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달간 있었던 촛불시위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분위기였습니다. 혁명을 위하는 엄숙한 느낌이라기보단 일종의 축제 같은 느낌, 마침 그때쯤 교양 수업에서 68운동을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기억에 남습니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68운동이 전 유럽, 미국으로 퍼져나갔듯 한국의 촛불혁명도 그러하길 바랍니다. 전 중학교 때부터 김광석을 좋아했습니다. 중2병이었는진 몰라도, 친구들 아이돌 노래 듣고 있을 때 혼자 어디 틀어박혀 포크송이나 들으면서 크으 감성에 취한다 소리나 했었죠.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언젠가 SNS를 하다가 그런 글귀가 보이더군요.
[김광석이 살아있었다면 아마 저기서 노래했을텐데]
소위, 머리를 쿵 얻어맞은 기분이랄까요. 그렇게 김광석을 좋아했으면서 민중가수라는 타이틀을 까먹고 있었다니. 김광석이 1, 2집으로 세속적인 사랑 노래나 부른다고 욕먹다 3, 4집 내면서 민중가수로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는 평가를 몇번이나 봐놓고 알고 있었으면서 민중가수 김광석을 까먹고 있었다니. 아마 김광석을 영상으로만 접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애초에 태어나길 96년 1월 6일 그날 이후에 태어났는걸요. 아무튼 생각난 김에 잘 알려지지 않은 김광석의 노래를 몇 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거기에 아마 지금 김광석이 있었다면 시위에서 불렀을 노래들도 함께요.
[김광석 1집 - 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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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2집 - 너 하나뿐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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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의 첫 번째 곡 너에게, 2집의 다섯 번째 곡 너 하나뿐임을입니다. 둘 다 잔잔한 사랑노래입니다. 김광석 하면 으레 떠오르는 머리 아픈 인생 얘기도 좋지만, 이 목소리로 듣는 잔잔한 사랑노래도 좋습니다. 목소리는 애절한데 분위기는 전혀 애절하지 않습니다(?). 너에게 영상은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에서 부른 영상입니다. 저 영상이 앞에도 내용이 조금 있는데, 노영심 씨가 갑자기 부탁이 있다면서 꼬드깁니다. 평소에 안 부르는 너에게가 듣고 싶다고 피아노 악보를 가져와 직접 연주까지 하고 혹시 잊어버렸을까봐 가사까지 가져온 노영심 씨를 보고 김광석도 멋쩍게 평소에 잘 안 부른다며 노래를 시작합니다. 아쉽게도 너 하나뿐임을은 라이브를 못 찾겠더군요. 너에게는 후에 다시부르기 1집에서 리메이크되었습니다. 큰 차이는 없습니다. 제일 차이나는 부분은 후렴인데 원곡 후렴은 '내가 그~것~들과 손잡고'였다면 다시부르기 앨범에선 '내가 그~것! 들과 손잡고' 정도입니다.
[김광석 3집 - 외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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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가 처절하기 그지없습니다. 내 사랑, 외로운 사랑.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가요. 사랑의 노래를 불러보고 싶지만 마음 하나로는 안 되나봐요. 밤하늘에는 작은 별 하나가 내 마음같이 울고 있네요. 눈물 고인 내 눈 속에 별 하나가 깜빡이네요. 눈을 감으면 흘러내릴까봐 눈 못 감는 내 사랑. 김광석하면 흔히 생각하는 우울하고 애절한 그런 노래입니다. 그런 주제에 기타 전주는 또 예쁩니다.
[김광석 4집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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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많이들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영화 클래식에 쓰인 곡이 이 노래였던가요. 그런데도 '잘 모를 만한 노래들'에 넣는 이유는 이 영상이 바로 김광석이 죽기 전날 불렀던 노래라섭니다. 1월 5일 SBS의 음악 프로에 출연했던 김광석은 친구 박학기와 헤어지고 6일 새벽 영원히 서른 즈음의 나이로 우리 곁에 남았습니다. 유투브에 김광석 마지막 콘서트라고 올라와 있는 한 시간 짜리 영상은 94년도 영상입니다. 이 날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일어났는데, 공연 도중 이 사건을 전해듣고 부인이 백화점에 갔는데 사고가 일어나기 전에 나왔다고 안심하며 비정상이 정상이 되어가는 사회를 말합니다. 그게 벌써 20년이 넘었네요. 사족으로, 다시부르기 앨범에 수록된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가 그런 내용의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김광석 다시부르기 1 - 광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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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요즘 시국에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2절 가사가 1절의 반복이라 외우기도 편해 실제로 불렀다면 아마 인기를 꽤 얻지 않았을까요. 찢기는 가슴 안고 사라졌던 이 땅의 피울음 있다. 부둥킨 두 팔에 솟아나는 하얀 옷의 핏줄기 있다. 우리 어찌 가난하리오. 우리 어찌 주저하리오.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움겨쥔 뜨거운 흙이여.
[김광석 다시부르기 2 - 내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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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제일 좋아하는 곡입니다. 가사가 기가 막힙니다. 앞서 말한 외사랑이 대놓고 슬픔을 내보이는 노래라면 이 노래는 절제된 가사로 마음을 표현해 더 애절한 곡입니다.
내가 너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다면
빛하나 가진 작은 별이 되어도 좋겠네
너 가는 길마다 함께 다니며
너의 길을 비추겠네
내가 너의 아픔을 만져줄 수 있다면
이름없는 들의 꽃이 되어도 좋겠네
음 눈물이 고운 너의 눈 속에
슬픈 춤으로 흔들리겠네
내 사람이여 내 사람이여
너무 멀리 서 있는 내 사람이여
[타는 목마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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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의 동명의 시에서 노랫말을 따온 곡입니다.
살아오는 저 푸른 자유의 추억
되살아나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묻은 얼굴
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
치떨리는 노여움에
서툰 백묵 글씨로 쓴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민주주의여 만세.
[부치지 않은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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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그대 잘가라'로 아는 분들도, 그래서 원래 노무현 대통령 추모곡으로 만들어진 줄 아는 분들도 많은 곡입니다.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그대 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