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더운 날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단기알바 사이트를 뒤적거리던 차에 1시간 근무 - 일급 2만원짜리 아르바이트 공고가 올라온 걸 봤습니다. 평범한 알바는 최저시급, 근무시간이 매우 짧아서 교통비 비중이 커지거나 근무강도가 빡세거나 약간의 기술이 필요한 알바는 시급 8000~1만원, 생동성 알바(소위 마루타)나 쌩노가다 정도 되야 1만원 이상의 시급을 받는데, 대체 무슨 알바길래 그거보다 높은 시급을 제시하나 하면서 들어가보니 A호텔의 B행사에 참석해서 몇 가지 설문에 참석해주면 된다는 군요? 리서치 알바에서 주는 일급은 근무시간이 짧아서 시급으로 치면 꽤 높은 편이긴 해도 2만원은 너무 높은데? 싶다가 에이 뭐 날씨도 겁나 더운데 이런 날 갑자기 알바 구하려면 돈 더 쓸 수도 있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습니다. 시간도 남는데 당첨되면 슬렁슬렁 꿀 좀 빨고 하스스톤 확장팩 지르는데 보태야겠다~ 하면서 알바에 지원했습니다.
1. 어차피 이런 알바 사이트에서 지원하는게 지원한다고 꼭 되는 게 아니고 복불복이라서 아무 생각없이 하스스톤 투기장 돌리고 있는데 늦은 저녁에 연락이 오더군요. 무슨 괴상한 제목의 텔레그램 단톡방에 들어온 다음에 정해진 시간에 ~호텔 ~층 후오비카니발에 참여해서 투표하고 인증하면 알바비 지급하고, (해당 장소에서) '절대 어느분에게든 알바하러왔다고 얘기하시면 안됩니다. 자연스럽게 참여해주세요'라고 하네요? 얼씨구? 유독 수능 외국어 영역 점수가 안나와서 고생한 입장에서, 영어로 어려운말 쓰는 놈들은 분명 다른 속셈이 있다는... 생활신조에 따라 후오비카니발이 뭔지, 또 텔레그램 단톡방은 뭐하는 곳인지 살펴봤습니다.
2. 알고보니 후오비카니발이라고 하는 건 후오비라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주최하는 행사인데, 여기서 6개의 암호화폐를 대상으로 투표를 해서 많은 득표를 한 암호화폐를 거래소 측에서 '지원'해주겠다는 내용이었네요. 텔레그램 단톡방이라는 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모여있는 대화방이고, 여기 가입해있는 걸 행사장에서 보여주면 투표권을 받으니까 단톡에 가입하라는 거였고요. 염병.. 알바 하는 입장에서 돈은 부족해도 가오가 없습니까? 프로듀스48에서 나나미인가 하는 사람 팬들이 하스스톤 팩준다고 투표해달라고 할 때도 대가 받고 표주는 짓은 하기 싫어서 투표 안했는데요(그래도 나나미 씨는 예쁘긴 했습니다 인정합니다.. 아 이게 아닌가). 코인판에서 추잡하게 얌생이나 쓰면서 서로 '알바 그런거 저희는 안씁니다 ^^' '다른 데서 쓰는 거 신고해야겠네요 ㅡㅡ' '이번에 투표 1등해서 거래소 상장 시키고 신규들 잡아먹고 떡상 가즈아~' 이따위 소리 하는데 힘 보태줄 일 없다 싶어서 때려쳤습니다.
3. 때려치고 나서 텔레그램 단톡방을 뒤적거리다 보니 암호화폐 관리자 측이 이 사안 관련해서 감언이설로 사람들 구워삶고 속이는게 역겹기도 하고.. 암호화폐를 만들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람들 이외의 투자자들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손해를 본 상태에서 마지막 동아줄 붙들고 있는 걸 보니 한심하면서 불쌍하기도 하고.. 또 그런 사람들이 신규 투자자들이나 뭣 모르는 투자자들 구워삶아서 폭탄 돌리기 하려는 거 보면 개탄스럽고.. 지난 얘기지만 IPO 붐은 강세장의 끝에서 몰아친다는 말이 참 맞는 말이었구나 싶기도 하고.. 와 이런 한심한 사람들도 이런데 투자할 돈이 충분한데 난 알바구하고 있네.. 등 여러 잡상이 들었습니다.
4. 사실 날씨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더운게 아니었으면 그냥 갔다 왔을 수도 있는데 날씨가 너무 더운 거도 한몫 한거 같습니다. 아-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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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급 2만원을 보니 제가 예전에 몇번 했던 녹음 알바가 생각나네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꿀알바가 맞는 거 같습니다.
요즘에도 하는지 모르겠는데 기가지니 같은 인공지능 기기 목소리 샘플 구하는 건데 성별 연령별 지역별로 뽑고 30~-40분 녹음하고 2만원 주는데 좀 길게 (1시간 넘게) 녹음하고 4만원 받은 적도 있네요. 장소는 오피스텔이나 가정집 아파트에 들어가서 하기도 했었고요. 나중에도 꾸준히 사람 구한다고 문자 왔었는데 여유가 안 되어서 못했네요. 직장인도 퇴근시간 조절이 가능하면 해볼만한 알바였던 거 같습니다. 보통 직장인이 2만원~4만원 때문에 움직이기 귀찮아 한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요.
몇년전 했던 시험감독 알바 좋았던것같아요.(복도감독)
전날 두세시간정도 세팅하고 설명듣고
당일 마이크차고 시험감독하다가 상황끝나면 뒷정리후 철수 이건 시험시간에 따라 달라져서 3~5시간 정도 걸리고.
2일치 12만원 받았습니다 아마 시험때생기는 변수차단 못하면 x되는 그런 책임이 좀 있어서 쎄지않았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