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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02 19:07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의 밸런스 논쟁에서 살추의 손을 들어줬던건 어차피 올드보이는 해외에서 더 먹힐것 아닌가.. 살추는 지극히 한국에서만 먹힐 코드가 가득하니.. 이런 이유였는데.. 송강호와 변희봉이 혼자말하듯 뇌까리는 그 깨알같은 대사의 찰짐을 외쿡 아해들이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는데.. 600억씩 땡겨내는걸 보면 고맙고 대견하고 그렇습니다.
옥자를 보며 들었던 생각은, 트랜스포머 차기작을 봉감독이 연출하면 좋겠다는 거였습니다. 무릎쪽 엔진오일을 교체해주며 이제 몸관리하라고 핀잔하는 라쳇, 아직 멀쩡하다며 스트레칭 하다가 담이 온 옵티머스(변희봉 더빙), 인간여자를 사랑한 범블비, 그녀를 꼬시려는 주인공 남자의 작업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멋진 스포츠카로 변신해야 하는 비극적 3각관계.. 비핵화와 탄소규제는 선진국이 사다리를 치우고 기득권을 공고히 하기 위한 위선적 작태라며 선동하여 반미세력을 규합하는 메가트론(갈바트론?) 여튼 뭔가 괴상망칙하고 유쾌한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
17/07/02 20:23
[<옥자>는 SF이고, 각종 소동은 유치할 정도로 낭만적이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현실적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라는 구절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좋네요. 엄마랑 누나랑 한번 더 봤는데, 이상하게도 두번째 봤을 때가 더 좋았습니다. 그리고 뭐 크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박문도는 '과장'입니다. 대리로 강등시키시면 곤란..
17/07/02 23:27
우선 제 느낌은, 요즘 하도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말하자면 msg 잔뜩 쳐진 영화들이 즐비하고 공산품처럼 쏟아져나오고 그런 영화들에 지치는 와중에, 깔끔하고 담백한 영화 하나 잘 보고 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런 평들이 있습니다. "자극적이고 잔뜩 멋 부린 영화만 보다가 이렇게 친환경적이고 msg빠진 영화를 봉준호 감독 작품에서 접할 줄이야. 천연 조미료로 만든 일품 요리다." (출처: dp 도루두막두님) "분야를 막론하고 커리어를 쌓은 창작자들은 작품에 힘을 빼는 경향이 있다. 가수들은 미니멀한 편곡에 어쿠스틱으로, 영화감독은 화려한 카메라 워크와 웅장한 사운드 대신 심플한 편집으로 향한다. 자극적인 조미료를 최대한 배제하고 재료 본연의 담백한 맛을 살리려는 요리사 같달까. 봉준호 감독은 전작 <설국열차>에서부터 이러한 인상을 주었다.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에서 서스펜스를 마음대로 주무르며 관객을 쥐었나 놨다하는 그의 기술은 분명 <설국열차>에서 옅어졌다. 이 기조는 <옥자>에서도 여전하다. 슈퍼돼지 생산공장의 끔찍한 실상이 드러나는 장면에서도 카메라로 과장을 하거나 사운드로 자극하려 하지 않는다. 분명 그는 힘을 빼고 있다. (중략) 조각상에 비유해 보자. 1기의 영화는 뜨거운 영감으로 거칠게 모든 작업을 마무리 한 뒤 세세하게 디테일을 다듬은 느낌이다. 2기의 영화는 눈, 코, 입을 따로 떼어와 모은 뒤 점토로 이음새를 메운 것에 가깝다. 둘 다 나름의 매력은 있다. 선택은 취향의 문제다. (출처: 익무 tin 님) 제가 흥미롭게 본 평들을 끌고 왔습니다만, 짧은 평들을 봐도 그렇고... 이번 옥자를 음식에 비유하는 분들이 꽤 있으시더라구요. 근데 저도 희안하게 옥자를 보면서, 물론 영화속에 음식이 많이 나와서 그런걸수도 있겠습니다만 영화 전체가 하나의 담백한 음식으로 느껴지더군요. 조미료가 최대한 안쳐진 그런 음식... 요즘 극장가는 자극과 말초의 정점?을 선사하는 영화들까지 나오는 판국이지요. 어쩌면 그런 영화들에 지쳐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하나가 나오면 그에 대한 음미를 할 새도 없이, 곧바로 다른 영화를 봐야 하고. 그렇게, 이전에 봤던 영화는 서서히 잊어버리게 되죠. 국내에선 저뿐만 아니라 왠만한 사람들은 아무래도 여가를 보내는 주요 방식이 '극장에서 영화 관람' 이 되다 보니, 빠르게 쏟아져나오는 영화들속에서 영화를 하나하나 보는게 마치 직장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는 것 같은 느낌, 의무감 같은 것을 줄 때도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옥자는 관객들에게 한 템포 잠시 숨을 고르고 쉬어라, 그리고 한번 생각해봐라, 라는 휴식의 의미처럼 다가왔습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이미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져버린 사람들에게는 MSG없는 담백한 음식이 '싱겁고 재미없는 음식' 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옥자가 재미없고 진부하다는 얘기가 나오는건, 그런 의미에서 공감이 갑니다. 국내에서 넷플릭스로 '스킵하면서' 봐놓고서 영화 봤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며 '옥자는 망작이다' 라며 쉽게 답을 내놓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던데, 그런 광경을 보면서 '요즘 시대에 영화를 본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인가' 하는 생각이 들며 허망함마저 들었습니다. 옥자 속 수많은 유전자조작 생명체들이 공장으로 들어가고 죽을 차례를 희망없이 기다리는 장면, 미자가 서울로 처음 상경했을 때 아침에 출근하는 수많은 기성복의 사람들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그 일련의 시퀀스속에서 저와 같은 인간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만 또 하나, '영화' 를 발견했습니다. 수없이 극장가에 쏟아져나오는 영화들도 하나의 소비되는 상품이라고 볼 수 있지요. 자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상품... 우리는 매일 영화를 보지만, 동시에 그만큼 수많은 영화들이 잊혀지며, 영화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상품은 가차없이 VOD 시장으로 내쳐지며 사람들은 그런 과정을 보며 영화를 하이에나처럼 비웃고 헐뜯습니다. 영화도 하나하나 창작자들의 손길이 닿는, 살아있는 예술품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말이죠.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 아까 제가 언급했던 '자극과 말초에 집중하는 영화들' 에 대해 돌아보며 안타까운 감정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우린 영화 자체에 분노를 하고 영화를 씹었지만, 영화를 하나의 생명체라고 본다면 그게 영화 자체의 잘못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익 단체의 입김이 개입을 하고 창작자가 교체되는 일련의 과정속에서 만들어지는 영화... 영화가 말을 할 수 있고 소통을 할 수 있다면,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할까요. 옥자를 보며 이런 생각까지 떠올랐습니다. 봉준호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전 누누히 강조했던, 자신의 '사랑' 영화라는건 어쩌면 이런 의미일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라는 것에 대한 사랑이야기... 다른 얘기입니다만, 해외의 저명한 영화비평가들... 예를 들어 뉴욕타임즈의 A.O 스캇이나 롤링스톤지의 피터 트래버스 옹, 보스턴 글로브의 타이 버, 슬레이트지의 대이나 스티븐스, 릴뷰의 제임스 버라디넬리 같은 저명한 평론가들이 옥자에 호평하는걸 보며, 비록 국내에서는 반응이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있지만 해외 탑 크리틱들에게선 여전히 인정받고 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p.s: 일견으로는 미자가 옥자를 '가족' 으로 생각하고 있는게 맞냐는 얘기가 있습니다. 애초에 처음부터 돈으로 주고 샀으니 우리 꺼잖냐는 얘기 하는거라든가 목줄을 달고 있는걸 봐선 가족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고 애초에 루시나 낸시처럼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는거 같다는 얘기들도 있더군요. 그런 면에서 미자에게 쉽게 공감하기 힘들었단 얘기들도 있습니다. 사실 저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미자=루시=낸시같긴 합니다. 셋다 단발머리인것도 그렇고, 미자가 인간의 양면성 (루시+낸시) 을 갖고 있다는 의미같기도 하구요. 미자가 옥자를 찾으러 무섭게 돌진하는 과정의 옷 색을 보면 빨강+보라색인데, 빨강과 보라의 상징은 각각 분노 또는 열정, 그리고 광기를 뜻하죠. 이렇게 보면 또 '마더' 에서의 혜자가 떠오르기는 하는데, 아무튼 미자를 보면 마냥 애같이 느껴지진 않고 좀 기괴함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게 바로 안서현이라는 배우의 힘인지도 모르겠지만요.
17/07/03 00:29
댓글 잘 읽었습니다.
해외 평론가들이 옥자를 호평하는 것은 헐리웃문법을 그대로 따르는듯 초중반을 구성하다가 후반부에서 비틀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겐 익숙한 초중반부로 집중도를 높이면서 후반부의 기준 영웅서사를 재치있는 변주한 셈이니까요. 그러나 국내 관객에겐 다소 허무한 이야기 전개라 밍숭맹숭하게 느껴지는거라 생각해요. 기존 헐리웃 문법이라면 후반부 갈수록 사육장의 모든 전기를 내리고 돼지들을 모두 탈출시키고 그 혼란을 틈타 옥자를 찾아내고 미자가 옥자등에 올라타서 못된 자본주의자들을 옥자의 발로 밟고 다니고, 마지막의 미란도의 비윤리적 사육방식에 대한 티비리포트가 나오고 그것을 시골 집에서 고장난 티비를 통해 미자와 할아버지가 보면서 식사를 하면서 FIN 하는 식일텐데 말이죠.
17/07/03 05:50
착한 영화, msg 빠진 영화이면서 동시에 밍밍한 영화, 만화같은 영화이기도 하죠. 이 부분은 칭찬할 부분이라기 보다는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에서 호평하는 이유는 이게 할리우드 문법을 따르면서도 봉 특유의 독창성이 살아있어서 그럲거라 생각합니다. 한 마디로 봉 말고는 이런 영화 찍을 사람이 없달까요.
17/07/03 11:12
하하, 안그래도 보스턴 글로브의 수석 비평가인 Ty burr 나
The ARTery의 평론가 션 번즈가 호평을 하며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렇게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봉준호 말고는 누구도, 그 누구도 없다.' '봉준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런 영화를 만들수 있는 사람은 (봉준호 외엔) 아무도 없다.' 저는 비평가 짐 호버먼이 옥자에 어떤 평가를 내릴지 굉장히 궁금합니다. 영화 감식안이 굉장히 까다롭고 깔때 진짜 무섭게 까는 사람으로 워낙 유명한 비평가인데 짐 호버만이 '더 뉴욕 리뷰 오브 북스'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에 설국열차 평론을 실은 적이 있는데, 설국열차를 그 해 최고의 영화 리스트에 넣었죠.
17/07/03 03:07
인물들 개성도 없이 평면적이고 이야기도 예상대로 뻔하게 흘러가서 별로더군요. 고기 먹지 말라는 메세지도 하나도 안 와닿구요.
살인의 추억은 역대 최고의 한국영화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후의 작품들은 전부 기대 이하더군요. 괴물, 마더, 설국열차, 옥자까지.
17/07/03 05:51
고기 먹지 말라는 메시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봉이 이 영화에서 채식주의를 권장했다는 평론가들이 있는데, 이딴 소리 하는 평론가들은 진짜 직함 내려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7/07/03 11:33
다른 이야기지만, 어떤 사람은 (외국인입니다. 느낌이 아마 평론가 같은데 백퍼 확실친 않아서) 옥자가 실험실에서 폭력을 당하는 그 씬때문에 아주 분노하더군요. 자신의 트윗으로 '성폭행과 고문이 나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주인공을 그런 일에 당하게 하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 며 옥자를 절대 보지 말라고, 이 영화와 관계된 사람들 전부 엿먹으라고 욕하더군요..
17/07/03 09:15
요즘 최고급 돼지의 생육기간이 6개월이죠.
뭐 이야기를 만들려고 하다보니 그렇게 된거겠지만 10년을 길러야 되는 옥자는 덩치가 아무리 커고 맛있어도 경제성이 없는 실패한 돼지죠.
17/07/03 11:02
애초에 그 돼지(라고 불리우는, 유전자조작 생명체 중에서도 특별히 고른 몇몇 개체들) 들은 친환경적이고 고객을 생각한다는 기업 이미지 홍보로 내세우기 위한 루시 미란도의 목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언니인 낸시는 그딴게 다 웃기고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했던거같고 마지막에 '콘테스트에 참가한 저 슈퍼돼지들도 다 생산라인에 가동시킬까요?' 라고 프랭크가 묻자 낸시가 '예외는 없어' 라고 하는걸 봐서는 저 돼지들은 그냥 홍보용 목적이고 경제적 목적으로 효율적으로 유전자조작을 시켜서 대량생산시키는 돼지들은 따로 또 있을듯 합니다. 보니까 실험실에 돌연변이들(아마도 실패작)도 있고 그렇더군요.
17/07/04 11:58
옥자는 돼지의 탈을 쓴 범고래라고 느껴지더군요. 영화 초반 옥자가 미자를 절벽에서 구할때의 판단 능력을 보면, 범고래 수준으로 느껴져서. 이 장면이 옥자의 뛰어난 지능을 부각 시키는 장면이라고 느껴져요. 마지막 부분 새끼를 살려 보내고, 단체로 소리를 지르는 장면은 범고래들의 노래를 떠오르게 하고, 동물보호의 경각심을 높이는데, 범고래쇼가 공감을 일으키는건 범고래의 뛰어난 지능에 기반 한다고 생각 하는데, 옥자는 이를 돼지에 치환 했다고 생각 합니다. 사람들의 동물 보호의 기준이 되는건 보통 지능에 따라 달라 지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널리 먹혀지는 돼지가 가장 뛰어난 지능을 지닌 동물이라면?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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