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에 아주 흥미로워보이는 영어 신간이 나왔습니다.
제목은 One Mountain, three tigers 라는 제목의 책인데요, 영국의 유명 여행작가가 저술한 책입니다.
그의 이름은 Michael Booth. 이전에도 [Eat, Pray, Eat] 이라는 제목의 인도여행기와 [The almost nearly perfect people]이라는 제목의 스칸디나비아 국가 여행기를 저술한 작가입니다.
이번 저서는 이제 막 출간된(영국 기준 1월 중순) 따끈따끈한 신작입니다. 외서가 이렇게 빨리 들어온 기억이 없는데, 아무튼 반가운 일입니다.
내용은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에 대한 여행후기인데, 속도감있게 전개되면서도 의외의 디테일이 숨어 있으며 인문학적인 고찰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유쾌합니다.
일본의 각 도시들, 한국의 각 도시들, 그리고 중국의 각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그곳에 대한 인상과 자신이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소개하는데, 저자가 나름 한중일 삼국의 역사에 대해 나름대로 조예가 있어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 대해서는 페리함대의 방일, 일본의 개항, 메이지유신, 그리고 존왕양이를 부르짖던 이들이 어떻게 탈아론자가 되었는지, 또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 그리고 일본 라멘의 역사 등...분량의 문제로 자세히 파고들지는 않지만 중요한 주제들은 대부분 스케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에 대해서는 여러 일침을 놓는데, 한국인이라면 꽤나 통쾌하게 느낄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챕터는 일본인데 한국인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느낌? 저자는 일본인들의 혐한정서를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듯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도 유명한 [오선화]와도 인터뷰하고, 또 네임드 극우 유튜버와도 인터뷰하는데 저자가 직접 이들을 비판하지 않습니다만 그들의 말이 모순된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이들이 얼마나 세계의 보편적 상식에 어긋나는 세계관에 "빠져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또 일본 내의 또 다른 사회 재일조선인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식을 보여줍니다. 그는 이들의 역사, 이들의 분파 (민단과 총련, 그리고 어디에도 속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들) 를 소개하면서 이들이 어떻게 역사의 비극적인 피해자가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가령 북한에 얼마나 많은 재일교포들이 일본정부와 북한의 협조 아래 넘어가게 되었는지, 또 한국 군사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고문당한 재일교포들의 이야기 등. 일본에서도, 북한에서도 그리고 한국에서도 거부당한 국외자들.
다른 한편 일본 극우의 계보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으며, 요즘 우리에게도 유명한 [일본회의]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고 무엇보다 야스쿠니 신사를 둘러싼 논쟁을 소상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야스쿠니 신사 내부에 있는 박물관에 있는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서양인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 가보실 계획이 있으신 분께 이곳을 꼭 방문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도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야스쿠니 신사 박물관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역사왜곡과 날조를 이런 식으로 아주 파렴치하게 아주 당당히 할 수 있다는 패기에 놀랐다고나 할까요.
한편 한국에 대해서는 역동적인 민주주의와 한류 등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도 지하철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에 빠져있는지, 길거리에 아무렇지 않게 침뱉는 사람들, 얼마나 많은 커피숍이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본에 비해서는 보다 경쾌하고 가벼운 분위기인데 여기에서도 한국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가령 군사정부의 범죄들, 특히 광주에서의 학살을 놓치지 않고 소개하고 또 고성장 시대의 부정부패와 노동착취, 아울러 기형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재벌집단과 심지어 외신을 장식한 [갑질]도 이야기하는데 이를 위해 대한항공 조씨 자매와 이명희의 일화를 무려 2페이지에 걸쳐 소개하고 있습니다. 아, 물론 광적인 외모지상주의와 엄청나게 많은 수의 성형외과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습니다. 그는 도시의 황폐한 미관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스스로를 가꾸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여기에 집착하는 게 아닌가라는 익살스러운 사족을 달긴하지만 (물론 본인도 개소리라는 것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나름 유의미한 지적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역동적인 모습들, 특히 Kpop 같은 분야가 자생적으로 어떤 정부의 의도적인 계획 (글로벌화라는 맥락에서) 과 무관하게 성장한 점 (특히 싸이의 강남스타일), 탄핵과 선거, 매 주말 열리는 태극기부대의 (물론 저자는 이들을 부정적 뉘앙스로 보여주긴 하지만) 시위 등을 역동적 민주주의 한 증거로 소개합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마찬가지로 유쾌하면서도 나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에세이가 이어질 듯합니다.
중국에 챕터에서 소개하는 도시는 인천 (인천의 차이나타운), 하얼빈, 베이징, 상하이, 홍콩 등을 다루는데 모두 중국 역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으로 꽤나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한중일 국적의 사람들에게는 대부분 익숙한 주제와 일화들이 많겠지만, 서양인 독자들에게 나름 훌륭한 한중일 입문서가 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막 학술적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가볍지도 않은... 각국의 명과 암을 균형있게 서술하고 있고 때로는 본국인들도 잊고 살아가는 부분에 대해서도 살짝 짚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으니 우리로서도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