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달냥이입니다.
오늘 피지알이...저의 피지알이 아니네요....운영자!!! ㅠ_ㅠ 를 외치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이럴 때 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어헣
날씨도 그렇고....오늘따라 그 오빠가 생각나는군요.
감정몰입을 위해 진지한 필체로 써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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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한....6년 정도 된 이야기이다.
대학생활의 낭만 중 하나인 조별모임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조는 제법 돈독해서 과제도 다같이 열심히 했을 뿐 아니라 수업이 끝난 후에도 정기적으로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이것은 그 중에 하나였던 한 오빠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단둘이 만난 적은 거의 없고 다같이 볼 때 자주 보던 오빠였는데 뭐 키도 크고 훈남이었다.
그런데 처음 봤을때부터 서로에게 이성친구가 있었기 때문인지 썸을 타는 사이로는 둘다 영 흥미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많이들 얘기하는 편한 오빠 동생 사이로 기분좋게 지낼 수 있었다.
어릴 적 나는 첫 연애사가 참 길고도 처절했는데 흔히 볼 수 있는 나쁜 남자에게 징하게 휘둘리는 상황이었다.
그럴 적마다 하소연하고 얘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좋은 오빠였다.
길고 긴 첫 연애를 겨우 마치고 한참 힘들어 하고 있을 때쯤 오빠가 나에게 소개팅을 제안해주었다.
상대는 군대에서 알게 된 선임. 카츄사에 다니던 그 오빠의 바로 위 선임인데 사람이 참 괜찮다는 것이다.
'뭐 편하게 보는 친구처럼 생각하면 되지 뭐 만나봐~'
난생 처음 하게 된 소개팅. 들은 대로 인상이 좋고 재미난 사람이었다.
평소에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사람이 워낙 괜찮고 착해보여서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몇번의 만남 끝에 사귀기로 했다.
그 오빠는 선임이 완전 신나한다고 하면서도 생각보다 너무 빨리 만나는 것에 조금 걱정스러워했다. 내 지난 연애사를 아는 탓이리라.
나에게 잘해주는 좋은 사람을 만나야지, 란 마음으로 시작한 연애.
하지만 나는 조금씩 부담을 가지게 되었다.
월등한 운동실력을 가진 그는 포상휴가를 자주 받았고 생각보다 정기적인 만남을 가질 수 있었는데
전 남자친구를 근처에서 자주 보는 입장이던 나에게 새로운 남친의 정성은 과분한 것이었다. 내마음이 아직도 정리가 덜 된 것이었다.
하루 저녁 술을 마시고 일찍 잠이 들었던 새벽, 아침에 깨어나 수십번 찍힌 부재중 통화를 보고 그만 질려버렸다.
헤어지자고 하자.
하지만 이윽고 엄청난 갈등이 시작되었다. 새로 만난지 한달이 막 된 상황.
문득 그 오빠의 말이 머리를 스쳤다.
'너무 갑자기 시작하는 거 아냐...뭐 너만 좋으면 되지만.'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그럼 그렇지...바보같이 일을 벌렸구나 싶었다.
일단 남친에게 아파서 일찍 잠들었다고 해놓고 학교도 못가고 고민을 시작했다.
마음이 식어버린 사람에게 더 상처를 줄 순없지, 내가 연기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금세 티가 날텐데...
그치만...어후...민망하다...게다가 선임이라는데 내가 이런식으로 끝내버리면 엄청 갈구는 거 아냐....
남자애들에게 들었던 군대담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선임은 하늘이라는데...나같은 애 소개시켜줬다고 뭐라고하면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그래도 마음이 안 가는 걸 어쩌나.
결국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헤어지기로 작정했다. 단, 소개시켜준 오빠에게 미리 얘기하기로 했다. 마음의 준비를 시켜아지...;;
11시가 갓 넘은 시각. 조심스럽게 전화를 했다.
뚜루루...뚜루루...
'어 여보세요?'
'어 오빠~ 잘 지내시죠?'
어색하게 통화를 시작했다.
'그렇지 뭐~ 뭐야 이시간에?'
아우 민망해라. 오빠가 소개시켜준 그사람이랑 헤어지려구요...란 말이 차마 안 떨어졌다. 너 그럴 줄 알았다 난리겠지. 선임이라는데 아오 엄청 갈굴거라고 하겠지.
'어우 오빠...어째요 죄송해요...어우...ㅠ_ㅠ'
차라리 얼굴을 보면 그냥 말을 하겠는데 차마 '저 그오빠랑 헤어질거예요' 라는 말이 안나왔다. 오글거리고 민망하고...
'아니 뭐가 죄송해? 뭔데?'
'으..그게...어헣...'
민망함에 말이 안나온다. 잠시 후 오빠가 눈치를 챈 듯 말했다.
'어 너 설마 그일이야?'
구원의 손길이다.
'...네 그니깐요...죄송해요...그치만...'
말이 풀리겠다 싶어 이때다 하고 던지려는 순간.
'야야 안되지~ 그건 안돼~'
헙...ㅠ_ㅠ....
역시 곤란한 거구나. 선임이 무섭다더니...
'그치만 저도 안되겠는데 어떻게 해요 엉엉'
아무리 그래도 난 더이상 그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이미 마음이 떠났는데 어쩌란 말인가.
'야 그래도 안돼 곤란하단 말야 ㅠ_ㅠ'
'그건 그렇겠지만 그래도 힘들단 말예요 ㅠ_ㅠ'
우린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하며 대립했다.
문득 오빠가 말했다.
'야 우리 같은 얘기하는 거 맞지?'
'그럴거예요...에휴....'
'어휴....;'
내 머릿속은 온통 이 오빠를 어떻게 설득하는가로 가득 차 있었다. 그치만 설득같은 거 알게 뭔가. 나는 결국 폭발했다.
'그치만 도저히 더 못 만나겠어요~뭐라고 하셔도 몰라요 얼굴보는 것도 자신이 없단 말예요~!"
그 후 정적.
'어....?'
그리고 심히 당황한 목소리.
'...아..아아 그 XX 얘기???'
'(벙~쪄서) ...네....그럼 무슨 얘....기...'
'아 아아아아아 으으하하하 난 난 또오...아....헤어져 헤어져 그럼 니가 싫다는 데 헤어져야지~!!'
알고보니 그 오빠...내가 자기한테 고백하는 줄 알았다고.....
마침 자기 여친이랑 여행 와 있는 중간에 받은 전화인데 너무 당황했다며....
잠시동안 '그래 얘도 나쁜 앤 아닌데..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하고 고민했다고....
'혹시 설마 날 좋아해서 날 통해 소개팅을 받아놓고..혼자 고민하다.... 결국 이렇게 전화했구나...'라며 안쓰러웠다며.......
난 모처럼 배가 찢어지게 웃을 수 있었다.
지금도 이 오빠를 만나게 되면 '역시 안되겠죠..?' 와 '우리 같은 얘기 하는 중인거 맞죠...?' 를 시전하며 놀림.
(참고로 조모임 사람들에게 다 얘기해서 같이 놀림. 오라버니 미안.)
그리고 그 착한 선임님은 좋은 여친님을 만나 알콩달콩 하신다는 훈훈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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