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를 이성과 '단둘'이 보낸 적이 없었던 나는 올해는 꼭이라 외치며 나름 근사한 스케줄을 생각해냈고.
그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일단은 자금 그리고, 시간. 그래서 나는 모든 짜투리 시간을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하나라도 더 해서
자금을 확보하기로 마음 먹었으나 쉽진 않았다.
다행히 페이(Pay)가 쎈 - 뭔가 익숙한 느낌이긴 한데 족발집에서 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다. 조금만 더 돈을 모으자. 비록 눈밑 다크서클은
더 짙어질 정도로 피곤하고 퇴근하는 밤길 지울 수 없는 고기냄새에 동네 개들이 단체로 짖어대서 경찰이 출동했던 에피소드도 있지만.
일하다보면 나는 경험하지 못하는 대화도 종종 들리고 재미난 유우머도. 진지한 이야기도 들린다. 오늘은. 뭐지.
- 소주에 과일향료(香料)를 써서 여성의 음주를 편하게 유도하려 하다니. 호오. 대단하군 저 남자.
하늘하늘 흰셔츠로 가릴 수 없는 건장하게 각잡힌 넓은 어깨. 손목에는 딱봐도 눈에 띄는 시계와 팔찌. 다리꼬고 앉아 있는데 멀리서 봐도
다리끝이 내 배꼽보다 위인거 같다.
"크크크 읍읍읍(너무웃다가 사래들려서)아니예요.D오빠. 오빠는 절대절대 절대 절대 안잘생겼고, 대신 엄청 재밌는 사람이에요"
"그래? 몰랐는데 그러면 너 진짜 지금 나 꼬시는거네?"
두 사람의 웃음소리가 상당히 밝게 가게에 울려 퍼진다. 저런 웃음 소리는 커도, 시끄러워도 좋다. 왠지 나도 섞여서 즐거운 느낌에
테이블 청소를 하다가 가볍게 미소지었다. 그래 나도 저런 자연스러운 농담, 부담없는 농담을 하면서 상대를 편하게 해줘야지라 생각하며
올 겨울은 절대 홀로 반지하 자취방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지 않으리라.
- 친구들과의 단체톡인 "에레보르 원정대"에 이 사실을 알리자 친구들은 이렇게 말해주며 용기를 주었다.
"해보는게 아니야. 하거나, 안 하느냐지. '해본다'는 것은 없어"
"생각하지 말고 인식해야 해"
"혈기때문에 융통성이 없고 경직되지 말고 편히 접근해보게"
뭔가 ... 다양한 스승들을 한꺼번에 만난 느낌인데 뭐 어쩌리. 용기를 얻고 얻는 것. 그것만으로도 5월 4일의 기운이 가득 차오른다.
- 그래. 이맘때면 괜찮겠지. 연락해보자. 연락해야 될 타이밍.
어디서 봤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분명히 가벼운 안부인사부터 시작하면서 대화를 연결했었어.
그거슨 바로 지금. 지큼 이 순콴.
솔로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부족한 것은 용기로 채우는거다. 지금 내 목장갑에 쥐어진 것은 숯불용 번개탄이 아니다.
이것은 G스톤이며 나의 용기에 반응하며 그 불빛을 드러...아 뜨거. 불똥. 아놔.
'잘 지내시나요?'
올커니.
숫자1은 빠르게 사라지고 답변이 왔다.
'카톡하지마세요차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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