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W: 15전 6승 9패
OPL(2:2) : 4전 4패
CTB: 3전 1승 2패
온게임넷과 MBC게임이라는 양대 방송사라는 체제가 정립한 이후, 어느 특정 방송사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선수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 현상은 선수 개개인의 실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일종의 궁합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스타계에서는 대표적으로 지금은 은퇴한 박신영 선수가 그랬고, 현역으로는 마에스트로 마재윤 선수가 그러하며, 최수범 선수는 온게임넷의 전적이 MBC게임의 배가 된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해명이 힘들다. 의외의 상황에서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존재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궁합이라는 것이 맞지 않는 것인지.
이런 현상은 워3계에서 유독 심했다. 단적으로 최고의 견제를 선보인 드라이어드 조련사, 임효진 선수는 온게임넷 개인전에서는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예선에서 다 떨어진 것이었다. 반대로, 온게임넷 워3리그 우승자 출신인 황연택은 MBC게임 무대에서는 단 1승에 그쳤다. 베르트랑은 MBC게임에서는 그 이름도 없었고, 주정규는 겜비씨 2차리그 4위와 온게임넷 2승 5패라는 상반된 결과를 가지고 있다. 확장팩의 첫 리그인 PL2와 온게임넷 1차리그는 겹치는 선수가 정말 드물었다. (기껏해야 이형주, 김진혁 정도였던가..?) 천정희는 PL2에만 있었고, 강서우는 온게임넷에만 있었다. 그 정도로 이 현상은 상당히 심했다.
지금 소개하려는 이 선수도, 자신의 경력의 대부분을 온게임넷에서 보낸 그런 선수다. 물론, CTB라는 예외가 존재하지만,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적긴 하다.
워3리그 클래식 버전 당시, 1차 시즌이 끝이 난 시점에서 최고의 선수는 전지윤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비록 MBC게임에서는 준우승으로 끝이 났지만, 양 리그를 모두 석권을 했던 그의 위력은 실로 강했다. 당시 온게임넷에서는 7연승을 구가하고 있었고, 2차시즌 16강에서 2승을 챙기며, 8강 진출, 연승의 기록을 9로 늘렸다. 그랬던 그에게 도전장을 내민 선수, 필자가 쓰는 글의 주인공이 여기서 등장한다.
안경 쓴 파시어, 정승재. 그는 전지윤의 연승행진을 9로 가볍게 마감을 시킨다. 필자가 기억하는 것이 맞는다면, 이 기록은 장재호의 불같은 연승행진이 벌어지기 전, 특정대회 연승 기록 최다일 것이다. 그런 그의 행진을 꺾은 정승재의 등장, 사실 그는 1차리그에도 출전을 한 선수였다. 불행히도, 단판이었던 16강에서 이재준에게 패배하면서 탈락의 고배를 들었을 뿐이다.
처음 16강에서 그는 전 대회 준우승자 베르트랑과의 사투끝에 승리를 거머쥐면서, 8강에 올랐다. 2:1 승리, 베르트랑의 탈락을 예견했던 사람이 많지 않았던 만큼, 그는 또 하나의 오크의 대변자로 성장할 수 있었다. 이 시점의 오크의 대변자는 김대호였고, 천하의 이중헌은 이제 갓 재야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던 시점이었다. 전 대회 4위였던 이재준은 예선에서 탈락했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결국 오크로서 본선 8강에 오를 수 있었던 선수는 두 사람이었고, 바로 그가 그 자리에 하나였다.
8강은 오크들의 무대였다. 정승재는 A조에서 3승을 챙기면서, 4강 진출을 확정지었고, 반대편에서는 김대호가 역시 3승으로 4강을 확정지었다. 정승재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했고, 그 결과는 꾸준한 상승세와 아울러, 4강이라는 성과를 함께 얻는 것이었다. 4강에 든 오크, 그들에게 반전의 기회는 찾아오고 있었을까. 오크라는 종족이 점차 힘들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때, 그들은 그 말이 노력으로 극복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꿈을 위해서는 두 번의 승리가 더 필요했다. 적어도, 결승이라는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그가 상대한 것은 황연택이었다. 강력한 나엘, 그리고 당시 나엘의 최고의 무기였던 건물러시의 압박. 그리고 그 속에서 발버둥을 치던 다른 종족들의 절규. 사실, 이 시점에서 건물러시를 규칙을 통해 억지로 막아야 했을 만큼, 건물의 위력은 강했다. 1경기, 건물을 바리케이트 삼아 드라이어드와 데몬이 달려드는 모습은 오크가 쉽게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하였다. 건물이 앞에서 막아서고, 뒤에서 렙업이 잘 된 데몬과 드라이어드가 공세를 펼치는 진형. 건물에 막혀 접근하지 못하는 오크의 유닛들, 그리고 영웅들. 그렇게 그는 1경기를 졌고, 결국 0:2로 지면서 탈락했다. 전 대회와 마찬가지로 오오전이 3.4위전이 되고 말았다. (그 오오전에서도 1:3으로 김대호에게 다시 지면서 그는 4위에 만족을 해야 했다.) 그 후에 프리매치에 나왔지만, 16강에서 외계나엘 박종호를 만나 탈락의 고배를 들었다. 나엘에게 맛보는 또 다른 패배였다.
그는 St의 기둥이었다. 지금이야, St클랜에서 나온 유명한 선수라면, 김동문 선수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당시에는 주정규 선수와 함께, 그가 St의 기둥이었다. 사실 CTB1에서는 이렇다할 활약상은 없었다. CTB2에서 비로소 그는 기둥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는 강한 오크였고, 비록 많은 승리를 안겨주지는 않았어도, 기둥은 어쨌든 기둥이었다. 오정기 선수의 올킬의 희생양으로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휴먼으로 플레이를 했었다. 그는 PO 진출을 가리는 Cherry와의 고비에서 먼저 두 경기를 승리한 차순재의 패배 이후 등장, Cherry와의 경기의 3번째 승리를 따냈다. 이 승리로 그들은 PO에 진출할 수 있었다. PO에서 원성남의 위력에 좌절하긴 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동안 그의 모습은 없었다. 다시금 나타난 것은 그의 동료인 주정규와 함께였다. 새로 열린 프로리그에서 KTEC의 팀플을 맡았던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팀은 사실 급조한 느낌이 강했던 팀이었고, 비록 그들이 노력을 했어도, 기본적인 팀워크가 떨어졌던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하튼, 4전 4패라는 기억으로 그들은 자신들의 항해를 마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게 워3 무대에서 정승재가 남긴 마지막 기록이었다.
그는 사실 온게임넷에서 더욱 강했다. 그리고 경력의 대부분을 온게임넷에서 남겼던 것도 사실이다. 15전 6승 9패라는 다소 평범할지 모르는 성적, 하지만, 그래도 그는 4강에 들었던 기억이 있는 선수이며, 초기 암담했던 오크에게 그나마 버팀목이 되었던 선수였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가 어떤 모습으로 지내고 있는지는 나는 모르지만, 앞날에 행운이 항상 가득하길 빌면서...
'Far Seer' in the Horde St.Rori. 정승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