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한 그녀는 스타크 고수 ( Mysterious Girl )
열 세번째 이야기.
너무 궁금했던 나머지 난 무작정 교실 문을 확 열고는
교실 안으로 쳐들어 가버렸다
그 교실에 있던 여학생들이 전부 나를 쳐다봤다
“쟤 걔잖아 축제 때 노래했던 애~”
“와 진짜 진짜?”
여학생들이 막 수근 대기 시작했다
갑자기 들이댄 나 때문에 신비가 많이 놀라했다
“너 도대체 왜 그랬던건데?”
난 그녀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윽.... 그런데 제대로 보려니.....
더 두근거리기만 하잖아.....
“말.... 말을 좀 해봐”
너무 두근거리는 마음에 또 나도 모르게 혀가 꼬여버린다
으..... 정말 뭐라고 말 좀 해보라고!!지금 완전 뻘쭘하단 말야
반 여학생들의 시선이 내 몸에 있는 살점 하나하나에 박혀 들어가는 듯했다
신비가 많이 당황해 하는 눈빛을 했다
두리번거리더니 조심스레 말을 했다
“어... 으..... 우리 장소 좀 옮기자”
신비가 내 손목을 잡았다
헉.... 갑작스런 스킨쉽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배틀넷에서 우연히 만나 호감을 가진 여학생이 지금
내 손목을 잡았다라는 것 자체가 실감이 가지 않지만 너무 떨렸다
신비가 나를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야~ 신비랑 저 남자 애 뭐하려는 거지?”
“따라가보자 히히”
몇몇 여학생들이 우리를 따라왔다
그녀는 나를 어딘가로 계속 데리고 걸어갔다
“어디 가?”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내 손목을 잡고 걸어간다
난 그렇게 영문도 모른채 계속 이끌려간다
결국 그녀에게 학생들이 없는 복도 끄트머리로 이끌려갔다
따라온 여학생들이 조금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일을 저질러 버린 것.... 물어볼 건 물어봐야지!
“왜 그랬던건데?”
무섭게 노려보며 말하자 신비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게... 갑자기 놀라서 나도 모르게 그랬던 것 뿐이야..미안해 헤헤”
얼레?
정말 그런걸까....?
그럼 그 눈물은 뭐였을까?
왜 그냥 놀랐던 것뿐인데 눈물까지 흘렸을까?
그런데 생각은 이렇게 하고 있었지만 나도 모르게
궁금한 것에 대해 묻지는 않고
신비의 대답에 자기 자신과 타협을 하고 말았다
“으...응..... 그래 그랬었구나 하하”
“응....”
서로간의 침묵이 잠시 흘렀고 같이 뒤따라온 여학생들도
조용히 우리를 지켜보았다
분위기 이렇게 되어버린 거.... 말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아냐... 지금 말 해야 돼
좋아한다고...나 강한진은 너를 좋아하게 됐다고....
심호흡을 크게 한번 들여 마쉬고 내 뱉은 뒤에 말을 꺼냈다
“저... 신비야”
“으...응”
“저기.... 음.....”
나는 말을 뜸들이다가 용기를 내어 말 했다
“그리고 나 너한테 정말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
“뭔데?”
그녀가 긴 머리끝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내 대답을 기다렸다
말 해야 돼
아... 그런데 막상 말 하려니 너무 떨리잖아
나도 나름대로 용기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말.... 정말 막상 하려니 너무 떨리고 입이 안 열리네
그래도 나 지금 이렇게 이 순간까지 와버렸는데
정말 말 하고 싶어
내 여자친구가 되어 달라고.....
아.... 고백 할 때 시선은 어디로 둬야 할지 잘 모르겠네
신비 역시 시선처리에 매우 어색해 하고 있다
“저기... 음 그러니까....”
“응....”
그래... 말 하는거야
강한진! 넌 말 할 수 있어!
나는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내...... 내.........”
신비가 눈을 크게 뜨고 궁금한 눈빛으로 말똥말똥 나를 바라보았다
“내 스타 사부가 되어줄래?”
흐억??????????????????
..................................................
..........................
“파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크크큭 큭큭큭 푸하하하하 으으으으아하하하하하
아 진짜 미치겠네 캬하하하하 하이고~~~ 배야”
교실로 돌아왔더니 명호가 신비와 있었던 일에 대해 몹시 궁금해 하길래
말 해줄까 말까 고민하다가 겨우 말 했더니
배를 잡고 폭소를 터뜨리고 있다
“카하하하하하 푸하하하하 콜록콜록 끄윽 콜록”
이내 숨이 넘어가더니 사래까지 걸리고 만다
너무 심하게 웃느라 눈물까지 막 나오는 명호였다
썩을.... 괜히 말 해줬네....
“어떻게 고백하러 간 놈이 중요한 말이 있다고 분위기 다~~
잡아 놓은 상황에서 ‘스타 사부가 되어줄래~?’를... 푸하하하하하 큭큭큭
아 십알 미치겠네 푸하하하하 너 장래희망 가수 하지말고
개그맨 하는게 어때? 푸하하하하하하”
나도 참....나 자신이 한심해진다
강한진이 아니고 강한심 아닌가? 으윽
고백하려는 그 찰나에 순간적으로 용기가 안 났던지라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오고 말았던 것이다
내가 나에게 왜 그 말을 해버렸는지 정확한 이유를 묻고 싶은 심정이다
여자애한테 고백하러 갔다가 스타 사부가 되어달라고 말 한 애는
아마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에서 나 밖에 없을지 모른다
명호가 저렇게 뒤집어져 난리 치며 웃고 있는 것이 짜증나지만
입장이 바뀌었어도 아마 나도 웃는다고 정신이 없었을 것이다
명호의 비웃음을 당하고 나니 더 한심해진다
한숨만 마구 나온다
“하아아... 내가 왜 그랬었지?”
“카하하하하 이 상콤한 뉴스는 밴드 애들한테 살포시 알려주러 가야지 캬하하하”
“으아아악 안 돼!!!”
“싫지롱 캬하하하 난 그럼 뉴스를~ 캬하하하”
“귤 사줄게!!”
“.....”
“귤 10개”
“캬하하하하 싫지롱 내가 아무리 귤을 좋아하지만
이런 훈훈한 소식을 절대 내 마음속에만 담아둘 수 없지 크크크크
그럼 난 소식 전해주러 낄낄”
“아 그래 십알!!! 오렌지 10개!!!!!!”
내가 웬만해선 이 슈퍼 초특급 하이퍼 울트라 메가톤 필살기는 안 쓰는데...제길...
명호가 교실 문 밖을 나서려는 순간
그대로 뒷걸음을 치더니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내 돈은 깨질 대로 깨지게 생겼는데
저 명호녀석이 귤보다 2배는 더 큰 그 오렌지로 영웅리버 놀이나
하고 앉아 있을 모습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그래도 이런 사실이 다른 애들한테 알려지긴 싫다
얌전히 자리에 앉은 명호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 했다
“한진이 형아~”
“왜?”
“한진이 형아가 신비양한테 그 말 했더니 뭐라고 그랬어요?”
“어.... 그게... 생긋 웃으며 ‘응’ 이라고 하더라고...”
“엥?”
나도 모르게 나온 스타크래프트 사부가 되어 달라는 말에
아까 전 명호처럼 웃거나 어이없어 할 줄 알았는데.....
정말 알 수 없는 그녀다
그녀의 생긋 웃으며 ‘응’이란 대답이 나온 후엔
나는 내 얼굴이 빨개진 채로 대충 인사를 한 뒤에 거기를 급하게 벗어났었다
이거... 오히려 역효과 같은데.....
오늘 있었던 일로 인하여 난 그녀를 어색하게 대할지도..... 흑흑
만날 일이 생길리는 거의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물론이고
배틀넷에서 만났을 때도 어떻게 대할지가 걱정이다
그렇다고 아이디를 바꿔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난 모든 일과가 끝난 후 집으로 돌아와 씻고 조금 쉰 뒤에
컴퓨터를 켜 배틀넷에 접속했지만 막상 로그인하기가 무서워졌다
‘아... 그냥 인터넷이나 할까? 로그인 했는데 신비가 있으면 어떡하지?’
계속 내빼다가는 평생 스타크래프트를 못 하게 생겼는데....
스타를 계속 못 할 순 없지 흐흑
조심스럽게 로그인을 해보았다
친구목록 확인 명령어를 입력해보았다
‘크억!! 신비가 있잖아!!!’
이...이거 인사를 해야하나...? 아... 인사하기가 부끄럽네
“안녕”
신비가 먼저 귓속말로 인사를 해왔다
“안녕”
일단 인사를 받아줄 수 밖에 없었다
음....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하지....?
아... 그냥 혼자 게임이나 하는 수 밖에..
툴툴거리며 힘 없이 공개방을 만들었는데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게임 상대를 기다리려는데 바로 신비가 들어왔다
“스승을 내버려두고 어디를 가실려구요~”
이런 말을 잘도 귀여운 말투에다 뒤에는 웃는 이모티콘까지 첨가하여
나에게 내놓았다
“손이나 좀 풀까 하고...”
대충 변명을 해보았다
“흥! 나 그럼 삐칠꺼야”
보통 사부라 함은 카리스마에 무게감도 있고 늠름하고 뭐...
그런 이미지인데 이런 귀여운 여자애가 내 사부가 됐다...아니 돼버렸다
“내일 토요일이니까 특훈 들어갈거니까 각오햇!”
“특훈?”
“응! 피시방에서 만나서 말야”
뭐??!!!! 만나서???!!
...................................
...................
그녀의 충격적인 데이트 아닌 데이트 신청을 들은 그날 하루가 흘렀다
오늘은 토요일인데 수능 끝난 고3이라 학교는 가지 않는다
지금 나는 그렇게 많이도 있지 않은 내 옷들이 걸려있는 옷장을
쑤셔 파헤치는 수준의 작업 중이다
외출할 때 나는 옷에 조금 신경 쓰는 편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평소보다 10배는 더 신경이 쓰인다
적지는 않지만 많지는 않은 용돈 아껴 가며 차곡차곡 모아
의류 매장에 가서 옷을 살 때도 이렇게까지 갈등 안 해봤을 것이다
“인석아!! 아주 그냥 옷을 산더미를 만들어라 산더미를!!”
침대에 쌓아놓은 옷 때문에 야단을 치시는 엄마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고 나갈 옷을 고르느라 바쁘다
‘1시까지 신촌 현대 백화점 앞으로 와’
시계를 보니 12시를 가리켰다
윽 시간이 얼마 안 남았네
왜 굳이 신촌까지 가냐면서 말 했었더니
과외비(?)로 맛있는 것 좀 사달랜다
비싼 것 사달라고 하면 내 지갑님은 배 고파서 어쩌라고요~~~
아.... 그러고 보니 명호한테 오렌지도 사줘야 되는데.....
요즘 돈 복은 정말 없는가보다
하지만....이거... 어떻게 보면 데이트 아닌가?
여자랑 한 번도 사귀어 본 적이 없어서
데이트는 커녕 그냥 편한 친구사이로도 만나본 적이 없었다
아차 이런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준비할 시간이 줄어들겠네
나는 허겁지겁 준비를 끝 마친 뒤 후다닥 집을 나와 지하철역으로 뛰어갔다
평소에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자주 잠이 오곤 했는데
신촌역이 우리집과는 좀 멀었지만 긴장이 된 탓에
지하철의자에 앉은 내내 잠이 오질 않았다
계속 시계만 확인 할 뿐이였다
내릴때 쯤엔 1시가 되기 15분 전 쯤이였다
휴..... 아주 적절하게 왔는걸?
백화점 정문 앞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초조하게 흘러갔다
아.... 시간 되게 안 가네
신비는 언제 오려나?
이리저리 한 자리를 빙글 빙글 맴돌기도 하고
시계도 계속 쳐다보고 둘러보기도 했다
‘1시 되기 직전이네... 안 오는가...?’
라고 생각 하는 순간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한진아”
조금 멀리서 누군가가 총총 뛰어왔다
분홍색 코트에 조금 짧은 치마를 입고 목도리를 두른 신비였다
평소엔 노래연습에 집중하느라 여자는 별로
신경 안 썼었던 내가 콩깍지가 씌워진걸까?
어제보다 더 예뻐보이잖아!!!
“어...어어응 안녕 신비야”
너무 심장이 두근거렸던지라 말이 또 더듬거려졌다
“시..신비야... 그..근데 어디 갈꺼야...?”
“어제 말 했었잖아~ 피시방!”
신비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렛츠 고~”
놀이터로 놀러가는 코흘리개 어린애인 마냥
아주 신이 나 보였다
신비가 내 손목을 잡더니 걷기 시작했다
어제도 이렇게 손목을 잡혔었는데 또 잡혀도
어제와 같이 심장이 두근거린다
손목이 아닌 내 손을 직접 잡아주는 날은 과연 올까...?
이런 욕심을 내고 있는 사이에 어디론가로 도착했다
피시방인데 정말 크고 넓은 곳이였다
“와.... 엄청 크다”
“첫 수업이니까 여기서 해야쥐~ 안 구래? 헤헤”
저렇게 방긋 웃는 모습이 귀여워 보이는 애가
졸지에 내 스타 사부가 되다니.......
그런데..... 정말 저런 얼굴을 한 채로 스타크래프트를 할 때는
그런 극강의 포스를 보여주는 플레이를 한다는 얘기가....
이렇게 직접 만나기까지 했는데 대리인이 대신 해준 실력이거나
그러진 않을 듯 한데...........
그렇담 오늘 내 눈으로 직접 신비의 플레이를 볼 수 있는 건가...?
아... 그 생각을 하니 더 두근거려진다
자리에 앉기 위해 카운터로 갔더니 저쪽 편에서 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진행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뒤에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화이트 PC방 2주년 기념행사
제 2회 화이트 PC 방배 스타크래프트 팀플레이 대회’
라는 문구와 조그만 글씨로 경품도 적혀있었다
1등 경품은 30만원치의 문화상품권과 피시방 계정에
5만원어치의 마일리지 적립이라고 써있었다
‘역시 좀 큰 피시방은 이런 이벤트도 하는구나’
“하시려면 카드 가져가시면 돼요”
카운트 종업원이 피시방을 이용할 수 있는 카드를 건네려는데
신비가 내 팔을 꼬옥 잡더니 흔들었다
“한진아~~”
“으...응”
“우리.... 저거 참여해보자~~~!!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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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2-02 0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