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들었다하면 히트를 치고 있는 마블의 슈퍼 히어로물들을 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여러 명의 히어로들이 쉴드같은 조직 내에서 뭉쳐서 사건을 해결하는 오락영화를 만들면 어떨까하고 잠시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 동안 국내에서 이런 유의 영화들이 나오지 않은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만 뭐 상상하는 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잠깐 마음속으로 그림도 못 그리겠습니까?

그런데 일단 우리나라는 미국과는 달리 영웅을 키우지 않는 풍토인 건 맞는 것 같습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별거 아닌 것 같은 데에도 다 "영웅"이라는 칭호를 붙여주면서 영웅을 만드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그런 영웅 문화를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인데 반해서 우리나라는 일단 남들보다 튀면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보니 영웅을 만들지도 않고 영웅이 되고자 하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속담이 있고 "중간만 가면 된다."라는 처세술의 격언이 돌아다니겠습니까?

그래도 우리에게 슈퍼 히어로들이 아주 없지는 않을 터 만약 한국판 어벤져스나 져스티스리그가 결성된다면 어떤 인물들이 입성하게 될지 한번 제 망상(!)을 쏟아 보았습니다. 저의 지식의 깊이가 습자지마냥 얇아서 결국 남들도 다 아는 뻔한 캐릭터들만 떠오르는데 다른 분들은 또 어떤 캐릭터들이 생각나시는지도 궁금하네요.


처용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용왕의 아들. 자신의 아내를 흠모한 역신이 자신의 아내와 정을 통하는 장면을 보고도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춰서 역신이 감명하여 앞으로 처용의 얼굴이 그려진 곳에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함. 귀신들을 부릴 줄 알았다고 하므로 마법사 캐릭터 부여. 스칼렛 위치처럼 마인드 컨드롤 같은 것을 특기로 하면 좋을 것 같음. 깨알 유머로 동료들이 부인 가지고 농담하면 열 내는 장면 추가...


홍길동
한국의 대표(?) 슈퍼 히어로. 어벤져스의 리더 역할을 할 수 있음. 서자 출신의 개인적 아픔도 있는 캐릭터로 설정 가능. 지략과 전투능력을 다 갖춘 팔방미인 스타일. 현대적인 배경에서는 (브루스 웨인이나 토니 스타크처럼) 돈 많은 재벌로도 설정 가능.


임꺽정
딱 헐크처럼 힘쓰는 역할. 무조건 때려 부숨. 헐크처럼 각성 상태와 비 각성 상태를 구분하도록 설정해도 재미있을 것 같음. 꼭 덩치가 커지고 옷이 찢어지지 않더라도 그런 것을 CG로 적절하게 처리하면 좋겠음.


일지매
고 고우영 화백이 70년대 일간스포츠에 연재하던 만화 캐릭터. 닌자류 캐릭터로 적합. 잠입미션에 주로 투입. 외모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음. 말이 별로 없이 묵묵하게 미션만 수행하는 은둔형 캐릭터가 어울릴 것 같음.


전우치
실제 강동원 주연의 영화로도 나왔던 캐릭터로 조선시대의 기인, 환술가. 문제는 위의 멤버들 가운데 처용과 캐릭터가 겹치는 지점이 있다는 것. 능력치를 서로 다르게 설정하는 게 필요할 것 같음. 임꺽정과는 서로 티격태격하는 버디물의 관계로 설정해도 좋을 듯...


이 정도가 생각이 나는데 쓰고 보니 딱 봐도 망삘(!)이네요...--;; 우선 여성 캐릭터가 없네요. 어벤져스의 블랙 위도우나 져스티스리그의 원더우먼 같은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있어야 하는데 제 짧은 지식으로는 아무도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그럴 리도 없겠지만 이 상태라면 설사 영화로 제작된다고 하더라도 평균 별점 (다섯 개 만점에) 한 개 반 정도 예상되고 개봉 1주차에 국내 관객 1만 정도, 바로 VOD로 풀릴 것 같습니다. 이런 걸 기획안이라고 내면 당장 그날로 책상이 빠지겠죠?...--;;

역시 영화 기획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네요. 그래도 능력이 뛰어나신 분들이 이런 유의 영화들을 잘 기획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그렇게만 되면 저는 즐거운 마음으로 기꺼이 가까운 극장에 가서 팝콘 한 박스와 사이다 한 컵을 사고 그런 영화들을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