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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3/05/19 06:00:23
Name 오성철
Subject 아래 임요환 논쟁들에 부쳐..
아래 임요환 논쟁들에 부쳐..


  우선 제 소개부터 간략하게 해야겠습니다. 대학졸업 후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평범한 30

살의 대한민국 남자입니다. 이 피지알을 알게 된 지도 오래되었지만 글을 쓴 것도 회원분

들과 친분을 많이 다진 것도 아니고 조용히 글들을 읽으며 다른 분들의 의견도 보고 즐거

워 하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원래 글재주가 없는 편이기도

하거니와 남 앞에 나서서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도 아니고 해서 글

을 올린다는 것이 엄두가 잘 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여기 피지알은 왜 그리도 글을 잘 쓰시

는 분이 많던지요 ^^. 사실 글을 전혀 안올렸던 것은 아니고 한 편 올리긴 했지만 그것도

제 글이 아닌, 예전에 게임큐에서 갈무리를 해 뒀던 석현님의 '임요환 분석'이라는 장문의

글이었습니다.(개인적으로 임요환 선수의 골수팬입니다.) 오랜만에 하드에서 잠자고 있

던 글을 다시 읽다가 여러 회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만

큼 통찰력이 돋보이는 분석이라는 생각도 들었구요.



  사설이 길었는데요 제가 처음으로 이렇게 직접 글을 쓰고자 용기를 낸 것은 아래에 여러

분들의 논쟁글들을 읽다가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저의 의견을 피력함으로써 서로

의 입장을 조금씩만 더 이해시켰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램에서입니다. 물빛노을님과 다

른 여러분들의 댓글 여러번 잘 읽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 두 의견(사실 조금씩 틀린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편의상 두 의견이라고 하겠습니다.)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일

단 물빛노을님의 의견과 기타 다른 분들의 의견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물빛노을님은 만달라님이 쓰신 '최근테란들의 플레이는 대부분 임요

환식 테란이죠...'라는 이 말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셨는데요, 이 점은 저도 십분 이해합

니다. 다만 그 표현을 하실 때 다소 공격적인 면이 보여서 감정적인 논쟁으로 흐르게 된 점

은 좀 안타깝다는 생각입니다. 제가 군대를 갔다온 후 복학한 후에(사실 졸업한지는 얼마

안되었습니다만) '과학사 개론'이라는 과목을 수강했던 적이 있습니다. 전공은 영문학이

었지만 사실 전공보다도 이공계쪽 특히 수학이나 과학쪽에 더 관심이 많아서 교양과목으

로 신청했었더랬습니다. 뭐 학점은 잘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 개인적으로는 지적호기심

을 채울 수 있어서 무척 만족스러운 강좌였습니다. 당시 대학원 박사과정에 계시던 분이

강사를 맡으셨는데, 그 분이 뉴턴에 관해서 했던 말씀이 아직도 인상깊게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위인전을 통해 알고 있는 얘기들, 즉 뉴턴이 어릴 적 사과가 나무에서 떨어지

는 것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혹은 실마리를 얻었다는 얘기들은 상당히 위험

한 것이라는 요지의 말씀이셨습니다. 왜 그런고 하니 그런 일화들은 그 이전 시대의 학자

들의 노력을 무(無)로 만들 위험성을 다분히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죠. 사실 나이가 들어

생각하게 된 것인데 위인전은 그 인물을 포장하고 미화하는 속성이 있기 마련이어서, 아

직 가치관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들에게는 위험한 요소가 다분히 있는 것이 사실

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든 지금 위인전(특히 아동용이 더 그렇죠)을 읽으면 상당

한 위화감이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얘기가 조금 옆으로 샜는데 여기서 제가 말씀드리

고 싶은 것은 물빛노을님이 지적하셨던 것처럼 모든 테란의 플레이들이 임요환식의 플레

이라는 말은 조금 위험한 발언이 아니었냐 하는 것입니다. 사실 브루드워가 출시된 후 테

란은 디텍팅 유닛이 있어야만 하는 타 종족의 유닛들, 특히 럴커나 다크템플러 같은 유닛

에게 엄청나게 죽어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출시 초기에는 아직 전략에 대한 이

론이 제대로 발달되어 있지도 않았고 테란의 특성상 초반에 디텍팅 유닛의 확보가 쉬운 것

도 아니었구요. 그리고 이렇게 테란이 수모를 당하던 시절에 많은 테란유저들의 각고의 노

력으로 그 대처방안이 조금씩 강구되었는데, 이것은 물론 그 당시 테란 유저들의 공으로

돌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 프로토스전 메카닉의 정립도 김창선, 이기석, 김

대건, 김대기 등의 여러 고수들의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조금씩 정립된 것도 부인할 수 없

습니다. 뉴턴이 했다고 하는 말이 있죠. '내가 남들보다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그것은 거인

의 어깨 위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그가 정립한 이론들이 얼마나 선대의 노력에

힘입었는지를 잘 나타내주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뉴턴 개인의 천재성이 가미되었

기에 그러리라고 짐작해 봅니다.(수업 당시 그 강사분께서 '지금 수업 끝난 후 도서관에

서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한 번 훑어만 보라는 말에 서점에서 번역본으로 읽었는데도 상

당히 어려운 내용이라 엄두가 잘 안나던 기억이 있습니다. 다음 수업시간에 그 강사분이

하시던 말씀이 여러분 정도의 현대 고등학교 수학과정을 마친 사람들도 이해하기가 만만

치 않지 않느냐는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 .)



  본의 아니게 말이 길어졌는데요, 어쨌든 테란의 그 많은 전략의 큰 틀은 임요환 선수 개

인의 공이 아님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른 수많은 선대 선수들의 피와 땀의 결정체입니다.

그들 모두의 노력으로 제대로 평가되어야 됨이 마땅합니다. 이 점 물빛노을님의 말에 십

분 동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른 분들의 의견처럼 임요환 선수의 업적은 높

이 평가받아 마땅하다는 점 또한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제가 임요환 선수에게 주목하고 높

이 평가하는 것은, 그 이전의 선수들이 이룩해 놓은 전략의 큰 틀 위에서 전술들을 세련되

게 또 새롭게 가다듬고 응용해서 실전에서 보여준 놀라운 '적용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예

전에 석현님의 글에서 읽었던 부분이 생각납니다. 임요환 선수는 수많은 연습을 통해 테란

의 가능한 모든 빌드를 다양하게 몸에 익혀서 그것을 구사하는데, 수많은 위험요소(한 십

초만 타이밍을 놓쳐도 경기를 그르칠 수 있는)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적용해서 꽉 짜여

진 스토리를 통해 승리를 이끌어 낸다는 요지의 말이었는데 훌륭한 분석이라는 생각이 들

었습니다. 즉, 제가 임요환 선수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복잡하고도 심오한 전술구사(물

론 심리전도 포함해서)를 통해서 승리를 따낼 수 있다는 것을 실전에서 몸소 보여주었다

는 점입니다. 아무리 좋은 전략 전술이라 할지라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궁극적인 지상

과제가 이기기 위한 것임에야, 수많은 실전검증을 통해 승리를 따내기가 힘들다고 판명되

면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겠죠. 이것은 임요환 선수 개인의 능력(타고난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 즉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유연한 사고, 화려한 컨트롤 능력 등에 힘입

은 바가 크다는 것입니다.



  댓글을 다신 많은 분들의 의견을 하나씩 읽어 보면 다들 제가 하고 있는 생각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쟁점을 논하는 과정에서 약간씩 감정적으로 흐르면서, 임요

환 선수 이전 혹은 당대 많은 다른 게이머들의 공은 별개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점이 임요

환 선수의 탁월한 업적에 뒤섞여 논지가 흐려진 감이 있습니다. 사실 인터넷은 아시다시

피 그 특성상 오해의 소지가 많은 공간입니다. 서로 직접 얼굴을 맞대고 얘기하지 않음으

로 인해서 어휘 선택 하나, 미묘한 글의 뉘앙스 하나에 서로 상처를 입고 입히기도 하는 공

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이럴 수록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으로 글을 이해하

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글쓴이의 마음으로 글을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

이 있을 때 상대방의 실수는 감싸 안을 수 있는 마음은 저절로 우러나오지 않을까요.



  사실 바둑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바둑과의 비교를 통해 글을 쓰고 싶었지만, 능력도 일

천하고 새벽에 황급히 글을 쓰느라 정리가 안되어서 그것은 다음으로 기약해야 하겠습니

다. 미천한 글 읽어주신 분들께는 감사하다는 말을 드립니다. 이 글이 또 다른 논쟁을 낳

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있습니다만, 발전적인 토론이나 논쟁이라면 그것도 의미가 있

을 것 같아 용기를 내서 글을 남깁니다. 피지알 들르시는 모든 분들께 좋은 일이 생기길 바

라겠습니다.  꾸우벅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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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hlonXP™
03/05/19 06:30
수정 아이콘
그래도 요환선수 논쟁이 좀 많이 일어난다는건 요환선수가 요즘 한창 잘나간다는 반증이겠지요.
03/05/19 07:04
수정 아이콘
글 잘봤습니다. ^_^ 모두들 잔뜩 서있는 날을 좀 무디게 하셨으면 하네요.
물빛노을
03/05/19 09:30
수정 아이콘
글 잘쓰시는데요 뭘+_+ 피지알 이외의 게시판들에서 임테란 팬들에게 너무나도 시달렸는데 피지알에서조차!라는 생각에 이성을 잃었던 게 일이 너무 커진 것 같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03/05/19 10:18
수정 아이콘
이곳 이외에서도 님의 공격적인 리플에 맘 상해하는 많은 사람들 보았습니다 물빛노을님. 이제 논쟁 다 정리된 마당에 그런 리플 다시니 좀 유감입니다.
03/05/19 10:23
수정 아이콘
antilaw님.....이번에 물빛노을님의 댓글은 아무런 문제가 없어보이는데요........머 '임테란 팬들에게'라는 말때문에 그러신다면 그저 그려려니 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것 같아요 ^^;;;
만달라
03/05/19 10:24
수정 아이콘
좋으신 말씀이십니다. 저와 생각이 같으시군요... 아래 임요환선수에 관한 논쟁의 씨앗이 바로 저랍니다^^ 다만 제 생각과는 별개로 몇몇 소수의 분들의 저에 대한 속단과 독단으로 많은 사람들이 피곤했었던거구요

제가 그런 논쟁이 일었음에도 그 문제되는 부분을 수정하지 않았던것은 그 단어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게 저의 확고한생각 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테란의 문화를 만들다' 라는 말도 엄재경해설위원께서 먼저 언급하셨었죠(파나소닉배 조추첨식때였죠 아마?) 당시엔 엄재경해설위원이 다른테란게이머들을 무시해서 그런 발언을 한게 아니란걸 알기에 별 탈이 없었습니다. 저 역시 그분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하기에 제가 썼던 글에 참조를 했었던 거구요...

몇몇분들의 속단으로 많은 부분이 흐려지고 왜곡돼어졌었지만,
저는 임요환선수가 그제껏 존재하던 각각의 테란들을 흡수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뒤 '하나의 형태'로 융화 내지는 통일을 시켰다고 봅니다.(절대로 다른 테란게이머를 마음속으로도 무시한적이 없었는데 몇몇분들은 마음대로 속단하고 단정을 지으시더군요, 유감이었습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현재의 완성형테란인 이윤열선수가 나올수 있었던것 것이기도 하구요^^ 제 눈엔 그런 테란의 흐름과 변화가 당시 5세기 동북아시아의 정세와 상당부분 맞아떨어진다는것을 발견, 글로써 꾸며봤었던 겁니다. 다만 아쉬웠던것은 역시나 온라인상인지라 몇몇분들께 제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왜곡돼게 보였다는게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서 다음부턴 그런 사소한문제도 없도록 좀더 완벽한 글을 쓰고자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마지막으로 어쨋거나 '임요환선수의 영향력' 은 분명 게임계내부에 커다랗게 내재되어 있으며 그것을 어떤이가 부정하든 긍정하든간에 세상엔 별 영향을 못끼치는 필부에 불과하다는 것이지요>_<
저는 앞으로도 우주의 미물이지만 아름다운존재 지렁이처럼 살고자 합니다. 되도록이면 다른분들도 기왕이면 '썩은고래'보단 지렁이같은 존재가 되시길 바랍니다. 이상 만달라였슴돠~! -- -- __ __
03/05/19 10:38
수정 아이콘
흠... 만달라님도 이만 공격적 자세를 조금 접으셨으면 어떨까 싶네요.

적당량의 귀차니즘은 만인을 이롭게 한다.
아주 명언입니다^^~!

한가지 상황에 대해 한가지 판단 만이 나올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여러가지 판단이 있을 수 있고, 특히 그 부분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 입증할 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리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PgR은 그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이구요.

꼭 이거다 라고만 하시지 마시고, '난 이렇게 생각하는데, 뭐 그 것도 나쁘지 않다'라고 용인해주는 것은 어떨까요?
이건 물빛 님한테도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03/05/19 10:43
수정 아이콘
자자 이제 그만 하구.......오늘은 빅게임이 없나요? 역시 게임 예상이 젤루 잼있는 것 같은데요....
03/05/19 10:45
수정 아이콘
내일부터 시리즈로 빅게임이 펼쳐지겠지요^^
만달라
03/05/19 10:46
수정 아이콘
공격적 자세라... 그렇게 보이나보군요? -..- 사실 요즘엔 별로 그런것에 신경쓰지 않는편이라서... 처음 글을쓸때엔 누군가는 반대하는 입장을 보일것이라는 정도의 예상은 했었지만 그것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피곤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 화가났었던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이상이 없답니다^^ 다음글을 쓰기위해 충전중이죠~
03/05/19 10:46
수정 아이콘
끝으로 만달라님 앞의 글은 저도 재밌게 봤습니다.
그런 비유도 나쁘지 않고, 충분히 납득히 갈만할 글이였다고 생각하빈다.

다만 그 지렁이 뭐시기 하는 글은 왠지 가시가 돋힌 글 같아 보이는 군요.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는 글은 이만 하셨으면 어떨까 싶네요.

ps.왠지 제말이 가시 돋혀 보이죠^^?
가시 맞습니다. 맞고요. 제발 좀 그만 합시다^^;;
에이취알
03/05/19 11:39
수정 아이콘
잘못된 한문장은 글의 취지를 읽는데 다소 어려움을 주긴해요..
경험상 말입니다 핫핫^^;;
나현수
03/05/19 11:45
수정 아이콘
음...^^ 글에 정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제생각에도 그렇고. 아마 누구나 그런생각을 하지 않을까 하네요..^^ 개인적으로 전대 사람들이냐 아니면 임요환선수냐 어떤사람이 더 중요한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를 뿐이죠.. 그건 개인의 취향이니 간섭할 문제가 아니구요..^^
항즐이
03/05/19 12:12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는 오성철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운영자로서는 이 이야기가 그만 나왔으면 하네요 ^^ (_ _)
03/05/19 15:16
수정 아이콘
좋은글이네요....그리고, 서로 좀더 이해의 폭을 넓여보시죠....
03/05/19 17:56
수정 아이콘
멋진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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