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이번에 새로 생긴 스타벅스 리저브에서 마신 나이트로 콜드 브루입니다. 설명은 나중에 같이 하기로 하고....크기는 이해해 주세요ㅠㅠ
사실 오늘 음식점 이야기는 별로 할 게 없습니다. 원래라면 가기로 한 가게가 있었는데 오늘 친구랑 만나기로 해서 거기를 못가서 말이죠. 대신 다른 잡담이 좀 많이 섞일 것 같네요.
이번 주에 동생 생일에 얻어먹으러(...) 서면을 둘러보고 있었습니다. 딱히 생각나는 건 없는데 문득 중국요리가 먹은지 오래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래라면 처음에 집에서 만나서 집 앞의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에 가서 부산역 차이나 타운으로 가려고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눈치없는 동생놈이(.....) 이미 서면이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금룡으로 가려다 동생놈이 갑자기 광안리에서 봤던 데가 서면에 있다던데 가보고 싶다고 해서 지난 번에 갔었던 미미루로 갔는데 거기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어디 말하는 건지 곰곰이 생각을 해보다가 광안리의 어딘가가 갑자기 생각났고 거기가 여기 맞냐고 보여주니 맞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지도로 보니 거의 5,6년전에 한참 와우 하러 피씨방 찾아다니던 시절에 지나가는 길에 봤던 그 곳이더군요. 기묘한 추억과 인연에 신기해 하며 들어간 그 곳의 이름은 홍유단입니다.
원래는 코스요리로 유명하고 좀 더 근사한 걸 시킬 수도 있지만 코스요리는 동생이 싫어하는 음식이 있고 아무래도 첫 만남에 무리한 요리는 좀 위험하다 싶어서 소박하게 삼선 간짜장이랑 탕수육을 시켰습니다. 의외로 간짜장이 인상적이었는데 사실 간짜장 뿐만 아니라 탕수육도 재료 하나 하나가 살아있는 건 기본이고 보통 간짜장이라고 하면 양념이 잘 묻지 않아서 좀 밍밍한 편인데 여기는 장이 꾸덕꾸덕하게 볶아져서 면에도 다른 것과 비교해도 잘 붙어서 맛이 그대로 진한 게 제가 먹어본 짜장면 중에서 상급이었습니다.
다만 먹으면서 기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게 먹으면서도 맛이 어디서 많이 먹어본 맛이라고 생각해서 계속 생각해보니 생각해낸 게..........짜짜로니였죠. 오해가 있으실 까봐 말씀 드리는 건데 맛은 정말 있었습니다. 고기도 씹하는 감이 좋았고 야채도 아삭아삭했고요. 다만 먹으면서 짜짜로니가 모사하고 싶었던 맛이 이 쪽이었구나 라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탕수육도 말할 것도 없이 좋았고요. 좋은 탕수육은 야채도 맛있는 법이죠. 물론 좀 남기긴 했습니다만...사실 간짜장을 곱배기로 시켜서 배불렀거든요.
가격이 막 부담스러운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점심시간마다 갈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곳은 아니라 기분 내고 싶은 날에 몇 번 더 가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다음에 갈 때는 코스요리로 가거나 똑같이 간짜장을 시킨다면 보통을 시킨 다음에 공기밥을 추가하고 먹지 싶습니다. 체감 상 많이 짠 게 흠이긴 하지만 간짜장 양념중에선 거의 인생 짜장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번에 서면시장에서 롯데백화점으로 건너가는 큰 길목에 스타벅스 리저브 점이 새로 생겼더군요. 꼭 생긴건 락스타 로고같이 생겨가지고선 말이죠(...) 호기심에 들어가봤는데 생각보다는 본격적이었습니다. 입구 바로 앞에 전용 바리스타가 직접 드립을 해주는 리저브 바가 있고요. 기존의 메뉴를 파는 곳은 뒷쪽에 있었는데 일단 저는 드립커피를 먹으러 가는 단골 까페가 있어서 드립커피보다는 좀 일반 적인 걸 먹기로 했습니다. 물론 일반적이라고는 해도 다른 지점에 비해서 폭발적으로 많은 메뉴가 있는데 그중에 나이트로 콜드 브루, 그러니까 질소를 주입한 커피가 있더군요. 신기하기도 하고 제대로 된 니트로 커피는 마셔본 적이 없어서 한 번 시켜보기로 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상당히 흑맥주 스러운 비주얼이지만 재밌는 건 거품의 질감도 기네스 같다는 거죠. 기네스 생맥주 만큼의 그 비단으로 혀를 닦는 것 만큼의 그것은 아니더라도 많이 인상적인 거품이었습니다. 마시는 동안 제법 재밌더라고요. 취하지만 않을 뿐 맥주 마시는 느낌도 나고요. 다만 보통 콜드 브루가 그란데 사이즈가 4500원 가량으로 알고 있고 나이트로 콜드 브루 그란데 사이즈가 6300원이라는 점은 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질소값만 1800원이니까요. 이 때는 몰랐지만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리저브 바에서 드립 외에도 사이펀이라거나 다양한 추출법과 평소에는 잘 못 보는 귀한 원두를 취급하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몇 번은 더 가보지 않을 까 생각합니다. 뭐 그러고 나서는 너무 비싸서 안가겠지만요.
최근에 서면을 아시는 분들 사이에서는 소고기국밥 골목이라고 알고 계시는 골목이 리빌딩을 했습니다. 특히 많은 분들이 가시던 그 가게는 철거되어서 새 건물을 지었고(사실 그 가게 이름이 화전국수라는 것도 가게가 이전하고서야 알았습니다) 나머지 저렴한 가격에 음식을 팔던 가게들도 모두 철수 해서 이제는 옛날 풍경은 입구의 낡은 간판 하나만 남게 되었죠. 사실 원래 공장이 많았던 서면골목에서 마지막으로 남아있었던 낡은 때 한자락이었고 이제서야 과거의 조각이 떨어져 나간 셈입니다. 사실 이 곳 뿐만 아니라 부산은 시내 곳곳에서 수명이 다한 시가지가 새롭게 거듭나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대연고개를 시작으로 영남제분 앞의 택지, 용호동, 연산동...... 솔직히 모두가 급하게 살려고 덕지덕지 지은 허름한 곳들이었고 그런 곳들이 각자의 수명을 다해서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추억도 있겠지만 그보다 많은 설움과 악받힘이 있었던 곳이니까요.
하지만 오래 감은 깁스를 떼어내고 적지 않은 세월을 함께 한 목발을 쉽게 못버리는 것 처럼, 약간의 그리움 같은 건 어쩔 수가 없나봅니다. 그 보잘 것 없고 불편하고 더러운 곳이 마음 속 한 곳에서 이해할 수 없을만큼 아려오네요.
...사실 원래 최근에 여기로 이사온 유명한 훠궈집이랑 겐짱 카레를 먹으면서 이런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겐짱카레를 못 가보는 바람에 영 뜬금없는 문단이 되버렸네요. 꺼이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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