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토너먼트 방식에서 리그 방식으로

이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것들이죠. 팬들은 좋아하는 선수들을 꾸준히 볼 수 있고 기업들도 꾸준히 홍보할 수 있어서 좋고. 선수들도 안정적으로 경기에 임할 수 있어서 좋고. 기존의 토너먼트가 더 흥미롭고 경기력도 높아진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건 소수의 의견이고 자기위주의 주장일 뿐이죠. 모두의 이익과 복지만 보더라도 리그제가 역시 10배는 낫습니다.

상반기 후반기로 나누는 것에 대해서도 딱히 나쁜 점은 없고 다만 롤드컵과 상반기 리그 사이에 짧은 이벤트 리그(중국과의 4:4 매치나 한국 올스타전 같이..) 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네요.

8개 팀보단 10개팀으로 하는 게 좀 더 낫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래도 일단 기존의 8개팀들 중에서도 스폰서가 있는 팀은 6개 밖에 없는데(나진, cj, kt, 진에어, 삼성, sk)무작정 10개 팀으로 늘리면, 나머지 스폰 없는 4팀에게 짧은 시간 내에 스폰 잡아주고 지원해주기 부담스럽기 때문에, 일단 나머지 2개 팀들의 스폰부터 잡아줘서 1차적으로 8개 팀을 안정적으로 꾸린 다음에 만약 여유가 있다면 천천히 참가팀을 늘리는 방향으로 잡겠지요. 그래서 케스파도 차후 리그 참가팀 수 확대를 위한 노력 지속이란 말을 굳이 따로 붙여놨죠.




2. 2팀 체제에서 단일팀 체제로 변경

역시 동의하고 지지합니다. 기존 2팀 체제가 경기력을 높이는데 일조했을 지는 몰라도 너무 불편한 점이 많았어요. 형제 팀들끼리 붙을 때마다 조작 소리가 나왔고 스폰서 입장에서도 왜 두 팀을 운영해야 하는지 이해 못했죠. 선수들도 형제팀끼리 붙을 땐 이기고도 기뻐하지 못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했고요.

초창기의 기형적인 관습이 계속 유지되어서 어쩔 수 없이 다른 팀들도 너도 나도 2팀 체제를 유지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규격 잡힌 프로리그로 바뀌게 되면서 자연스레 걸러지게 되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물론 2팀 체재가 없어지면 경기력 저하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걸 방지하기 위해 2군 제도를 도입하는 걸 잊지 않았고요.




3. 한국 프로게이머 처우 개선 방안 모색

이것도 좋아요. 아주부와 계약을 해서 불만이었던 스트리밍도 풀어줬고 최저 연봉제를 도입해서 프로가 되긴 힘들지만 일단 프로가 되면 확실하게 안정적이고 대우받을 수 있게 해줬죠. 최저 연봉이 얼마나 될지 불안한 팬들을 위해 따로 국내 타 프로스포츠 비교시 손색없는 최저 연봉제 기준 도입이란 것도 붙여놨고요

또 스폰서가 없는 팀들은 위해 케스파가 영입 지원과 운영비 지원을 해주면서 기존 3개월 알바 계약이란 말을 들었던 프로 선수들도 시즌 단위, 혹은 1년 계약으로 짤릴 위험이나 의식주의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경기에만 임할 수 있게 되었고요.

말만 프로고 챔피언스지, 기존의 반 아마추어 알바생에 불과했던 선수들을 정말 프로답게 대우하고 만들기 위한 처우라고 봅니다.



4. 여러 가지 문제점?

승강전이 없다는 건데 이건 저도 약간 불만이긴 합니다. 이건 스폰서들과 케스파의 사정이 크게 들어가지 않았나 싶네요. 기존 팀에 스폰 잘 하고 있다가 아마추어가 뙁 등장해서 기존 스폰팀 밀어내고 1부 리그에 진입할 경우 스폰서는 난감하죠. 기존 스폰팀을 내치고 올라온 아마추어들을 스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리고 스폰서들에게 운영비 받던 케스파도 아마추어들 올라오면 얘네한테 운영비 받을 수도 없고 거기다가 또 다른 스폰 잡아줘야 되니까 머리 아프게 되는데 그게 리그가 진행될 때마다 반복해야 한다면...

lcs가 라이엇이 운영비를 전체 지원하는 외국과 기업과 케스파 주도로 운영되는 한국의 차이라고 보면 되겠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것 역시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도 승강전은 없지만 인기도 가장 많고 리그도 잘 굴러가고 있죠. 결국 초창기에 어떠한 시스템이 정착해 관습으로 유지되느냐의 문제 같습니다. 승강 체재에 비해 좀 덜 쫄깃하겠지만 리그 자체를 즐기는데엔 아무 문제도 없어요.  

기존 프로 선수들이 희생된다, 8개팀은 너무 적다 하는 말들도 있는데 솔직히 기존 챔피언스와 프로 선수들에겐 거품이 너무 많았어요. 롤챔스 16개 팀들 중 내실이 제대로 된 팀들은 스폰서가 있는 소수 뿐이였고 프로가 되고 싶다는 어정쩡한 아마추어들의 열정페이를 빨아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죠.8개팀이 기존에 비해선 적어보이지만 이 8개팀이나마 착실하게 내실을 다진 후에 차근차근 팀을 불려나가는 게 이치에 맞다고 봅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기존의 반 아마추어 같던 잡탕 리그에서 완벽하게 틀 잡힌 프로리그가 되는 과정에서 군더더기도 빠지고 어쩔 수 없이 일부도 희생되는 과정이랄까요.

이제 좀 더 프로다운 프로가 된다면 기존의 대우 문제도 점점 좋아질 것이고 연봉도 오르게 될 겁니다. 해외팀에 비해 연봉이 적은 건 뭐 어쩔 수 없죠. 시장 크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하지만 이것도 기존 스폰서들이 자기의 프랜차이즈 선수들을 뺏기기 싫다면 점점 그에 맞춰서 대우를 맞춰줄 것이고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프로리그 규격은 이런 연봉 상승에 도움이 되면 됐지 해가 되진 않을 거라고 봅니다.


이번 변화로 몇몇 기존 프로 선수들이 희생당하는 점은 유감이지만 역시 냉정하게 말하자면 스폰팀들마저도 형제팀이 제대로 굴러갔던 팀은 삼성과 나진 밖에 없었죠. 인정 받는 선수는 돈 많이 주는 해외로 떠나면 그만이고 진짜 실력 있는 선수라면 변화에 갈려나가더라도 다시 8개 팀 안에 소속될 수 있을 거라 봅니다.

그리고 좀 더 차갑게 말하면 어차피 이 선수들은 프로가 된지도 얼마 안됐잖아요? 기존 야구나 축구처럼 어릴 때부터 이것 하나에 인생 전부를 바치고 살아온 선수들이라면 저 역시 이 변화에 크게 반대했겠지만 지금 롤 프로라는 선수들은 솔직히 그냥 게임 하다가 좀 잘한다 싶으니까 프로 한 번 해볼까 했던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아니다 싶으면 지금 빠져서 다시 학업이나 다른 일에 열중해서 자기 갈 길 찾아가도 되는 어린 청년들 대부분이니, 오히려 기존의 될듯 말듯 시간낭비하고 열정페이만 빼먹는 것보단 확실하게 구분 짓는 게 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득불하게 이번 변화로 가진 재능에도 불구하고 재수없게 2군으로 가거나 기존 스폰팀에서 떨어져 나가는 선수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재능이 있다면 변화하는 프로리그에서도 시간은 걸릴 지언정 다시 활약할 겁니다. 그리고 그게 안 된다면 결국 원래는 그것밖에 못 되는 재능을 지녔었단 말이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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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가 조금씩의 불만이 있고 조금의 희생은 있을 지언정, 모두가 이득볼 수 있도록 아주 합리적으로 처리한 것 같습니다. 피지알이나 인벤 댓글은 대부분 불만투성이지만 뭐, 변화에 투덜대는 건 대부분 사람들의 공통적인 성향이죠. 아마 롤드컵처럼 극도의 불평불만자들 중 떠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 상반기 리그 시작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리그는 물 흐르듯 진행되고 볼 사람들은 계속 볼 거라 봅니다.


p.s : 라이엇이 최저 연봉까지 지원하네요?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보지만 뭐 나쁘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