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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2/23 16:35:04
Name 일각여삼추
Link #1 http://handrake.tistory.com/36
Subject [일반] 나만이 없는 거리(僕だけがいない街, 2016)

제작 : A-1 Pictures
감독 : 이토 토모히코
장르 : 미스터리
방영 : 2016년 1월
진행 : 7화/12화 예정

※ 네타가 있습니다.

만화가 지망생 후지누마 사토루에게는 신비한 능력이 하나 있다. 본인이 '리바이벌'이라 부르는 현상으로 주위에서 사고 등 안 좋은 일이 발생할 때 그 몇 분 전으로 돌아가 막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물론 돌아간다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동으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열심히 주위를 살펴 위화감을 찾아내야 한다. 사토루가 눈치 채지 못 하거나 개입하지 않으면 사건은 원래대로 진행되어 누군가 죽거나 다친다.

어느 날 사토루는 여느 때처럼 아르바이트인 피자 배달을 하다 리바이벌 현상을 겪고 심장마비로 숨진 기사가 폭주 트럭에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필사적인 노력으로 인명 피해는 막지만 본인이 병원으로 실려가게 된다. 그 후 오랫동안 떨어져 살던 어머니가 병문안을 핑계로 사토루 집에 눌러 앉는다.

평소 실없는 농담을 던지던 동료 아르바이트생 카타기리 아이리는 아이를 구하려고 노력한 사토루를 좋게 보았는지 병문안도 오고 집에 놀러 오면서 러브코미디가 펼쳐지는 듯하더니, 얼마 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사토루의 앞에 칼에 찔려 죽은 어머니가 쓰러져 있다. 시체를 살피는 동안 방문한 이웃이 사토루를 범인으로 오해하면서 일이 커지고, 진범을 꼭 자신의 손으로 잡아야겠다고 결심한 사토루는 경찰에 잡히기 전 그대로 도주한다.

하지만 뭔가 해보기도 전에 다시 리바이벌 현상이 벌어지고 이번에는 몇 분이 아닌 18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만다. 이제 어머니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여부는 오직 사토루의 손에게 달렸는데…….

시간여행이 사실 아주 참신한 소재는 아니다. 과거와 미래의 연결을 통해 사건·사고를 막고 역사를 바꾼다는 설정은 국내에서만 강풀의 「타이밍」, 최근 tvN 드라마 「시그널」, 일본 만화로 범위를 넓히면 무라카미 모토카의 『타임슬립 닥터 JIN』, 카와구치 카이지의 『지팡구』, 쿠보 미츠로의 『어게인』 등 셀 수도 없이 다양한 작품이 존재한다. 아마 사람들이 나이가 들수록 으레 하는 생각이 과거에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반성과 후회이기 때문일 것이다.

얼핏 보면 과거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회귀물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을지 모른다. 2000년대 중반 삼두표의 『재생』(2004) 이후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서 성공을 이뤄낸다는 소위 회귀물이 장르소설계를 장악했다. 이그니시스의 『리셋라이프』(2006), 니콜로의 『경영의 대가』(2012) 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회귀물이 궁극적으로 부귀영화로 대변되는 세속적 성공을 목표로 삼는데 비해 본작은 누군가를 지켜주기 위한 것으로 궤가 약간 다르다. 오히려 한번으로 비극을 막기에 부족해 리바이벌을 반복하는 모습은 루프물이었던 「쓰르라미 울 적에」(2002)에 가깝다고 보여진다.

이 작품은 사회고발물로서의 성격도 겸하고 있다. 일본 고유의 사회파 추리소설에서 영향을 받은 듯싶다.

작중 연쇄 어린이 유괴 사건은 아시카가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닐까 판단되는데, 이 사건에서 경찰을 비롯한 사법당국은 불충분한 근거만 가지고 '독신남에 로리콘이 많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를 든 초보적 프로파일링으로 범인을 지목한다. 본작에서 시라토리 준을 범인으로 몰고 간 결정적 증거는 발자국인데, 이는 「살인의 추억」(2003)에서 송강호가 용의자의 신발을 가져다 현장에 자국을 내는 장면이 떠오르면서 실소가 난다. 유죄율 99%에 특유의 엘리트주의까지 결합된 일본에서 억울한 누명(엔자이) 사건이 많은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비슷한 실정인 우리나라에서도 주의해야 할 악습이다.

이 작품의 또 하나의 특징은 '데이터베이스'(주1)를 바탕으로 하는 오타쿠 작품에서 한 발짝 비껴 있다는 점이다. 아즈마 히로키의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p71)에 따르면 〈오타쿠계 문화에서 작품은 그 자체만으로 평가되지 않고 그 배후에 있는 작품군의 '데이터베이스'의 우열로 측정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그 장르 안에서 통용되는 규칙에 어느 정도 충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면 세계관이나 설정에서 다소의 열화는 용납된다. 이미 작가와 독자 사이의 양해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양해가 존재한다면 부족한 부분은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져다 보충할 수 있다.

하지만 본작은 그런 장르의 법칙, 데이터베이스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한다. 충분한 묘사와 설명으로 일반 독자를 납득시킨다. 주류 문화와 유리되어 마니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다른 서브컬처 작품과는 다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이라는 오타쿠 매체에 발표되었지만 그 메시지는 사회 전체에 울릴만하다. 애니메이션을 넘어 영화에까지 진출한 원동력은 인기만이 아니라 이야기의 보편성에도 존재했던 것이다.

이번 분기 최고작으로 꼽을 법하다. 만화·애니메이션 마니아는 물론이고 추리적 요소도 치밀하게 배치되어 있어 추리소설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주1) 특정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작품 집단. 즉 지금까지 나온 서브컬처계의 모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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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
16/02/23 16:39
수정 아이콘
이거 만화판 꿀잼입니다. 원작가가 내놓은 작품 중에 독보적인거 같아요.
드라고나
16/02/23 16:50
수정 아이콘
이 작품의 스토리를 가지고 이야기한다면 그건 애니메이션 쪽이 아니라 백퍼센트 원작 만화의 힘이죠.
아직 본 적 없는 분들에게 나만이 없는 거리 원작 만화를 적극 추천합니다.

원작 그린 작가가 꾸준히 서스펜스 스타일 만화를 그리긴 했는데 나만이 없는 거리에 와서 갑자기 일취월장한 거 보고 놀랐습니다
Arya Stark
16/02/23 16:55
수정 아이콘
요즘 이거랑 아인이랑 보고 있는데 재미있더라구요.
16/02/23 16:56
수정 아이콘
캬 본문보고 바로 애니플러스 달려가서 보고있습니다
괜찮네요!
BbOnG_MaRiNe
16/02/23 16:59
수정 아이콘
예전 작품에 비해 사람의 심리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중에 심리학자와 사귀었던 캐릭터가 본인의 얘기가 아닌가? 하게 되더라고요.
여자같은이름이군
16/02/23 17:03
수정 아이콘
애니메이션이 엄청 잘 뽑혔더군요. 문제는 분량이 걱정된다는 점이지만..
화잇밀크러버
16/02/23 17:05
수정 아이콘
애니는 안 보고 만화만 봤는데 만화의 흡입력이 참 대단했죠.
참개구리
16/02/23 17:12
수정 아이콘
저도 아직 만화만 봤는데
만화 꿀잼 인정합니다.
은때까치
16/02/23 17:27
수정 아이콘
좋은 작품 추천 감사합니다.
예루리
16/02/23 17:36
수정 아이콘
이토 토모히코는 소아온 1,2기의 감독입니다. 지리멸렬한 설명 없이 영상과 간단한 독백 만으로 내용 전달을 하는 능력이 있죠. 보는 사람 딱 애간장 탈 포인트에서 끊어먹는 재주도 있구요.

전체적으로 좋은 원작이 좋은 감독을 만나 시너지를 일으켰어요.
쿠로다 칸베에
16/02/23 17:41
수정 아이콘
시타케!!
16/02/23 17:46
수정 아이콘
아직 1권밖에 안읽어서 본문을 읽을수 없는게 아쉽네요. 빨리 주말이 와서 만화방가고싶네요 크크
좋아요
16/02/23 17:46
수정 아이콘
이번분기 최고의 모에물입니다?(엄격,진지,근엄)
리듬파워근성
16/02/23 18:15
수정 아이콘
오! 애니플러스에 있군요. 잘 보겠습니다.
한들바람
16/02/23 18:44
수정 아이콘
연초 금요일에 애니플러스에서 1화 본방을 보고 바로 대박 작품의 기운을 느껴서 본방사수중인 애니입니다.
4월은 너의 거짓말 이후로 오랜만에 '정신차려보니 앤딩곡 나오는 작품'을 접하고 있습니다.
소야테
16/02/23 18:49
수정 아이콘
완결까지 멀어보이나요?
16/02/23 20:04
수정 아이콘
애니메이션과 동일한 템포로 완결예정이라고 합니다
할러퀸
16/02/23 18:54
수정 아이콘
애니메이션에 비해서 조금 투박하게 느껴질수있지만 원작만화의 그림체도 개성있고 좋더라고요 간만에 제대로된 서스펜스+루프물을 보고있습니다
로트리버
16/02/23 19:13
수정 아이콘
이번 분기 애니메이션은 이것만 보고있는데 정말 재미있더라구요. 스포 열심히 피하면서 두근두근하고 있습니다.
아케미
16/02/23 21:15
수정 아이콘
원작의 명성을 익히 들었지만 못 보고 있다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오프닝 곡을 맡게 되어서 챙겨보기 시작했는데요.
와... 정말 매주 금요일 밤이 기다려져서 못 견딜 지경입니다. 이 긴장감이 너무 좋아서 원작 감상은 애니메이션 완결 뒤로 미뤄야 할 듯...

여기서 슬쩍 오프닝 곡을 영업해 보자면... 작품의 주제의식에 걸맞게 12년 전의 곡을 발굴했답니다. :) 나무위키에는 원작가가 아지캉 팬이라고 나와 있던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사도 절묘하게 들어맞습니다. 뭐 노이타미나 - A-1 Pictures 제작 - 소니뮤직 소속 뮤지션의 조합은 흔하다면 흔합니다만... 이런 '리바이벌'은 드문 케이스죠?
ASIAN KUNG-FU GENERATION - Re:Re: (TV ver.) https://www.youtube.com/watch?v=EzwqN2VcwGA
ASIAN KUNG-FU GENERATION - Re:Re: (Full ver.) https://www.youtube.com/watch?v=vXOLRiXdcoM
16/02/23 21:40
수정 아이콘
네타가뭔가요?
일각여삼추
16/02/23 21:54
수정 아이콘
영화에서의 스포일러입니다.
16/02/23 22:00
수정 아이콘
사전에서랑은 또 다른내용이네요 감사합니다.
16/02/23 22:01
수정 아이콘
네타바레라는 일본 단어의 한국 약자입니다. 뜻은 스포일러랑 똑같아요.
리듬파워근성
16/02/23 22:24
수정 아이콘
순식간에 7편을 다 봤습니다. 아아아아아..... 재밌습니다! 감사합니다.
커피보다홍차
16/02/23 23:54
수정 아이콘
하아 이것도 재밌을것 같네요!
tempo stop
16/02/24 15:20
수정 아이콘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에 양다리 걸치는 만화네요.
카나키치
16/02/25 05:51
수정 아이콘
세상에..... 완결이 난 작품을 추천해주시지!!!!
어떻게 기다려요
만화책 먼저 다시 보기엔 찝찝하구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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