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 대마도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교통사고 덕분에 몸이 아파 여행이 한 번 좌절되고 2주뒤 무작정 회사에 휴가를 낸 뒤 표도 구입 안 하고 무작정 매표소에 가서 취소되는 표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기적적으로 표를 구해서 완주하고 왔네요.
처음에 배를 타기 위해 세관에 들어가는데 세관이 제 자전거에 달린 장비 하나하나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다른때와 달리 제가 무슨 마약밀 수 업자도 아닌데 자전거에 달린 스피커와 태양열 충전기와 전기식 충전기등 펌프와 속도계등 닭꼬치처럼 하나하나 꼬치꼬치 캐묻더군요.
그래서 사용용도에 대해서 하나하나 답변을 해주더니 세관을 하는 사람이 자기도 언젠가 자전거 여행이나 세계 여행을 해보고 싶다며 저보고 연락처 하나만 달라고 하더군요.
제가 자전거 여행을 갈 때마다 항구에서 여러 사람들이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문의가 오는데 노숙자 비슷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지라 이 사람들이 괜히 말 걸면서 제 자전거에 달린 물건을 훔쳐갈 까봐 (실제로 후래쉬를 훔쳐간 노숙자도 있음) 일부러 연락처를 잘 안 알려줍니다.
그런데 이 분은 세관이고 신원이 확실해서 연락처를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제 홈페이지나 블로그 주소도 알려달라고 하시더군요.
뭐… 알려준다고 해서 무슨일이 생기지 않겠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홈페이지 주소나 블로그 주소를 적어 안내해드렸습니다.
그리고 즐겁게 2박3일 대마도 자전거 여행을 끝 마친뒤 입국장으로 나오는데 …
여러 회사에서 푯말을 들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런데 자전거에 엄청난 짐을 싣고 나오는 제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제 사진을 찍더군요 ;;;
뭐 이런 일은 매년있는일인지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입국장을 빠져나오는데 누군가 제 이름을 든 푯말을 들고 서있더군요.
'나랑 동명이인이 있는건가? '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입국장을 빠져 집에 왔는데 저한테 전화가 갑자기 오더군요.
부산 항구에서 세관을 맡고 있는 누구누구라고 말하길레 저는 내심 제 짐 속에 누군가 마약이라도 넣은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더군요.
알고보니까 이분은 제가 출발 할 때 제가 명함을 드린분이더군요.
자전거 여행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게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되면 그 날은 어디서 노숙을 하고 어디까지 달릴 것인가? 이것만 생각하며 달리다보면 머릿속에 든 모든 생각들이 포멧이 되어서 오는지라 이 분에 대한 기억들이 모두 사라져있던 상태였습니다.
이 분이 저를 입국장에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저를 못 보셨다고 혹시 지금 차라도 한 잔 할 수 있냐고 하시더군요. 블로그에 올린 제 글들을 보고 감명을 받으셨다면서 꼭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블로그에 여행기를 썼으나 완결을 안 지어놓으니 사람들이 만나서 이야기의 끝을 듣고 싶다고 연락 오시는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미 집에 와버린지라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차나 한 잔하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고 저번주 금요일 퇴근후 운전을 하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리기 시작하더군요.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방은 제 이름을 물어보기 시작합니다.
저는 업무가 많은지라 퇴근후에도 전화가 많이 오는 경우가 많은데 금요일 퇴근후에 또 회사직원분이 전화 온지 알고 내심 좀 짜증이 나더군요. (어쩔때는 회사 근처면 회사로 다시 출근해달라는 직원분도 있습니다)
전화는 운전중이라 전화를 따로 받지 않고 자동차 네비게이션 기능중 하나인 블루투스로 대화를 했습니다.(이어폰 미착용 스피커로 대화가능)
그래서 용건이 뭐냐고 물으니 이전에 부산항에서 만난 그 분 이시더군요.
그 분은 저에게 5월19일날 시간이 되냐고 물으시더군요.
소개 시켜드릴게 있다면서 꼭 한 번 저를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요.
‘설마 또 소개팅인가? ‘
인터넷에 글을 쓰거나 블로그에 찾아오는 아저씨분들중 만나자고 하시는 분들이 몇 분들이 계셨습니다.
아저씨들을 만나러 나갔는데 아저씨들이 주변에 아는 아가씨를 데려와 소개팅을 시켜준 적이 몇 번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소개팅이 들어온거라 생각되었습니다.
소개팅은 작년 9월 이후 단 한 번도 안 했는데 오랜만에 소개팅을 할 생각을 하니 머릿속이 많이 복잡해졌습니다.
특히 5월19일은 3일 연휴라 저는 해외로 여행을 가기로 예정되어있기 때문에 이 날은 이 분과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분은 말을 계속 이어나가십니다.
'제가 소개 시켜드릴건…..'
“쿵…!”
어린이보호 구역이라 방지턱을 넘는데 방지턱 넘는 소리에 잠시 블루투스가 끊어졌습니다.
‘아주 크고 아름다워요 분명 좋은 경험이 되실겁니다’
여지껏 소개팅을 정말 많이했지만 아직까지 저보다 키 큰 여자는 소개 받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양념반 후라이드반처럼 기대반 걱정반이 되었습니다.
자기보다 작은 남자는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키가 크면 떡대도 있고 덩치도 엄청나게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5월19일은 제가 한국에 없어서 만날 수가 없어요 죄송해요. 다른날은 안될까요? 평일 저녁에는?’
아저씨에게 평일 저녁에 보자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그러세요. 아~! 그주에 석가탄신일이라 19일날은 힘드시구나…아쉽네요 정말….”
“쿵….”
운전을 하는 곳이 어린이 보호 구역이라 방지턱이 참 많았습니다.
“아름다운데….”
대체 얼마나 예쁜여자인데 이 아저씨가 이렇게 극찬을 하는건지 내심 궁금했습니다.
“저기 아저씨 그 분 이름은 어떻게 되세요? 대체 얼마나 크고 예쁘다는건가요? 혹시 사진이라도…”
일단 이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카톡에 추가하여 프로필 사진을 보고 난 뒤 스케줄을 조정 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루즈 입니다'
??????????????
크루즈…?????????????
'설마 140마력에 1.6 디젤 엔진에 문짝이 두꺼워서 튼튼하고 인터넷 슈퍼카로 불린다는 쉐보레의 그 크루즈는 아니겠지????'
저는 아저씨가 세관에서 일하고 있으니 배를 타는 러시아 사람들도 알고 있어서 러시아나 북 유럽쪽 여자를 저에게 소개 시켜줄려고 하는지 알았습니다.
제가 이전에 해외사업부에서 일했다라는 이야기도 했던지라 영어를 잘 할 것이라 생각하고 저에게 외국인 여자를 소개 시켜줄려고 하시는걸로 추측이 되었습니다.
“저기 외국인인가요? 이름이 크루즈에요???”
아저씨는 제 말을 듣고 말을 이어나가셨습니다.
“혹시 그 남포동 모르나요? 롯데 백화점 뒤에…???”
남포동 롯데 백화점에서 이 아가씨와 런치를 하자고 할려는건지? 아저씨는 갑자기 남포동 롯데백화점을 이야기 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넓이는 잘 모르겠고 아무튼 엄청커요~ 한 번 직접 타보시면 놀라실거에요'
????????????
'넓이요? 잠깐…. 아저씨 크루즈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지금 대체 무슨 이야기 하시는건가요?'
아저씨는 다시 말을 계속 이었습니다.
'롯데백화점 뒤에 크루즈 여객선이 있는데 거기서 런치나 하면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요. 자전거 여행의 뒷이야기가 정말 궁금하거든요.'
아... 그랬습니다.
아저씨가 소개 시켜준다고 한 건 여자가 아니라 롯데백화점 남포점에 있는 크루즈 여객선이었습니다.
저는 전화 통화 음질 상태가 안 좋은지라 중요한 이야기 할 때 이야기를 잘 못 들었고 당연히 소개 시켜준다고 하길래 저의 최대 관심사인 “여자”로 생각한거죠.
이제는 사람이 아닌 기계까지 소개를 시켜준다고 하는 사람이 나오다니…
정말 소개팅 복이 터진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