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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2/10/03 21:24:06 |
Name |
라됴헤드 |
Subject |
[잡글]summer days |
do as infinity라고, 일본 그룹이 하나 있습니다.
매우 편파적으로 음악을 듣는 나로서는, 음악이 뭐다 이전에
그냥 듣고 괜찮은 곡을 골라서 듣는 버릇을 가지고 있지요.
예전에 밴드에서 공연을 하기 위해 곡 선정을 하는데,
보컬 녀석이 ‘이곡 해보자’라면서 틀어준 곡이
do as infinity의 summer days입니다. 그때는 '뭐야 이그룹은?'
그러면서 매우 호기심을 갖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왜 있잖습니까.
기억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생각나는 것들.
오랜만에 구석에 박혀있던 CD를 꺼내 틀어 보니,
그곡, 'summer days'가 흘러 나오더군요.
잊고있었던 예전의 그때가 떠오르고, 조금은 가슴이 아립니다.
뭐 그런겁니다. 기억해내지 않아도, 어쩔수 없이 떠오르는 것.
그 녀석이 조금 서툴게 노래부르면서, 어색하게 웃던 모습과,
‘노래가 좋아서’ 둘이서 밤새 같이 노래 부르던 한때와,
공연할 때 서로에게 남몰래 웃음을 교환하던 그때와.
밴드활동이 힘들다던 그 녀석에게 힘내라고 말해주던 내 모습과,
그 녀석을 좋아했던 친구의 등을 떠밀어서 잘되게 해주려고 했던 것들,
마지막 한마디 못해주고 보내버린 작별인사.
그때는, 나도, 참, 하면서 피식, 하고 웃을 수 밖에 없네요.
나이가 몇 살인데 초등학생 정도의 감정표현밖에 안했을까.. 하는 실소와..
태평양 한가운데서 가라앉은채,
나른하게 시간을 조각하고 있던..
내 마음을 발견한 것 같이 느껴졌습니다.
지금 와서야 내가 왜 그랬는지 참 이해가 안되지만, 그렇게
내 마음을 이야기 하지 않은 것이 후회되지는 않습니다.
나도 내 마음을 잘 몰랐으니까요.
아마도
그 녀석과 나는 서로에게
‘호감’이상의 감정은 가지고 있었지 않았을겁니다.
나는 그녀석에게 이쁘다, 귀엽다 칭찬한번 해준 적 없었고,
만날때마다 서로 장난치고, 때리고;;; 심기를 건드린적이 한두번이 아니였거든요.
옆에서 볼때는 그런게 친한것처럼 보인다죠..-_-
그녀석이 밴드를 나간다고 했을 때 그렇게 붙잡았지만
한번 마음먹으니까 잡기가 쉽지 않더군요. 나도 밴드에서 탈퇴해버렸습니다.
그때는 팀원들에게 다른 이유를 댔지요.
나도 스스로를 그렇게 납득시켰습니다.
얼마전에,
그녀석이 나가지 않았으면 나도 남았을까?
그렇게 자문해 보았습니다. 글쎄요.. 나로썬 답을 내리기 힘들더군요.
‘있을 듯 말 듯 했지만 별 것 아니었던 관계-_-’
나름대로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 후로 서로 연락을 조금씩 하다가..
어느샌가 언제 마지막으로 연락을 했는지 잊어 버리게 되더군요.
요즈음 소식을 들어보니, 어딘가에서 남자친구와 같이 산다더군요.
잘지냈으면, 그 남자와 잘 됐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
아주조금은...
아쉬움이 남네요.
글자그대로의 아쉬움 혹은 미련이겠지요.
그런거죠, 뭐...
시간이 지나면,
술안주 정도로 쓰일, ..
어쩌면 그정도도 못될, 일일겁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그애는
'summer days같은‘ 녀석이었습니다.
즐겁고, 쾌활하고, 반짝이는
별것 아닌 일로 나를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여름의 한때처럼 말입니다.
싸구려 기타를 다시 하나 샀습니다.
아직은 꿈꿀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해서요. 음악이 좋긴 좋더군요.^^
음악하다 죽고싶다거나 그런 거창한 생각은 절대로 못하지만..
무작정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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