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5/29 23:58:09 |
Name |
서정근 |
Subject |
한웅렬의 우승을 보고 |
'1.08 이후 테란이 최강 종족이다' 라는 명제에 동의하는 분도,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분명 07 중반보다 07 말기, 08,09를 거치는
기간 동안 테란 유저들의 약진은 현격하게 이루어 졌고, 이곳의 랭킹,
kpga의 공식랭킹의 1,2 위 자리는 임테란과 김테란의 '지정석' 이 된지
오래입니다. '테란에 중수없다' 라는 말도 옛말, 이제 공방에서 지겹게
부딪히는 대 테란전.. 나름대로 중수 계층도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테란이 '최강 종족' 이라고 까지 일컬어지는데 반대하
는 편이었습니다. 아직도 유저층에선 저그에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고..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을 많이 차지한다곤 하지만... 온게임넷
과 겜큐리그를 석권한 임테란, kbk와 아이티브이 리그를 기반으로 하
는 김테란을 제외하면.. 상위랭커에서 테란유저의 이름을 찾을 수
없던 것이 사실입니다.
'테란의 아버지', 그러나 다른 게임에 몰두해버린 이기석, 탄탄한
기량을 갖추었으나 '고령' 으로 일선에서 은퇴한 김창선, 상상력
과 창의력으로 메카닉이란 아이템을 창안해낸 김대기는 '유희' 로
서의 스타크래프트를 즐기는 데에서 더 나아간 치열한 경쟁의 무대
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도태되어 버렸습니다. 메카닉의 극의를 보
여주었던 김대건은 임요환이 '환상의 테란' 이 되어 승천하는 것을 지
켜보다 군 입대.. 방어하다 굶어죽는 유병준, 공격하다 제풀에 쓰러지
는 김동준, 컨트롤의 미숙을 전략으로 상쇄하던 조정현.. 다들 훌륭
한 게이머들 이었으나.. 팬들로 하여금 '부단한 승리에 대한 기대감'
을 불러일으키는 경지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한계에 부닥친 게이
머들입니다.
임테란과 김테란을 제외하면.. 그 누가 타 종족에게 때로는 공포감
을, 때로는 불쾌함(?)을 선사하며 압박해 나갈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도 있습니다. 그러한 생각을 조금씩 바꾸어 놓은 것은
이윤열이라는.. '新星' 이라는 칭호가 이미 어울리지 않는 '巨星' 이 되
어버린... 신예의 출현이었습니다. 사실상 임테란과 김테란의 벽을
넘어서고 있다고 봐도 좋을 이윤열과, 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기대
감을 불러일으키는 서지훈이란 신예의 출현은 '세대교체' 의 가능성
을 충분히 예감케 했습니다.
네이트 배 스타리그의 초반부.. 저그족의 괴성과 크립에서 풍귀는
악취(?)가 메가웹의 경기석을 뒤덮을 때.. 이번에야말로 저그 대 저그
의 결승을 볼 수 있을 걸로 생각했습니다. 3대 테란이 모조리 나가떨
어진 상황에서 당연한 귀결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만...
4강에 오른 면면 중 3사람은 테란 유저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겜티비 스타리그에서 '무리수 케리어'를 앞세운 극적인 부활을 노린
기욤의 비원을 저지시킨 것도 테란 유저 였습니다.
아직 세대교체까지 가지 않더라도.. 테란의 위용은 적어도 저그와
어께를 나란히 할 만한 정도는 되고도 남는 것 같습니다.
겜티비의 한웅렬, kpga의 이윤열, 네이트 배의 3인... 3개 리그를 석
권하는 '테란천하' 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섬뜻' 한 생각도 듭니다
ps. 1아이티브이의 랭킹전에서도... 이윤열과 변길섭이 다승랭킹을 아
마 다투고 있지요?
ps. 2 종종 게임해설자들 사이에서 변길섭 선수의 '무표정에서 기인하
는 카리스마' 가 이야기 거리가 됩니다만... 한웅렬 선수의 그것은 좀
더 농도 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애 첫 메이저리그 우승,
불과 얼마전까지 스포츠 조선의 '배고픈 프로게이머' 기사에서 '차비
없어 걸어서 귀가한' 게이머로 이름이 오르던 그가 600만원의 상금
을 거머지고도 '한결같은' 표정을 유지하는 것 보면 경이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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