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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6/29 18:16:35
Name swordfish
Subject [일반] 왠지 이자겸이 생각나는 동로마 군주

로마누스 1세의 화폐 그 옆에 있는 사람은 황위 계승자 아들 크리스토포로

평민에서 황제의 위에 오른 입지적인 인물.
황제였던 사위를 허수아비로 만들고 왕위를 찬탈한 인물.
그러나 최종적으로 사위에게 져 귀양으로 생애를 마친
고려의 권력자 이자겸과 비슷한 삶을 살았던 인물. 로마누스 1세 라카페노스

사실 이 인물은 정상적이라면 황위 가까이도 가지 못하는 인물이었습니다. 걍 아르메니안 농부 아들이었고 군인에 입대
장교, 그리고 능력 인정 받아 장군에 오른 그냥 장군으로 끝날 인물이었습니다.(이점은 완전히 명문가 이자겸과 큰 차이죠.)

하지만 당시 황제 현제 레오 6세가 아들이 없었다는게 문제였죠.

현명한 정칠 해서 현제가 아닌 the wise- 걍 유식해서 현제 레오라고 불리는 사람이죠. 혼자서 백과사전을 만들정도로 유식했지만 정치는
그저그랬다는게 함정. 하지만 그 유식함은 레알인지 중세 전설에 그는 위대한 연금술사로 묘사되곤 합니다.

그래서 영쿡의 헨리 8세 처럼 계속된 이혼을 반복하며 아들을 갈구 합니다. 문제는 동방교회도 이혼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4번째 결혼은 이덕에 콘스탄티노플 대주교에게 인정 봤지 못하죠. 겨우겨우 온갖 굴욕에 인정 받았으나 이는 황후 조에(4번째 부인)
의 정통성에 큰 흠결이 됩니다.

물론 다행히도 조에에게 아들 콘스탄티노스를 얻긴 하지만 겨우 아들이 2살 때 세상을 떠납니다.

그리고 공동황제였던 동생 알렉산도로스 2세도 레오 6세 죽고 1년 후 바로 사망...

고로 이 어린 콘스탄노스가 콘스탄노스 7세가 되고 그의 어머니 조에가 섭정이 되죠.

이런 문제는 제국의 위기를 불러 오는데 제국 황제위에 관심이 많았던 불가리아의 국왕 시메온이 황제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바로 제국을 침략합니다.

제국군은 불가리아 군에게 참패하고 수도까지 위협 받는 상황에서 바로 이 아르메니안 장군에게 기회가 옵니다.
그는 쿠데타를 일으켜 섭정 조에와 그녀를 지지하던 토지 귀족 가문인 포카스 가문의 실력자 레오 포카스를 실각시키고 귀양 보냅니다.
그리고 자기 딸을 콘스탄티노스 7세와 결혼 시킨 후 황제의 아버지 위에 올라 이 난국을 타개하죠.

하지만 야심이 있었던 그는 곧 공동황제를 거쳐, 사실상 단독황제의 위에 오르게 됩니다. (사실 콘스탄티노스 7세를 죽이거나
고자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그가 너무 허약해서 놔두면 죽을 거라고 생각해서 봐주었습니다.)

그의 업적은 일단 라이벌 시메온의 침략을 저지하였다는 것, 그리고 시리아 지방의 군소 국가들을 정벌하여 영토를 넓히고
러시아와 동맹을 맺어 불가리아를 견재하기 시작했다는 것.
결국 시메온이 죽고 나서 불가리아에 대한 승리를 거두고 시메온의 딸과 자신의 아들을 결혼 시키기 까지 합니다.
동방교회의 권한을 강화시키고 토지귀족을 억제하여 자영농을 보호 했으면 군사력을 튼튼히 하는 등.
능력 면에서 뛰어난 군주로서 통치했습니다.

반면 이런 그가 만든 영광에 다른 황제였던 콘스탄티노스 7세는 완전히 잊혀진 인물이 되었습니다. 권한은 계속 하락하여
로마노스 1세의 아들 보다 권위 없는 존재로 전락했죠. 아마 보통 이런 상황이라면 콘스탄티노스 7세는 죽임 당하고
그의 아들들이 황위를 차지했을 겁니다. 아마 그게 그가 바라는 것이었겠죠.

하지만 그의 이런 야망에 몇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1. 그의 아들들은 별로 유능하지 못했다.
2. 그의 사위(콘스탄티누스 7세)와 그의 딸(황후 헬레나 라카페누스)는 똑똑했다.
3. 결정적으로 그는 대중에 별로 인기 있지 못했다. 반면 그의 사위는 정통 황위 계승자로서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었다.

가장 큰 불행은 그의 아들들이 능력은 없는데다 야심이 너무 컸고 폐륜아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병들어 있을 때, 그의 두 아들들은 그를 유폐시키고 사위 콘스탄티누스 7세를 죽이려 병사를 일으켰습니다.
하지만 콘스탄티누스의 부인이자 로마누스의 딸인 헬레네가 개입하여 다른 권력자들을 움직이고 콘스탄티노스 7세에게
이미 민심이 기울었기 때문에 반란은 진압 되고
로마누스 1세는 비록 풀려 났지만 모든 지위를 잃고 수도원으로 보내져 그곳에서 실의 속에 죽게 됩니다.

어떻게 보면 대단한 풍운아라고 볼수도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승리자 콘스탄티노스 7세- 고려 인종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뒷이야기를 가진 인물입니다. 그의 아내 헬레나 라카페노스도
자기 아버지가 실각했지만 인종의 두 아내와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되죠.

한편 승리자는 어땠을까요? 사실 콘스탄티노스 7세의 경우 뛰어난 왕재는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로마노스 1세 밑에서
길러진 참을성과 끈질김 덕에 그는 황혼기에 도래한 고려를 그냥저냥 묘청의 난 같은 사건 빼고 평균이하로 다스렸던 고려 인종과
달리 전성기 비잔티움 제국의 주춧돌이 되는 황제가 됩니다.
그는 강하게 그의 장인의 정책을 비판(이 아니라 무식한 자가 무식한 정책을 썼다고 비난)했지만 그 뼈대는 그대로 가져 갑니다.
이슬람의 침입을 막으며 러시아와 동맹을 유지하고 토지 귀족을 억제하고 자영농과 테마제도를 통한 군사제도로 보완 발전시켰죠.
비록 말년에 약간의 어둠이 내리긴 했지만 그의 정치는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 현제 레오의 뒤를 이은 유식한 황제로서 많은 저서를 집필하기도 했구요.

아마 장인과 아버지의 위상을 성공적으로 이어 받은 군주라고 평할 수 잇을 겁니다.

그의 아내 헬레네도 고려 인종의 두 비와 다른 삶을 살았는데 아버지의 실각에도 그녀는 제국 최고의 여성으로 그 여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유능하면서도 힘들때 언제나 옆에 있었던 여인에 대한 배려 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 역시도 위기시 보였던 정치력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지만 한 황제의 내조자로서 콘스탄티노스 7세 시대를 이끌어 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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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본지7년
13/06/29 19:00
수정 아이콘
역사는 역시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동서양에 존재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귤이씁니다
13/06/29 22:32
수정 아이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자의 덜떨어진(?) 후계자 때문에 문제가 터진 경우가 꽤 많은 것 같습니다.

글 잘보고 갑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13/06/29 23:59
수정 아이콘
요즘 피지알은 역사사이트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네요 흐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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