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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6/02/23 22:50:03 |
Name |
The Siria |
Subject |
서러워라, 잊혀진다는 것은(7) - Rusi, 김병수. |
OW: 15전 8승 7패
MW:6전 6패
OPL(2:2) : 1전 1승
클래식과 확장팩의 전환기 무렵에는 많은 사람들이 최후의 패권에 도전했다.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게의 경우 재야의 고수들이 처음으로 그 이름을 세상에 드러낸 경기였다. 개인 무대에서 재야에서 쌓았던 그 실력을 얼마나 발휘할 수 있는가를 알릴 수 있는 경기, 이미 초기에 이름을 날렸던 전지윤, 봉준구, 임준영 같은 선수들의 이름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아크메이지 5인방으로 불린 선수들이 처음으로 무대에 등장한 시대였고, 언데드의 힘을 CTB에서 보여준 선수들이 역시 무대에 등장한 시기도 바로 이 시점이었다.
하지만 그 시점에 열린 두 개의 개인전 대회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등장한 선수들의 위세는 결국 처음의 그것으로 그치고 말았다. PL1의 4강 이상의 성적을 낸 선수들은 이중헌, 이형주, 임효진, 차순재. 차순재를 제외하고는 모두 대회 출전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었고, 그나마 차순재도 CTB에서 절대적인 명성을 쌓은 상황이었다. 온게임넷의 그것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대호, 이중헌, 황연택이라는 이름은 모두 이미 4강의 무대를 한 번씩 체험한 선수들이었고, 그런 점에서 역시 결국 경험의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자, 근데 한 명이 빠졌다는 생각이 들지 않은가? 무대 경험이 없이 출전한 선수 가운데서 유일하게 4강에 진출했던 선수, 이 글의 주인공은 바로 그 선수, 김병수에 관한 이야기다.
김병수 선수의 등장은 온게임넷 HP리그에서였다. 그 전에 예선에 참여했는지 여부는 모르겠다. HP리그에서 누구와 경기를 벌여 승리를 하여 본선에 올라가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그는 무수한 휴먼 유저중의 하나로 등장하게 되었다. 당시 이름이 있었던 휴먼들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오게 된 것이 바로 이 대회였으니까, 그는 그 휴먼의 한 축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원성남, 지병걸, 박세룡, 김동우 같은 휴먼들은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재야에서, 그리고 일부는 CTB에서 자신의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첫 경기, 그는 추승호의 오크와 상대하게 되었다. 첫 경기에서 패배한 그는 공교롭게도 그날 패한 유일한 휴먼이었다. 처음 무대에 등장해서인지, 그의 경기력은 생각보다 더 불안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는 최후로 살아남는 휴먼이 되었다. 원성남은 황연택에게, 박세룡은 이중헌에게, 지병걸은 김대호에게, 김동우는 노재욱에게 각각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지병걸은 3경기에서 김대호 상대로 역전패를 당했고, 김동우는 노재욱에게 무수한 영웅킬을 당하며 패배했다. 어느새, 그는 휴먼의 희망으로 변했다. 다섯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였기에.
8강에서 그는 질주했다. 상대를 거침없이 제압했다. 당대 제 1의 오크라는 이중헌도 그 앞에서는 무릎을 꿇었다. 전 대회 우승자였던 박외식도, 신예 언데드로 16강을 가볍게 통과한 유승연도 그는 제압했다. 휴먼의 힘으로 강력한 느낌을 주는데 성공한 그에게, 어느새 휴먼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었다. 16강 이후, 그는 5연승을 구가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지나면 지날수록 그의 실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었으니까. 휴먼의 힘을 보여주고 있던 그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강철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튼튼하고 단단하여 뚫리지 않은 그 강철이라는 모습.
그러나, 4강이 바로 그에게는 불운이었다. 피눈물나는 노력과 열정을 보이면서 하루 16시간이라는 초인적인 연습을 했다고 알려진 김대호. 정상을 위해 그 열정을 쏟아부었던 승부사 김대호의 벽은 의외로 높았다. 김대호는 3경기를 졌을 뿐, 시종일관 경기를 압도하고 있었다. 그도 물론 충분한 연습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집념이 너무도 강했던 김대호의 힘 앞에서 그는 결국 결승 문턱에서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다. 비록 그는 그 자리에서 좌절하게 되었지만, 클래식 마지막 휴먼의 불꽃이 되었다. PL1의 그 4강 명단에도 휴먼의 이름은 없었으므로.
그는 PL1에서는 부진했다. 3전 3패라는 성적을 거두었으니까, 정말 별로이기는 했다. 3.4위전의 황연택과의 경기에서 3:2 패배를 당하면서, 그는 ESWC 출전권을 아깝게 잃고 말았다. 4위라는 성적이 그가 거둔 처음이자, 마지막의 메이저 타이틀의 중요한 성적이 되고 말았다. 나엘과의 경기에서 아쉽게 고비를 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PL2에서 출전하여 다시금 3전 3패로 끝을 맺었다. 소속이 되었던 FS클랜에서 막강 Pooh, 아니 손오공 프렌즈에 입단을 했지만, 그는 이렇다할 성적이 없다. 그 뒤로는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가끔 예선장에서 게임을 치렀다는 기록 이외에는, 거짓말처럼 무대에서 사라져버렸다. 강철휴먼이라는 닉네임은 순간 사라지게 되었다. 어느새 산소에 녹아 저 편으로 사라진 것일까. 그의 이름은 그렇게 강철이 순간 달아올라 사라진 것처럼, 무대에서 사라졌다.
강철휴먼 김병수. 그는 전환기에 자신의 이름을 남긴 선수다. 무수한 인재들이 자신의 열정을 불사르던 바로 그 시기에 그는 처음에는 비록 주목받지 못했지만, 나중에는 결국 주목을 받고야만 선수가 바로 김병수다. 16강에서 4강까지, 그리고 클래식 최후의 휴먼 얼라이언스 4강에 이름을 올린 선수로 그는 충분히 기억해야 하는 가치가 있는 선수다. 휴먼이라는 것은 그렇게 타올라 사라졌다. 전지윤이 타올랐고, 박세룡이 타올랐던 그 순간을 기억하시는지. 하지만, 그 둘만이 휴먼을 구성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사이, 잊혀진 시기의 기억을 채우는 선수가 있었고, 그것이 바로 그다. 휴먼의 벽화에 비록 큰 모습은 아니어도, 그의 초상 한 자리는 분명히 남아있으리라.
FS_Rusi 김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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