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는 이렇게 영상까지 태그해놓고 궁예 - 왕건 - 견훤 3사람에 관해서 글을 쓰고 있었으나 글이 너무 난장판에 개판오분전인데다 수습도 안되고 귀찮아서 그냥 궁예와 도선의 대사를 적어놓고 세계가 대충 망한뒤에나 볼법한 글을 쓰게 됬습니다.
대사는 나무위키에서 긁어왔습니다.
궁예: 대사님, 고견을 들려주시옵소서. 중생들의 신음소리가 천지를 진동하고 있사옵니다. 일러 주시옵소서. 어느길로 가오리이까?
도선: 도적놈이 이미 도적질에 나섰는데 날보고 뭘 또 이르라는 것이냐?
궁예는 도선을 만나기 전에 이미 범교에게 자기가 미륵임을 선언하였습니다.
또한 범교는 궁예가 신라의 왕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인물중 하나이며 그가 유모와 함께 도망친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중간에 왕륭의 도움으로 궁예가 범교가 있는 세달사에 도착했기때문)
당시 범교는 궁예에게 모든걸 내려버리고 속세와 연을 끊을 것을 권하였지만 신라에 대한 복수심과 증오심에 궁예는 머리를 밀면서도 절대로 그럴 수 없다며 속으로 왕이 되지 못한채 이렇게 내쫓긴 자기의 운명과 신라에 대한 증오심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또한 정황상 범교 본인도 속세와 연을 끊으라했지만 궁예가 그 말을 씨알도 안들을거라는 것과 궁예가 엄청난 야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던걸로 보입니다.)
범교는 궁예에게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미륵을 자칭했지만 도적으로써 끝났다며 마지막으로 궁예를 한번 더 만류해보고 그래도 안되자 도선대사를 만나서 얘기를 들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놓았습니다.
그렇게 서로 만나게 된 자리에서 저 대사가 나옵니다. 그리고 도선은 아주 적나라하게 일침을 가하죠. 어차피 세상을 뒤흔드려고 나온 주제에 자기에게 뭘 물어보냐 이거죠. 도적이 도적질을 하기 위해 세상에 나온 주제에 자기에게 길을 물어보니 어이가 없었을 겁니다.
2.
궁예: 천하를 훔쳐 백성들에게 되돌리고자 하옵니다. 이것을 어찌 도적이라고 하겠사옵니까 미륵의 세계를 열어 고해의 바다에 연꽃을 피우려 하옵니다. 어느 길로가면 빨리 이루오리까?
도선: 한쪽 눈으로 세상을 살다 보니 천지가 반쪽으로 보이는 모양이로구나,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거라.
한쪽 눈으로 세상을 사니 천지가 반쪽으로 보이냐?는 궁예에 대한 도선의 말은 그야말로 극중 궁예라는 인물 그 자체를 제대로 꿰둟는 말입니다.
흑화하기 이전 궁예는 분명 미륵으로써의 모습을 보여주며 백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궁예는 (어린시절부터) 내면속에 자기 자리를 뻇겼다는 원망 분노 증오로 물들어있었고 어떻게든 자기를 버린 신라에게 복수하고 빼앗긴 왕좌를 되찾아오고자하는 야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는 나중에 허월대사 역시 지적하는 부분입니다.
그러한 감정들 덕분인지 실제로 작중 궁예는 세상을 하나로만 보고 있었습니다. 오로지 자기가 이상으로 생각하는 미륵의 국가를 만드는 것 그거밖에 없었죠. 그리고 그 목표에 대해선 어떠한 타협도 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나온 초반에는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어루만져주고 함께 자고 먹을 것을 나누고 아픈 백성들을 돌봐주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백성들이 궁예에게 열광하게 만들었지만 그것이 점점 커져 나라를 건국하게 되자 삐그덕 거리기 시작합니다. 왕좌에 대한 야심까진 채웠는데 신라에 복수심은 다 채우질 못한거죠.
설상가상 아지태를 만나면서 대제국에 대한 환상까지 갖게 된 궁예는 그 특유의 비타협적인 독선이 극에 달하기 시작합니다. 도선의 말대로 한쪽 눈으로 세상을 살다보니 천지를 반쪽으로만 보고 있었고 자기가 (한쪽눈으로) 본 세상 외에는 그 어떤것과도 타협하지 않으면서 점점 몰락의 징조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극중 한 사례로는 경문왕의 초상화를 본 뒤에 극도의 분노를 느낀 궁예는 이후 신라를 멸도라 부르며 항복하거나 포로로 잡힌 신라인들을 군사로써 쓰려던 신료들을에게 말도 안되는 짓이라며 저들을 다 잡아죽이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후에 송악(개성)에서 또 다시 신라인들을 이용하여 군사훈련을 하는 것을 보고 분노한 궁예는 정말로 이들을 멸도의 썩은 무리들이라며 다 잡아죽이는 짓을 합니다.)
3.
궁예: 어찌 욕심이라 하시옵니까. 그렇다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은 누가 구원 할 것이오리까?
도선: 나 아니면 안된다는것이 바로 욕심이니라. 말해 주랴? 너의 앞날 말이다.
(비장한 표정의 궁예와 종간)
도선: 뜻은 이루겠으되 복이 박하니 천하를 얻은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궁예는 기훤의 밑에 들어갔을때도 그리고 양길에게 의탁할때도 세상을 구할 사람은 자기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이거까진 좋았는데.. 자기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죠 아지태가 말한 대동방제국에 대한 환상 그로 인한 허영심이 궁예의 내면을 가득채우면서 더더욱 이 나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이 강해집니다. 국내외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현실파악은 하지 않은채 자기는 앞으로 가려는데 똥막대기들(호족)이 앞으로 나아갈 생각을 안한다며 한탄하는 장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이 장면은 북벌론을 들고나와 북벌에 대한 강한의지를 표방하며 북벌군을 일으키자고 했으나 자기 생각만큼 잘 안되니깐 신료들 앞에서 답답해하면서 한 말입니다.)
뜻은 이루겠으되 복이 박하니 천하를 얻은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는 그야말로 궁예의 삶 그 자체를 요약한 말입니다(..)
나라를 일으켜 세우고 (태봉) 본인이 그토록 원하던 왕좌에 앉았으나 그 반동으로 인해 일어난 양길과의 전쟁 그리고 그 잔당들에 의한 (독화살을 통한) 암살기도로 인하여 생사를 오고가며 크나큰 정신병을 얻게 되니 복이 박하다 할 수 있고 그렇게 천하를 얻었지만 끝내 왕건에게 그 자리를 내주게 되니 그렇게 천하를 얻은 들 무슨 소용이 있냐는 말을 듣게 되는거죠.
4.
종간: 뜻을 이루옵니까?
도선: 그만 물러들 가거라. 말장난 할때가 아니니라.
종간: 스님께오선 도선 비기라는 앞날을 예측하는 비서가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사실인지요?
도선: 미련한 것들 같으니, 대범한척 하면서도 속물들이로구나. 그런것이 있은들 어떠하며 없다면 또 어떨것이야. 감히 미륵을 운운하더니 재목들이 아닌 게로구나.
궁예: 송구하옵니다. 대사님의 말씀을 들으니 소승의 앞날이 훤이 보이는 듯 하옵니다.
종간의 저 말에 도선은 혀를 차며 말장난하지 말라고 하죠.
뜻을 이룬다는 것 (소용없는 일이라고 분명히 얘기해줬음에도) 그 자체에 크게 얽매이고 집착하는 종간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입니다.
작중 종간은 궁예가 뜻을 이룬다는 거에 상당한 집착을 보여줍니다.
"삼한을 통일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궁예가 구한다"
가 아니고
"삼한을 통일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는 건 반드시 궁예여야만한다"
입니다.
오죽하면 이때 도선대사를 존경하듯 말하던 종간은 훗날 도선의 예언에 불편함을 크게 느껴 대놓고 도선을 요망한 중놈이라고 표현합니다.
(도선대사가 예언한 인물은 왕건이었고 이를 경계하던 종간은 이를 경계하기 위해 도선을 부정합니다.)
* 이는 궁예도 마찬가지라서 중병에 걸린 상태로 고통받던 궁예는 과거 도선이 자신에게 복이 박하다는 말을 한걸 기억하고 분노하고 절망하는 대사를 하기도 합니다.
작중 종간은 관상을 볼 줄 알며 그 관상에 예지능력도 포함이 되어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예지, 예언에 대해서 상당히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특히 도선비기라는 예언서에 대해서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며 도선이 송악(개성, 여기서는 왕건을 지칭)과 관련해서 했다는 예언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끊임없이 드러냅니다.
왕건을 보자마자 궁예와 상극이라는 표현을 쓰며 그를 극도로 꺼리며 어떻게든 제거하고자 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종간의 생각이 옳았을 수 있지만 과정을 살펴보면 꼭 그렇진 않습니다. 궁예가 아지태를 만나고 흑화하고 심병을 얻고 미쳐버렸을때 유이하게 궁예를 제어할 수 있던 인물이 바로 종간과 왕건이었습니다. 학사 박유가 종간에게 진언했던대로 아지태를 막고 궁예의 폭정을 막는 방법은 종간과 왕건이 힘을 합치는 거뿐이었고 궁예가 미쳐버린 그 순간에도 두 사람의 말만은 듣던걸 생각하면 이는 실로 맞는 말이었지만 눈 앞에 왕건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만 올때마다 이때 아니면 안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종간은 이를 이행하지 못했고 끝내 제어가 안된 폭군 궁예로 인하여 태봉은 멸망의 길로 가고 맙니다..-_-aa
(작중 한정 신숭겸 배현경 홍유 복지겸등이 왕건을 추대한 원인은 물론 예언과 관련된것도 있어지만 가장 큰 이유는 궁예의 폭정떄문이었습니다.)
5.
도선: 그만 물러들 가거라. 쉬고싶구나.
궁예: 또 뵈올날이 있으오리까?
도선: 아마 그럴날은 없을 것이니라.
궁예: 좋은날이 오면 반드시 찾아 뫼시겠사옵니다.
도선: 그럴 일 없을것이니라. 어서들 가봐.
궁예: 절 받으시옵소서.
실제로도 이 이후로 이들은 만나지 못합니다. (작중 도선대사는 왕륭이 궁예에게 항복하고 몇년뒤 죽고 그로부터 다시 또 얼마 안지나서 죽었다고 허월대사의 입을 통해 언급되며 퇴장)
좋은 날이 오면 반드시 찾아 뫼시겠다고 했지만 훗날 종간이 했던 말이나 궁예가 분노에 찬 걸 생각하면 설사 도선이 오래 살았다한들 찾아 뫼시는 일 따윈 없었을 겁니다.
대놓고 죽이진 못하겠지만 불편해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니깐요.
또한 좋은 날이란 거 자체가 실제로 궁예 치하에선 끝내 오지 않았고 되려 쫓겨난 뒤 죽었으니 그런 일 없을 것이다라고 미리 알고 있었기에 단호하게 그럴 일 없다라고 말한거기도 합니다. (작중 도선의 포지션은 천기누설꾼 / 스포일러맨이라 가능)
사실 맨 처음에 썻듯이 왕건과 견훤에 대해서도 쓰고 있었지만 사족이 너무 지나치게 긴데다 재미도 없어서 다 짤라버렸습니다. 사실 위에 새로 적은 글도 너무 이상해서 그냥 지울까하다가 아까워서 그냥 올리는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