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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5/24 15:20:01 |
Name |
카제미돌쇠 |
Subject |
[연재]게임속으로...(제 2 화) |
게임속으로...(제 2 화)
"당신은 나를 이길 수 없어요!"
"......."
"당신의 어떤 전략, 전술로도 나의 상대가 될 수 없어요! 왠지 아세요?"
"....."
"집중력이나 승리에 대한 집착! 그리고 컨트롤!! 저도 당신만큼 가지고 있습니다!!"
".....!!"
"나는..."
"....."
"게임 그 자체가 될 수 있거든요!"
"....!!!"
"그리고 전 실수 따윈 하지 않거든요!"
"...모르겠어요...왜 그런 말을 나한테 하는거죠?"
"그래요?"
그는 아무말 없이 조용히 웃으면서 사라져간다.
순간...난 잠에서 깨어났다.
흥건한 땀....
꿈속의 얼굴....내가 아는 누군가와 닮은...너무나 익숙한 외모....
"누구였지?"
떠오를 듯 떠오르지 않는 모습을 생각하려 애쓰다가, 창밖을 지나가는 차소리에 다시금 정신을 차린다.
새벽 4시 32분...
기분 탓일까?
전원이 꺼진 시커먼 빛의 모니터가 낯설어 보인다.
컴퓨터 전원을 누르면서 어제의 일을 생각한다.
경기가 끝나자 스타크래프트 관련 게시판엔 엄청난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온통 컨트롤에 대한 감탄사와 경기에 대한 감상 소감들로 관련 사이트가 다운 될 정도였다.
경기는 나의 승리였다.
아니...그의 승리라고 해야 하겠지...
8강 토너먼트 직행과 축하 메시지....
하지만....
마음속 답답함은 풀길이 없었다.
스타크래프트를 실행시키자 초기 화면이 뜨고 베틀넷이란 단어가 보인다.
습관처럼 아이콘을 클릭 하려던 나의 손이 멈춰진다.
"그는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
모니터만 뚫어지게 바라보던 나는 신경질 적으로 전원을 꺼버렸다.
그러고는 침대에 누워 애써 잠을 청한다.
잠결에 매니저 형의 전화를 받으면서 일어나보니 이미 낮이었다.
저녁에 있을 경기를 위해 마우스를 챙기고 밖에 나가 매니저 형의 차를 탄다.
경기장에 도착하자 이미 후배 게이머들이 먼저 도착해서 수다를 떨고 있었다.
"형~ 왔어?"
"....."
"근데 어제 경기말야~ 너무한거 아냐?"
진호가 먼저 나를 반겨준다.
"그러게 말야! 마린 컨트롤 그렇게 해버리면 우리 저그들은 뭘 먹고 살라구~ 넘 했어~ 혀엉~"
진남이도 거들면서 장난을 친다.
"그거 컨트롤 어떻게 한거야? 동영상으로 봤는데도 황당~...마린 한 마리씩 키 지정하고 뒤로 뺀거야?"
"10마린 이해가 가는데 15마리 였잖아~"
"그러고 보니...? 어 형...."
"어디가?"
"......"
"심각한 척 폼만 잡고 가네~"
........
지금은 어떤 말도 하기 싫다.
결국....
그 날 저녁 경기와 다음 날 경기는 모두 져버렸다.
무기력하게 패한것이다...
매니저 형의 걱정스런 말도 팬 카페에 올라온 격려의 글도 후배들의 목소리도...
다른 세상의 소리 처럼 들린다.
이런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슬럼프?
고민?
걱정?
뚜르르르르....
달칵!
"여보세요?"
"중국집이죠? 여기 자장면 한 그릇요~"
"ㅡㅡ;;"
"단무지도요~"
"목소리 깔아봤자 진호 너란거 알고있으니 그만해라~ 썰렁해~ !"
"음헤헤헤헤~ 췌! 뭐야...시시하게..."
"이런 시간에 어쩐 일야?..."
"흠...다른게 아니고 형 요새 무슨 일 있어?"
"...아니..."
"형 같지 않은 플레이로 내리 두게임이나 지고...! 몸이 안 좋은겨?"
"....."
진호가 날 걱정해주는 마음은 알겠지만....도저히 전화 받을 기분이 아니었다.
미안하다 말하고 끊을려고 하는데...
"형! 오늘 그 사이도니아란 아이디랑 또 붙었었다!"
"!!!"
"어쩐 일인지 프로토스가 아닌 테란을 고르더라고...잘난척 하는거라 생각하고 기분이 나빠져 작정하고 했는데...초반 마린 액션에 뒤
이어 날라 온 드랍쉽 두기에 GG쳐부렀다!"
"다..다른 말은 없었니?"
"다른 말? 아니~ 전혀...고마웠어요... 그러더니 나가던데..음...한 가지 이상한건..."
"??"
"며칠 전 형이 썼던 마린 컨트롤과 전투 방식이 너무나 흡사했어!... 형 그 리플레이 굉장했잖아! 나도 몇 번이나 봐서 자세히 알고
있었는데, 사이도니아란 그 사람이, 형이 한거처럼 똑같은 컨트롤을 보이길래, 난 형과 하는 줄 착각 했어!"
"...."
"알고보면 형이 사이도니아? 그런거 아냐??"
".....!!!!"
"하긴 그럴리가 없지. 형은 테란 외엔 젬병이잖어~ 사이도니안 원래 프로토스로 유명 했었으니..."
"....."
"몇 판 더하고 싶은데 그냥 나가버리더군...성질나게 말야...형?... 듣고 있어? 형!!."
수화기를 내리는 나의 손이 조금씩 떨려온다.
......난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그가 내 몸을 빌려 경기를 했던 날...
난 그가 지기를 바랬다.
아니 반드시 져야만 했다.
저건 내 경기야!!!!
지금 이 자리에서 게임을 해야 할 사람은 나란말야!!!!!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넋을 잃고 경기를 바라보고 있는 나를 느꼈다.
컨트롤...
나의 상상속에 머물러 있던 꿈의 컨트롤을...
그는 나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맵은 Avant-gardeⅡ
그는 11시였고 상대 저그는 7시...
그는 서플라이와 투배럭, 상대 저그는 7시 잇점을 이용해 앞마당 해처리를 지으면서 스포닝 풀을 지었다.
그는 초반 scv정찰을 정확하게 7시로 보낸 뒤, 마린 두기가 나오자 배럭 랠리포인트를 7시 입구로 찍으면서 보낸다.
저그 역시 오버로드 한 마리를 11시로 보내면서 성큰 없이 저글링을 뽑는다.
마린 두기가 앞마당으로 올라오자 상대 저그는 드론 3기로 상대해준다.
데미지를 받는 드론을 뒤로 빼는 동안 저글링 4기가 먼저 생산이 되었다.
저글링이 나오자 마린 두기는 한 기 한기 뒤로 빼면서 저글링 한 마리를 일점사 한다.
저그 역시 기민하게 반응 하면서(상처입은 저글링를 뒤로 빼면서...) 마린을 둘러싸기 위해 무브키로, 마린 뒤를 점하기 위해 움직이
다가 여의치 않아 자신의 본진쪽으로 뺀다. 뒤이어 저글링이 4기가 더 모여 8기가 되자, 마린은 언덕으로 내려가면서, 랠리 포인트로
모여있는 두기를 모아 뒤로 빠진다.
저그는 테란 진영으로 보내던 오버로드를 미끼삼아, 테란 본진으로 물러서던 마린 6기를 협공하기 위해, 발업안 된 저글링을 12기 가
량 모아 마린뒤를 쫓는다.
그는 마린 6기로 물러서다가 다가오는 오버로드를 보자 바로 일점사 한다.
이때 뒤따라 온 저글링이 마린을 공격하자, 마린 여섯기가 동시에 컨트롤 되며(뒤로 빠지면서...) 저글링을 공격한다.
저그 역시 노련한 마린 컨트롤에, 지속적인 데미지를 입자 저글링을 뒤로 빼게된다.
저글링이 물러나자 그는...마린을 자신의 입구로 이동시키고 홀드시킨다.
그는 아카데미를 지으면서 마린을 꾸준히 뽑고, 상대 저그는 앞마당 성큰 없이 발업 저글링을 대략 3부대 가량 뽑는다.
마린이 15기정도 모이자 메딕없이 그는 과감하게 진출을 시작한다.
상대 저그는 그런 마린을 둘러싸기 위해 1부대씩 따로 지정해 센터 근처에 숨겨둔다.
...아직 스팀팩도 없이 그리고 메딕의 보충도 없이(저글링이 상당수 뽑혀 있는데도...) 그는 과감하게 진출을 시도한것이다....
...난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그의 마린들을 보면서, 터무니 없는 그의 자신감을 느꼈다....
...그리고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그의 그런 자신감이 무너지길 바랬다....
...그렇길 원했다...
...하지만...
...그는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센터에서의 접전을 보여주었다....
마린 15기와 발업 저글링 3부대의 센터 접전...
당시에(당연한 일이지만...) 나의 눈에는 상대 저그 진영을 볼 수 없었다.
오로지 그의 마린컨트롤과 본진 단축키 클릭만을 볼 수 있었다.
그의 손은 아주 빠르고 정확 했다.
마치 기계처럼...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마린 15기가 센터로 내려가자(마린 시야밖의...) 검은 안개에서 저글링들이 세방향에서 쏟아져 나온다.
나 역시 컨트롤에는 언제나 자신이 있다.
하지만 저런 상황이면, 무조건 마린을 뒤로 빼야, 그나마 피해를 덜 입을 것이다.
그의 마린들이 동시에 스팀팩을 뿜는다.
그리고 착각처럼 나의 눈앞에 믿기지 않는 일이 생겨난다.
미끼처럼 마린 한 기가 달려드는 저글링에게 달려간다.
동시에 14기의 마린이 자신들 근처에 오는 저글링 5기를 순식간에 녹여버리고 뒤로 빠진다.
상대 저그역시 미끼로 던져진 마린 한 기를 잡고, 뒤로 빠지는 본대 마린들을 둘러싸기 시작한다.
그러자 모여있던 마린들은 순간....
...난 커진 눈으로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의 손놀림을 볼 수 없었다...
14기 모두가 따로 컨트롤 되 듯...엄청난 스피드로 뒤로 빠지면서 스팀팩 무빙샷을 한다.
저글링에 의해 약간이라도 데미지 받는 마린은 스팀팩과 동시에 따로 컨트롤 되면서 뒤로 빠진다.
마치 14기가 부챗살처럼 펼쳐지 듯, 움직이면서 밀려드는 저글링을 상대하는 것이다.
제대로 둘러싸기를 했다고 생각했던 상대 저그 유저가 순간 당황해한다.
쫓아가던 저글링들의 형상이 되려 마린에게 둘러싸인 형태로 잡혀버린다.
순식간에 저글링들이 단 3마리만 남고 전멸한것이다.
열변을 토하던 캐스터도 해설자도 그 순간 만큼은 아무 말도 못했다.
신기에 가까운 컨틀롤에 순간 넋을 잃은 것이다.
잠시 후....
메가웹은 순식간에 탄성과 비명의 도가니가 된다.
마린 14기가 그대로 저그 본진을 향해 달린다.
상대 저그는 당황해 하면서 앞마당 입구에 성큰을 짓기 시작한다.
동시에 일하던 드론들과 생산된 저글링 4기를 모두 좁은 입구로 보내 막는다.
하지만 뒤이어 달려온 메딕2기와 파이어뱃 두기의 보충으로 결국 입구가 뚫리자...
상대 저그는 GG를 치고만다.
내가 늘 꿈꾸는 그 컨트롤...
난 그가 크게 기뻐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내가 자신에게 이런 기쁨을 줘서, 너무나 고맙다고 수 십번이나 넘게 말을 했다.
그는 내 몸에서 다시 모니터로 들어간 뒤에도 끝없이 고맙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난 그가 그럴 수 록 더욱 가라앉는 기분을 느꼈다...
...정말 지독한 기분 나쁨을 느꼈다...
...뭔가 빼앗겨 버린 기분을...
...난 그를 시기 하는것일까??...
난 조용히 내 손바닥을 바라봤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러 버린다.
그 날 경기 이후로는 한 번도 그를 만나지 않았다.
베틀넷....
내가 꿈을 키워온 내 마음의 안식처와도 같은 그곳을...
단지 그가 있다는 이유로 들어갈 생각도 하지 않은 것이다.
"젠장...나란 놈이 이렇게나 무기력한 놈이였나?"
내 자신에게 이렇게 실망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보낸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닌것인데...
생각과는 다르게 아직은 그를 보기가 싫었다.
그만 생각하면 꺼림칙한 기분에...
"제길...."
하지만...
이런 기분에 빠져있어도...
내 앞에는 불꺼진 모니터와 늘...앉아있는 곳은 컴퓨터 앞인 것이다.
난 기분을 추스리면서 파워를 키고 싱글모드로 들어갔다.
너무나 오랜만인 싱글모드....
스타크래프트를 맨 처음으로 즐기던 그 때가 잠시 생각이난다.
...이런 기분도 오랜만이구나...
맵은 로템에 습관적으로 난 테란을 고른다.
그리고 컴퓨터는 랜덤을 골라준다.
게임이 시작되고 12시라 기분좋게 일꾼을 갈라서 미네랄에 붙이자 다시금 손끝이 짜릿해져 옴을 느낀다.
"역시 나란 놈은..."
피식...
웃음이 나온다.
이때...
여유있게 SCV 한 기로 서플라이를 짓고 있던 내 입구로 상대 컴퓨터의 SCV가 들어온다.
"정찰인가??? 요새 컴퓨터 많이 똑똑해졌네! 정찰도 보내고...하긴...요즘 세상에 이런 AI정도는 일도 아니겠...!!!"
거기까지 생각하던 나의 등줄기가 갑자기 서늘해졌다.
그리고....
내 눈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메시지가 날라온다.
Cydonia: hi~~
컴퓨터가 아닌....
베틀넷도 아닌 싱글 모드에...
사이도니아!
그가 난입해 들어온것이다!
제 2 화 끝~
*** 지난 1월 쯤에 1화를 올리고 다시 2화를 쓰던중에 PGR21의 문이 닫히는 바람에...
다시 조금 보충해서 쓴 뒤에 이제서야 2화를 올리네요.
*** 1화를 기억하실분이 몇 분이나 있으실려나...요? ^^;;;
*** 흥미위주로 쓰는 글이라 재밌게만 읽어 주세요. ^^
*** MMORPG 류의 게임을 하다가 여자를 만났는데....
벌써 두달이 넘었네요. 만남 자체가 아슬아슬 위태위태하지만...현실보다 더 애틋?해 지는거 보면...
(조만간에 만날거라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과 같은 모습이기를... ㅇㅇ )
*** 그럼 모두 화이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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