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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6/07 17:29:16
Name 王天君
Subject [일반] 웹툰 패션왕을 돌이켜보며 (1)

패션왕이 끝났네요

말도 많고 탈도 많던 네이버 목요웹툰 패션왕이 드디어 끝나버렸습니다. 웹툰이나 만화라는 컨텐츠에서 딱히 주목할만한 작품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10대들의 관심사를 디테일하게 풀어낸 점 하나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죠. 사실과 판타지의 절묘한 조화로 적절한 병맛(?)을 이끌어내며 목요일날 항상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지만, 나중에 가서는 댓글의 반이 욕으로 도배가 될 정도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구요.

작가가 빵꾸를 메꾸려고 올린 작업일기 편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325629&no=39&weekday=thu 에서 볼 수 있듯이 패션왕의 모티브는 기안 단편선 중의 하나였던 <인류의 미래> 편 입니다. 짝사랑하는 여자애의 관심을 받기 위해, 그리고 연적을 물리치기 위해 평범한 고삐리(로 추정)가 멋쟁이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기승전병의 완벽한 구조를 갖추고 있는, 나름 수작입니다.

http://orbi.kr/bbs/board.php?bo_table=united&tags=%EC%82%AC%EC%A7%84%EA%B4%80&wr_id=2276426&showAll=false

우기명의 모티브로 추정되는 주인공 캐릭터와 원호의 모티브로 추정되는 라이벌 캐릭터가 딱 보이죠. 작가의 이수혁 찬양은 이 때에도 역시 빠지지 않습니다. 혁수형님, 모델 이수혁은 과연 이 만화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소재 자체는 분명히 혁신적이었습니다. 그 동안 소년의 성장통을 싸움, 연애, 스포츠와 관련해 풀어나간 작품들은 많았지만 패션 자체를 소재로 삼아 10대의 심리를 그려낸 작품은 없었다 해도 무방하니까요. 외모에 가장 민감할 사춘기, 주목받고자 하는 욕망, 평범한 인물이 특별한 인물로 변모해가는 과정, 그리고 친구, 조력자, 경쟁자, 악역 등 그 모든 인물들을 꽃돌이 꽃순이로 치장시키기 편한 배경까지, '패션'이란 소재는 남녀 모두의 관심을 원기옥 수준으로 끌어모을 수 있는 소재였습니다. 그리고 초반 우기명의 변신, 우기명과 그 주변인들의 간지 대결은 패션이라는 소재를 통해 소년만화의 대결 구도 아래에서 흥미롭게 그려졌습니다.



간혹 몇번의 무리수가 있기는 했어도, 우기명이 실종되기 전까지의 패션왕은 10대들, 그리고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욕망을 참 귀엽게 그려낸 작품이었습니다.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 남들에게 주목받는 것. 그것을 패션을 통해 멋지게 이루어낸 우기명은 그 또래의 애들 뿐 아니라 그 시절을 별 볼일 없이 보냈던 저 같은 늙다리에게도 어떤 영웅처럼 보였으니까요. 거기에는 재력과 권력을 움켜쥔 이케가미 료이치 식의 사나이도 없었고, 지구를 구해낸 드래곤볼 식 액션 히어로도 없었지만, 술집에서 감히 술을 마셔대는 발칙함이 있었고, 사내놈들이 와르르 몰려다니던 생기가 있었고, 짝사랑한 애한테 조금씩 가까워지는 소년의 감수성이 있었습니다. 고작해야 고삐리가 인기 좀 붙은 게 다라고는 하지만, 우리 때는 그런 게 다잖아요? 어떤 야망도, 부조리한 현실도 이야기하지 않고 그저 잘 나가기 시작한 한 고삐리의 이야기는 가벼운 만큼 쉽고 편하게 다가왔습니다.



만화 속의 개그도 나쁘진 않았습니다. '간지폭풍'에 말 그대로 날아가버리는 극도의 과장으로 시작된 프롤로그부터 해서, 누가 봐도 알만한 유명인사들의 절묘한 까메오 출연, 그리고 이타가키 타이스케 스타일의 갖가지 예시와 해설로 그럴싸하지만 어처구니없는 나레이션 투성이인 패션 분석까지, 패션왕은 개그만화로서 '허풍'과 '패러디'가 적절히 혼용된 나름 정통파 코메디 만화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무엇보다도 패션왕의 개그 코드를 좋아했던 점은, 그 안에 숨어있는 낭만이라고 할까요? "아 글쎄, 그 자식이 윗도리를 걸치자마자, 어찌나 간지가 나던지 그 간지폭풍에 사람들이 다 날아가버렸다고!!" 라고 진지한 표정으로 허풍을 떠는 동네 형, 누님의 정겨운 느낌이라면 좀 와 닿을련지. 그 허풍 속에 숨어있는 동경, 꿈, 이상, 그리움 같은 것을 엿보는 것 같아서 "말도 안돼!!!" 하면서도 너털웃음을 터트리게 하는 것들 말이죠.



마냥 가벼운 웃음에만 치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패션왕은 성장만화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히 잠재되있던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짝사랑하던 여자애와의 공연이 대성황으로 마무리되고 한껏 들떠 있을 때, 그 절정의 순간은 그 여자애가 자기의 제일 친한 친구와, 동경하던 친구와 이미 사귀고 있던 사실을 깨달으면서 여지없이 박살이 납니다. 설상가상으로 시비가 붙었던 다른 아이들에게 소위 다굴이를 맞고 앞니가 나간 채로 허탈하게 웃는 우기명이 전하는 청춘은 제법 씁쓸하죠. 마음대로 다 될 것 같은 시절,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시절. 패션왕이라는 거창한 칭호 역시도 어머님의 쌈짓돈에서 나왔다는 현실에 우기명은 크게 좌절합니다. 이렇듯 패션왕에는 현실의 벽에 부딪힐 수 밖에 없는 청소년의 성장통이 나름 녹아있었습니다.



저를 비롯한 독자들은 무성의한(혹은 그것이 한계인) 그림체와 갈 수록 태만해지는 작가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청소년 성장 만화로서 제 자리를 잡아갈 것이라고 기대했죠. 어떤 장르의 미덕을 가장 중시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웹툰 패션왕은 '성장기' 라는 특이점을 가장 주목했으니까요.

2부에서 패션왕을 적나라하게 까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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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시BBbr
13/06/07 17:29
수정 아이콘
긴 말 필요 없네요
2부 기다리겠습니다!
13/06/07 17:36
수정 아이콘
까는 거 기대합니다.

개인적으로 기안은 만화가 자격이 부족하다 여깁니다. 전체 줄거리라는 걸 애초에계획도 안 했을 거고, 연재중에 잡았나갔다고도 생각하기 힘들더군요. 마구 자기 그리고 싶은 걸 그려내는데 이게 무슨 늑대인간 같은 소리요, 의사양반.
눈물이뚝뚝T^T
13/06/07 17:36
수정 아이콘
한때 목욕의 신과 함께 나올때 마다 챙겨보던 작품인데
어느새 보지 않게 되더라구요
저도 2부 기다려보겠습니다
13/06/07 17:39
수정 아이콘
드디어 끝났군요. 정말 재밌게 봤는데 지금은 끝난지도 모르는...
짱구 !!
13/06/07 17:39
수정 아이콘
신랄하게 까주시기 바랍니다!
햄치즈토스트
13/06/07 17:43
수정 아이콘
우기명 변신하는 것 까지보고 이런저런 이유로 못봤는데 결말이 어떻게 났나요? 혹시 스포라면 쪽지로 살포시 알려주세요 크크
13/06/07 17:47
수정 아이콘
스포랄 게 있나요. 군대갔어요.
눈시BBbr
13/06/07 17:49
수정 아이콘
군대 가서 의경이 됐고 그의 이름이 사실 윤희철이라는 게 밝혀집니다. 이렇게 지옥같은 군생활을 하고 여친이랑도 헤어지는데... 는 개뿔입니다 - -;
노병가 초중반만 해도 참 대단한 작가라 생각했었는데...
엄배코
13/06/07 17:51
수정 아이콘
용두사미작가의 대명사
마스터충달
13/06/07 17:52
수정 아이콘
제가 웹툰에 관심을 끊게 만든 작품이네요;;
웹툰의 장점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작품이 많고 시나리오가 출판물에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점이었다고 봅니다.
근데 패션왕으로 저의 환상이 좀 깨지더니 단점들이 눈에 들어오고 결국 흥미를 잃게 되더군요.
작화가 안좋은 것들도 많고, 작화가 좋더라도 배경같은 디테일을 구현할 수도 없기도 하구요.
어쨌든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던 작품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마해보입시더
13/06/07 17:56
수정 아이콘
요란한수레
13/06/07 18:06
수정 아이콘
저도 기안작가가 멘붕하기 직전의 패션왕이란 만화는 성장만화로써 굉장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감정이입되는 부분이 많아서 울컥했던 적도 몇 번 있을정도로 드라마가 훌륭했었는데
기안작가의 멘붕이후 전혀 말도아닌 만화가 되어버렸죠 이해해주기 어려울정도로...
다행히 마지막회 직전의 에피소드들은 정신차리고 마무리해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 애증이 많이 남는 작품이었네요
대통령 문재인
13/06/07 18:16
수정 아이콘
기안84 노병가때는 잘 챙겨봤는데 패션왕은 영 저랑 안맞더라구요.
13/06/07 18:19
수정 아이콘
늑대인간 변신장면에서 때려쳤는데 (이 작가를 욕하려면 하루반나절동안 욕하고도 반나절 더 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말은 제대로 냈나 궁금하네요.

2부 기대하겠습니다.
13/06/07 18:19
수정 아이콘
노병가, 패션왕 다 보긴 했는데 중반 이후로 정말 무리수가 많았죠. 대표적인 엘지스타일, 뒷심이 부족한 작가인듯.
계획한 부분까진 참 좋지만 그걸 넘어가기 시작하면 연재속도도 느려지고 재미도 없고 그냥 만화를 못그립니다. 그냥 순간 센스로 한회씩 버팅기는것 뿐.
이 작가는 혼자 전부 해결하기 보단 스토리작가로 돌아서든 서브로 다른 스토리작가를 두고 연재를 하든 방법이 필요할 것 같아요.
13/06/07 18:23
수정 아이콘
저의 총평은 "신선하긴 했다." 정도입니다.
Siriuslee
13/06/07 19:21
수정 아이콘
병맛만화로서 신박했지만,

전설의 레전드급 무리수로 인해서..
ChRh열혈팬
13/06/07 19:39
수정 아이콘
글쓴이님의 평가에 많은 부분 공감을 합니다. 패션왕이 처음 열풍을 끌 수 있었던 부분은 10대들에겐 그들의 생활과 문화를 가감없이 표현했다는 점, 성인들에겐 10대들의 그것들은 신선하게 접근했다는 점입니다. 허세, 가벼움, 그렇지만 그들만의 진지함, 청소년적 감성을 편견없는 시각에서 보여줬습니다. 그들의 문화를 무조건 나쁘다 매도하지만 않고 그것이 그들에겐 전부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균형잡힌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여태 다른 학원물에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현실주의적인 접근이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이 균형이 무너지더라구요. 주인공들의 유아틱란 행동들에 대한 풍자나 비꼼은 힘을 잃어가기 시작하면서 성인층들의 관심이 줄어들게 됩니다. 성인층은 10대들의 문화을 미화하지 않고 마주했으면 좋겠는데 점점 만화는 10대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흐르고 흘러 패션왕은 10대들의 만화로 남게 되었습니다.
작은 아무무
13/06/07 20:29
수정 아이콘
늑대인간 나오는 때부터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 전에도 별 재미는 못 느꼈지만...
뒤를봐
13/06/07 20:37
수정 아이콘
처음엔 정말 신선했는데... 갈수록 스토리가 후잡해져서 더이상 보기 힘들더군요..
늑대인간까지 나왔다니..;;
키루신
13/06/07 21:39
수정 아이콘
초반부는 정말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4부작인데 길게 늘리면서
작가의 역량부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차라리 격주로 연재하던
그것도 아니면 준비기간을 길게 가지고 작품을 시작하던, 그것도 아니면 그냥 단편으로
끝냈으면 좋았을수도.....
메모박스
13/06/07 21:40
수정 아이콘
2편이 남았으니 말을 아끼겠습니다....
13/06/07 23:12
수정 아이콘
전 사실 신선한지도 모르겠습니다. 패션이라는 소재로 의도적으로 오버하면서 대결하는게 주 포인트인데, 조금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허영만의 짜장면이나 따끈따끈 베이커리 같은 만화가 뿌리장르고, 가까운 디씨 카툰갤같은 곳만봐도 오락왕부터 시작해서 라면왕, 노래왕,
개그왕 악플왕 등등.. 별의별 왕등이 다있습니다. 이미 웹툰이 과거 출판만화와 다르게 '병맛'이 인기코드로 자리매김하고있고, 장르와 소재가 엄청나게
자유로운 분위기 속인만큼, 아마추어의 영역이 아닌 메이져 에서의 시도라는게 그리 큰 업적도 아닌것 같구요.
그냥 시기적절하게 패션이라는 아이템을 잘 접목해서 선빵을 잘날렸어요.. 그뿐인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도 정말 빨리 고갈납니다. 예를들어 요리만화를 보면 준비된 요리를먹고 과장된 리액션을 하는것 처럼, 패션왕에도 대결하는 두인물의
패션을 보고 관중들의 감탄사가 터져 나오곤 하는데.. 이 패턴이 '토요일밤의 클럽이 된것 같다' '간지폭풍' '9부 치노팬츠 아래 드러난 소년의
복숭아뼈가 어쩌구 저쩌구.. ' 정말 이 세가지 이상으로 생각나는게 없을정도로 몇가지없고 끝날때까지 우려먹습니다.
그 외에도 각종 에피소드들도 전작들의 자기복제가 너무 심하고, 이것또한 하나만 예를들자면 바닷가에 놀러가서 헌팅하는 추억은 도대체 몇번째인지 모르
겠습니다.
개그패턴 또한 '이 시크한 남자는 태어나서 절대 다 한번도 문자에 답장을 한적이 없다고 한다' 등의 대사가 등장하는게 전작포함 몇번째인지도 기억안나고..
키루신
13/06/08 00:21
수정 아이콘
시기적절하게 패션이라는 아이템을 잘 접목해서 [선빵]날린게 중요한거죠.

작품 연재 초반 목요 웹툰 no.1 목욕의 신마저 끌어내릴정도의 선풍적인(?)인기를 정말 생각없는
혹은 작품성이란걸 볼 줄 모르는 사람들만 만들어낸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王天君
13/06/08 03:23
수정 아이콘
초반에는 분명히 패션이라는 아이템의 신선함이 어필했다고 생각합니다. 패러디 형식으로 등장하는 패션계 인물들과, 알게 모르게 숨겨진 아이템들은 찾아보는 쏠솔한 재미가 있었으니까요.
아이디어에 관한 부분은 제가 2편에서 모두 비판한 부분입니다. 크게 공감합니다.
13/06/07 23:21
수정 아이콘
마지막으로 패션왕을 떠나서 그냥 기안작가의 전체적인 평을 해보자면 아마추어때 그린만화나 유명작들을 봐도 전부 공감툰의 영역안에 있습니다.
공감툰이라는게 사실 능력이상으로 쉽게 호응을 얻어내는 면이 있죠. 딱히 그부분을 노렸다기보단 그냥 작가의 성향이 그러한것 같긴한데, 이제 그만좀
하고 새로운걸 시도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앞에도 말한 부분이긴 한데, 자기복제가 너무 심해요..
coolasice
13/06/08 00:06
수정 아이콘
많은 분들이 말씀해 주신듯 저 역시 작가의 역량의 한계가 드러나는게 너무 안타까운작품이었습니다
13/06/08 01:19
수정 아이콘
저는 늑대인간으로 변신하는 부분을 가장 좋아하는데, 그 부분이 많이 까이더라구요. 크크
그런 부분 외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툰이라는 윗분의 말씀에 공갑합니다. 한번에 보면 식상한 패턴 때문에 좀 물릴수도 있는데 일주일 텀으로 보다보니 안질리고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만화인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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