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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7/01/28 18:20:20
Name TheInferno [FAS]
Subject 신희승선수에 대한 잡소리
걍 한번 써봤다가 컴터 속에만 놔두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리플이 고파서 함 올려봅니다 ㅎ
선플 악플 뻘플 꾸준플 기타등등플 모두 환영


* note : 여기서 말하는 '스타리그'란 특정 방송사의 대회가 아닌, 미국 Blizzard 사의 PC게임 'StarCraft'를 이용해, 2명 또는 그 이상의 숫자의 프로게이머가, 개인 또는 팀 단위로 겨루는 모든 대회를 의미함.


신희승이 뜨고 있다.

사실 이런 기세를 보여준 선수들은 수도없이 많다. 그러나 그 어떤 선수도 지금의 신희승 정도의 센세이션은 일으키지 않았다. 왜일까. 이스트로라는 팬층도 엷은 팀 소속으로, 스타리그에 등장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예가, 어째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그동안 스타리그에서 엄청난 기세를 뽐내던 여러 명문팀 소속 선수들에 비하면 신희승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부당해보이기까지 한다.

다른 스포츠처럼, 스타리그에도 관객을 즐겁게 하는 선수와 감독(그리고 스폰서)을 즐겁게 하는 선수가 존재한다. 이 두 특성을 같이 지니고 있는 선수는 전설급의 선수가 되어 활약 당시는 물론 은퇴 후에도 길이길이 존경과 찬사를 받는다. 그러나 모든 선수가 이럴 수는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이 두 특성중 하나만을 가지게 된다.(물론 둘 중 하나의 특성을 가지는 것 조차 힘겨워하는 선수가 대부분이다.)

과거 이른바 낭만시대라 불리는 2002년 이전에는 관객을 즐겁게 하는 선수가 많았다. 황제 임요환을 필두로 폭풍 홍진호, 영웅 박정석, 그외에도(그들의 이름을 다 적자면 이 글은 낭만시대의 회상록이 될 것이기에 종족별로 대표적인 한 선수씩만 적었다.) 수많은 선수들이 각자의 개성을 뽐내며 리그에 참가했다. 그러나, 2003년 프로리그 출범 이후 조금씩 리그에 변화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완성형이라 불리는 선수들이 많아진 것이다. 그리고, 이 완성형이라 불리는 선수들은 대부분 감독을 즐겁게 하는 선수들이다.

관객을 즐겁게 하는 선수(대개 전략지향형)와 감독을 즐겁게 하는 선수(대개 안정지향형)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관객들은 재미있는 경기를 원한다. 그리고 안정지향형 경기와 재미는 거리가 좀 있다. 안정지향형 선수들은 대개 그 상황마다 최적의 유닛만을 고집하고, 최적의 빌드와 체제만을 고집한다. 아무리 대단한 물량전이라도 한두번이지 그런 경기가 수십개씩 나오면 대부분의 관객들은 질려버리게 마련이다. 따라서, 전략지향적 선수와 안정지향형 선수가 있다고 할때, 대부분의 관객들은 전자를 택한다. 배우와 감독 이름만 봐도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대부분 예상이 가능한 영화를 위해 시간과 관람료를 투자할 관객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감독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NBA에서 턴오버, 즉 경기중 일어나는 실책 갯수 랭킹을 살펴보면, 시즌 MVP 또는 그에 준하는 선수나 득점 리바운드 어시스트 등 화려한 기록에서 선두를 달리는 선수들이 많다. 예를들어 가장 창조적인 선수들 중 하나인 Ervin "Magic" Johnson 은 실책 갯수도 전설급이라고 한다. 이 실책은 감독 입장에선 당연히 치명적이다. 화려하고 창조적인 플레이는 보기엔 즐겁지만 언제 실패할지 아무도 모르고, 플레이의 성공이 꼭 승리와 직결되는 것이 아니기에 대부분의 감독들은 화려한 플레이를 그렇게 적극적으로 권장하지 않는다. 감독(특히 스폰서)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승리이기 때문이다.

프로리그가 출범하면서, 선수들은 변신할 필요를 느낀다. 다른 스포츠도 그렇지만 특히 스타계에서 화려한 전략지향형 플레이어는 그리 수명이 길지않다. 강민 박성준 오영종 등 최근에 등장한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이 대부분 전성기가 그렇게 길지 않았던 반면,(이 부류의 선수들은 '슬럼프', '변신', '부활' 이 세 단어를 자주 듣게된다.) 안정지향형의 정점에 선 두 선수, 이윤열과 최연성은 게임 방식의 변화가 그렇게 뚜렷하지 않아도 등장한지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최상위권이다. 따라서 프로리그 체제에 들어선 팀이 원하는 선수는 두 타입중 후자, 즉 감독을 즐겁게 하는 안정지향형 선수들이다. 이들의 프로리그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어느쪽이 더 데뷔후 결과가 좋은지 본 선수들은 어느쪽을 선택해야 할지가 명백해졌다. 최적빌드오더를 만들어 그것을 연습해 실전에서 훌륭히 재현하면 그것이 승률이 더 높다. 그러면 개인리그던 프로리그던 성적도 잘 나오고 우승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관객들의 시선을 붙잡지는 못한다. 특히 테테전같은 '앞마당 먹고 메카닉체제 완성 이후 장기전 체제로 멀티먹어가며 드랍십싸움 혹은 배틀이나 레이스'라는 식의 공식이 완전히 정립된 경기는 일부러 피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상황에서 신희승이 등장한 것이다.

둥둥 떠다니면서 정보 모아오다 깨지는 것이 전부이던 배럭은 적기지 근처에 내려 일꾼을 견제하는 공격형 건물로 역할이 바뀌고, 프로토스가 상대라며 안심하고 배럭안에서 고스톱치고 게임하고 TV보고 낮잠자고 있던 마린들은 갑자기 떨어진 출전명령에 당황하면서도 임무를 잘 수행한다. 테테전 싸움 양상을 보려면 중앙지역만 멀뚱멀뚱 보다가 가끔씩 드랍십 따라가면 되던 옵저버는 기지 여기저기를 쑤셔대는 탱크와 골리앗들을 보느라 오랜만에 바빠졌고, 마린메딕을 상대하는 법만 배우고 태어난 저그 병력들은 갑자기 나타난 기갑부대의 위용에 정신을 못차린다.

사실 게임의 법칙 그 자체를 바꾼것은 아니다. 신희승도 다른 선수들처럼, 견제하며 멀티먹고 병력 모아서 이기는 식의 승리패턴을 그대로 따른다. 그러나 그 패턴을 만들어내는 방식이 다른 선수들과는 전혀 다르기에 그의 플레이가 특별한 것이다. '일꾼견제를 벌쳐만 하라는 법이라도 있나?', '왜 힘싸움은 중앙에서만 해야 되는데?', '멀티? 밀고싶으면 밀어. 멀티가 거기만 있는거 아니거든.'

감독을 즐겁게 하는 선수들이 득시글거리는 이런 상황에서, 정말 오랜만에 등장한 관객을 즐겁게 하는 선수이다. 팬이 원하는 플레이를 하는 그에게 이 정도의 환호와 성원은 당연한 것이며, 오히려 부족하다. 좀 더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내야 할 것이다. 스타리그의 관객인 우리들을 위해서라도 신희승은 반드시 스타가 되어야 한다. 방어타워나 깔아대면서 수비나 해댈줄 아는 선수는 관객들 입장에서는 필요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선수가 이렇게 될 필요는 없고, 이렇게 될 수도 없다. 각자 자기에게 맞게 플레이를 하는게 정답이다. 감독이 원하는 타입의 선수가 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다만 성과에 비해 팬 수가 많이 늘어나지 않는 건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신희승, 그에게 개인적으로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꼭 로열로더가 될 필요는 없다.(물론 된다면 더욱 더 좋을 것이다.) 절대 지지않는 무적의 기세를 보이지 않아도 좋다.(앞과 같다.) 기존에 없던 새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도 없다. 최적 빌드오더를 반복하며 늘 쓰던 유닛만 쓰는 플레이가 아닌, 감각이 시키는 대로, 생각이 시키는 대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플레이하면 관객들은 그대만의 특별한 플레이에 환호할 것이다. 또한, 그대같은 타입의 선수들은 한번 팬이 된 사람들이 성적이 나빠지더라도 웬만해선 떠나지 않는다. 이 부류의 팬들이 원하는건 '승리'가 아니라 '경기'이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그대만의 독특한 색을 가진 경기만 보여준다면 팬들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그대를 응원하고 있을 것이다.(물론 성적까지 좋다면 금상첨화로서, 다른 선수들이 같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 두배, 세배, 그 이상의 찬사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난 왜 개인리그 성적도 좋고 프로리그 성적도 좋은데 팬이 이렇게 없지?'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에게는 이 글이 어느 정도의 해답이 될 수 있으리라.


1줄요약 : 신희승 짱~ 우승하자~


사족 : 신희승의 별명은 그의 ID를 따라서 매직테란이나 마법사테란 혹은 그와 비슷한 마법사계열 별명이 좋을 것 같다. 아더왕 이야기의 '멀린'은 모든 마법사의 시조격이지만 대중성이 부족하고, '핸드레이크'같은 특정 작품의 마법사는 너무 매니아적이고, 그나마 대중적으로 알려진 마법사는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 따라서 '신달프'? 으미... 그건 좀 아닌거같은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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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타이밍
07/01/28 18:2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봤습니다.
신희승 선수는 자기 템포대로 경기할 줄 알아서 경기가 참 재밌어요
펠릭스~
07/01/28 18:30
수정 아이콘
정말 신희승 선수에 대해서 잘 써주셨네요
^^;; 공감 백배...
다만 강속구가 두려운 선수일수록
그 위력때문에 변화구도 더 두려워집니다.
무난한 힘싸움도 만만하지 않아서
상대방이 예측하기 힘든 그런 선수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쨋던 전략이 좋습니다만
정석적인 강함 힘도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07/01/28 18:54
수정 아이콘
직구로 마재윤 선수를 삼진 시킬 수만 있다면 이 시대 최고의 풍운아가 되리라 믿습니다.
다시이곳에
07/01/28 19:07
수정 아이콘
이 선수의 경기는 항상 기대가 됩니다. 이번엔 또 어떤 식으로 경기를 풀어갈꼬... 요즘들어 꼭꼭 챙겨보게 되고 관심이 가는 그런 선수입니다.
07/01/28 19:14
수정 아이콘
아직은 모르겠네요. 저에겐 큰 임팩트를 주지못한 선수이다보니...특히 경기수도 적고 mbc게임에서의 경기력은 주목받는 신인답지 않게보여서요.
07/01/28 19:26
수정 아이콘
jc 님//
응원 글에는 응원 리플만 달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뭐, 이것도 개인적인 생각이니 무시하셔도 괜찮지만 그냥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07/01/28 19:29
수정 아이콘
SeeY//참고할게요.
Velikii_Van
07/01/28 19:47
수정 아이콘
간달프, 멀린, 핸드레이크 같은 마법사보다는 포프같은 마법사가 되어 줬으면 좋겠네요. 신희승 선수 화이팅!
김사무엘
07/01/28 20:08
수정 아이콘
신희승 선수에 관한 첫 추억은.. 2006년 전기 프로리그 CJ vs 이네이쳐(estro 맞죠? 지금..) 마재윤 vs 신희승의 815 lll 경기였습니다.
프링글스 MSL 시즌 1 마재윤 vs 한승엽 경기 얼마전에 열렸던 경기였는데, 경기의 승부가 궁금한 게 아니라 최강 마재윤이 어떻게 쌩 신인 테란을 삶아먹는 지가 더 궁금하던 경기였습니다;;
신희승 선수는 방송경기에서 버벅대는 신인의 모습을 무난하게 선보이면서 마재윤 선수가 본진에 가둬놓고 가볍게 GG 받아내더군요. 어떻게 테란으로 마재윤을 이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얼마 뒤 앞에서 언급한 마재윤 vs 한승엽 전에서 한승엽 선수가 교란작전과 기동타격의 진수를 보여주면서 마재윤 선수를 아사시키는 테란의 대 쾌거(?!)를 이룩하였는데 기실 그 경기 직전에 나름대로 관전 포인트가 마재윤이 신인 신희승은 이겼지만 경력이 제법되는 한승엽은 어떻게 요리를 할까? 로 두었을 정도로(그래서 한승엽 선수 승리 후 정말 미안했습니다. 테란빠로서 승리를 응원하였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ㅠㅠ) 신희승 선수의 방송경기 데뷔전은 어떤 의미에서는 상당한 임팩트가 있는 경기였죠(;;;) 근데 지금의 모습은 참.... 아랫글에 OvertheTop님의 심정이 약간은 동조가 되네요..
요즘은 완전 팬이 되었습니다. 임요환 이후로 이런 느낌을 주는 선수는 테란 종족 내에서는 없었거든요. 아스트랄이 제거된 황제의 모습이랄까..
그래서 16강 1차전에서 이윤열 선수에게 GG를 쳤을 때, 임요환 선수가 예전에 이윤열 선수한테 졌을 때 느꼈던 분함을 상.당.히 느꼈습니다. 팬으로서...
07/01/28 21:52
수정 아이콘
신희승선수 너무 멋집니다. 시합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잘 준비해온다는 느낌을 준다고나 할까요. 꼭 이번 시즌에 좋은 성적을 냈으면 싶어요. 적어도 결승까지는 올라갔으면 하는...
꽃을든저그
07/01/28 22:15
수정 아이콘
신희승선수 경기 정말 멋지더군요. 다만 문제는 이번에 이윤열이라는 벽을 넘고 조금더 올라가지않는다면 무난하게 묻혀질듯한 염려가 됩니다. 암튼 이번 osl 이 신의승선수의 앞날을 예고할듯한 느낌이 드네요
07/01/28 23:08
수정 아이콘
신희승 선수.
데뷔 전에서 마재윤 선수와 경기할 때는 정말 말도 아니게 못해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었는데 말이죠.
지금의 신희승 선수를 생각하면 정말 대단할 따름입니다.
데뷔전에서 산만하고 집중하지 못하는 경기력을 벗어나
이정도로 단단한 모습으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니.
이번 시즌 그리고 앞으로도 꾸준한 성적 유지하기를 정말 바랍니다.
07/01/28 23:37
수정 아이콘
간만의 전략형 선수라 경기가 재미있네요.. 앞으로 참신한 전략 보여주세요
duinggul
07/01/29 01:02
수정 아이콘
잘한다 잘한다 해서 사람들이 매경기 관심을 가지고 경기를 지켜볼때
계속 기대이상의 멋진 모습을 보여주면 팬들은 신나죠~~~ :^)

요즘 신희승 선수가 그런 것 같네요.
이렇게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을때 계속 잘해줘야죠~!!
duinggul
07/01/29 01:07
수정 아이콘
이번 대 이윤열 전도 '수퍼루키 맞네' 할만한 경기를 보여주더군요

전 시합에 대한 복수카드인 센터 팩토리,
초반 벌쳐로 이윤열의 탱크가 입구에서 나오는 순간 기습,
본진 난입해서 일꾼 점사해주는 판단,
일꾼은 줄여줬지만 병력손해를 좀 봤다 싶으니 주병력에 미리 일꾼 몇마리 붙여주는판단,
이후 중앙에서 서로간의 치열한 소수병력 컨트롤 싸움,
미세한 교전승리 이후 탱크 한기와 골리앗 다수로 바로 조이기,
그 이후의 물흐르는 드랍쉽 운영...

이윤열 선수도 그 어려운 상황에서 쉽게 밀리지 않고 잘 버텼죠

두선수의 다음 매치도 기대됩니다~
07/01/29 01:14
수정 아이콘
저도 관심갖고 지켜보겠습니다. 재밌는 경기! 멋진 경기! 보여주시길.
달려라투신아~
07/01/29 11:25
수정 아이콘
돌부처테란 이상하리 만큼 어울리는 신희승 선수 ^ ^;; 오승환 선수 때문인가? ^ ^;
信主NISSI
07/01/30 01:58
수정 아이콘
최근의 테란선수들중 염보성선수가 좋았는데, 신희승선수 한명으로 테란뿐아닌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바뀌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선수는 결승이나 준결승에서 3:0으로 진다는 안타까운 개인적 징크스가 있긴 한데, 신희승선수는 로열로더가 됐으면 합니다.

완소입니다.

마지막으로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글이 제 인생의 활력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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