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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0/04 14:32:09
Name 황무지
Subject 약간의 플래시백.
성우 이정구...씨의 목소리로 나레이션.

199x년 나는 복학생 '예비역'이었고...
삐삐라는 것, 무선호출기라는 것이 젊은층들 사이에 널리 퍼진 때였는데...
'남들 다 가지고 있으면 나는 없어도 되지'라고 생각했던 나는
주위의 놀림 혹은 성화에도 아랑곳없이 끝끝내 '문명의이기'를 거부하고 있었다...
아, 그러나
같은 과 신입생이자 같은 동아리 후배인 여학우...와 cc가 되는
그리하여 주위에서 '저런 도둑놈'이라는 말을 듣게 되는 그런...일이 생긴 것인데
결국 '그녀'의 성화와, 이런 저런 편의상의 이유로 결국에는 무선호출기라는 것을 사고야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재미있게 쓴 것 같다.
처음에는 음성메시지라는 것을 확인하려면 호출기에 달려있는 스피커에 귀를 갖다대고 들어야 하는 줄 알았던...그래서 그녀의 핀잔을 듣고 주위의 황당하다는 시선을 받았던 기억
그리고 서로 기거하는 곳이 멀지도 않건만
호출기에 숫자가 찍히면 무슨내용인지 확인하러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서 공중전화로 달려가기도 했고...
확인해보면 '보고싶어'라는 짧지만  그저 '짧다'고는 할 수 없는
그래서 '그럼 **에서 기다릴께'라는 말을 남기고 그쪽으로 가다 보면
음성메시지를 확인하러 공중전화로 나오는 그녀와 마주치기도 했다
성격이 좀 별나다...라는 말을 듣고는 했던 그녀
'보고싶어'라는 말 대신에 '**로 빨리 나와'라는 말 한마디 해놓고 무작정 거기서 기다리던 그녀... 물론, 나는 확인하자마자 땀나게, 헉헉거리며 달렸다...

그리고 지금, 나는 더 이상 무선호출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손바닥 안에 들어가는 전화기를 가지고 있다.
전화 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 무선인터넷, 메일 확인, 간단한 게임,...
그러나 나는 이놈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화가 걸려오자마자 확인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
이놈에게는 기다림의 미학같은 것도 없고
전화가 걸려오지 않을까
혹여 전화를 바라지 않는 곳에서 전화가 오지는 않을까
전화기가 나를 '사용'하는 것일까
내가 전화기를 사용하는 것일까

잠시, 며칠, 몇주, 몇달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했으면 하는 물건 중의 하나가 휴대용전화기이다...
글쎄, 나만 그런 것일까...

그러고보니... 종이에 펜을 놀려 편지라는 것을 써 본 것이 언제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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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inmania
02/10/04 14:49
수정 아이콘
제목에 '플래쉬백'을 보고 온게임넷 경기인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정도는 심각한 편은 아니겠지요..쿨럭

"삐삐"....정말 요즘은 구경하기도 힘든 희귀종이 되었죠.
제가 신입생때 학교안에서 사람들이 가장 붐비던 곳이 공중전화박스 앞으로 만들게 한 장본인!!!
그땐 전화한통 할려면 기본이 10분은 기다려야 했는데..
집에 가는 지하철안이나 버스안에서 삐삐 오면 바로 내려서 확인하기도 했던 추억이..막상 음성 들어보면 "잘들어가라~~집에가서 호출해"식의 약간 허무한 것도 많았죠..꼭 뒤에다가 8282는 찍어가지고서 차비만 날리고..
그 담부턴 저도 꼭 "8282"를 남기곤 했네요..^^
여친하고 싸운담에 호출했는데 연락안오면 이 조그만 것이 사람을 어찌나 조마조마 애태우게 만들었는지..

요즘 핸드폰은 거의 다 발신자서비스를 이용하죠..물론 저도 그렇지만..
근데 친구놈이 전화 안받으면 '이 자식.. 쌩까네..'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그래도 예전 삐삐는 기다리는 여유는 있었던거 같은데..
평균율
02/10/04 14:57
수정 아이콘
저는 95년도 2월 당시 그 당시로서는 최고의 삐삐였던 모토롤라의 타키온을 갖구 있었죠.
지금이야 집안 어디 구석에서 그냥 하염없이 먼지만 쌓여있을테지만요. ㅡ.ㅜ 불쌍한 삐삐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 삐삐시절이 그립네요.

친구랑 약속 정하려면 대게는
내 삐삐에 '만나자'는 음성오면 그거 확인하고, 다시 그 친구 음성에 '그래 그럼 만나자'는 음성 남기고, 그럼 그 친구가 자기 음성확인하고, 나한테 다시 ' 그럼 어디서 몇시에 보자'는 음성을 남기고, 내가 다시 그 음성 확인하는 약속 장소로 향했다는 ㅡㅡ;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번거롭지만서도 정겨웠다는...
02/10/04 16:27
수정 아이콘
머잖아 지금의 음성전화기도 추억거리가 될 날이 오겠죠.
삐삐를 썼던 게 고작 6 년 정도 전이었던 걸 생각하면..
쭉쭉 달리는 세상은 얼마나 많은 과거형을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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