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한 그녀는 스타크 고수 ( Mysterious Girl )
스무번째 이야기.
“신비야”
세월이 흘러 신비가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의 끝이
얼마 안 남겨두고 있던 어느 날
갑자기 하루는 할아버지께서 진지하게
신비를 식탁으로 불러내셨습니다
“왜 부르셨.. 와아!! 할아버지!! 이 떡볶이 할아버지가 만든 거에요?”
“응.. 내가 만들었다”
“와~ 잘 먹겠습니다~ 안 그래도 나 출출 했었는데 헤헤
할아버지도 같이 먹어요”
“아니다 할아버진 지금 좀 배불러”
신비가 맛있게 떡볶이를 집어 먹고 있는데
다시 할아버지가 말을 꺼내셨습니다
“신비 넌... 옛날부터 이런 매콤한 걸 좋아했었지...”
“응~ 나 매콤한 것 정말 좋아해”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표정이 의미심장해지더니
고개를 조금 떨구셨습니다
잠시 말이 없으시다가 힘들게 말을 꺼내셨습니다
“그 때도 내가 신비 너에게 처음 먹인게 이 떡볶이였어..
얼마나 맛있게 먹던지 입에 고추장 범벅인데다가 옷에도
다 묻히고...허허”
할아버지는 그 때 웃으셨지만 마음까지 웃고 있지 않으셨다는 것을
그 때는 몰랐었습니다
“에엑~ 옛날에 나 그렇게 칠칠 맞았구나 헤헤
근데 그 때가 언젠데요?”
할아버지가 잠시 머뭇거리시다가 다시 말을 이어 갔습니다
“신비 너의 아빠와 엄마가 크게 싸운 뒤 서로 별거할 때
각자가 서로 너의 양육을 미루는 모습이 한심해서
내가 맡겠다고 그랬었어.. 내 집으로 데려오기 전부터
징징 울고 있어서 맛있는 것 해준답시고 해줬던 것이
이 떡볶이였거든..”
갑자기 신비가 떡볶이를 입에 문 채 멈칫 했습니다
신비는 한참 가만히 있다가는 다시 떡볶이를 마저 먹었습니다
몇 개 더 집어 먹더니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가 만든 떡볶이...정말 맛있다
근데 지금은 배가 좀 불러서 다 못 먹겠어요 죄송해요
다음에도 꼭 만들어 줘야 돼요? 할아버지?”
서둘러 자기 방으로 들어간 신비는
다시 책상에 앉아 책을 바라 보았습니다
‘깽그랑!!’
‘와지끈!! 쿵 쾅!!’
‘으아아아아아아아앙~~~’
신비의 가슴 속 깊은 곳에 숨겨 두었던 옛날 아주 어릴 적 기억이
자기도 모르게 튀어 나와버렸습니다
아주 오래 전 아주 어릴 적일이라 다행인지는 몰라도
구체적으로 그 상황이 기억이 나진 않지만
집 안 물건 이것 저것이 깨지고 부숴지고 엎어지는 소리와
한 남자의 광분의 고함소리 와 한 여자의 울음 섞인 비명에 가까운 외침
그리고 한 쪽 구석에서 베개를 꼬옥 안은 채
눈이 붓도록 볼 위를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이 한참동안 마르지 않도록
우는 어린 자기 자신의 울음소리만 기억 날 뿐이였습니다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 신비는 손으로
눈을 슥슥 비비고는 다시 책을 봤습니다
다신 마음 약해지지는 않기로 굳게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나 마음 먹은대로 잘 안 되었고 신비는 방황에 빠졌습니다
하루 종일 멍하게 있기 일쑤였고 밥맛도 많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신비네 집인 작은 빌라 건물 바로 옆 작은 놀이터의
그네에 자주 앉아 한참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해버리는 이런 불운을 왜 나한테 찾아왔으며
내가 뭘 잘못 했길래 그것들을 감당해야 하는걸까?
내 부모님은 어떤 모습일까?
어떤 사람들일까?
왜 그 둘은 그렇게 싸워야만 했을까?
여러 가지를 생각해내어 그 해답을 여러 가지로 상상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상상만 했습니다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할아버지에게 부모님이 없어서 외로움을 타고 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습니다
그렇게 그네에 올라 타 상상만 해왔습니다
그래야 혼란스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해소 시킬 수 있다고
신비는 생각 해왔습니다
놀이터에서 순수하게 장난치며 놀고 있는 어린아이들을 보며
아무것도 모르는 옛날의 그 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며칠 뒤 신비네 바로 옆집에 누군가가 이사 왔습니다
신비네 옆집은 한동안 빈집이여서 항상 옆집 문은 굳게 잠겨있었습니다
잠시 외출하려고 나가는데 항상 굳게 잠겨 있던 옆집 문이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이삿짐 센터에서 사람이 와서 짐을 나르는 모습과
이사 온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이 짐을 정리하고 있는 걸 보았습니다
그 남학생은 신비와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학생이였습니다
키는 조금 컸고 깔끔하게 생긴 외모였습니다
그가 나를 보았습니다
그러더니 짐을 정리하다 말고 나에게 다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저 여기 302호에 이사 왔어요~ 301호에 사세요?”
갑작스럽게 다가와서 인사를 건네서 였다기보다는
서울말로 건네 오는 인사에 당황했습니다
“네...네”
“우리 서로 옆 집이니까 친하게 지내요”
머리를 긁적이며 해맑게 웃는 그는 매우 자상해 보이면서
정나미 넘치는 인상이였다
“제 이름은 김태일이라고 해요~ 반가워요”
그렇게 신비와 옆집으로 이사 온 태일이란 남자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 되었습니다
“네..반가워요”
인사만 대충 하고 가식적인 대답만 하고 후다닥 계단을 내려가려 했습니다
“아참! 난 이제 고1인데 내가 오빠 될려나?”
“네..그렇네요.. 그럼 전 이만...”
신비는 계단 밑에서 위로 쳐다보며 대충 대답하고는
후다닥 내려가버렸습니다
이렇게 방황에 빠진 상태만 아니였다면 좀 더 반갑게 맞아 줬었는데
신비는 그렇게 그 자릴 떠났습니다
며칠 뒤 어느 날 하루도 역시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었는데
누군가가 다가 와 슬며시 옆에 있는 그네에 올라 탔습니다
며칠 전 이사 왔던 태일이라고 자기소개를 하였던 그 남자였습니다
태일이란 남자는 그네에 앉지 않고 서서 올라탔습니다
신비는 잠시 태일이를 바라보다가 신경 쓰지 않고 계속
생각에 잠겨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그네에 올라 탄 채 싱긋 웃으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네..”
애써 약간의 미소를 보여 준 채 다시 생각에 잠기려는데
태일이가 그네를 타다 멈춰 세우더니 말을 했습니다
“에이~ 섭하다~ 우리 친하게 지내기로 했잖아요~헤헤
아참 내가 오빠인 것 같으니 말 놓아도 되지?”
싱글싱글 웃는 태일이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저 사람은 저렇게 웃고 지낼 수 있는데.. 아무런 방황 없이 아무런 걱정 없이...
아니.. 그가 가지고 있는 걱정과 근심이 과연 내 것과 비교가 될 수 있을까?’란
생각에 자기 자신만 더 싫어지는 신비였습니다
“네.. 그러세요”
“그러고 보니 난 아직 네 이름 모르는데...이름이 뭐야?”
“신비요..”
“오호~ 이름 예쁘다앗!
근데 너 자주 여기 오나 봐? 여기에서 자주 보이길래..”
“네..”
“그네는 말야...이렇게 타야 재밌어”
태일이는 그네의 앞뒤 왕복을 세게 하며 거세게 타기 시작하였습니다
‘꽈드득! 삐거덕! 철커렁!’
‘철푸덕’
거세게 타서 낡아빠진 그네의 줄 윗부분이 나사가 다 풀려
한 쪽 줄이 떨어져 나가면서 중심을 잃고는
그대로 바닥으로 ‘큰 대’자로 엎어져버렸습니다
“저기...괜찮아요?”
그대로 그는 가만히 엎어져 있더니 그 자세에서 머리만 들었습니다
얼굴에 흙이 붙어 있는 채로 그가
자기 입에 검지손가락을 갖다 대며 말했습니다
“쉬잇! 지금 잠복근무 중입니다”
“킥킥 얼굴에 있는 흙이나 털고 잠복근무 하세요 키득키득”
우스꽝스러운 그의 모습에 신비는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습니다
“웃을 줄도 아네~ 하하하”
태일이도 같이 웃었습니다
“웃기니까 웃죠 꺄르르”
“웃으니까 보기 좋다~
여러번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는 걸 봤었는데
항상 쓸쓸해 하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어..”
신비가 그 말을 듣더니 웃음을 멈췄습니다
“너무 그렇게 슬퍼해 하지 말아”
방황의 나락에 빠져 이런 놀이터 그네나 타며
생각에 잠기는 내 맘을 이렇게 마냥 행복해 보이며
그 사람은 알 수 있을리 없다고 생각하고는
그냥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다가 자리를 뜨려고 하였습니다
“죄송해요 전 이러는 편이 더 마음이 편해져요
전 그럼 집에 가볼게요”
“나도 말야!! 조금은 네 마음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아!!”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말에 신비는 생각했습니다
‘동정은 고맙지만 이런 건 아무나 이해하기 쉬운 게 아니라고...’
곧 다시 태일이가 한마디 더 외쳤습니다
“부모가 서로 갈라 섰을 때의 자식으로서의 입장말야..!!”
뒤에서 들린 태일의 말에 신비는 깜짝 놀랐습니다
“어... 어떻게 그걸..?”
신비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 들춰졌다고 생각하니
분노에 휩싸였습니다
곧 다시 뒤로 돌아 태일에게로 다가 와서 태일이를 어느정도 째려보다가
무릎으로 태일이의 다리 사이 가운데를 가격했습니다
‘퍽’소리와 함께 태일이가 거길 잡고는 털썩 주저 앉았습니다
신비는 태일의 옷깃을 잡고 흔들며 외쳤습니다
“오빠..아니 당신 스토커야? 어떻게 그걸 아는건데??
남에게 정말 꽁꽁 감쳐 두고 싶었던건데!!
얼마전에 이사 온 옆집 사람인 당신이 왜 그걸 아는거냐구요!!”
태일이 슬며시 입을 열었습니다
“놀이터에서 혼자 지었던 표정과 눈빛이 내가 지었던 거랑
많이 비슷했대...너희 할아버지께서...”
“그..그게 무슨 소리에요..? 많이 비슷하다뇨?”
태일이가 모래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은 뒤
손바닥을 모랫바닥에 짚은 채 애써 웃어보이며 말했습니다
“우리 부모님도 이혼하셨어...몇 달전에...”
신비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냥 마냥 행복하게 살고 있을 줄 알았던 사람이
자기랑 비슷한 처지라니..
게다가 옛날일도 아닌 최근이란 말에 더욱 더 놀랐습니다
다시 태일이 말을 이어갔습니다
“어제 인사 겸 물어볼게 많아서 너희 집에 찾아갔었어
나 사실 여기로 혼자 온거거든
원래는 서울에 있었는데 부모님 이혼 하시면서
어머니 따라 부산 내려왔는데 전학수속에 조금 문제가 생겨
우리 집하고 거리가 제법 되는 곳에 배정 받아서
이러쿵저러쿵 해서 결국 나 혼자 여기로 떨어져 부랴부랴 이사왔어
그것 때문에 궁금한게 많아서 이것저것 물어보려 했었어
너희 집에 가니 할아버지께서 혼자 계셨는데
다행히 친절하게 차까지 대접하셔서 이것 저것 물어 봤었지
이것 저것 얘기 한 후에 할아버지께서 내 부모님에 관해 물어보셨는데
그 때 내가 대답하는 걸 보시더니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혹시 부모님에 대한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니?’
라시더라”
신비는 아무말 없이 그 자리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런 거 없다고 거짓말로 그냥 넘어가려고 했었어
그런데 할아버지께서 신비 너한테서 자주 보이는
외로움의 표정과 눈빛과 많이 닮은 게 방금 나한테서
보였다고 그러더라구.. 그러면서 너희 부모님에 대해 알게 되었어
그러니까 나도 사실을 숨기면 안 될 것 같아
할아버지께 내 부모님에 대한 사실을 다 말씀 드려버렸어 헤헤”
신비의 얼굴이 미안함 때문에 얼굴이 살짝 붉어지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하였습니다
“미...미안해요 우우.. 많이... 아팠죠?”
안절부절 못 해 하며 방방 뛰는 신비에게
태일은 일어난 뒤 미소를 씨익 지으며 말했습니다
“아냐~아냐~ 괜찮아~ 그냥 뭐 장가 못 갈 뻔 했을 정도?”
“우잉..그러지 마요”
“이야~너 힘 되게 세다 아직도 아랫배가 막 땡겨 와”
“모..몰라요 저 갈래요”
“신비야!”
“네..넵?”
“그렇게 외로워하기만 하면 미래가 없어!
넌 지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공간에서
촛불 하나로 의지한 채 걸어가고 있다가
갑자기 바람이 불어서 촛불이 툭 꺼져버린거야
나 역시 마찬가지구...
그런데 너는
‘왜 하필 나에게 바람이 왔을까?’
‘왜 이 까짓것 바람에 내 촛불이 꺼졌던 것일까?’
그런 생각만 하면서 전진 하고 있지 않는 것과 같아
그러니까... 우리 다시 초에 불을 붙이고
밝은 미래를 꿈꾸며 전진해 나가자”
“하지만 저 너무 무서워요...”
신비의 눈이 촉촉해졌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다시 붙일 불도 없고요...
그리고 또 다시 바람이 불면 어쩌죠..?”
곧 신비의 눈에 눈물 한 방울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태일이가 신비에게 가까이 다가섰습니다
신비의 눈물을 자기 손으로 스윽 닦아주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촛불이 꺼져도 다시 불을 붙여 줄 사람,
촛불이 안 꺼지게 바람을 막아 줄 사람을 하나 둘 만들어가면 돼
소중한 사람들을 말야.. 네 할아버지 같이 소중한 사람”
신비가 훌쩍거리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우리 같이 웃으면서 살자”
신비는 참으려고 했던 울음이 다시 터져버렸습니다
지금까지는 외로워서 많이 울어왔지만 지금 우는 것은
저번 것과는 다른 울음이였습니다
희망을 일깨워 준 태일이가 고마웠습니다
“으이그 좀 웃자니까... 뚝!”
태일이가 갑자기 신비의 입술 양쪽을
손으로 살짝 꼬집어 잡고는 대각선 윗방향으로 잡아 당겼습니다
“자~ 이렇게 스마일~ 풉..푸하하 네 모습 대박이닷 푸하하하”
신비는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습니다
“치잇! 누가 당하기만 할 줄 알구웃!!”
신비는 한쪽 손으로 태일이의 코를 위로 짓눌러 돼지코로 만들고
나머지 한쪽 손으로는 양볼을 잡아 눌렀습니다
“깔깔깔”
신비는 그렇게 속이 뻥 뚫려 시원해질 만큼 웃었습니다
*****
‘그랬었구나... 신비와 태일이형의 만남엔 그런 깊은 사연이 있었군’
잠시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그..래서? 얘기 계속해 줘”
신비의 뒷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을 조금 고쳐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일이형에 대한 안부부터 성급하게 캐묻기 보다는
뒷이야기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들어가기로 말이다
갑자기 신비가 나를 바라봤다
신비가 나에게 양손을 슬그머니 뻗었다
그러더니 그녀의 오른손은 내 코를 짓눌렀고
왼손은 내 양 볼을 짓눌렀다
그녀의 손에 의해 일그러져 우스꽝스럽게 변해버린 내 얼굴을
신비가 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갑자기~”
“너 완전 울트라리스크 됐어 꺌꺌꺌”
“어이 이보슈..왜 이러냐고~~”
신비가 내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놓고는 웃고 있었지만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잘 된 것 같았다
어색해진 둘 사이의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으니까..
“꺌꺌꺌 지금 네 모습 그 때 태일이 오빠랑 붕어빵이야 꺌꺌”
신비가 폭소를 멈추고는 조금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으며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날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띄며 말했다
“너 말야... 너무 닮았어... 태일이 오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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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3-01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