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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1/14 23:15:18
Name 요정테란마린
Subject 항일 투쟁기 당시의 친일문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항일 투쟁기 혹은 일제강점기 라고도 하죠.
  또한 우리가 책속에서 알고있던 많은 아니 대부분의 유명문인들도 친일행위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물론 북한쪽이야 그런걸 많이 없앴다고 하지만
  그런 것들이 빠져나간 것을 악용해 우상주의적인 교육이 들어와버렸고..
  그렇다면 본 이야기로 돌아와 여러분들은 이런문인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pgr21 분들이라면 조금은 진지한 문제로 다가가 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글을
  이런 주제를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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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사막
02/11/15 00:07
수정 아이콘
한 작가가 이룬 문학적 성과와 전기적 사실을 100% 동일시하는 것은 문제가 있긴 합니다. 서정주, 흔히 친일파의 거두라고 불리는 이 시인이 우리나라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저는 그러나, 그의 문학적 성과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는 않은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는 일단 시를 잘 씁니다. 아니 잘 쓰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지독한 권력지향주의자인(서정주가 전두환 전 독재자에게 바친 찬양시는 읽기에 참 낯뜨겁더군요.) 서정주의 진실성이 뭐냐? 그의 문학은 허상 아니냐 하는 의심이 들긴 하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문학적 역량... 그의 귀촉도라든지 동천 등의 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입에서 감탄이 아니 나올 수 없는데... 이육사의 황혼이나 자야곡, 교목 혹은 윤동주의 참회록 같은 작품 등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과 비교하면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쉬운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서정주가 쓴 가미가제를 찬양했던 명백한 친일시야 평가는 분명하게 내려지는 거지만, 문학의 자율성이라는 명분 하에 써낸 수백편의 시들도 도매금으로 같이 비하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저의 얕은 문학감상 경력으로는 도저히 판단내리기 힘드네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저는 문학적 진실이 느껴지는 작품을 위대한 작품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고리오영감으로 유명한 발자크는 왕당파였습니다.. 지독한 보수반동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그의 소설은 역설적으로 왕당파 귀족의 역사적 몰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왕당파에 대한 애정도 소설적 진실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던 것이지요. 그것이 그의 위대함, 흔히들 리얼리즘의 승리라고 불리는 위대함을 보여주는 역설적인 증거이기도 하겠구요.
즉, 문제는 문학적 진실성이라고 보는데요, 그의 사상, 정치적 성향과는 관계없이 그의 문학적 진실성이 발휘되었다면 문학사에서 정당하게 평가해주어도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 일단 저의 짧은 생각입니다. 다만, 그 문학적 진실을 판별하기가 엄청나게 까다롭다는 것이 문제이겠지요. 서정주의 명백한 친일 선동 '찌라시'를 제외한 작품에 대한 평가처럼요.
사랑의사막
02/11/15 00:34
수정 아이콘
서정주의 대표적 친일시 한편과 전두환 전대통령에게 바친 헌시, 그리고 귀촉도를 참고로 소개합니다.

1. 송정 오장 송가 (松井 俉長 頌歌) --- 서정주
----------------------------------------------------------------
아아 레이터만은 어데런가.
언덕도
산도
뵈이지 않는
구름만이 둥둥둥 떠서 다니는
몇 천 길의 바다런가.

아아 레이터만은
여기서 몇 만 리련가…….

귀 기울이면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 소리…….
우리의 젊은 아우와 아들들이
그속에서 잠자는 아득한 파도소리…….

얼굴에 붉은 홍조를 띄우고
"갔다가 오겠습니다"
웃으며 가더니
새와 같은 비행기가 날아서 가더니
아우야 너는 다시 돌아오진 않는다.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오장 우리의 자랑.
그대는 조선 경기도 개성 사람
인씨(印氏)의 둘째 아들 스물 한 살 먹은 사내.

마쓰이 히데오!
그대는 우리의 가미가제 특별 공격 대원.
귀국 대원.

귀국 대원의 푸른 영혼은
살아서 벌써 우리게로 왔느니.
우리 숨쉬는 이 나라의 하늘 위에
조용히 조용히 돌아왔느니.

우리의 동포들이 밤과 낮으로
정성껏 만들어 보낸 비행기 한 채에
그대, 몸을 실어 날았다간 내리는 곳.
소리 있어 벌이는 고운 꽃처럼
오히려 기쁜 몸짓하며 내리는 곳.
쪼각쪼각 부서지는 산더미 같은 미국 군함!

수백 척의 비행기와
대포와 폭발탄과
머리털이 샛노란 벌레 같은 병정을 싣고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 항공 오장(伍長) 마쓰이 히데오여!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
한결 더 짙푸르른 우리의 하늘이여!

아아 레이터만이 어데런가.
몇 천 길의 바다런가.

귀 기울이면
여기서도, 역력히 들려오는
아득한 파도소리…….
레이턴만의 파도소리…….
-------------------------------------

이 시는 1944년 12월 9일 매일신보에 실렸던 서정주의 작품으로, 가미가제 특공대원으로 미군함 폭격에 참여하고 죽은 개성 출신의 송정 오장(오장은 일본군인 계급의 하나로 '하사'에 해당한다)을 찬양한 것이다


2. 전두환 전대통령에게 바치는 서정주의 헌시 (일부)

서정주는 87년 1월 18일 전두환의 생일 축하장에서 ‘전두환 대통령 각하 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를 낭송했다.

한강을 넓고 깊고 또 맑게 만드신 이여
…이 겨레의 영원한 찬양을 두고두고 받으소서

새 맑은 나라의 새로운 햇빛처럼
님은 온갖 불의와 혼란의 어둠을 씻고
참된 자유와 평화와 번영을 마련하셨나니

…하늘의 찬양이 두루 님께로 오시나이다.

3. 이번에는 그럼에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 중의 하나인 귀촉도입니다.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님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염여 염여 가옵신 님의
다시 오진 못하는 파촉(巴蜀) 삼만리.

신이나 삼어 줄ㅅ걸 슲은 사연의
올올이 아로색인 육날 메투리.
은장도(銀粧刀) 푸른 날로 이냥 베혀서
부즐없은 이 머리털 엮어 드릴ㅅ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하늘
구비구비 은하ㅅ물 목이 젖은 새,
참아 아니 솟는 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님하. (헤걱 등록이 안되네요..)
히바이
02/11/15 04:48
수정 아이콘
근래들어 자주 느끼고 경험하게 되는 사항인데,
도덕성이 모든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라는 겁니다.

극단적인 예로, 내 자식이 굶고 있는데 도둑질은 절대로 못한다고
버티는 것이 옳은 것일까요? 개떡같은 예인데, 당연히 그런 상황까지
가면 안된다가 답이겠죠.

이때까지의 논지는 어쨋든 친일보다는 문학작품을 우선한다는 식인데,
사실 이렇게 또 하나씩 서로에게 비도덕적인 행위를 허용하다보면
수많은 불합리가 불러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역시나 무척이나 어려운
문제 같은데, 저같은 경우는 무게를 문학쪽에 조금이나마 주고 싶군요.
hannibal
02/11/15 07:05
수정 아이콘
그시대의 힘에 흐름에 있어서 힘없는 문인들이나 음악인들이 그들을 찬양할수 밖에 없었던 상황은 분명존재하리라 봅니다..일본이던 전두환이던 만약 자신들의 찬양을 위해 강압적으로 시인이나 예술인들을 고용한다면 당대 1류들이 그 목표였을수 밖에 없었을테니까요.. 다만 그들은 그것으로 인해 적어도 부귀영화를 누렸습니다..서정주외 수많은 문인과 예술인들이..일제강점기가 끝나고 그들은 한시대의 최고의 지성답게 조그마한 사과라도 어떤방법으로든 해야 하는게 옳았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반민족주의자들이 그랬던것 처럼 그들은 해방후에 일제시대에 얻었던 기득권으로 부귀영화를 이어나가지요..일제치하시절 그들의 행적이나 작품을 가지고 뭐라고 할수는 없을거라고 생각됩니다..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떳떳했다는듯 죽는 순간까지도 단한번의 사과없이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위해 살았던 서정주,이활란, 방응모, 현재명등의 인물에 대해서는 민족의 미래를 위해 그들의 작품도 인정치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국사시간에는 반민족주의 자들과 일제의 아픔을 배우고 분노하면서도 음악책속에는 현재명의 노래가 국어책속에는 서정주의 시가 버젓이 있는 교육은 많은 우리의 미래들에게 가치관의 혼란을 야기 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hannibal
02/11/15 07:09
수정 아이콘
만약 친일파와 타협하고 정치를 이끌어 나간 이승만이 아닌 김구선생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독일 강점기에서 풀려난 많은 유럽 국가가 그랬듯이
그들은 모두 총살형이었을 것입니다..물론 박정희도 마찬가지고요..그들이 모두 그때 죽었다면 이시점에서 역사관에 대한 고민도 없었을 테지요..
02/11/15 09:25
수정 아이콘
저는 국문과 출신이고 한때 문학에 심취(?)하기도 했었지만 hannibal 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대부분의 예술행위들은 경제적인 잉여의 산물이고, 노동에서 자유로울 때 꽃피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우 폭력적인 생각으로는 서정주 및 예술가들이 없었다면 우리 문학사에 큰 보물, 성과물들이 없었을 것이라는 문사적인 의식은 위선자들의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hannibal 님의 의견과 다른 부분은 저는 그들을 "지성"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현재의 혼란, 우리가 가진 뿌리 없음은 "지식권력"이 노동하는 사람들보다 어떤 큰 가치를 생산한다고 착각하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방 후 우리동네 마름이 친일 행위를 해서 맞아죽은 것은 당연할 수 있지만, 서정주 같이 높은 문학적 성과물(shit! 죄송)을 만들어낸 이가 맞아죽는 것은 상상할 수 없겠지요.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 나오는 스땅달과 발자크의 이야기는 예술이 가지는 특성, 현상에 대한 반영으로서의 예술의 특이한 위치에 대한 의미를 가질 뿐이지, 사회적 행동에 대한 지침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패자(승리자)의 역사관에 빠져 있었던 사람으로서, 신채호 선생의 글이 100년이 지난 지금에도 얼마나 많은 의미를 주는지 놀랄 지경입니다. 이렇게 독창적이고 지고한 사고관과 가치를 가진 인물이 근현대사에 또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02/11/15 09:31
수정 아이콘
아... 쓰다가 쓰다가 몇번을 지웠는지...
정말 쉽지가 않네요. 송정 오장 송가랑 전두환 헌시는 아무리 읽어 봐도 잘 쓴 시로는 보이지 않는 것이...^^
yangchijill
02/11/15 12:36
수정 아이콘
신채호 선생의 글은 정말........굿!~~~~~~
위니워니
02/11/15 15:03
수정 아이콘
jerrys님이나 hannibal님의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하지만 너무 안타까운 일은 친일파의 단죄에 대한 부분에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만 정작 식민지 치하에서 고생했던 독립유공자에 대한 관심은 너무나도 적은 것 같아요.
그 분들의 후손들이 50여년이 지난 현재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본다면...
최소한 그 분들만은 영광을 누리며 살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요정테란마린
02/11/15 16:58
수정 아이콘
이렇게 의견이 흘러간다면 사람의 일생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보아야
될 것 같은데요.. 한 인물이 살다보면 위대한 문학작품을 만들때도 있
지만.. 후에 해서는 안될짓을 했다든지.. 같은 이중적인 인생을 살았는데
이것이 많은 사람들의 비판의 근거가 되지만.. 아무튼 제의견은 문학적
업적과 친일행위에 관한 것은 따로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또한 역사는 양쪽의 눈을 가지고 보는 것이다. 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그시대의 인물들에게도 양쪽눈을 가지고 평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누구는 이렇게 해서 좋은 사람.. 누구는 이렇게 해서 나쁜
사람.. 저는 최소한 이런식의 단순한 결단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02/11/16 16:31
수정 아이콘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할 것은 친일경력의 사람들에게 일종의 처벌이 가해지는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앞에서 한니발님이 말씀하셨듯이 이승만 정권 이후로 친일파는 여지껏 잘 살아왔습니다. 업적을 인정해주느냐 해주지 않느냐의 논란보다는 당장에 친일파의 후손인 이회창이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엉뚱한 생각이 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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