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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4/09/28 02:04:35 |
Name |
세종대왕 |
Subject |
[LOL] 패드리퍼 고소 후기 1부 (스압) |
안녕하세요?
몇달 전, 질게에 고소방법 문의글을 올렸을때 많은 분들이 후기좀 남겨달라고 하셨던게 생각이 났습니다.
롤드컵 열기로 한창 분위기가 뜨거운데 이 글은 가볍게 읽어 주시길 바랄께요.
사건은 최대한 주관적(?), 시간순으로 작성 해 보겠습니다.
바야흐로 무더위가 막 시작되려던 6월 초,
저는 친구 둘과 함께 LOL을 즐기고 있었습니다.
그날따라 마스터 이가 하고 싶었던 저는 당당히 마스터 이를 픽했고, 자비심이 없는 아군들은 채팅창에 **아 **** 을 시전합니다.
그중 한 유저가 (이하 피의자) 때이른 패드립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날따라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저도 안하던 짓을 다 했네요.
"자꾸 패드립 치면 고소한다. 내 실명이 XXX인데 욕하려면 실명으로 해봐라"
라고 채팅을 날렸습니다.
어허...실명을 대면 잠잠 해질줄 알았더니만 이제 아예 작정하고 실명+패드립을 치더군요.
그렇게 픽창부터 부모님의 생사를 묻는 패드립이 시작되어 게임이 시작되고 나서도 패드립은 계속되었습니다.
아예 전채채팅으로 " XXX 부모욕 하면 명적드림 " 하면서 적에게도 광역 어그로를 시전하고요.
LOL 해 보신분들에게 욕설이나 패드립은 익숙 하실겁니다.
저도 어지간한 욕설이나 패드립은 그냥 무시하거나 같이 싸우고 마는데,
고소한다고 실명까지 밝혔는데도 보란듯이 욕설을 하는걸 보고만 있자니 자존심도 상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서
스샷을 열심히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 게임은 당연히 패배했고, 20분 칼 서렌을 치는 순간까지도 피의자는 제 욕설 + 패드립을 치느라 정신 없더군요.
그렇게 게임이 끝나고 찍어놓은 스샷을 그림판으로 일일히 저장 한 후 PGR 질게에 고소관련 질문글을 남겼었죠.
다음날 오전, 미리 작성해 놓은 고소장과 스샷을 프린트 해서 가까운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첫날은 민원실에서 고소장 접수만 해 놓고, 다음날 사이버범죄 수사팀 담당 형사님께 전화가 오더군요.
그리고 그 다음날 경찰서를 재 방문한 저는 담당 형사님과 함께 사건 경위서를 작성합니다.
나름 죄짓지 않고 살아온 인생이라 경찰서 방문은 처음이었는데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떨리고 긴장되더군요.
제 예상보다 훨씬상세한 질문을 받고(ex, 같이 게임 한 친구들 이름은 뭐냐 등) 제가 할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형사님께 설명을 드렸지요.
이날이 저의 경찰서 방문 마지막 날이었습니다.
그렇게 조사를 마친 후 약 한달 정도가 지났을때, 형사님께 전화가 오더군요.
라이엇 게임즈에 협조 요청을 해서 피의자 연락처를 알아내어 연락을 해봤는데,
피의자가 5월 말경 본인 아이디를 해킹(!) 당해서 본인이 욕설한게 아니라고 했답니다.
계정이 본인 것은 맞는데 해킹당해서 본인은 모르는 일이다 잡아 뗀거죠.
형사님도 당연히 그 말은 안믿으셨던지라 일단 조금 더 조사를 해 보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로부터 약 보름 뒤, 담당형사님께 가뭄에 단비같은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피의자가 집에서 접속한 IP 기록이 떴다는 겁니다!!! 그말인즉슨 해킹당했다는 것 자체가 거짓말이라는 거죠.
피의자를 추궁한 끝에 그제서야 본인이 욕설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하네요.
피의자가 죄송하다고 한다, 사과하고 싶어하더라 합의를 하실 생각이 있냐고 형사님께서 물으시길래
합의할 생각 없다고 하고 그 통화는 마무리 지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 사건 담당 형사님과의 마지막 통화였네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피의자가 담당 경찰서에 출두해서 조사를 받았다는 문자가 날아오고,
또 얼마 뒤에는 사건이 검찰로 넘어갔다는 문자가 오더군요.
생각보다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이 아주 잘 갖춰져 있다는 생각에 저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며칠 후 사건 담당 수사관으로 예상되는 분으로 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XX지방 검찰청 소속 누구라고 말씀하셨는데 경황이 없어서 정확한 직책은 못물어 봤습니다.)
지금 사건이 검찰로 넘어왔는데 피의자가 사과와 합의를 하고 싶어한다네요.
헌데 제 연락처를 몰라서 연락을 못하고 있더랩니다.
피해자의 허락이 없으면 연락처를 알려주지 못한다는 수사관님의 말씀에 저는 다시한번 우리나라 사법 시스템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피의자가 거듭 사과와 합의를 원한다 혹시 연락 해 볼 생각 있냐고 수사관님이 말씀하시길래
그래좋다,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법원에서 정식 재판이 이루어지기 전에만 합의를 하면 된다는 사실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처음엔 합의 생각 자체가 없었지만 시간도 꽤나 흘렀고, 이쯤 되면 피의자에게도 한방 먹인 셈이니 못이기는 셈 치고
합의 해줄 생각이었죠.
아뿔사...
하지만 그건 저의 큰 착오였습니다.
이제부터가 진정 저와 피의자간의 치열한 두뇌싸움의 시작이라는걸 그땐 미쳐 알지 못했죠...
음...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합의관련 본격적인 2부는 다음에 작성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p.s. 사이버 모욕죄 고소와 관련하여...
일반적으로 게임상 욕설은 사이버 모욕죄에 해당하는데, 사이버 모욕죄가 성립되려면 공연성과 특정성이 동반되야 합니다.
공연성은 상대방이 나에게 하는 욕설을 제 3자가 보아야 하며, 귓말이나 1:1 대화로는 공연성 성립이 안됩니다.
특정성은 상대방이 하는 욕설이 나를 지칭하는지가 명확해야 하며 주어가 없이 욕설을 하거나 게임 캐릭터명(ex, 마이, 베인)
으로는 성립이 안되는걸로 알고있습니다. 본인의 아이디나 실명을 지칭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위의 두가지가 모두 성립이 되어야 사이버 모욕죄 고소요건이 갖춰집니다.
저의 경우는 게임 내 전체채팅으로 지속적인 욕설과 저의 실명까지 거론 했었죠.
거기다 실제 친구들과 함께 게임중이었으니 말 그대로 얄짤 없었습니다.
혹여나 게임상 욕설을 들으면 저처럼 실명을 알려줘버리세요.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아이디 자체를 실명으로 바꾸는게 최고겠네요.
p.s. 고소사건 이후, 게임 하다가 욕설 하는 사람 있으면 "자꾸 욕하면 고소한다, XXX가 내 이름인데 실명으로 욕해봐라"
라고 채팅 하는데, 한명도 실명으로 욕하는 사람은 없었네요.
...제 사건 피의자가 역시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해봤는데 딱 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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