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9/27 12:10:25
Name 분수
Subject [잡담]글을 쓴다는 것과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
제가 이곳에 처음 글을 썼던 날짜를 뒤적이다 보니 2001년 7월 9일이네요. 참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전부터 이곳을 들락거리긴 했지만 정말 이곳에 정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아마 저 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곳을 제가 거주할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글을 올리고 또 그때는 사람도
적었던터라 PgR21 쥔장님에게 감사하다는 소리도 듣고 그래서 아예 방석을 가져다 놓고
자리를 잡았던 기억을 더듬어 보니 새롭네요. ^^
사실 글을 쓴다는 사실은 정말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야
하고 또 글로 옮기면서 다시 한 번 내용 하나하나를 검토해야 하는 일이지요. 그렇게
검토하고 난 후에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쓱싹 지워버리고 처음부터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아주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하는 작업입니다.
더욱이 그 속에 자신의 생각을 잘 담아야 하며 남들이 보기에 이상이 없는지 너무 편견에
치우치지 않았는지 내용에 일관성은 있는지등 검토해야 할 일도 무척 많습니다.
어찌보면 말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이란 듣는 사람의 태도나 몸짓, 그리고 반응에 따라 계속적으로 수정이 가능하지만
글이란 한 번 써서 올리고 나면 수정하기가 쉽지 않지요.
사실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는 욕망의 표출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제대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올라온 글을 읽다보면 많은 분들이 글 쓰는 어려움에 대해,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두려움에, 다른 사람들의 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보호본능에 글 쓰기를 포기한다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래도 그런 분들은 그런 글을 통해 스스로의 흔적을 이곳에 남겼다는
의의를 가질 수 있겠습니다만 그렇지 않고 아직도 타자 두들기기를 망설이는 많은 분들이
계시겠지요.
좋은 글을 쓴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언제나 이런 압박에 시달리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저도 어찌보면 그런 부담감을 완전히
떨쳐버리지는 못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가지 하자면 저 국어국문과 나왔습니다만 글 쓰는데는 늘
부족함을 느낍니다.(T.T) 그래도 글을 씁니다.
그게 이곳 PgR21에서 제 모습을 갖춰가는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한때 제가 나우누리에서 자주 활동할 때(주로 채팅을 많이 했었습니다만.. --;) 대화명을
'하이드'라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도 그때는 현실의 저와 온라인 상의 저를 구분하고
싶었지요. 뭔가 현실의 나에게서 도피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어린 시기였지요. 그러면서 나 자신의 욕망을 표출하기도 하고 전혀 다른 모습처럼 보일
것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기도 하면서 말이지요.
하지만 결국 보이지 않는 제모습도 결국 제가 투영된 또하나의 자화상이란 생각이 들어서
결국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포기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온라인상에서 하이드씨가 되고 싶습니까?
아래 프로게이머 김동수 선수의 글에서도 '악역'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언급이 되었지만
여러분중에 PgR21의 악동 역할을 자처해 맡고 싶으신 분 계십니까?
아래 p.p님의 글에 이곳 PgR21이 하나의 사회라는 언급이 되었지만 사회라는 곳은
성인군자에서부터 범죄자까지 다양한 군상들이 살아갑니다.
그런 곳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말썽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곳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온라인이라는 특성을 가지기에 그 강도가
오프라인보다는 미약하겠지요.
자체 정화가 힘들다는 p.p님의 글 저는 십분 동감이 갑니다. 그런 면에서 예전에 잠시
공부하러 들렸던 캐나다가 생각이 나네요. 누군가 저에게 캐나다는 경찰국가라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어찌보면 평화롭고 살기 정말 좋은 곳이었다고
추억하고 있습니다만 그건 제가 그곳을 방문했던 이방인이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p.p님이 아래 글에도 말씀하셨듯이 "보통사람들의 평상시 생활에서 경찰의
존재를 못 느끼고 살듯이 자게도 평상시 통제 같은 것을 못 느끼게 하는 것이 좋겠지요"
라는 말에 100% 동의를 합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전 이곳에 터전을 잡고 계시는 분이 어떤 목소리이든지 그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 목소리가 듣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하고
감동을 주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면 좋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아도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그 글이 잘 쓰여진 글이든 그렇지 않든 쓰여진 사람의 정성이 들어간 것이라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한 글이라면 그것으로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이곳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지는 여러분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만 그 역할을
선택하는 것은 이곳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과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 모두 여러분에게는 소중한 기억이 될 것입니다.
그 소중한 기억을 이곳 PgR21에서 가져보지 않으시렵니까?
저는 여러분과 그 기억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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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9/27 21:23
수정 아이콘
오늘 왜 이렇게 pgr에 들어 오기 힘들지요? 저만 그런가요?
분수님 따듯하고 포근한 글 올리셨군요. pgr에 새로 오신 분들에겐 상당히 힘이 되는 글입니다. 저 이름도 많이 불러 주셔서 고맙구요. ^^
오늘밤도 좋은 밤 되십시오. (밤 밤 무슨 밤? 사랑이 충만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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