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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21 12:48
1차 세계대전이 영국 제국과 독일 제국이 누가 세계 제일 제국인가를 가리기 위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볼 수 있으니... 거꾸로 말하자면 독일은 항상 세계에서 일등과 드잡이질을 할 수 있는 국가였다는 것이겠지요. 심지어 이런 인재유출이 생긴 나치정권으로도... 냉전과 통일 이후로 다시 유럽의 물주가 되면서 발언권이 늘어나고 있는 현대 독일을 봐도 정말 이 나라는 지정학적으로 패(권)자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키신저와 브레진스키는... 출신답게 '원한'을 가진 외교관들이었지요. 현실주의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이 무슨 CIA요원도 아니면서, 암살, 쿠데타, 정권 흔들기라는 현대 미국의 '외교'를 냉전시대에 탄생시키고 유지시킨 장본인들.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악의 제국'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조치'라는 논리를 너무 좋아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남미에 민주적인 정권이 생기면 무조건 쿠데타를 일으키다보니, 결국 투표로 뽑히는 정권은 무조건 반미 좌파가 되는 악순환의 구렁텅이가 창조되는 일도 있었고요. 하지만 결국은 역사의 승자니까 이런 비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이겠지요. 씁쓸합니다.
19/01/21 14:05
키신저와 브레진스키가 냉전때의 미국의 각종 술수들을 탄생시킨 사람들은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이 훨씬 이전부터 중남미 각국들에 개입한거야 잘 알려져 있고 무엇보다도 1950년대 아이젠하워 행정부가 이란과 과타멜라에서 CIA를 통해 일으킨 쿠데타들이 보여주듯이 덜레스 형제가 더 선구적이지 않았나 싶네요.
이런 저런 구설수를 떠나 키신저가 아무리 능력이 있는 외교관이었다고는 해도 제가 그 사람을 좋게 안보는게 1969년이면 종결될수 있는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을 더러운 정치적 협잡과 오기로 1973년까지 연장시켜서 수많은 사람들이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죽게 만들었다는 점이죠. 그렇다고 해서 닉슨과 키신저가 1973년에 내놓은 협상 결과물이 4년전의 결과물보다 더 좋은 것도 아니었고요. 베트남전은 전임 행정부인 존슨 행정부때 시작되었지만 구정공세 이후 존슨 대통령은 재선을 포기하고 남은 1년 임기를 북베트남과 평화조약을 맺는데 주력하기로 합니다. 그리하여 1968년 대선에서 민주당에서는 존슨 대신 부통령이었던 휴버트 험프리가 대선 후보로 나오게 되고 공화당에서는 닉슨이 후보로 나오게 됩니다. 파리에서 미국과 북베트남 외교관들은 비밀리에 평화협상을 시작해 진전을 보고 있었는데 이걸 당시 존슨 행정부내 보좌관이었던 키신저가 알아채고는 닉슨에게 귀띔을 해줍니다. 키신저는 저 행보땜에 지름길로 고관대작이 된거라고 볼수 있겠지만 그 댓가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이 치뤄야 했죠. 키신저로부터 협상의 진척에 대해 알게된 닉슨은 종전회담이 타결되면 민주당 후보인 험프리가 자신을 역전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었고 실제로 험프리가 북베트남 폭격 중단 지지를 선언한후 격차가 급격히 좁혀지고 있었습니다. 닉슨은 최측근인(훗날 워터게이트로 감옥에 가는) 홀드먼에게 명령을 내려 종전협상을 "멍키 렌치"로 부수라고 지시하는데 당시 공화당 사교계에서 중요한 인물이었던 아나 체놀트라는 반공주의적 여성을 통해 남베트남 대사에게 '닉슨이 당선되면 더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맺어주겠다'라고 합니다. 덕분에 선거 몇칠전에 남베트남 대통령이 협상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게 하여 파토내는데 성공하고 닉슨은 아슬아슬하게 대통령 당선이 되죠. 존슨 대통령은 당시 FBI의 불법도청(..)을 통해 이를 알고는 반역이라고 길길이 날뛰면서 닉슨을 전화로 추궁도 했지만 닉슨은 부인했고 아무런 댓가를 치루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공개적으로 내놓을 합법적인 증거가 없었거든요. 하지만 홀드먼이 닉슨에게 회담을 "멍키 렌치"하라고 지시 받았다는 노트가 2017년에 대중에게 공개되어 닉슨의 개입이 확실한 것으로 들어났습니다. https://www.nytimes.com/2017/01/02/us/politics/nixon-tried-to-spoil-johnsons-vietnam-peace-talks-in-68-notes-show.html 저 일들의 파장에 비하면 닉슨을 몰락시킨 워터게이트는 애들 장난에 가까운게 아니었나 싶네요. 닉슨이 집권하기 바로전인 1969년 1월에 미군 사망자가 20500명 가량이었는데 북베트남과 1973년 1월에 전쟁이 휴전에 돌입했을때는 수치가 58000명에 다다랐고 그 4년 동안 남베트남군은 10만7천명, 북베트남과 베트공은 대략 50만명의 사망자를 내었으며 미국의 캄보디아 개입은 크메르 루주 대학살로 이어지게 되죠.
19/01/21 14:40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제가 알지 못했던 내용이 참
많은데요. 풀어서 적어주신 덕분에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덜레스 형제'라는 이름 또한 처음 들어보네요. 혹시 짧게나마 설명해주시면 매우 감사하겠습니다. 아니면 영어 철자라도 남겨주시면 직접 검색해보겠습니다. 이란 쿠데타는 결국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없던 팔라비 왕조가 '이슬람 혁명'이라는 정말 극단적인 방법으로 몰락하게 만들었지요. 지금 이슬람이 정치적으로 반서양 반근대라는 자리를 잡게 만든 정말 문명권 하나를 말아먹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인원 작전'으로 나치고관 하이드리히를 암살한 것이 최고의 성과였던 OSS가 커진 것이 CIA답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프랑스 작가 아민 말루프의 역사소설 "사마르칸트"에서는, 어쌔신의 창시자인 '하산 알 사바흐'를 페르시아가 항상 섬기는 '제국'이라는 가치에서 입신양명을 이루지 못한 젊은이가 '시아파'라는 극단적인 종교에 헌신해서 불타는 권력욕으로 자신만의 근엄하고 엄숙한 '숨막히는 제국'을 만들고, 노년에는 쇠락해서 자신이 만들어낸 극단적인 사상에서 해어나오지 못하는, 자기자신을 잃어버린 노인네로 묘사하던데. 작가가 하산이 '어쌔신'의 창시자이기에 현실적인 고증보다는 현대 이슬람 정치권에 대한 상징성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그려나간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술수라도 결과가 좋으면 좋겠지만, 보통 무언가가 술수로 불린다면 얕은 꾀인 경우가 많고, 미래에서 보면 참 아쉬울 수 밖에 없어지네요. 베트남 전쟁 휴전협의가 그렇게 국내정치의 술수 때문에 파토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더 이런 생각이 강해집니다.
19/01/21 15:00
덜레스 형제는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국무 장관인 John F. Dulles와 CIA 국장 Allen Dulles를 일컫습니다. 말씀하셨듯이 결과라도 좋았다면 모르겠지만 이란과의 반목, 최근 오바마 행정부부터 트럼프까지 뒷목잡게 하는 중미 난민사태들은 콜린 파월의 pottery barn rule의 엄중함을 보여주는 것이고요.
19/01/21 15:19
Pottery Barn Rule도 처음 들어서 공부하고 왔습니다. 밴가드님 정말 다각도로 아시는군요 대단하셔요!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이라크를 침공한다면 '부셨으면 사가는 성의를 보이는 게 도자기 가게의 전통규칙이니 대통령도 책임을 다 지시라' 라는 식의 말을 했었군요. 호오. 제가 알고 있는 막스 베버와 에리히 루덴도르프 사이의 인터뷰가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1차 대전이 종전되자, 카이저는 네덜란드로 망명하고, 그 밑에서 씨름하던 민간 정치인들은 휴전협상으로 위신이 추락하자, 자연스럽게 지난 전쟁의 최고사령관이자 군부의 일인자인 루덴도르프에게 권력이 쏠렸지요. 전쟁터에서처럼, 그리고 자신이 지배하던 군대처럼 모든 것이 자신에게 복종하는 상황에 취해있는 루덴도르프에게, 당시 독일 정치학계의 거물이었던 막스 베버가 인터뷰를 신청해서는 "그렇습니다. 국가의 정치지도자란 정말로 위대한 자리입니다. 당신 앞에 모든 국민이 복종합니다."라고 운을 떠놓고서는 "하지만 군인과 달리 국민은 부족한 지도자를 교수대에 매달아야합니다. 지난 전쟁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으니, 각하께서라도 이 김에 자결이라도 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라고 말해버리는 바람에 쫓겨났지요. 독일은 나치로 피값을 치뤘는데, 미국이 예외일수는 없는 법일겁니다.
19/01/21 15:41
아이구 너무 과도한 칭찬이라 부끄럽네요. 감사합니다. 루덴도르프에 대한 일화를 말씀하셔서 갑자기 생각나는게 제가 옛날에 리델 하트의 1차 세계대전사를 읽으면서 이상하게도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1918년 말 아라스 전투에서 연합군 전차부대 동원에 의해 수년간 견고하던 힌덴부르크 라인이 깨져버리는데 당시 벨기에의 Spa라는 곳에서 머물던 루덴도르프가 일종의 멘탈붕괴를 겪고는 당장 연합군에게 항복해야 한다고 주장해서 강화파로 수상이 갈려버리게 됩니다. 나중에 멘탈을 되찼은 루덴도르프가 앤트워프에서 아르덴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방어라인을 새우면 된다고 했지만 그때는 이미 나라 분위기가 뒤집혀서 루덴도르프도 해임이 되버리죠. 현대 국가적 차원의 유래없는 총력전을 주도하고,레닌을 러시아로 들여보내 공산혁명을 일어나게 한 배후의 인물이 한 전투의 역경으로 멘탈붕괴가 왔다는게 그 당시의 저로써는 이상하게도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20세기 초반의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하면서도 어두운 역활을 한 인물인데 히틀러와는 사이가 비교적 일찍 틀어졌다는 점에서 영화 원더우먼같이 모든 악의 배후로 몰고가기엔 약간은 무리수적인 부분도 있죠.
19/01/21 15:47
루덴도르프-힌덴부르크는 사실 프로이센의 '융커' 군부출신 사람들이었으니, 우국충정을 위해서는 '언제든 내가 국가를 똑바로 이끌 준비가 되어있어야한다!'라는 잘못된 생각이 박힌 인물들이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버가 '경멸'했듯이 결코 정치의 구조나 합리성에 대해서는 고민조차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막스 베버라는 사람이 평생을 정치(거버넌스)의 '합리성'을 연구하고 역설하는데 바친 사람이라 루덴도르프에 대해서는 말년에 길게 기록을 남겨둬서, 베버의 정치관을 높게 사는 저로서는 루덴도르프에 대해서 베버의 입장을 읽고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크크... 어쩌면 밴가드님께서 읽으신 리델 하트의 책에서 루덴도르프의 그런 면이 등장한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루덴도르프는 '개인적'으로 '대중정치인'인 히틀러에게 거부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래도 추해지기 전에 죽어서 그렇지, '총통'에게 얼마나 많은 기존 융커들이 홀렸는데요. 크크....
19/01/21 15:59
그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인상적이었던 이유가 이해가 되는게 루덴도르프가 전투결과에 충격을 받고는 입에 거품을 물면서 발작을 일으키고는 쓰러졌다고 하네요.
19/01/21 16:03
하인츠 구데리안이 '전차를 주목하라! (Actung Panzer!)'에서, 아무리 자기가 현대 전차 전술을 최초로 창시해낼 책이라고는 하지만 대놓고 '1차대전에서 독일은 전차라는 무기체제의 양산을 거부했다. 우리는 전쟁에서 패배했다.'라고 시작하지요. 크크크..
그러게 춘계공세로 어마어마한 피를 봐놓고서는 무슨 삼국지연의의 여몽처럼 뒤늦게 혼자 PTSD가 왔답니까.
19/01/21 14:18
2차 세계대전은 독일의 유럽 맹주 등극을 몇십년 늦추었을 뿐이었다는 말이 있지요. 히틀러와 나치의 뻘질이 없었으면 독일은 훨씬 일찍 유럽을 패권을 잡았을 거라는. 지리, 인구 등등 뭘로 봐도 이나라는 지역 맹주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처럼 보입니다.
19/01/21 14:58
저는 동독음악을 참 좋아하는데요.
일단 그 좋은 능력을 가지고, 뻔하디 뻔한 선전음악을 만든다는 부조리함(?)의 알싸한 맛에 취한 것도 있지만, '제 4의 벽'이라는 개념을 만든 베르톨트 브레히트와 동독 국가 '폐허에서 부활하여'를 만들게 되는 한스 아이슬러 같은 독일의 음악과 연극 및 기타 예술계의 올스타전 같은 그런 인재풀이 탐스러운 것도 있습니다. 이게 어떻게보면 참 엄청난 반작용 아닐까요. 독일에서 그렇게 능력있을 가능성을 내쫓고 겁박했으며, 결국 살아남은 소수마저 괴뢰국가에서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작업하게 만들었으니... 으휴.
19/01/21 14:40
Farce님 밴가드님 고퀄의 댓글 매우 감사 드립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독일은 패권국이 될 물질적 여건을 갖추고 있으나 어떤 철학적 여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적 리더십이라고 할까요. 그런게 좀 부족한 느낌. 물론 개인적인 감상 정도입니디만.
밴가드님// 베트남 전 관련 전혀 몰랐던 사실이네요.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19/01/21 15:09
게임 배틀필드 1이 출시되었을 때, 독일과 프랑스의 국경지대에 있는 '아르곤 숲'이 맵으로 추가되자
유튜브에는 독일 군가 '아르곤 숲의 노래'가 많이 업로드 된 일이 있었습니다. https://namu.wiki/w/아르곤 숲의 노래 그런데 유튜브에서 히익 독일군가다!라면서 영상을 마구 내려버리는 사건으로 이어졌습니다. 독일정부는 또 독일 '국내법'에 따라서 국내에서의 영상 시청을 막으려고 했고요. 왜냐면 이 노래가 2차 대전때도 쓰이긴 했거든요. 거기에다가 아르곤 숲은 알자스-로렌이 다시(?) 프랑스 땅이 된 이후로는 독일의 '영토'도 아닌지라 말이 많았습니다. 지금 독일은 오데르-나이세 국경선을 인정하면서 독일'계' 민족의 영토를 중세 이전으로 되돌렸고, 그 과정에서 앞으로 어떤 영토 확장도 없을 것이라고 다른 열강들에게 다짐했고,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도 '체격에 맞지 않게' 못하고 있지요. 이 '철학'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저는 좀 원만하게 풀렸으면 좋겠네요. 독일은 유럽의 '이란'이라고 봅니다. 격을 낮춰서 대접받고 있는데, 언제까지 웃는 얼굴로만 그리 지내지는 못할 것 같은 친구에요.
19/01/21 19:01
말씀 잘 봤습니다. 좀 우문일수도 있는데 궁금한게 1차대전까지는 국가 영토 크기+산업력 중요했으니까 독일이 강력했던게 이해가 가는데, 현대 독일은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점이 무엇인가요? 유럽 연합의 가운데에 있어서 접경국가가 많아서 교역?이 하기 쉬운 것이 장점인가요?
19/01/22 08:06
서쪽의 라인란트부터 동쪽의 슐레지엔까지 중세부터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지역을 모두 통제했고, 발칸반도의 바나트(Banat)부터 러시아의 볼가 강까지 독일계 이민자와 귀족들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독일 제국과 현대 독일 연방을 비교하자면 부족한 것이 많이 보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유럽 자체가 지금 수에즈 위기 이래 시작된 기나긴 쇠퇴를 겪은 이후라, 영불독 서유럽 3국이 그나마 '강대국꼴'을 하고 있는데요. (그 밖에 자기 앞가림이 가능한 나라는 자기 국경밖으로는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는 북유럽이나 조금 특별한 위치에 있는 '폴란드'가 있습니다. 폴란드 이야기는 조금 이따 할게요.) 영국과 프랑스가 어디로 가야할지 국내정치가 사분오열되어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에 비해 독일 정치는 상대적으로 안정되어있습니다. 메르켈의 정치적 수완이 대단했던 것이, 아데나워나 브란트 같은 기존 총리들처럼, 서독에서 이어지는 현대 독일 연방이라는 정치 체제가 꽤나 괜찮다고 독일인들에게 인식시키는 걸 성공했거든요. 툭하면 지금 프랑스 공화국을 부정하는 국민전선이 자꾸 대권에 오르내리는 프랑스나, 가장 위대한 제국의 시대에도 유럽 대륙의 '간잽이'로 남아야했던 영국이 이번에 브렉시트로 영국이 유럽의 일부이길 바라기나하는지 국론이 혼란의 수렁으로 빠진 꼴보다는 훨씬 안정적입니다. 메르켈 자신은 결국 유럽 난민 위기 덕분에 더 이상 정치인생을 이어나가지 않는 것으로 타협했지만, 난민 위기에 리더십이 갈려나간 나라가 한둘이 아니고, 헝가리 같이 극우가 집권에 성공한 나라도 많아서 이 정도면 선방이라고 봅니다. 영국의 유럽에 참여할까, 몸값을 불릴까라는 줄을 하나둔 외교에서 브렉시트라는 참사가 탄생했지만, 독일은 프랑스와 함께하는 EU말고도 여러가지 '집단안보'가 가능한 나라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발트해 파이프라인을 통해, 우크라이나 위기에서 러시아와 대적하는 일 없이, 독일은 타협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이는 NATO에 의해 대러시아 방파제로 강제로 생명줄이 붙들려있는 폴란드나 EU의 발언권을 NATO의 대러시아 포위전략에 참여하는 것으로 늘리려는 프랑스 입장에서는 '배신'이지만, 독일에서는 선택지에 불과한 문제거든요. 역사에서 항상 그랬듯이, 러시아와 독일은 직접 세력권이 닿기 전에는 협조를 열심히 할 수 있는 지정학을 가졌습니다. 폴란드가 그 산 증인이고요. 반면 독일에게 인구와 제조업 기반이 밀리는 프랑스는 EU로 한지붕살이를 하는 것으로, 독일을 말리고 있죠. 싸움질하면 같은 살림살이가 박살나면 이 남편이 좀 잠잠해지지 않을까 하면서요. 그런데 그리스의 유로존 위기를 통해서 증명된 것이 있다면, EU 경제권의 물주가 독일이라는 것만이 증명되었지요. 프랑스도 같이 유로를 쓰는데도 말입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국민전선이 프랑스 국내정치에서 인기가 많은 이유가 설명됩니다. 지금 프랑스 공화국은 독일의 노예다! 해방되자! 그런데 EU가 붕괴하면 과연 유럽대륙이 세계정치에서 유의미한 존재가 될 수 있을까요? 이는 브렉시트 역시 던지고 있는 질문입니다. 그리고 EU의 붕괴는 독일의 지정학상 NATO의 군열로 이어질 것입니다. 집단안보 대신 개별안보라는 헤쳐모여가 시작될테니까요. 프랑스가 냉전 때 드골의 핵무장으로 미국과 NATO 집단안보체제에게 엿을 먹인 것과 똑같은 교훈이 반복되는 것이지요. "어? 나는 용꼬리 안하고, 닭머리 할거야." 그러면 뭐 2차대전만큼 막나가진 않을 겁니다. 핵무기도 있고 (어 근데 독일은 없지요? 불안하니 하나 구하겠네요?), 국제연맹보다 강한 국제연합(UN)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1차 세계대전처럼, 서로 개별 안보 조약이 얽히고 섥혀서 거대한 두 덩어리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지요. 그럼 유럽은 자기들 역사가 백년째 제자리걸음이라는 사실에 답답해지고 말 것입니다. 지금 동북아 정세랑 똑같아 지는 것입니다. 북한과 중국이 존재하는 동북아처럼, 언제 서로 누가 전쟁할지도 모르겠으니, 군비 경쟁도 하고, 서로 불신하고 자존심 싸움하는 그런 전통적인 유럽정세요. 그런데 지금 잠들고 있는 유럽도 세계의 중심에서 멀어지고 있는데, 이런 소모적인 분쟁이 가득할 유럽이 더 위대해질 수 있을까요? 누군가는 그렇다고 말합니다. 유럽이 쇠락하기 전에 한번 크게 흔들고 반등을 노리는 사람들도 있어요. 유럽에 극우파가 많은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아무튼 독일이 지금 EU의 생사여탈권을 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독일의 선택에 유럽의 미래가 달렸지요.
19/01/21 13:23
개인적으로 아인슈타인은, 미국의 일부분이라고 하기엔, 인류 전체에 너무도 지대한 영향을 미쳐서...
현재의 인류를 만든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하죠... 아인슈타인 전과 후는 아예 다른 세계라고 봐도 무방하죠... 정확히는 핵무기 이전과 이후이긴 한데...사실상 이 핵무기가 상대성 이론의 결과물중 하나니까요... 인류가 품기엔 너무 큰 인물이었단 생각이 들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격동의 시기 20세기... 타임지 선정 20세기의 인물...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9/01/21 16:45
소련판 베트남전이라고 생각하심 됩니다. 미국이 딱 그 꼬라지 나게끔 뒤로 무자헤딘(탈레반의 전신격 집단)지원했구요.
미국은 베트남전으로 망하진 않았는데 소련은 전쟁에 퍼부은 전비와 이후 터진 체르노빌 참사로 진짜 망해버렸죠...
19/01/21 17:51
사회가 막장이 되면 지식인들이 풍선처럼 좋은 곳(?)을 찾아 떠나는 군요~
세계대전 전후해서 폰 브라운을 미국이 수입해갔던 글을 읽은 기억이 나는군요
19/01/21 20:57
우왕 이 글은 스크랩해두고 자주 읽어야겠네요. 댓글도 큰 공부가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PGR에서 배워가는게 많네요.
19/01/22 04:19
세계사적으로 20세기(1914or17-1991)를 보통 사회주의의 시대로 평가하지요. 그러나 20세기는 사실상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지성사였다고 주장하는 듯한 최근 서적 "Weimar Century"도 읽어보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독일에서 사회주의 실험이 실패하고 전체주의 세력이 집권하자 이를 피해 유럽 최고의 지성들이 미국으로 이주하여 학계와 정계에 자리를 잡게 되어 바야흐로 반공의 시대를 이끌게 되는 흐름을 다섯 명의 인물사로 조명하고 있는 책인데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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