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쓴 글이 아직 페이지를 떠려가기도 전에 글을 하나 또 쪄왔습니다. 역시 잉여로울 땐 뭘 해도 재밌…
오늘 소개할 팀은 ‘신현희와김루트’ 입니다. 상당히 많은 분들이 ‘김현희와신루트’로 착각하시더라구요. 아마 영어 이름이 ‘SEENROOT’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사실 제가 신루트를 알게 된건 일주일도 안됐습니다. 꽤 전부터 음원 차트에 올라와있었다고 하는데 문제는 제가 음원 차트를 잘 안봐서(…)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친한 형의 차에서 듣게 됐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아 나란 놈은 이런 갓-밴드를 이제야 알게 된건가’ 하고서 자괴감에 빠졌습니다… 그 정도로 굉장히 좋은 노래를 하는 어쿠스틱 듀오입니다.
신루트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기타치는 신현희와 베이스치는 김루트로 구성된 [기똥찬 오리엔탈 명랑 어쿠스틱 듀오] 입니다. 실제로 본인들이 자기들을 소개할 때 저렇게 얘기합니다. 왜 저런 수식어가 붙었는지는 나무위키에 들어가 보시면 나와있습니다. 최근에는 ‘오빠야’라는 곡이 역주행을 하면서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게 됐는데요, 이 곡이 어떻게 역주행했는지는 밑에서 곡소개랑 같이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신루트의 음악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빠야’ 같이 익살스런 가사와 통통튀는 멜로디가 두드러지는 곡과 ‘날개’ 처럼 깊고 터져나오는 가창력이 두드러지는 곡입니다. 금단발에 독특한 패션을 한 신현희와 장발에 똥그란 선글라스를 낀 김루트를 보면, 첫인상만으로 바로 ‘아 뭔가 딱 인디스러운(?) 노래 할거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미지에 잘 부합하는 게 전자의 곡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구 출신인 신현희의 사투리 억양과 김루트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까지 가세해서 부르니 굉장히 노래가 재밌고 찰집니다. 하지만 이런 간질간질하고 가벼운 노래도 신루트의 시그니쳐이지만, 힘 있고 깊은 맛이 있는 신현희의 보컬은 묵직한 감정이 터져나오는 곡에도 역시 어울립니다. 이런 매력이 터지는 후자와 같은 곡들에서는 오히려 우리나라 특유의 발성이라고 할까요? 판소리나 창에서 느낄법한 분위기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곡들이 앨범을 구성하고 있으니, 마치 단짠단짠을 맛보듯 앨범을 계속해서 들을 수 밖에 없게 만듭니다.
신루트를 역주행시켜준 바로 그 곡, ‘오빠야’ 입니다. 지금 멜론에서 13위를 지키고 있네요. 이 곡이 유명해진건 한 여성 BJ분이 노래에 맞춰 리액션을 한 영상이 SNS를 돌면서라고 합니다. 덕분에 차트도 역주행하고, 최근에는 유스케에 다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인기 덕분에, 벌써부터 아이돌의 애교 관문으로 쓰일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빠야에 맞춘 케이 애교 보고 가시죠 (찡긋)
신현희와김루트 미니앨범 수록곡인 ‘날개’ 입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입니다. 신현희는 20살에 음악을 하기 위해 대구에서 홍대로 환상을 가지고 상경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었고, 힘들고 지쳐 집에 가고 싶을 때 만든 노래라고 합니다. 한이 묻어나는 듯한 목소리에서 위로를 받습니다. 유스케에서 짧게 라이브 했던 영상을 같이 올려드립니다.
[나는 어리고 집이 그립고 따뜻한 사람의 손이 어색했지 나는 여리고 늘 불안하고 차가운 말들에 상철 받았었지 휘청대고 흔들려도 난 무너지고 넘어진대도 나 괜찮아 상처나고 피가 나도 나 부서지고 떨어진대도 나 괜찮아 괜찮아]
신현희가 가장 처음으로 만든 노래라는, ‘캡송’ 입니다. 돈이 없던 시절에는 옷을 살 돈이 없어서 비슷한 옷을 입어도 포인트를 줄 수 있는 모자를 많이 샀습니다. 그런데 너무 자주 가서(…) 이제는 그만 사야지 다짐을 하지만 또 다시 무너지는 자전적인 노래입니다. 중간중간에 모자 가게 사장님으로 나오는 김루트 목소리도 재밌습니다.
[아저씨 이거 좀 써볼께요 (어) 아저씨 이거는 얼마에요 (만원) 아저씨 저 이거 마음에 들어요 제발 좀 싸게 좀 해주세요 (안되는데) 그 옆에 걸로 주세요 (어) 포장은 됐고요 쓰고갈게요 고맙습니다 많이 파세요]
정규 1집 수록곡 ‘홍대 부르스’ 입니다. 신현희의 한국적 목소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곡입니다. 음.. 가사도 목소리도 정말로 판소리를 듣는 듯한 느낌입니다.
[어머니 말하길 누구나 외로운 삶 슬퍼도 아파도 아무도 모른다네 내가 무엇을 하고 내가 무엇이 되어 내가 어떤 세상에 무얼 할 수 있을까]
정규 1집 수록곡 ‘왜 때려요 엄마’ 입니다. 제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엄마 아빠한테 나쁜 짓 하다가 들켜서 혼나는 우리네 이야기입니다(…) [나쁜 길 안 빠질게 내버려둬요] 라는 가사가 중간에 있지만 가사 들어보면 자습서 산다고 속여서 돈 타내기, 클럽 가서 흔들다 늦게 귀가, 학교에서 담배피다 걸린거니.. 묘하게 설득력은 떨어집니다.
[왜 때려요 엄마 왜 때려요 엄마 엄마도 그럴 때가 있었잖아 왜 때려요 엄마 왜 때려요 엄마 난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야]
정규 1집 타이틀 ‘그 와 나’ 입니다. 좋아하는 상대와 사귀게 된다면 어떨까 상상한 달달한 곡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곡에서 나오는 일렉 기타 소리를 참 좋아합니다. 곡 전체에서 두근두근함이 느껴집니다.
[룰루랄라 노래하며 내가 너의 손을 잡고 넌 싱글싱글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고 있고 우리 걷는 걸음걸음 길목마다 아름답게 흩날리는 꽃잎]
사실 인디 가수들의 노래를 듣다 보면 마주하는 아쉬움은 두 가지입니다. (1) 이거 너무 자기복제 아닌가..? 노래가 슬슬 다 비슷비슷하네.. (2) 너무 색깔을 바꾸려고 한거 아닌가..? 괴리감이 드는데.. 아마 가수 본인들도 이 둘 사이의 긴장을 가져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치우치지 않고 자신의 디스코그래피를 이어가는 가수는 참 드물지요. 하나의 미니와 정규를 낸 신루트는 아직까지는 이런 긴장을 마주하기에는 조금 이릅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 둘 사이의 긴장을 어떻게 해결할 지 기대되는 팀입니다. :)
진짜 매력적인 대구아가씨죠. 저 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여자는 대구여자지 라고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PC에 위배되는 발언이라고 까이겠죠(...)
여튼 신현희 이 아가씨를 보면 나르가 떠오르더라고요. 평소에는 귀엽고 애교있어서 깨물어주고 싶고 머리를 쓰다듬으려는데 노래를 부르면 어느 순간에 헐크처럼 커져가지고 제 따귀를 왕복으로 3바퀴 돌리고 다시 작아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앞으로가 더 기대되기도 하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요즘 음악 시장에서는 보기드문 자두나 비쥬를 잇는 혼성 듀오더라고요. 사실 딱히 자두나 삐삐밴드와도 크게 차이가 안나는 것 같은데 요즘 음악 시장은 이렇게 운좋게 웨이브를 타지 않는 한 이런 친구들이 인디에서 노는 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