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지붕이라 불리는 네팔의 험준한 겨울 설산에 허름한 텐트들이 즐비해 있다. 살을 저미는 강한 바람에도 사람들은 산을 기어가듯 낮은 자세로 산속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이윽고 무엇을 발견했는지 호미로 땅을 파고는 곤충도 아니고 식물도 아닌, 그 중간인 자양강장제, 정력제, 면역력 증가, 항암효과 등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는 `동충하초`를 캐냈다.
산속에서 동충하초를 캐던 사람들은 원래 산 아래서 농사를 지으며 살던 농민들이었다. 그런데 10년 전 마을 주민 한 명이 산속에 즐비한 동충하초가 중국에서 값비싼 약재로 쓰인다는 소식을 듣고 겨울에만 생겨나는 동충하초를 캐기 위해 산속으로 들어간 후 약 두달후 많은 양의 동충하초를 캐오고 그걸 팔아서 네팔 노동자의 몇 년 치의 급료를 벌어왔다.
그날 이후 주변 소문을 들은 농민들은 일 년 내내 열심히 일해도 변변한 삶을 이어가기도 힘든 농사일에 회의감을 느꼈다. 처음에는 마을 주민의 소수만 겨울 산으로 올라갔다. 봄에 산에서 내려온 주민들이 큰돈을 버는 모습을 보자, 남아 있던 농민들은 부러움과 시기, 박탈감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농사만 지으면 바보, 동충하초를 캐면 부자`라는 인식이 머릿속에 박히자 모든 마을주민이 이젠 겨울 산으로 올랐다.
산 위에 세상은 겉으론 평화로워 보이지만, 남이 캔 동충하초가 내가 캤어야 했던 동충하초라는 생각이 흐르고 잠시 한눈판 사이에 자신이 캔 모든 동충하초가 누군가의 도둑질로 잃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리고 아무런 유흥거리가 없는 산 위에서 남자들은 온종일 캔 동충하초로 도박해서 잃기도 한다. 게다가 의료서비스를 전혀 받을 수 없는 산속에서 병에라도 걸리면 아무런 치료도 못 받고 병마와 싸우다 죽어나기도 한다.
두 달간 겨울 산 생활을 끝내고 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쉽진 않다. 전날에 이웃이 강도를 만나 모든 동충하초를 빼앗겼다는 소문이 흉흉하게 돌고 있다. 강도에게 강하게 저항하다 살해당한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그래도 다행히 무사하게 겨울 산을 내려온 주민들은 자신들이 캐온 동충하초가 중간상인을 거쳐 중국부호들에`정력제`로 비싼 값에 팔리기에 큰돈을 벌었다. 점차 산 위로 올라가서 동충하초를 캔다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소문이 나고 주변 마을주민뿐만 아니라 멀리서 살던 사람들도 두꺼운 옷, 식량, 갈아입을 옷도 없이 겨울산 위로 올랐다. 일확천금을 꿈꾸던 외지인들은 안타깝게 동상에 걸려 팔다리를 절단하거나 얼어 죽는 경우가 속출했다.
일확천금의 유혹에 일상을 내던진 농민들은 언젠가는 사라질 동충하초를 걱정하며, 자신의 터전에서 예전의 일상으로 이젠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얘기를 하며 평범했던 어제를 그리워 하는 자조적인 얘기를 한다. 그리고 허망하게 겨울 산에서 죽어간 외지인들에게 동충하초는 희망이었을까 자신의 일상을 파괴한 욕망의 화신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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