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나는 그를 보면서 그가 바둑계의 서봉수같다고 생각했다.
(글에 한번 그렇게 쓴적도 있다.)
그가 게임계에서 처음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아마 프리챌배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프리챌배에서도 조용히 한계단씩 밟아나갔다.
기욤패트리 선수가 하나로배 첫 경기부터 옵티컬 플레어를 보여준 것과는 달리,
임요환 선수가 파죽의 7연승을 달렸던 것과는 달리,
그는 대회 내내 그리 돋보이지 않았다.
24강전 때 가장 돋보였던 것은 최인규, 박효민, 그리고 양 신(신성철 신우진) 선수였다.
16강전 때 돋보였던 건 김동준 선수였고
김완철 선수가 기욤패트리 선수를 꺾었던 것이 화제가 되었다.
김동수...D조 2위, 2승 1패라는 성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
그리 큰 화제는 아니었다.
8강, 4강, 결승...
결승전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봉준구 선수의 우세를 점쳤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서봉수 9단이 처음으로 바둑계를 경악시켰던 것은
72년, 2단 시절 당시 최강자였던 조남철 9단(당시 8단)을 누르고
명인에 오르면서였다. 단의 권위가 살아있던 시기였다.
김인, 윤기현, 강철민(며칠전 돌아가셨죠...명복을), 하찬석, 정창현, 김희중 등이 이뤄낸
70년대 초의 춘추전국시대에서 그는 예상치 못했던 별이었다.
가림토는 정상에 올랐지만,
아쉽게도 프리챌배는 네이트배와 더불어 온게임넷 스타리그 중
가장 인기없는(재미없는 대회라는 말에는 반대다.) 리그 중 하나였다.
왕중왕전에서 2승 3패, 4위라는 성적으로 물러난 그...
그리고 당시 겜큐대회에서 이름을 날리던 임성춘 선수가 있었다.
겜큐대회의 권위는 당시 온게임넷과 맞먹었고, 더 높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한빛배, 코크배...테란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임요환이라는 거물이 나타나더니, 코크배 때 테란은 '강자'가 되어 있었다.
1.08과 함께 프로토스의 암울기가 찾아온 초반, 그의 이름은 없었다.
프로토스의 자존심하면 '임성춘''한방러쉬'를 먼저 꼽았다.
김동수는 그 다음, 아니면 기욤 다음으로 세번째였다.
그는...스카이배 때 마침내 돌아온다.
하지만 스카이배에서 그의 우승가능성을 대회 초반 점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김동수 선수보다는 기욤패트리 선수에, 새로운 별 박정석 선수에 관심이 모아졌다.
나는 당시 16강 D조에서 김정민 선수와 김신덕 선수가 올라갈 것이라고 한 예상글도 보았었다...
그러나, 그런 것은 네오 버티고에서 역사상 길이 남을 어택땅 프로토스로 깨지고 만다...
1개월간 준비했다는 어택땅 프로토스...
이 한판으로 게임팬들은 다시금 가림토가 살아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8강 마지막 경기 김대건 선수와의 경기에서 그는 또한번 경악의
상대방 앞마당 로보틱스 전술을 선보였다.
지난대회, 플토가 4강에 없었던 아픔을 딛고,
그는 다시 플토의 부활을 알렸다.
준결승...홍진호 선수를 넘었다.
결승...상대는 온게임넷 3연패를 노리는 황제.
많은 전문가들은 황제의 우세를 점쳤다.
4차전 크림슨 아일즈에서 그것은 맞는 듯 했다.
5차전 인큐버스에서 가로 방향과 탄식이 나왔을 때, 그것은 맞는 듯 했다.
그러나, 김동수는 부활했다.
김동수, 그는 이제 플토의 자존심, 프라이드였다.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 프로토스의 자존심...그것이 바로 가림토였다.
서봉수는 조훈현에게 밀리는 듯 밀리는 듯 했지만, 끝내는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조훈현의 통일에 대한 집념은 무서웠다.
김인, 정창현, 김희중의 성을 무너뜨린 조훈현은
80년, 서봉수의 최후의 보루, 명인에 도전한다.
그리고...마침내 서봉수는 패배한다.
사람들은 서봉수의 재기를 힘들다고 보았고, 바둑황제의 통일왕국의 장기화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통일왕국은 6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그 통일왕국을 깬 것은, 다름아닌 재기가 힘들다고 보았던 서봉수였다.
그리고, 그 전략은 마치 애들 장난과도 같았던
"흉내바둑"이었다...
독재타도가 물거품으로 돌아간 80년...
사람들에게 서봉수의 공격은 마치 독재타도의 대리만족과도 같았다.
서봉수는 3대 4까지 타이틀수를 늘리며 양강체제를 열어갔다.
가림토는 왕중왕전에 진출했지만, 조정현 선수에게 2패한 것이 원인이 되어
3승 2패, 재경기 1승 1패로 3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뒤로 성적은 점점 하향세를 그리기 시작했다.
학수고대, 첫 진출한 kpga는 리그 최하위로 끝냈으며,
박정석 선수와의 랜덤전 논란으로 상당히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네이트배, 스카이배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택땅 프로토스는 이운재 선수의 각개격파에 막혔으며
앞마당 로보틱스는 베르트랑 선수의 대나무에 무위로 돌아갔다.
몰래 건물 짓기는 장진남 선수에게 너무나 쉽게 간파당했다.
모두들 그가 너무 많은 것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걱정했다.
스카2 배에서 박정석 선수가 승리하면서
플토의 희망도 "가림토"보다는 "리치"를 꼽기 시작했다.
"가림토"보다 이재훈 선수, 전태규 선수, 강민 선수 등을 주목했다.
서봉수는 끝내 조훈현의 벽을 넘지 못한다.
근근히 타이틀을 지켜오던 그는 더 큰 벽, 이창호를 만난다.
너무나 무기력하게 서봉수에 무너졌으며,
1992년 그는 무관이 된다.
서봉수는 4인방 중에서 가장 해볼만한 상대로 생각되기 시작했으며
실제로도 이름도 듣도보도 못한 신출내기들에게 적지않게 패했다.
가림토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한다고 했을때,
그에 대해 기대를 건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스타리그 5연패 중이었고,
많은 경기에서 너무 뻔히 보이는 도박을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임요환 선수와의 경기에서 스카웃+아비터를 보여주며
비록 패했지만 그는 다시 한번 "가림토"를 각인시킨다.
그리고 게임팬들은 깨닫는다. 지금이 바로 온게임넷 제3시즌이고
지금까지 두번의 제3시즌 우승자가 누구였는지를...
이운재 선수에 승리하면서 아이러니컬하게도
프로토스의 희망은 다시 "리치"에서 "가림토"로 넘어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나는 수많은 글을 보면서 느꼈다.
그는 프로게임계가 지속되는 한 프로토스의 자존심이라는 걸...
그리고, 그가 떠나야 한다는 것에 가슴이 아프다...
서봉수가 잊혀졌다고 느껴질 때쯤,
그는 뭔가 일을 터뜨렸다.
바둑평론가 이광구는 서봉수에게 '3년 주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 1983년에 조훈현의 전관왕을 무너뜨렸으며,
1986년 최고 명예의 타이틀 국수에 올랐다.
1990년 또 하나의 장벽 이창호를 동양증권배에서 누르고 국제기전을 차지했으며,
1993년 당시 세계최고기전, 바둑올림픽 잉창치배를 차지했다.
1996년, 그가 정말 잊혀졌다고 생각되던 그 때,
그는 진로배 연승전에서
일본 고수 네명, 중국 고수 다섯명을 연파하며 초유의 9연승을 기록했다.
사람들은 그때 다시 서봉수의 3년 주기를 기억했다...
서봉수는 조훈현의 제국과 수없이 싸웠지만, 결국 능가하지는 못했다.
지금 그는 정상에서 많이 물러선 모습이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그의 스타일은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그는 가끔은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며 엄살을 피우다가도
가끔은 아주 자신감을 내비치며 독한 승부사가 된다.
서봉수는 조훈현을 통해 실력이 늘었지만
조훈현은 서봉수를 통해 승부가 늘었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가림토는 임요환의 제국과 수없이 싸웠고, 큰 승리를 거두기도 했지만, '최고 일인자'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프로토스는 많이 약하고, 불안 요소가 많은 편이다.
그러나 가림토의 아이디는 게임계에 영원히 남을 것이다.
그는 프로토스 선수 중에서는 자신보다 훌륭한 선수가 너무나 많다고 말하지만
가끔은 자신감을 내비치며 누구보다 강한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준다.
12월, 'Once Again'의 달이다.
모두들 지나간 11개월을 아쉬워하며 무언가 아주 놀라운 일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기적, 산타클로스, 그리고 다가올 내년...
많은 프로토스 유저들, 아니 프로토스 유저들뿐만 아니라
많은 게임팬들이 이번 파나소닉 리그, 2002년의 제3시즌에서
'Once Again'을 외칠 것이다.
그것은 비단 '김동수 선수의 1승, 진출, 우승'이라는 물질로만 설명할 수 있는
말로 설명하기 힘든 희망, 희망일 테니까...
그는 여러번 잊혀지려 했고 무너지는 듯 했지만 무너지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내가 글로 쓴 것으로도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가림토의 존재가 클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가림토는 "프로토스의 자존심"이 아니라, "프로토스"일지도 모르겠다...
Once Again...Dreams★Come True...
-비쥬의 캐롤 앨범에서 'Once Again'을 들으며...^^*
'Once Again'은 지금 저와 그녀와도 너무 맞는것 같네요...
그녀의 겨울 콘서트, 'Once Again'을 그녀의 라이브로 'Once Again' 들을 수 있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