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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08 06:15:19
Name Pray4u
Subject [일반] 컴플렉스
가끔씩 자신의 삶에 넋두리를 하고 싶을때가 있습니다. 오늘은 네시간 전부터 잠을 청해보아도 여러 떠오르는 생각들에 잠을 들지 못했습니다. 부지런한 분들이라면 벌써 눈을 뜨고 하루의 시작을 준비할 이 시간에, 잠들지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며 출근을 두려워하는 제 모습이 미련하고 한심해서 견디기 어렵습니다.

삼십도 이제 한참 넘었습니다. 서른 넷이네요. '저녀석은 장가가긴 글렀다'라고 생각했던 녀석들의 청첩장마저 도착하기 시작하는 좋은 봄입니다. 20대 초반에는 무식했기에 용감했고.. 그렇기에 스스로의 모습이 부끄럽지 않았던 날들이었습니다. 길가다 예쁜 여성분을 발견하면 말을 걸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고.. 꽤나 높은 확률로 분에 넘치던분들의 연락처를 받고 긴 만남을 이어간 적도 있었습니다. 나중에 물어보았습니다. 그때 왜 연락처를 건내고 나를 만났었냐고.. 끝모를 자신감에 자신도 모르게 끌렸었다는 말을 들은것이 기억납니다.

옛말에 어머니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온다고 했지요.
옛말 틀린거 하나도 없더군요. 그렇게 말리던 어머님의 말씀을 듣지않고 사고를 쳤습니다. 준비도 없이 무모함만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죠. 결과는 당연합니다. 망하고 20대에 빚을 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남의 돈 쓰는것이 이렇게나 무서운것 이었구나' 하는 저만 빼고 다 아는것 같았던 사실을 배우게 됩니다.

스스로의 비굴함에 몸서리 치며 잠들지 못하는 밤이 늘어갑니다. 한편으로는 어느정도는 비굴하고 비루해진 자신이 대견합니다. 이제는 패기를 가장한 무모함, 혹은 자신감을 가장한 자만심이 얼마나 스스로를 해치는지를 알게되었습니다. 겸손함이란 어느때에도 백익무해 하다는 것도 알게되었지만, 비굴해지지않고 겸손해지는법은 배우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친구들을 만나도 전처럼 지갑을 열지 않게됩니다. 사실 너나나나 할것없이 다들 그렇지요. 가족이나 애인에게 100만원은 쉽게 쓸 지언정 친구에게 10만원 쓰는것은 한없이 어렵다는것을 왜 나는 남들보다 5년은 늦게 알게 된거지 하고 자책해 봅니다.

거울앞을 서면 전보다 수척해진 얼굴과 까칠한 피부.. 자른지 두달은 되어보이는 머리카락과 퀭한 눈이 보입니다.
자존감을 갈 수록 낮아가고.. '원래 이런것이다, 이렇게 다들 어른이 되어간다'라고 되뇌이며 힘을 내어보려 하지만 그래도 가릴 수 없는 초라함에 한달에 두어번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런 스스로가 조금은 원망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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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08 06:28
수정 아이콘
장문의 푸념으로 맞장구를 치려다가 괜한 짓 하는 것 같아서 지웠습니다. 다같이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 얻어봅시다. 삼십대 화이팅!
Aneurysm
13/05/08 07:48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라는 말에 더 공허해지지 않길 바랍니다.
되게 어린 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이제 좀 살아보니까 인생은 그리 짧지는 않다는것도 마찬가지로 깨달았을꺼라 생각하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힘내시길.
13/05/08 08:22
수정 아이콘
저도어제 상사가 털어서 욕먹고 짜증나 죽겠습니다
님만 힘든거아니니 열심히 살죠
힘내세요
王天君
13/05/08 09:26
수정 아이콘
같이 아둥바둥하며 헤쳐나가봅시다.
미국싸이코
13/05/08 09:36
수정 아이콘
오늘따라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에서 안 좋은 소식들과 안타까운 일들만 경험하게 되네요..
전 비록 아직 어린 이십대 초중반이지만.. 이런 간접적인 경험으로서나 인생에 대하여 조금이라도 배우고 갑니다..
힘내시고, 좋은 일만 앞으로 있으시기를 빌겠습니다.

ㅜㅜ 저도 갑갑하네요 많이.. 힘내세요 같이 악착같이 헤쳐나가요!

힘들때 힘이 되어주는 pgr21 감사합니다.
그리움 그 뒤
13/05/08 09:49
수정 아이콘
누구나 다 힘들고 외롭고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그 강도와 범위가 차이가 있을뿐..
다른 사람의 어려움이 내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도 다 나처럼 힘들고 어렵구나 생각하면 홀로 황야에 내동댕이쳐진
느낌은 줄어들겠죠.
힘내세요
이 또한 지나가리니~~
13/05/08 17:50
수정 아이콘
스스로 반성하는 모습이 멋있네요. 자존심이 강하면 수치심도 강하다고 수치스런 상황이 오면 인지부조화에 빠지는 누구보다 훨 나으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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