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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3/05/24 13:33:39 |
Name |
밍보라 |
Subject |
보라인간이 본 임요환 vs 장진수 |
정말 아쉬운 경기였다.
솔직히 아쉽다는 표현보단 마치 이름모를 테란 유저의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이였다.
그래선지 이번 경기는 그저 시청자에 불과한 필자까지 자존심이 많이 상한 경기였다.
개스 멀티를 가져가지 않은 장진수 선수를 상대로 입구를 완전히 봉쇄한 임요환 선수는 흔히 말하는 살림살이를 시작하여 좁은 입구를 지키고 있던 성큰과 해쳐리를 파괴하는데 성공한다.
그런 상황에서 적은 병력으로 임선수의 빈집을 노린 장진수 선수는 엄청난 양의 저글링을 희생시켜 벌겋게 달아버린 에너지의 럴커 몇기가 본진에 입성, 날카로운 가시공격을 시작한다.
이번 경기의 진정한 시작이랄까..
너무 압도적인 초중반의 상황에서 조금은 서로간의 균형을 맞춘듯한 맞불작전은 예상키 힘든 상황으로 전개되었다.
무엇보다 뻔히 럴커가 공격을 하고 있음에도 SCV를 빼지 않고 그들이 터져 가루가 될 때까지 일을 시킨 것은 임선수가 분명 의도적으로 맞엘리전을 진행시켰다 할수 있다.
평범한 진행이였다면 분명 SCV는 대피시키고, 적당량의 병력들을 빼서 본진의 방어를 위해 희생시켰을 그가, 베슬보다도 애지중지하는 일꾼들의 죽음을 방관(?)하면서까지 맞엘리전을 진행시킨 이유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것은 임요환 선수가 12시 쪽 장진수 선수의 또다른 멀티를 몰랐던 것이다.
한창 장진수 선수의 럴커들의 공격이 신랄하게 퍼부어지고, 임선수의 본진은 아주 오랜만에(?) 불타오를때, 임선수의 마린들은 섣불리 럴커들에게 달려들어 장진수 선수의 일점사로 인해 대량 학살 당하는 수모를 겪고 만다.
마린 1기로 럴커의 가시공격을 피해 보란듯이 럴커를 한줌의 핏덩어리로 만들던 신의 마린들은 오늘 경기엔 참가하지 않았다.
또한 12시 지역의 멀티를 늦게 파악한 임선수는 부랴부랴 본진 건물들을 옮기려 했지만, 이미 승패를 쥐고 있던 가장 중요한 건물 싸이언스 퍼실리티는 빨간 게이지를 나타냈고 곧이어 폭발해버렸다.
여기에 가장 큰 의문이 생긴다.
빈집털이 공격이 들어왔을 때, 임선수는 건물들을 띄우며 분명 싸이언스 퍼실리티까지 같이 띄웠었다.
그런데 다시 랜드를 시켜 럴커들의 공격을 받은 이유가 뭘까..
시간을 끌 목적이였다면 차라리 배럭을 내리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한 컨트롤 실수였을까..
그 어떤 프로게이머보다도 맞엘리전의 승률이 높은 임요환이 그런 최대 위기상황에서 중요건물의 컨트롤을 실수해서 'L'키를 눌렀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얘기다.
하지만, 임요환 선수는 분명 실수를 했다.
그것이 키조작이였든, 아님 상황판단의 착오였든, 임선수는 건물 하나 차이로 경기를 놓치고 말았다.
어렵게 베슬을 생산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심지어 탱크가 시즈된 상태였다해도, 당시 상황은 그리 임선수에게 밝다고만은 할수 없는 상황이였다.
마린들은 객사하고, 탱크들은 과자처럼 부서지고 난 후, 정말 보기드문 임선수의 대저그전에서의 'GG'를 보게 된다.
경기가 끝난 후, 임요환 선수의 표정은 자신을 비웃기나 한듯 쓴웃음을 입가에 지으며 오늘 패배를 감내하는 듯 했다.
그의 팬으로서 그의 패배는 한없이 아쉽고 원망스럽지만 - 그래서 어떻게든 그가 잘했다는 얘길 해주고 싶지만, 오늘 플레이는 그동안 우리가 지켜봤던 임요환의 플레이가 아니였다.
물론 언제나 이기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지는 경기라도 '임요환답게' 졌음 하는 바램인 것이다.
조금씩 세상사에 바빠지는 요즘, 점점 임선수의 기록들은 그저 회상거리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모습에 조금은 화도나고, 현재까지 누구도 따라올수 없는 그의 영역에 대해 쉽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라도 임요환 선수는 당당하게 자신의 능력을 각인시켜줄거란 믿음에 조금은 금이 가는 경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임선수의 카페는 오늘 경기를 두고 그에 대한 질책과 두둔으로 또한번 열병을 치뤘고, 팬들간의 감상에도 여러가지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어찌됐든, 그가 방만한 게임을 했든, 안일한 게임을 했든 난 관심없다.
내가 오직 관심이 있는 건, 너무 허무하게 죽어간 마린들과 SCV들, 그리고 승패를 좌우할 중요건물과 맞엘리전에서의 철저한 정찰이 보이지 않았던 오늘 경기의 내용이 임요환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플레이 한 것이 아니냐는 어처구니 없는 의혹을 제기할만큼 이해가 가지 않는 몇몇 부분에 있다.
사실 그가 안일한 게임을 했든 어쩌든 그게 뚜렷한 비난의 대상이 된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것은 베르트랑 선수가 핵한번 쏠려고 굳이굳이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들여가며 겨우 SCV 한기를 사살하기 위해 핵투하에 성공한 사례로도 알수 있듯이, 방만과 안일은 갖다붙이면 누구든지 비난의 대상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그런 글때귀를 갈겨쓴 작자까지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적어도 오늘 그가 몇몇 팬들에게 질책을 받았을지언정, 다음주엔 또다른 역사를 만들어낼 영원한 맞수 홍진호 선수와의 외나무 경기가 벌어질 예정이니 어떻게 보면, 다음주 경기를 통해 우리들은 또한번 감동의 눈물과 그의 이름을 한없이 부르짖으며 환호성을 지를 거사(?)를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오늘 그의 플레이에 대한 의구심들은 아주 쉽게 해소가 될텐데 말이다...
혹시 그가 그것을 노리고(?) 일부로 싸이언스 퍼실리티를 내려놓으건 아닐런지 하는 의문을 맘속에 묻히고 다음주를 기다려본다.
요환의 팬 보라인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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