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눈팅만 하는 유령회원입니다.
얼마전에 군대 괴담을 보고 저도 필받아서 써야겠다 마음을 먹었었는데...
월급도둑질에 한계가 있다보니 찔끔찔끔 쓰다가 이제야 올리게 됩니다.
제 군생활에 있던 실화를 바탕으로 썼구요, 약간의 MSG를 가미했는데 쓰고 보니 티도 안나네요.
글을 써본 경험이 거의 전무해서 필력이 딸리다보니 집중이 잘 안되실 수도 있습니다.
미리 양해 구합니다.
편의상 평어체로 썼습니다.
십여 년도 훨씬 더 지난 2000년대 초반의 일이다.
당시로는 진저리쳐지는 군시절이었으나, 제대 후 십여 년이 훨씬 지났다는 사실이 더욱 진저리쳐지는 요즘이다.
누구나 군대 가면 늘 하나씩 초소 괴담을 들어봤을 것이다.
나 역시 자대 전입 후 처음으로 초소근무에 투입될 때 사수로부터 부대에 전해오는 전설을 들을 수 있었다.
대대 내 우리 중대가 담당하는 초소를 갈 때는 폐쇄된 탄약고 초소를 지나게 되는데 이곳에 얽힌 괴담이었다.
괴담 내용은 군필자로서는 익숙한 레파토리...일병, 괴롭힘, 자살, 귀신 의 4중주가 적절히 버무려진 내용이었다.
지금이야 코웃음 치며 소설 쓰고 있네 하고 넘길 내용이지만, 이십대 초반의 순수한 청년이(죄송합니다) 첫 근무에 대한 긴장으로 얼어 머릿속엔 온통 암구어 두 단어 밖에 없는 상태에서는 충분히 그럴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었다. 더구나 그걸 말하는 사수 역시 진심으로 믿고 감정이입을 하여 말한 터라 효과는 더욱 컸다.
또한, 실제로 근무하는 탄약고 초소 옆에는 묘소가 있다. 물론 초소 앞에 철조망이 쳐 있어서 실제적으로는 영외에 위치해 있지만, 근접성은 매우 뛰어나고 철조망의 특성상 시야가 99.9% 확보되며 탄약고 조명이 우거진 나뭇잎을 뚫고 봉분을 비추어 분위기는 스산하기 이를데 없었다.
괴담(내용도 내용이지만 자살으로 몰고갈 만큼 극단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군대라는 조직에 대한) 공포, 괴성(나중에 알았지만 이건 새소리였다), 아디다스 모기, 묘지, 첫근무에 따른 사수의 군기잡기로 유쾌하지 못한 초소 근무가 시작되었고, 이후 후임들에게 같은 레파토리의 괴담을 열심히 전파하며 짬을 먹어가고 있었을 때였다.
그리고 사건은 그럴싸한 괴담이 유명한 폐초소가 아닌 실근무지인 탄약고 초소에서 벌어졌다.
사건이 터진 그날은 중대 행정실에서 당직을 설 때였다. 즉, 짬이 찰만큼 찼을때였다.
당시 일직사관은 그해년도에 중사로 승진한 박중사였다. 비록 부사관으로 입대하였지만 장교들 보다 병사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고 있으며 이를 긍정적으로 활용할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날 역시 유쾌한 점호와 익살스러운 딴지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고, 그의 되도않은 궤변에 박장대소하며 편하게 시간을 축내고 있었다.
자정이 좀 지날 무렵, 슬슬 눈꺼풀이 뻑뻑해짐을 감지하고 박중사에게 은근슬쩍 취짐을 종용하고 있었을 때 지이이잉 하며 탄약고 초소 직통의 상황전화가 울렸다.
"행정반 빠나나 병장입니다."
- 탄약고 김상병입니다. 지금... 탄약고 앞에 하얀게 있는데, 귀... 귀신같습니다.
"뭐라고?"
잠이 확깨는 단어를 들었을때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나보다.
공들여 취침모드를 조성한 것이 무색하게 의자를 한껏 누인 박중사도 벌떡 일어났다.
- 빠병장님, 그게... 지금 울고 있습니다.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할거 같습니다.
다급하고 두서없이 내뱉는 김상병은 중대내에서도 멀쩡하고 묵묵히 자기 업무를 처리하는 병사였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상병, 다시 잘 얘기해바. 무슨말이야?"
물론 당시 저렇게 얘기하진 않았을 것이다. 비록 전화상이었지만 면전에 있는 듯한 4D효과로 갈궈댔으리라.
하지만 김상병은 내 말보다는 초소 상황에 더욱 공포를 느끼는 듯한 목소리로 쥐어짜듯 상황을 설명했다.
두서없이 짧은 단어로 늘어놓은 그의 말을 조합해보면 탄약고 앞 묘소에 어떤 하얀 물체가 나타났는데, 이내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이었다.
얼빠진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박중사는 수화기를 뺏고 김상병이 본인의 인간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가질만한 안부를 물어보며 상황을 재차 확인했으나 부사수인 김일병의 동일한 증언까지 확인하고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잠시동안 박중사와 나는 말없이 쳐다보며 믿고 싶지 않은 상황이 현실이 되는 과정을 어렵사리 받아드리고 있었다.
"야... XX, 이게 무슨 X같은 상황인지 모르겠다."
"박중사님, 제가 다음 근무자 애들 데리고 가볼까요?"
고급진 어휘가 튀어나오는 박중사를 보며 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 않은 본능탓인지 일단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혼자가긴 무서웠다. 하지만 박중사는 판단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지긴 싫었나보다. 5대기 조장인 탓에 BOQ가 아닌 막사 내에서 자고 있는 전중위를 생각해냈다.
당번제로 돌아가는 5분대기조는 마침 그날 1소대가 당번이라 소대장인 전중위 역시 막사 내에 상주할 수 밖에 없었다.
전중위는 육사출신으로 본부중대에서 작전장교 등 여러 참모를 거치고 대위 승진을 위한 코스로서 야전중대 소대장으로 온 터라 대대 내에서 중위짬밥은 최고였다.
어지간해서는 그의 숙면을 방해할 사람은 없었으나, BOQ 옆방을 쓰며 개인적으로 친한 탓인지 박중사는 큰 고민 없이 전중위를 깨워 상황을 얘기했다.
병사로부터 FM장교라는 평을 듣는 전중위는 상황설명이 끝나자 잠깐 생각하는듯 하다가 이내 매뉴얼대로 진행했다.
"박중사님은 일직사령에게 보고하시구요, 전 5대기 출동하겠습니다."
한창 숙면중인 중대 내에 5대기 소집종이 울렸다. 전투복을 입고 잠자던 5대기요원들은 꼭두새벽에 깨우는 종소리에 예삿일이 아님을 직감하고 욕설을 읊조리며 황급히 장비를 챙겼다.
이윽고 막사 앞에 일명 두돈반 이라고 일컽는 군용 트럭이 서고 소대원들은 빠르게 장비를 때려 실으며 올라탔다. 전중위의 지휘하에 트력은 위병소를 향해 나아갔고, 화물칸에 탄 소대원들은 추스리지 못한 복장을 여며가고 있었다.
이동하는 동안 탄약고 초소 앞에 거수자 발견 이라는 간단한 전달사항만을 들은 병사들은 알 수 없는 불안감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다시 탄약고 초소에 대해 간단히 묘사를 하자면 위치는 대대 외곽의 낮은 구릉 위에 있었다. 대부분의 군부대가 그렇듯 우리 대대도 산기슭에 위치하여 4면중 2면이 산이고 1면 앞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다.
나머지 1면에는 철조망을 경계로 도로가 깔려 있고 탄약고 초소는 이곳 도로 옆 언덕에 위치해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문제가 되는 묘지는 도로와 철조망 사이의 언덕에 있었다. 그렇다보니 출동한 트럭은 어려움 없이 초소 근처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소대원들은 평소 훈련대로 일사분란하게 목표를 중심으로 은폐엄폐 배치를 했다. 는 설이 있지만, 실제로는 초소, 정확히는 분묘 가시거리에 도달하면서 컴컴한 배경에 도드라지는 하얀 물체가 보이기 시작할때부터 트럭안에서 우왕좌왕했다한다.
다행이 FM 전중위의 칼같은 지휘로 소대원은 멀찌감치서 산개할 수 있었다.
나름 소규모의 병력이 출현했음에도 그 무언가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자리에서 실제로 곡소리를 내고 있었다.
심야의 고요함 속에 울려퍼지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흐느낌은 분대원들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었고, FM 전중위 역시 수 분간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못하였다.
길지 않은 망설임의 시간이 지나고, FM 전중위는 리더로서 결단을 내려야할 시점에 마침 눈둘곳을 모르고 희번덕거리다 눈이 마주친 최병장의 1분대를 투입했다.
"1분대, 약진앞으로"
분대장인 최병장은 당혹과 원망, 망설임이 어우러진 눈빛으로 FM 전중위를 짧게 응시한 뒤, 눈에 띄게 굼뜬 동작으로 목표를 향해 서서히 전진했다. 분대원 역시 머뭇머뭇 그러나 확실하게 목표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반원을 그리듯 포위해나갔다.
목표와의 대치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목표가 눈에 익어가면서 귀신은 아님을 확신하게 된 분대원들은 좀더 과감히 그러나 조금씩 가며 얼굴을 구분할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하였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물론 거수자에게 암구어를 말하진 않았으리라. 그저 의사소통을 위한 첫 수단으로써 가장 익숙한 레파토리를 읊은 최병장은 다음 말을 이어가진 못하고 머뭇거렸다.
1분대의 과감한 약진에 힘입어 소대원들은 각자 그럴싸한 위치에 자리를 잡았고 이렇다할 위협이 없음을 확인한 FM 전중위는 리더로서의 위용을 과시하며 전장을 지배하기 위해 확인 사살을 하였다.
"누구십니까? 제 말이 들리면 답변바랍니다."
마치 걸인처럼,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아 흐느끼던 괴인(?)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주위에 시선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을 위협하는 병력을 보고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곡소리를 내기 시작하자, 병사들은 다시 간담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육사출신의 FM 전중위는 달랐다. 빠르게 상황을 판단한 FM 전중위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휴대전화를 꺼내 통화를 시작했다.
"여보세요? 거기 112죠? 여기 수상한 사람이 있는데요..."
20분 정도 되었을까, 휘황찬란한 경고등을 번쩍이며 나타난 순찰차는 묘하게도 병사들 맘을 진정시켜주었다. 차에서 내린 경찰들은 하얀 물체를 보고 멈칫 했지만 익숙하다는듯이 다가갔다. 그리고 부축했다.
"아줌마, 여기서 이러시면 사람들 놀래요. 봐바 저 군인 청년들 얼굴 새파래진거. 술을 곱게 드시지 왜 여기와서 이러고 있어. 자자 얼른 갑시다."
쭈뼛거리며 서있는 중무장한 병사들 사이에서 허리춤에 달랑 권총 하나만 찬 경찰들은 단연 돋보였다. 아주 익숙하게 그녀를 부축하고 주변을 정리하며 전장을 지배했다. FM 전중위는 현장을 빠르게 인수인계하며 FM명성을 지켰다.
상황이 다 끝날무렵 나타난 일직사령은 경찰이 돌아가는데 불편함이 없게 상황을 정리하면서 그날의 해프닝은 마무리가 되었다.
몇일 뒤 전해들은 바로는 해당 분묘 주인의 따님이 술을 과하게 드시고 오셔서 벌어진 일이었다 한다. 그리고 우리 부대에는 새로운 괴담이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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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년도였나 비슷한 일이 일어났어서 아닌 밤중에 출동 준비했던 적이 있네요
좀 다르다면 산길에서 비오는 밤에 우비를 입은 사람이 맞은 쪽에서 차가 헤드라이트를 키고 오자 후다닥 산 쪽으로 몸을 피하는 것이 발견되서 거수자라고 군에 신고가 들어왔고 무슨 교회 권사님 무덤 앞에서 통성기도? 하여간 울며 기도하는 것이 발견되었다 정도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