는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곽자흥이 오랫동안 병을 얻어 누워 있다가 갑작스레 사망해 귀장(歸葬), 즉 시신을 저주로 옮겨 제사를 지냈다는 내용이다. 곽자흥은 저주 바깥, 즉 화주에서 계속 머물다가 죽었던 것이다.



 혹시 주원장이 곽자흥을 살해한 것은 아닐까.



 이 가설은 음모론인 동시에 합리적 의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음모론인 까닭은 그 정확한 내막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전무하기에 확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합리적 의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상황에 근거한다. 저주에 있던 곽자흥이 화주에서 죽었는데, 그 화주는 주원장의 세력지다. 또한 곽자흥이 급사할 경우 주원장은 적지 않은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 할 수 있고, 할 이유도 있었다.



 정말 주원장이 암살을 했다고 한다면, 시나리오는 내용은 이렇게 될 것이다. 곽자흥을 몰래 살해하고, 이를 병사(病死)로 꾸며, 저주로 시체를 보내 혼란을 최소화한다. 겉으로는 곽자흥을 애도하는 척하며 명분을 쌓고, 실제로는 남은 모든 실권을 장악해 권력을 키운다.



 하지만 이 모든 시나리오는 ‘확정 지을 수 없다.’ 는 결정적인 요소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보자면, 만약 살해가 있었다고 한다면 기록에서 곽자흥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 더 많아야 하지 않을까. 제발이 저려서라도 곽자흥을 더 비열하고 추악한 인물로 묘사하고,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을 텐데, 곽자흥이 사망하기 직전의 기록은 그가 주원장을 구하기 위해 손덕애를 포기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의심을 거듭하던 곽자흥이 최후에는 결국 주원장의 목숨을 살려줬다는 것이니, 흉악하게 꾸미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명사, 명태조실록에 언급되는 곽자흥의 묘사에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부분이 많다. 주원장에게 있어 곽자흥은 복잡한 의미를 가진 인물이었다. 여태까지의 통일 제국의 창업자들에게는 곽자흥 같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았다. 한고조 유방이 거병할 때는 초나라의 의제(義帝)가 있었으나 그는 하나의 개인이라기보다는 명분적 요소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수문제(隋文帝) 양견(杨坚)은 폭군이었던 북주(北周) 선제(宣帝)가 죽자 권력을 찬탈했다. 



 또한 당나라의 이연(李淵)은 수말 당초의 혼란을 수습하고 황제가 되었다. 송태조 조광윤은 어린 군주가 즉위해 나라의 기반이 허약하자 부하들의 추대로 황제가 되었고, 칭기즈 칸으로 말하자면 북방에서 내려온 침략자였다.



 하지만 명나라 태조에게 있어 곽자흥은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이었다. 곽자흥은 아무것도 없는 주원장을 부하로 삼았고, 미래의 황후를 소개해줬으며, 그에게 기반을 마련해주었다. 곽자흥은 폭군도 아니었고 어린 황제도 아니었으며 일종의 명분으로서의 심벌(symbol)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저 철저하게 개인적인 의리와 인간관계로 맺어진, 일반적인 군신관계보다도 더욱 밀접한 관계였던 것이다.



 따라서 명나라의 기록에서 곽자흥을 다루는 태도는 묘한 점이 많다. 기록은 곽자흥을 비범한 인물로 묘사한다. 점을 쳐서 길한 운명을 받고 태어났으며, 사람을 이끄는 성격을 가졌고, 용맹하고 싸움에 능한 호걸. 어째서? 한때 명나라 태조의 주군이었던 인물이 별 볼일 없는 소인배에 불과하다면, 위신이 살지 않는다. 반대로 지나치게 곽자흥을 고평가 하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덧붙이기도 했다. 의심이 많고, 매우 성격이 좁으며, 쉽게 화를 내고 꾀가 밝지는 못하다. 어째서? 곽자흥이 불세출의 영웅이자 위대한 지도자라고 한다면, 그를 대신하게 된 주원장의 업적이 빛 바래진다.



 이를 고려한 교묘한 필법(筆法)은 곽자흥과 주원장의 관계를 묘사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곽자흥은 용렬한 점이 있는 주군답게 주원장을 끊임없이 의심했다. 하지만 그 의심은 모두 ‘간악한 소인배’ 들의 참소 때문이었으며, 의심을 하면서도 주원장을 믿어주었다. 실제적으로 본다면, 주원장은 곽자흥 밑에서 나와 사실상의 독립 세력으로 활동했다. 헌데 그러면서도 주군에 대한 의리는 잊지 않았다. 때문에 주원장이 곽자흥과는 별개로 자신의 행보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보면 주원장은 희대의 충신처럼 보인다.



 우리는 둘의 관계를 살펴볼 때 이러한 점을 고려해봐야만 한다. 이 둘의 관계는 두 사람의 실리적 요소와 그 실리적 요소를 뛰어넘는 감성적 요소, 그리고 후대에 덧붙여진 정치적 시각들이 합쳐져 정말로 묘하고, 한 마디로 단정하기 어려운 복잡한 관계가 되었다. 서로에 대한 두 사람의 감정이 어떠했는지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정확히 알긴 참 어려운 일일 것이다.



 아무튼, 곽자흥의 죽음 이후 남은 문제는 그 유산에 관한 부분이었다. 명분을 따진다면 정당한 후계자는 곽자흥의 친족들이어먄 했다. 죽은 곽자흥에게는 아들이 세 명 있었는데 첫째는 전란 중에 이미 사망했었고, 대신 둘째 곽천서(郭天敍)와 셋째 곽천작(郭天作)이 생존해 있었다. 또한 곽자흥의 처남인 장천우 역시 멀쩡히 살아 있었으며, 유력한 장수로서 군사를 부리는 입장에 있었다.



 주원장은 곽자흥과 사위 장인 사이였지만, 마황후가 수양딸이었던 만큼 명분상에선 이들에 뒤지는 입장이었다. 물론 세력으로 따지면 주원장이 압도적이긴 했다. 여러 가지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근시안적인 욕심만 내세운다면 힘으로 곽자흥 일족을 전부 쓸어버리면 되긴 하나, 이는 제살 깎아먹기에 지나지 않았다. 아직 세력 내에는 죽었던 곽자흥을 추종하는 사람들도 남아 있었고, 이들 모두를 주원장 자신의 아래로 복속시키기엔 아직 한참 일렀다.



 이 무렵 저주 홍건군은 뜻밖의 손님을 맞이하게 된다. 송나라 용봉 정권, 즉 소명왕 한림아가 군주로 있고 유복통이 재상으로 있는 홍건군 본진에서 사신을 파견해왔던 것이다. 사신이 가져온 서신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곽천서를 도원수(都元帥)로 삼고, 주원장을 좌부원수(左副元帥)로, 장천우를 우부원수(右副元首)로 삼는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여기까지 읽은 독자들은 잘 알고 있겠지만, ‘홍건’ 을 내세운 전중국의 반란군들은 본질적으론 서로 전혀 연관이 없는 개별 세력들이었다. 단, 그 모든 세력을 통틀어서도 ‘송나라 황실의 후예’ 라는 요소를 가장 먼저 선점한 용봉 정권 같은 명분을 가진 세력은 아무도 없었고, 용봉 정권의 힘과 영향력 역시 세력들 중 첫손에 꼽을만했으므로 ‘편의를 위해’ 대다수는 용봉 정권을 일종의 상국(上國)으로서 이름만으로라도 대우하고 있었다. 이는 저주 홍건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하간 그 용봉 정권에서 사람을 보낸 까닭은, 곽자흥이 사망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일군을 이끌던 대장이 죽었다면 후계자가 이를 이어받을 것이 자명한 바, 여기에 개입해 후계자의 체면을 세워주고 향후 있을지 모르는 도움을 기대하려는 속셈이었다. 이런 생각을 꺼낸 사람은 아마도 유복통이었을 테지만, 시기를 고려하면 유복통에 앞서 용봉 정권의 승상이었던 두준도의 판단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정략적인 판단에는 치명적인 실수가 있었다. 용봉 정권의 입장에선 곽자흥이 죽었으니 후계자는 아들인 곽천서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장천우와 주원장을 언급한 건 곽자흥 세력 중에서 가장 유명한 부장들이 그들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을 따지면 이 세력의 핵심 인물은 바로 주원장이었다.



 곽자흥 사망 이후의 미묘한 정국에서 명분상 입지가 곤란하던 주원장은 난데없이 제삼자인 용봉 정권의 개입으로 인해 확실하게 ‘세력의 2인자’ 로 정립되고 말았다. 그로선 당연히 기분 나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주원장은 매우 분개해서 이렇게 소리쳤다고 한다.



 "대장부가 어찌하여 남의 제어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大丈夫寧能受制於人耶) (2)



 그렇게 말한 주원장은 당초에 그 명령을 받지 않으려 했다고 한다. 해당 기록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곽천서나 장천우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 지시를 듣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헌데 주원장의 판단으로 이를 듣거나 듣지 않는 것이 가능했다면, 이는 세력의 실질적 일인자가 주원장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또 다른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처음에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던 주원장은, 이내 특유의 냉정한 판단을 되찾았다. 자신의 세력은 아직 중화 전체의 관점에서는 미약하기 짝이 없다. 천하에 위망(位望)이 대단한 용봉 정권의 기세를 생각하면, 일단 지금은 그 지시를 이행하여 힘을 빌리고, 욱일승천 하는 그들의 힘에 기대는 게 상책이었다. 주원장은 분노를 삼키며 군중에 지시를 내리고 해당 명령을 이행했으며, 또한 ‘용봉’ 이라는 연호를 자신들도 사용하게 했다. 하지만, ‘은혜를 입게 한다’ 는 용봉 정권 당초의 목표는 최악의 방향으로 실패한 셈이 되어 버렸다.



 결코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이 일은 일단 이쯤에서 일단락되었다. 달리 더 손을 쓸 방법도 없었으니 찜찜하더라도 덮을 방법 밖에는 없었다. 여러가지 복잡한 일이 정리되었고, 눈치를 볼 사람도 없어지게 되자 주원장은 자신이 예전부터 생각하던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게 되었다. 바로 장강을 건너 남경을 장악하는 일 말이다.



 일단 시기는 괜찮았다. 1355년은 홍건군 용봉 정권과 원나라 장군 타식파토로의 격전이 펼쳐지고 있던 참이었다. 전중국의 모든 시선은 그쪽으로 향해 있을 것이다. 군대의 사기 역시 충만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 대체 어떻게 강을 건너간단 말인가?



 군사가 있다 한들 그들에게 도술을 가르쳐 하늘을 날아다니게 하지 않는 이상 강을 건너려면 배가 있어야만 했다. 하지만 주원장에게는 단 한 척의 배도 존재하지 않았다. 더군다나 이야기를 듣자 하니, 원나라의 중승(中丞) 벼슬을 하고 있는 만자해아(蠻子海牙)라는 장수가 장강 유역에서 수군을 이끌고 호랑이처럼 웅크리고 있다고 했다. 어쭙잖게 고깃배 몇 척을 얻어 느릿느릿 군사를 움직이려고 하다간 경로가 차단되어 전멸하기 십상이었다.



 주원장이 고민에 깊게 빠져 있을 때, 그를 만나러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바로 상우춘(常遇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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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우춘




 상우춘은 자가 백인(伯仁)이었고, 회원(懷遠) 출신이었다. 얼굴이 잘생기고 용맹과 힘은 귀신과도 같았으며, 팔은 원숭이처럼 길어 활 역시 기가 막히게 잘 쏘았다. 세상이 어지롭고 달리 살아갈 방법도 없자 처음에는 유취(劉聚)라는 인물을 따라 강도 짓을 했는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두목들이 큰 뜻은커녕 민가를 털고 양민에게 횡포나 저지르는 짓만 일삼자 사나이로서 이런 곳에서 썩을 순 없다고 여겨 강도 생활을 정리하고 뛰쳐나온 참이었다.



 도적 무리에서 빠져나온 상우춘은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가, 최근 주원장이라는 인물이 크게 세를 불린다는 소문을 듣고 그를 만나기 위해 화주로 찾아갔다. 화주 근방까지 터벅터벅 걸어간 그는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근처의 밭에 들어가 잠깐 눈을 붙였다.



 그런데 잠에 취한 상우춘이 문득 몽롱한 의식으로 앞을 바라보니, 갑자기 눈앞에 완전무장한 신인(神人)이 서 있는게 아닌가. 신인은 방패를 들어 올리며 상우춘을 향해 소리쳤다.



 “일어나라! 일어나라!” (起起)



 어째서 일어나라는 것일까?



 “일어나라! 일어나라! 주군이 오셨다!” (起起,主君來)



 놀란 상우춘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제야 그는 자신이 계속 잠을 자고 있었으며, 방금 전의 경험 역시 모두 꿈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참 이상한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려니, 문득 주위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대관절 무슨 일인가 하고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보자 일단의 병력이 지나가고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니, 그 군사들은 주원장 군의 깃발을 들고 있지 않은가?



 다급해진 상우춘은 곧바로 군대의 앞으로 뛰쳐나갔고, 일언반구 없이 바로 절부터 올렸다. 군사를 이끌고 가던 주원장은 갑작스레 나타난 괴인의 출현에 당황했다. 그런데 상우춘은 거두절미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선봉장을 하고 싶습니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미치지 않고서야 갑자기 툭 튀어나온 정체불명의 괴인에게 선봉장 자리를 맡길 지휘관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주원장 역시 딱 잘라 거절했다.



 "너는 그저 배가 고프기로서 여기에 와서 밥을 얻어먹으려는 것뿐이니, 내 어찌 너를 군에 머물게 하겠느냐?” (汝特饑來就食耳,吾安得汝留也)



 그러나 상우춘은 그러거나 말거나 계속 졸라댔다. 바로 사람을 시켜 쫓아버릴 수도 있었지만, 상우춘의 호걸스러운 면모에 무언가 마음이라도 동했는지 주원장은 여지를 남겨두었다.



 "곧 장강을 건널 터인데, 그때를 보아 나를 섬겨도 늦지 않을 터이다." (俟渡江,事我未晚也) 



 그렇게 상우춘은 막무가내로 주원장군에 들어왔고, 말단 병사로서 부대를 따라다니게 되었다. (3) 훗날을 생각하면 두 사람 모두에게 기연(奇緣)이었지만, 장강을 건너는 문제로 머릿속이 꽉 차있던 당시의 주원장에게 있어선 기연을 얻었다는 자각도 없었을 것이다.



 어떻게 강을 건널 것인가? 눈을 뜨면서도 자면서도 이 문제로 골몰했을 주원장에게 곧 엄청난 행운이 찾아왔다. 다름 아닌 소호(巢湖)의 홍건군이 귀순 의사를 표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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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해(俞通海)




소호는 바로 오늘날의 차오호로, 안휘성 중부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 5대 담수호로 불리는 소호 호수의 면적은 769.5㎢ 에 이르고, 호수의 섬들이 풍광이 유려하다고 알려져 있다. 당시 소호 부근에는 쌍도조(雙刀趙)라는 별칭으로 불린 조보승(趙普勝)과 요녕안(廖永安), 유통해(俞通海) 등의 장수들이 군사를 이끌고 포진해 있었다. 유통해 등은 수적질을 했기 때문에 물질에는 이골이 나 있었다. 다만, 근처의 원나라 장수 좌군필(左君弼)이 그들을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기 때문에 여러모로 곤란함을 겪고 있었던 참이었다.



 때문에 이들은 수차례 근처의 홍건군에게 구원 요청을 했다. 소호 근처에서 가장 큰 세력을 가진 홍건군 대장은 바로 주원장이었는데, 그 주원장의 귀에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소호 홍건군이 보유하고 있는 함선의 숫자가 무려 천여 척에 이른다는 정보가 그것이었다.



 소호를 오가는 수적들의 배니 그 배들은 그리 큰 배는 아니었을 테고, 거의 대다수는 나루터 조각배 수준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크건 작건 배 자체가 없던 주원장에게 있어선 하늘에서 내려온 선물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아닌 게 아니라 주원장은 그 즉시 현지로 달려가 그들을 위로하고 달래 세력으로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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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 호수




 자, 이제 이동 수단은 마련되었다. 군사들은 충분하다. 강을 건널 준비는 이미 만전이었다. 단, 최후의 최후에 이르러 유일한 문제가 딱 하나 남아 있었다. 바로 소호의 원나라 장군 만자해아였다.



 만자해아의 병력은 동성갑(銅城閘), 마장하(馬場河) 등의 주요 요지를 철통같이 장악하고 있었다. 천여 척이나 되는 배를 동시에 움직이게 하면 콩나물시루와 같은 모양새가 될 터, 요지를 장악한 적과 원활하게 싸우긴 여러모로 무리였다. 이 병력을 어떻게 하지 않는 한 소호의 수군은 험지를 빠져나와 제대로 장강에 진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녕, 천명이 원나라를 버린 것일까?



 맑고 맑던 소호의 하늘에 어느새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이내 굵은 장대비가 쏟아져 내려왔다. 강물이 불어나며 평소에는 배를 움직일 수 없었던 지역도 이동이 가능해졌으며, 안개가 끼며 시야가 좁아지면서 적의 감시 역시 쉽게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그런 비가, 바로 지금 이 순간에 내렸다. 실로 믿기 어려운 기적이었다.



 쏟아지는 비는 준비한 배에 올라타는 병사들의 몸을 차갑게 적셨지만, 그들에겐 차갑기보단 오히려 감미롭게 느껴졌을 터이다. 주원장은 비를 맞으면서도 오히려 이 이상 없을 정도로 기뻐하면서 소리쳤다. 실로 천조(天助), 천조라고.



 “하늘의 도움이시다!” (天助我也) (4)



 어두컴컴한 하늘 아래,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미친 듯이 광소를 터뜨리는 주원장 휘하 모든 병력은 곧 배에 탑승했다. 이미 초전을 위한 작전은 마련되어 있었다. 비바람과 안갯속을 틈타 만자해아를 기습하면, 생각지도 못한 공격을 당한 그는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패퇴하고 마리라. 그리하면, 길이 열리리라.



 마침내, 장강 도하(渡河)를 위한 모든 준비가 갖추어졌다.




 

 



(1) 명태조실록 권2
(2) 명사 태조본기
(3) 명사 권 125 상우춘 열전
(4) 명사 태조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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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감성
17/09/18 00:04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잉크부스
17/09/18 00:05
수정 아이콘
늘 감사드립니다 이런 글은 서책으로 묶어 후대에 남겨야 합니다
민최강
17/09/18 00:07
수정 아이콘
너무 감사드립니다
시나브로
17/09/18 00:21
수정 아이콘
여담으로 아까 저녁에 뭐 역사 키워드 검색했다가 나온 까페에서 신불해님이 pgr 자유 게시판에 쓴 글이랑 똑같은 걸 누가 거기에 써 놓고 스크롤 내려보니

대댓글에 자기가 쓴 글인 것처럼 '네. 오타가 났네요'라고 써 놨길래 뭐라 해야겠다는 생각 들던 찰나 아이디 보니까 '신불해'였네요...-_-
루크레티아
17/09/18 01:09
수정 아이콘
역시 되는 집안은 다르군요 크크크
펠릭스
17/09/18 01:44
수정 아이콘
잘봤습니다!
17/09/18 08:05
수정 아이콘
저런 사례가 세계에서도 드문일인가요? 뭐 주전충이라던가 맘루크 왕조 이런쪽에서는 있을법도한데
sen vastaan
17/09/18 13:12
수정 아이콘
될놈될
안 된 놈들은 다 죽어서 역사에 남지도 못했겠죠 흐흐
17/09/18 14:59
수정 아이콘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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