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년 전부터 시작합니다. 엄청난 삽질로 인해 잘하던 연애 때려치우고 집들이 선물로 준 소주 박스를 벗삼아 하루 하루 살다가
우연히 아는 형 연락에 할 일 없이 나갔다가 처음 봤네요.
멘붕 상태에서 본거라 밥만 대충 먹고 빠이빠이했고 그녀는 그 날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긴 잠수에 돌입.
저는 그녀가 잠수 탄 사이에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중에 가장 파란만장한 일을 겪었습니다.
다 제 책임이지만 전 여친 일로 여기저기서 몽땅 개망신을 당하기도 했었고
절친(이라 쓰고 썸녀라고 읽습니다)에게 절교를 당하고
친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뇌출혈 때문에 쓰러지셔서 추석날 장례식을 치를 뻔하기도 하고
그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술병과 스틱을 벗삼아서 타지 생활을 했네요.
늘은거라곤 담배와 주량과 맛집 정도랄까요.
2. 대충 1년뒤, 그녀가 슬슬 다시 보이더군요. 1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 반갑잖아요
타지 생활 하다가 근처에 아는 사람이 다시 나타는 사실 말이죠.
뭐 그러다 보니 틈틈히 서로 댓글도 남겨주고 하다가 우연찮게 잡힌 영화 번개에서 그녀를 다시 봤습니다.
그 당시 저는 겨우 술병을 조금이나마 치우고 살려고 발버둥치던 때였죠.
아무생각 없이 영화보고 수다떨고, 그러다 보니 느낌이 참 괜찮더군요. 사람도 착하고.
문제는 나이가 저보다 4살 연상이었다는거죠.
저야 상관 없지만 그녀는 이제 연하남은 지겹다고 훠이훠이 하던 분이라 뭐 그냥 누나하나 생겼구나(샹-_-)
3. 사람은 쉽게 안변하더군요. 이래저래 또 멘붕이 와서 술 안먹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결국 또 술병을 찾는거 보면.
저는 "술은 혼자 먹어도 맛있다"를 신봉하는 터라 혼자 술이나 한 잔 할까 하다가 어쩌다 보니 그녀 번호를 눌렀습니다.
바로 오케이 사인이 나와 기분좋게 저녁먹고 칵테일 한 잔 대접하고 기분좋게 하루를 마무리 했습니다.
그 뒤 저번에 얻어먹은게 미안하다고 밥 한 번 사고 주거니 받거니를 두세번 하다 보니 저도 슬슬 헷갈리더군요.
4. ask.fm이란 사이트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질문을 남겨서 서로 주고 받을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이게 재미있는건 다름이 아니고 익명으로도 질문을 남길 수도 있다는 점이죠.
그러다가 난데없이 뜬금없는 돌직구가 하나 보이더군요. 내용은 생략하겠습니다만
왠지 질문 내용을 보아하니 그녀일 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들더군요.
5. 그런데 느낌상으론 제가 연하인게 좀 많이 걸렸나 봅니다. 그 이후론 특별한 반응을 안보이더군요.
그래서 잠깐 차 한 잔 하러 나가서 유인구를 하나 던졌습니다. 당일치기 여행이나 혼자 간다구요.
그랬더니 뒤도 안돌아보고 같이 가자 이러더군요. 으흐흐흐. 이제 남은 건 제 선택뿐이었습니다.
6. 그런데 사실 저도 4살 연상은 좀 부담되긴 했어요. 주변에 누님들이 많은 편이고 썸을 탄 적도 있긴 하지만
정작 연상하고 연애해본 적은 없었으니까요. 아무래도 가볍게 만나긴 부담스러운 나이이기도 했구요.
뭐 어쩌겠나요. 어차피 Yes or no니까요. 여행때 까지 장고 또 장고를 거듭해야죠.
7. 여행 당일날입니다. 도보여행 주제에 코스를 좀 지롤맞게 짰어요.
작정하고 좀 걸어다닐 작정이라. 좀 강행군이다 싶을 정도였죠.
틈틈히 돌아다니며 변화구, 유인구 다 던졌는데 끝까지 답을 제대로 안하더군요. -_-
뭐 예상은 했습니다만 슬슬 열도 받고 약도 오르고.
에라 모르겠다 싶어서 보내면서 냅다 돌직구 던졌습니다. 다음 날 그 답이 오더군요.
결과는요 60초 후에.....................
농담이고 담주에 결혼합니다. 연애 하면서도 뭐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즐거웠다고 말 할순 있을 듯 합니다.
8. 덤으로 20살 이후로 연애사에 한정지어선 많이 깨져도 보고 얻기도 했고 나름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러브 엑츄얼리도 찍어본 적 있고 한겨울에 몇시간 동안 기다리며 무릎 꿇고 빌어보기도 했고
물론 안습인 기억 말고 즐거운 기억들도 많았는데 느낀건
어차피 이어짐보단 헤어짐이 더 많기에 좋게 해어지는 것. 좀 직설적으로 말하면 상대방을 위해 깔끔하게 해어지는 법을
알면 좀 낫지 않을까 하네요. 물론 저도 그걸 제대로 하지 못해서 지지리도 고생했고 별 쇼를 다했지만
그때그때 최선을 다하며 상대방을 위해 배려하는게 다른 무엇보다도 연애를 할 때는 가장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수많은 연애기술을 비롯해 많은게 있겠지만 역시나 기본에 충실한게 제일 좋은거겠죠.
Ps. 다른 사이트에서 같은 글을 보시면 그냥 너그러히 용서해 주시길 에헤헤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