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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5/31 01:44:00 |
Name |
밍보라 |
Subject |
보라인간이 본 임요환 vs 홍진호.. |
보라인간이 본 임요환 vs 홍진호...
중요한 경기였다.
모두가 너무 마음을 졸인탓에, 금요일이 오는것이 두려울 정도로 중요한 경기였다.
일주일전, 임요환답지 못한 패배에 많은 팬들은 그를 두둔하기에 앞서 따끔한 충고들을 아끼지 않았고, 그 이후 임선수는 꽤 많은 패를 쌓음으로서 오늘 경기결과에 상당한 불안을 만든게 사실이였다.
세계 스타크래프트 유저들의 꿈의 무대...
온게임넷 스타리그의 4강을 향한 단 한장의 티켓을 놓고 벌이는 단판전은 그 무게감만큼이나 긴장감도 엄청날수 밖에 없다.
때론 20대 중반을 넘은 나이에 그런 긴장감이 싫어 맘편히 진출티켓을 따내지 못한 임선수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그의 팬이라면 그 엄청난 긴장감은 익숙해져야할 기본사양이라는 점을 밝히는 바이다.
홍진호 선수는 임요환 선수와 함께 스타리그 역사에 많은 기여를 한 선수이다.
이 둘의 역사는 라이벌로 시작되었고, 또한 라이벌로서 유지되어 왔다.
물론 앞으로도 그 둘의 관계는 라이벌로서 계속되겠지만, 분명 홍진호 선수는 중요한 고비때마다 임선수를 넘지못해 번번히 고배의 쓴잔을 맛본일이 더 많았다.
어느 순간부터 임요환 선수의 수많은 팬들은 그런 그들의 관계를 당연시하게 받아들였고, 임선수의 안티팬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선 차마 잡고 늘어질만한 작은 꼬투리조차 찾지못한채, 침묵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홍진호선수는 절대 거기에 만족할 선수가 아니였다.
임요환 선수의 팬들조차도 반할정도로 훌쩍 커버린 홍선수의 플레이는 어느덧 최강이라는 말이 점점 어울려져 가는 완숙의 단계로 향하고 있던 것이다.
그 사이 임선수는 몇번의 슬럼프 의혹을 받으며 자신을 단단히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홍진호 선수는 연거푸 임선수를 이기기 시작했고, 더이상 임요환의 드랍쉽을 두려워하지 않는 듯 했다.
마치 예상을 했다는 듯이, 드랍이 오는 곳엔 어김없이 럴커와 성큰이 굳건히 수비를 해냈고, 그런 그의 변화는 임선수뿐만이 아니라, 임선수의 팬들까지 당황케 했다.
진정한 라이벌...임요환, 홍진호...
바로 그 두 게이머가 오늘 단 한장의 티켓을 두고 혈전을 벌인 것이다.
이미 이재훈 선수와의 경기에서 감동을 준 임선수에게 홍진호선수까지 이겨주길 바라는 맘은 욕심일까..
이상하게도 금요일은 빨리왔고, 앞서 진행된 3게임은 생각보다 금방 끝이 났다.
드디어 홍진호 선수와 임요환 선수가 자리에 앉고, 마우스를 잡는 모습이 카메라에 비춰지고 게임은 시작되었다.
첫베슬을 잃은 임선수가 약간의 타이밍이 늦어지는 것을 감수해서라도 두번째 베슬을 기다린 것이 결국 현명한 선택으로 빛난 승부였다.
늦어진 타이밍동안 홍선수는 유닛생산보단 멀티에 치중했고, 어쩜 결코 임요환은 이길수 없는 경기스토리가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연이은 패배에 그저 그가 피곤하기 때문에, 너무나 많은 스케줄때문에 연습부족이라는 말로 그를 두둔하려 했던 많은 변명들은 결국 이번 경기에 대한 준비로 인한 것임을 여실히 보여줬다.
결국 꾹 참고 '갖춰진 조합'의 군대는 상대의 유닛들을 핏덩어리로 만들어버렸고, 앞마당은 처음 상태인 황무지 상태로 바꾼후, 본진의 몇몇기의 드론을 사살한후 듣기좋은(?) 메딕의 비명소리로 첫공격의 막은 내렸다.
그 사이에 멀티를 가져간 임요환은 약간은 늦은 감이 있지만, 자원수급에는 별 어려움이 없었고, 오래 전부터 눌러놓은 'W'키를 통해 마린들은 공격력 2단계 업그레이드, 즉 슈퍼 마린이 되기 직전의 상태로서 더이상 럴커나 뮤탈을 무서워하지 않는 유닛으로 거듭났다.
이미 업그레이드에서 앞서면서 승부는 벌어지기 시작했다.
멀티에 치중한 홍진호 선수는 유닛들이 모이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지만, 임요환 선수의 막강한 유닛들은 서로 산발되어 오히려 그의 시간을 빼았았다.
오랜만에 임요환 선수가 베슬 3기정도를 보유한 장면을 만끽하면서 그나마 희망을 가진 디파일러마저 이레이딧에 객사를 하는 순간 더이상 역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미 4강진출이 확정된 홍진호선수가 최고의 기량을 보이진 않았다하더라도, 그것이 승패를 변명하기엔 그저 궁색할 뿐이다.
홍진호 선수는 임요환 선수의 라이벌이다.
4강은 오히려 그들의 관계에선 별 가치를 갖지못하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오늘의 경기가 그의 스타일과는 틀렸다하더라도, 그것 역시 그가 연습하고 대 임요환전에 쓰려했던 '그의 전략'이란 것은 부정할수 없다.
그가 진 것은 그의 '실력'이 뒤져서가 아니라, 그의 '전략'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린 몰랐지만, 홍진호 역시 임요환 못지 않은 전략가다.
임요환 선수와의 결승전에서 보여줬던 전진 해쳐리 성큰 러쉬나, 조정현 선수의 전략을 조정현 선수에게 멋지게 리메이크 함으로서 승리를 따낸 트리플 해쳐리 전략 등등, 홍진호 선수는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 준비만을 하는 선수가 아닌 것이다.
오늘의 경기는 일주일내내 경기들로 스케줄이 가득차있던 임요환 선수가 홍진호선수와의 단판전을 얼만큼 준비하고 신경썼는지 알수 있었다.
그에게 다른 경기의 성적은 읍참마속의 기분으로 떼어낼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약간은 강도가 지나치긴 했어도 게임방송사에게 이런 문구를 날린 어떤 분의 글때귀를 본적이 있다.
'게임방송사들은 지나치게 스타크래프트 게임에만 치중하여, 관련방송프로그램을 늘리고 무리하게 진행시키다보니, 프로게이머들의 연습시간과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만한 환경을 빼았고 있다'
물론 이런 얌전한 표현은 아니였지만, 그 생각엔 동의할수밖에 없었다.
분명히 그렇다.
몇달만에 게임 방송사의 스타크래프트 관련 프로그램들이 늘었났고, 이로 인한 선수의 중복 참가는 게임의 질적인 면이나, 집중도면에서 현저한 저하를 만들어냈다.
선수들도 그 많은 경기들을 준비없이 승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였고, 그 중에서 중요도를 가늠하여 연습시간을 할애해야만 했다.
어쨌든, 우린 임요환 선수가 어떠한 경기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는지는 경기내용적인 면에서 다들 알수 있었을 거라 믿는다.
항상 그가 졌을때는 승패에 연연하지 말자란 말로 둘러대는 필자이지만, 오늘만큼은 그가 이긴것에 실컷 웃어보자..
결코 홍진호 선수가 졌기 때문이 아니라, 임요환 선수가 이겼다는 이유로 말이다...
요환의 팬 보라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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