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ar.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321164
'2006년 대통령 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출범시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속했던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민관합동기관으로 출범시켰던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한창 활동중에 예산 등을 이유로 가카께서 2009년 폐지해 버렸죠.
기자회견 전문을 읽자니 참 마음이 너무 아프네요.
안치범씨 어머니의 지지연설을 듣는 15분간도 한없이 울기만 했는데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다음은 기자회견 전문 입니다.
오늘 저희는, 두렵고 떨리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군에서 아들을 잃고, 또 누군가는 딸이나 남편을 잃고 비통한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의 처지에서 누군가를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다는 것이 내심 사람들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두려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이 자리에 서야겠다고 마음먹은 데에는 남다른 절박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치니 뭐니, 사실 저희는 잘 모릅니다. 아들 딸 낳아 그 자식을 잘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는 것이 엄마가 하는 일의 전부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키운 아들을 의무복무 제도하에서 누구처럼 기피하지 않고 군에 입대시켰습니다.
그것이 당연한 국민의 의무인 줄 알았고, 그렇게 하면 제대하여 다시 엄마의 품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오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여러분. 알고 계십니까. 우리나라에서는 군 복무를 위해 한 해 평균 27만 여 명의 청년들이 입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중 매년 평균 130여명의 군인이 죽어가고 있으며 그중 2/3는 군 당국의 독자적인 수사를 거쳐 자살로 처리된 후 아무런 예우없이 그냥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역시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전화벨이 울리면서 였습니다. 부대에서 걸려온 전화는 내 아들이 자살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군에 가기 전까지 멀쩡했던 내 아들이 왜 죽었냐고 물었으나 군 부대 높은 분은 “자살이니 어서 시신을 가져 가라”는 닦달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자살로 처리된 군인 유족에게 이 나라가 해주는 예우가 딱 두 가지 뿐이라는 점 말입니다. 자살을 인정할 경우에만 주는 장관 위로금과 죽은 아들의 시신이 전부였습니다.
이런 줄 알았다면 어느 부모가 아들을 군대에 보낼까요. 우리 품 안에서 멀쩡했던 아들이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도 못한 채 우린 그렇게 빼앗겼습니다.
스스로 목을 매었고, 또 총을 쏴 자살했으니 군대 책임은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믿을 수 없습니다.
내 아들이 이 엄마를 두고 왜 죽으려는 모진 마음을 먹은 것인지, 도대체 군에 입대한 후 무슨 일이 그 안에서 벌어진 것인지 우리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 아들이 잃고 난 후 우리 엄마들은 거리에서, 국회 앞에서, 국방부 철문 앞에서, 부대 정문 앞에서 울고 또 울며 매달렸습니다.
그래서 했던 잔인한 말이 있었습니다.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던 윤 일병 사건 때의 일입니다. 이런 말씀을 윤 일병의 부모님이 들으실까 송구하지만 저희는 차라리 ‘윤 일병의 부모님이 부럽다’고 울었습니다.
적어도 윤 일병의 부모님은 어떻게 아들을 잃었는지 이유라고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들이 왜 죽었는지 그 이유도 모릅니다. 그러니 부럽다는 것입니다. 왜 우리가 이런 잔인한 말을 해야 할까요?
저희가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닙니다. 아들을 잃고 그것으로 팔자 고치려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우리 아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밝혀진 진실에 따라 대한민국이 그 불쌍한 청년들의 죽음을 순직 안장해 달라는 호소입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부모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군 의문사 유족중에서는 그 아들들을 가슴에 조차 묻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군 병원 냉동고와 창고에는 98년 사망한 군인의 시신 두 구를 비롯하여 총 100기가 넘는 유해가 사실상 방치되어 있습니다. “사망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서는 장례를 치룰 수 없다”며 유족이 아들의 시신을 인수 거부한 가운데 속절없이 세월만 흘러갔기 때문입니다.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의 시신을 수 십년 씩 냉동고에 넣어둔 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러한 고통속에 살아가는 우리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의 심정을 우리나라 높은 분들은 얼마나 알고 계실까요? 얼마나 더 목 놓고 우리가 울어야 화답해 줄까요? 얼마나 더 울어야 합니까?
그래서 군에서 사망한 아들에게 그 어머니가 쓴 하늘나라 편지는 같은 처지에 있는 우리조차 가슴 메이게 합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이 엄마는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하지만 다음 생애에서는 부디 내 아들로 태어나지 말거라. 대신 돈 많고 권력있는 집의 아들로 태어나 너도 미국 국적 가지고 누구처럼 군대 가지 말고 행복하게 네 천명만큼 살아 보거라. 미안하다. 내 아들아. 이 못난 엄마가 네 엄마라서."
국민 여러분. 그리고 기자 선생님. 이런 글을 쓰는 엄마의 심정을 이해하실 수 있나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군복을 입고 죽어간 우리의 아들들이 어떻게, 왜, 무슨 이유로 죽었는지 명백히 밝혀달라는 것입니다.
이에 군 의문사 피해 유족이 모인 4개 단체의 연합체인 ‘의무복무중 사망 군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국 유가족협의회’에서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군 의문사의 진실을 밝혀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켜 줄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의 출범을 공약하는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의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난 2006년 출범했지만 2009년 12월 강제 해체된 ‘대통령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새로운 정부에서 다시 출범하여 진상규명 활동이 재개되기를 소원합니다.
특히 지난 2009년, 진정된 600건의 군 의문사 사건중 조사가 채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예산 낭비’ 운운하며 군 의문사위원회를 해체시킨 이명박 정부 시절을 우리는 잊지 못합니다. 그때 우리 엄마들은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 이어 재차 죽임을 당하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힘들었습니다.
내 아들이, 우리 딸이, 그리고 내 남편이 어떤 경위로 죽었는지 밝혀 달라는 것 조차 ‘예산 낭비’라니, 너무도 치욕스러웠습니다. 징병제 하에서 사실상 공짜로 부리다가 죽었는데 그 죽음의 의혹을 밝혀달라는 것조차 사치라고 하는 것이 진정 우리가 말하는 국가란 말입니까?
이에 저희는 2006년 ‘대통령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원회’를 출범시켰던 노무현 대통령이 속했던 지금의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합니다.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대통령소속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를 다시 출범시켜 군에서 가족을 잃은 부모와 그 형제들에게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한 조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여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요구는 결코 우리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현재 군 복무중인 군인의 부모님, 그리고 앞으로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이 땅의 또 다른 부모님을 위해서도 반드시 이 법은 필요합니다.
‘군 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가 해체된 2009년 이후 오늘까지도 많은 군인들이 군에서 죽어갔습니다. 지난 1948년 이후 오늘까지 약 39,000여명이 그렇게 죽어갔습니다.
이를 나눠보면 한해 평균 600명이 국가로부터 아무런 예우없이 죽어갔습니다. 군대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한해에 두 번씩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군인의 죽음에 대해 많은 의혹과 의문을 제기되었으나 군 수사는 늘 유족 편이 아닌 군대의 편에서 말해 왔습니다.
이것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군에서 발생한 사건을 군이 혼자 수사하고 또 결론을 내린다는 것 자체가 공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군 유족들은 이러한 잘못된 군의 적폐를 청산하고 억울함이 없는 군대를 만드는 일을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면 해 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다르지 않은 분이기에, 그리고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사회적 약자를 위해 활동해 오신 분이기에 우리의 절박한 호소에 문재인 후보가 화답해 주실 것으로 저희는 믿습니다. 그 절박함을 가슴에 안고 이 엄마들이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입니다.
우리들의 이 절박함이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함께 동참하여 주실 것을 청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먼저 이 자리에서 울지만, 3일에 한명 꼴로 군인이 죽어가는 대한민국 군대에서 내일은 또 누가 우리처럼 이 자리에서 울게 될지 모를 일입니다.
그 억울함이 더 이상 없도록,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우리의 염원을 이뤄주실 것을 눈물로 청합니다. 고맙습니다.
내용을 들은 윤일병의 어머니 또한 그런 미안함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같이 지지하신다고 하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