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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03 17:32
전 20살이 넘어서야 제가 알고있던 어린시절의 동화는 거의 대부분 각색된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실제 동화의 이야기를 찾아보면서 느낀건 엄청난 멘붕이었구요;; 한동안 잔혹동화라는 것이 유행하면서 지금의 어린친구들은 대부분 알고 있지 않을까요?
15/11/03 17:34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글쓴분께서 인간을 과대평가 하시는듯요 흐 중학교 고학년은 커녕 성숙한 어른도 진실로만 살아가기에는 인간은 너무도 나약합니다. 세상살이에는 반드시 거짓된 환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종교일수도 있고 스포츠일수도 있고 롤드컵일수도 있고 사랑일수도 있고 pgr21같은 커뮤니티일수도 있어요...
15/11/03 17:37
종교 스포츠 롤드컵 사랑 pgr21 모두 현실인데요. 크크 목사가 간음하고 유벤투스가 승부조작하고 PGR21에선 원숭이 사태가 일어나고.. 롤드컵만은 착한 환상 인정합니다.
그리고 진실로만 살아가기에 인간이 나약해서 환상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애써 눈앞에 보이는 진실을 외면한채 현실도피할 권리도 주어져야 할 권리죠...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의 의미와 가치가...
15/11/03 17:42
스포츠는 현실이지만 거기에 인간이 부여하는 가치가 환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2002년 월드컵때 한국 선수들의 투혼이 아름다웠다던가 따위의... '그것도 현실이다'라고 한다면, 어린이들이 보는 아름다운 동화 또한 현실로 인정 못할게 없지요... 어디가 진실인지 어디가 도피처인지는 누구도 쉽게 단정짓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15/11/03 17:44
걸리버 여행기를 동화인줄 알고 있었는데 청소년때 완역본을 보니 동화가 아니더군요;;
현실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풍자로 되어있는 판타지 소설이었는데 완역본이 상당히 재미있어서 아직까지도 기억이 나네요. 날아다니는 섬 라퓨타가 나오는 3부가 제일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15/11/03 17:44
본문 전체주제와는 무관하게..
잔혹동화 얘기 나올때마다 하는 얘긴데.. 백설공주등의 동화들은 '원본'이란게 없습니다. 구전 동화이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한국판 신데렐라가 콩지팥쥐라고 할 수 있는데, 둘 중에 뭐가 '맞느냐'를 따질 순 없죠. 결론적으로 잔혹한 것이 '진실'이거나 한건 아닙니다. 그냥 그런 버젼이 과거에 있었던 거죠. 현대적 동화의 원전은 그림형제의 그림동화이고.. 뭐 그 조차도 한 버젼일 뿐이니, 원하는 대로 소비하면 그만이 아닌가 합니다.
15/11/03 17:51
저도 글을 쓸때 그 고민을 좀 하긴 했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백설공주는 그림 형제의 것을 '원본' 이라고 해도 큰 무리는 없을것 같아서요. 혹시 백설공주가 그림형제의 초판본 발매 이전에도 생명력을 가진 구전동화였다는 레퍼런스가 있나요? 저는 그걸 못 찾아서... 저도 글을 쓰기 전에는 이것저것의 내용으로 구전되어왔다고 알고 있었는데, 쓰면서 찾아보니까 제가 알고 있던 '이것저것의 내용'은 다 그림형제 초판본 이후에 각색된거더라구요.
15/11/03 17:52
얼마 전에 같이 공부하는 분들과 어린이를 위한 '성' 그림책들을 같이 본 적이 있었어요. 그 중에는 아주 아름답게 성관계를 묘사한(그러니까 뽀뽀를 하면 수정이 되고 정자난자가 헤엄치는 식의) 책이 있었고, 다른 것은 아예 모든 것을 드러낸 책 (<How a baby is made>라는 책입니다)이었는데요. 후자의 경우 그걸 외설스럽게 표현한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숨기지 않은 책입니다. 엄마 아빠가 성관계하는 것에서부터, 아기가 자라는 것, 아기가 엄마 자궁에서 나오는 것까지요. 어른들은 이걸 보면 당연히 반응이 '힉 야해, 저걸 보여줘도 될까, 괜찮을까'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아이들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군요. 기존에 머리에 보았던 야한 것들이 저장되어있지 않으면 연관 검색으로 딸려나오지 않는 것처럼요. 게다가 아주 아름답게 묘사했을 때의 부작용은, 아이들이 듣기에도 그 설명이 뭔가 납득이 안 가는(그럴 수밖에요) 면이 있으니 되려 이상한 상상을 더욱 부추긴다는 거예요. 정말로 '뽀뽀를 하면(그림책 그림상으로는 분명히 그렇거든요)' 임신이 되는 줄 아는 독실한 집안의 여성이라던가, 하는 경우가 현실에도 존재하거든요.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에서 너는 스타트선이 늦을 수밖에 없다'라거나 '주체사상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안생긴다(?????)' 같은 이야기는 굳이 '먼저' 할 게 없겠지만, 아이가 궁금해하는 것에는 아주 솔직하게 대답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감추려고 애쓸수록 상상은 더 빠지게 되고, 그러면 왜곡된다고 생각하거든요.
15/11/03 17:54
적절한 수준에서 적절히 잘 가르쳐줘야 하는데 그 적절이 너무 어렵죠 ㅡ.ㅡ;
전 사실 제가 애를 낳아 키운다면 어떻게 그런거 알려줘야 할지 생각하면. 머리가 뽀개질것 같습니다... 흑;
15/11/03 17:57
그런 면에서 한국의 아동 청소년 교육방식은 오히려 상당히 잔혹하죠. 닫힌 곳에서 그저 어리버리하게 키우다가, 일탈하면 비행청소년 낙인찍고, 일탈안하고 20살 넘어가면 세상의 당혹스러운 사실들을 맞이하야 정신 충격을 받으며 살아가게 하고. 절대 자유롭지는 않은데, 방목해서 교육하는 것보다 더 위험에 잘 처해지는 인생들입니다.
15/11/03 19:23
글의 주제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어린아이는 별도로 배려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냥 작은 어른일 뿐"이라는 중세적인 개념이 변화한 것은 현대로 들어오면서부터죠. 심지어는 "인간"이라는 개념도 근대의 발명품인진대. 그러니까 그 결과로서 컨텐츠가 윤색되거나 필터링 되는 것은 단순히 "솔직하지 못함"의 산물은 아닌 듯합니다.
15/11/03 19:28
저는 유치원때 세계아동문학전집(반그림 반글)의 빨간구두 보고 더이상 서양 동화를 읽지 않았습니다. 아동용으로 수정한 것도 춤이 멈추지 않는 다리를 자른다는거가 어린나이에 충격이었죠.
동양동화(심청 흥부 등)는 그래도 권선징악 해피엔딩이라 봤었지만... 물론 콩쥐팥쥐의 바리에이션에서 뺑덕어멈으로 젓갈을 담근다는 얘기는 고등학생때 듣고 멘붕했죠.
15/11/03 20:07
제 생각에, 많은 어른들이 그걸 귀찮아해요.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바쁘다보니 그런 걸 챙길 여유가 없고 사회나 교육기관 등에 떠맡기는 거지요.
애들은 학교에서 공부하고 마치면 학원가고. 다녀오면 밤늦은 시간.. 성적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겠습니다만, 내면적으로는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는 (해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고, 그렇기 때문에 마주서기를 두려워하는) 어른들의 탓이라는 것도 버금가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15/11/03 23:53
중세~근세 유럽에 사형집행이 이뤄지는 날이면 그 근처는 좀 과장을 보태 축제분위기였다고 하죠.
요새 어디서 축제가 벌어진다고 하면 포장마차에서 닭꼬치도 팔고 오뎅도 팔고 아이스크림도 파는 것처럼 그때도 같았다고 하더군요. 형장 근처에 사람들이 북적북적. 서로 가까운 곳에서 집행장면을 보겠다며 웅성웅성. 학교 선생님들도 어린 학생들을 데려와서 구경시켰다고 할 정도니! '나쁜 짓을 하면 이렇게 벌을 받아요!' 하는 의도였겠습니다만. 옳다 그르다를 떠나 그런 면에서 보면 요샌 너무 감추려고만 하는 느낌도 있기는 해요. 아니면 옛날이 지나치게 야만적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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