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한 그녀는 스타크 고수 ( Mysterious Girl )
열 아홉번째 이야기.
신비가 왜 지금 이런 이른 시간에...?
서로 잠시 주춤거리며 아무 말을 안 했다
으으으으으
역시 이런 어색한 분위기가 정말 싫어!!
근데 갑자기 왜 반갑게 인사를 하지?
아.. 몰라.. 대충 인사하고 도망가야겠다
“안녕”
나는 후다닥 그 곳을 벗어나기 위해 발걸음을 급하게
옮기기 시작했다
“한진아!! 잠시만!!”
뒤에서 신비가 나를 향해 소리쳤다
잠시 주춤했다
어쩌지...? 어쩌지...? 왜 부른거지..?
뺨 때린게 미안해서...?
이미 어색해질대로 많이 어색해진 상황에서
그런 사과 하나로 나아지긴 많이 힘들 것 같아...
정말 미안하지만 그냥 무시하고 갈거야
“나 태일이 오빠 알고 있어!!”
어? 잘 못 들었나..?
설마...설마...?
급하게 몸을 돌려 신비에게로 다가갔다
“뭐..뭐라구?”
“나 사실은... 태일이 오빠 알고 있어”
“뭐?? 정말??”
그러자 신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왜 어제는..”
“그건.. 나중에 얘기 해줄게”
“나중에? 왜? 나중에 언제?”
“내일 아침 9시까지 서울 버스 터미널 정문 앞에 와 줘”
“왜?? 어디 가려구??”
“태일이오빠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게”
“정말?? 어디 있는데?? 응?? 잘 지내고 있는 것 맞지?”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싱긋 웃으며 말 했다
“... 아마도 잘 지낼거야..”
“좀 자세히 말 해줘”
“내일 오면 말 해줄게”
“야 야 신비야~ 그러지 말고 지금 조금만이라도 좀..
나 너무 답답하단 말야”
신비가 뒷짐을 지고 총총 뒷걸음을 쳤다
바람이 조금 불더니 신비의 긴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흩어진 앞머리를 손으로 스윽 넘겨 정리한 뒤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은 하늘이 예쁘네 헤헤! 안녕~ 그 때 보자”
뒤로 빙글 돌고는 몇걸음 걸어가다가
머리만 뒤로 돌려서 인사를 하고는 저 멀리 걸어갔다
뒤쫓아가 계속 추궁하면 괜히 신비의 마음이 돌아서
태일이형이 있는 곳으로 안 데려줄까봐
일단은 신비의 말대로 순순히 따라줘야겠다
아차 명호한테 당장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
서둘러 핸드폰으로 명호에게 전화를 했다
“끄으으으으..어어어 ...아이씨... 이른 아침에
왜 전화질이야?”
명호가 잠에서 막 깨어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나 태일이형이 있는 곳을 곧 알 수 있게 됐어”
“끄으으응 10알 별 것도 아니네 나 잘래”
전화가 툭 끊기더니 곧장 다시 걸려왔다
“큼큼! 야!! 뭐라고?? 너 방금 뭐라고 그랬어?”
이른 아침에 막 깨어나 잠긴 목소리를 가다듬고 외치는
명호의 목소리가 내 귀를 찔러댔다
“곧 태일이형이 있는 곳에 가게 될 것 같다고”
“뭐?? 진짜? 어떻게 알았어?? 어디에 있대??”
“나도 거기가 어딘지는 잘 몰라! 같이 따라가는거야”
“누구랑??”
“신비랑..”
“신비면은.. 설마 배틀넷에서 같이 게임 했던 그 애??”
“응”
“걔가 어떻게 태일이형을 아는데..?”
“아...나도 상황을 잘 모르겠어”
“알았어 일단 학교에서 얘기하자”
“흠.. 그랬었군”
명호가 학교에 왔고 모든 사실을 그에게 다 말해주었다
우린 학교 뒷 뜰쪽 학교 건물 입구 현관 계단에 앉아있다
진지한 얘기를 하기에는 다른 애들이 많은 학교 내보다는
이런 곳이 조용해서 좋을 것 같아서 여기서 얘기를 했다
“같이 따라 갈거지?”
“...응”
“그래.. 추우니까 들어가자
바람이 많이 부니까 추워”
닫힌 현관문을 열고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명호가 나를 불렀다
“야”
“왜? 빨리 들어오기나 해~ 추워 죽겠어”
“있잖아.. 내 생각엔 말야..”
명호가 조금 뜸들이더니 곧 말을 꺼냈다
“내 생각엔 태일이형... 죽은 것 같아”
머리를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명호는 말을 꺼냈다
“신비란 애가 태일이형을 전혀 모른다고 했다가
갑자기 안다고 하는 태도랑 태일이형이
어디서 뭐 하며 지내냐며 물어봐도 회피하는 듯한
태도로 봐서 내 느낌상 그렇네...”
시간이 지난 후 집으로 오자마자 나는 침대에 철푸덕 드러누웠다
명호 그 자식... 웃기는 소리하네...
그럴 리 없어... 그럴 리가 없다구...
'아니야! 분명 살아 있을 거라고!!'
학교에서 명호에게 큰 소리 쳤었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그 때 난 그렇게 명호에게 큰 소리 치고는
그냥 씩씩거리며 서둘러 교실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었다
어디서 쓸데없이 불안한 소리를 하고 그래...
침대에서 그대로 뒤로 누운 채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는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았다
그냥 이건 단순히 내 희망이 아닐런지..
그러면서 명호가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았다
왜 신비는 처음엔 태일이형을 모른다고 했다가 갑자기
안다고 그러는 것일까..?
왜 신비는 태일이형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면서
그 자리에서 자세한 안부 사항은 말로 못 전했던 것일까...?
만약 태일이형이 죽었고 그걸 신비가 알고 있었다면...?
신비는 태일이형이 죽었기에 아픈 기억을 꺼내기 싫어서
내가 태일이 형을 아냐고 묻자 처음에는 모른 척 했었다??
태일이형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준다고 해놓고서는
형의 자세한 안부 사항을 바로 알려 주기 힘들었던 이유는
나를 데려다 주기로 마음 먹은 곳은
태일이형이 묻혀있는 곳..?
그렇게 가정해보니 약간 내가 억지로 끼워 맞춘 감이 있지만
너무나도 그럴싸하게 들어맞았다
아.. 정말 죽은 것일까...?
소식도 갑자기 툭 끊겼었다
죽어서 소식이 툭 끊겼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러울지도..
명호가 옛날에 태일이 형네 부모님께 형의 안부를 물었을 때에
대한 태도와 반응 또한 뭔가 의심스럽기도 하고 말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기에 불안한 기운이 내 마음속을
아주 크게 지배해버렸다
난 침대에 그렇게 누운 채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주먹을 꼬옥 쥐었다
“안 돼!! 그럴 리가 없어!!!”
그러곤 하루가 흘렀다
옷을 챙겨 입고 밥을 먹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신비를 처음 만날 약속이 있던 날 아침엔
기분도 들떠서 어쩔 줄 몰라 했었고
옷도 무엇을 입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도 하고 그랬는데..
오늘은 왜 기분이 착잡하면서 불안한걸까?
태일이형이 죽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여서?
아마도 그것인 것 같다
고개를 푸욱 숙이고는 땅이 꺼져라 한 숨을 푸우 내쉬었다
요즘 한숨을 내쉬는 일이 많아진 것 같다..
오늘 난 신비를 만나면 물어 볼 것이다
나를 데려다 줄 곳이 태일이형의 무덤인가를..
서울 버스터미널로 향하는 버스를 타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앗차! 그러고 보니 명호랑 같이 가기로 되어 있었는데..'
어제는 나 혼자 씩씩 성깔 부리고서는 명호랑 얘기도 안 했다
올까...?
분명히 오겠지.. 정말 친했던 친척 형인데..
서울 터미널에서 내려 정문 근처로 향했다
앗! 저기 멀리 신비가 보였다
“안녕”
“응~ 안녕~ 오래 기다렸어?”
“아냐 아냐~”
“저...저기 신비야? 사실..태일이형 친척동생이 내 친구
명호 그 녀석인데 그 녀석이랑 같이 가기로 했는데 괜찮지?”
“정말? 우..웅”
“아 이 자식 오기로 해놓고 왜 안 오는거야?”
명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안 받았다
이 자식.. 중요한 날인데 왜 이러는거야?
신비한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고
기다리는 내내 전화도 해보고 문자도 보내봤다
그런데 아무 소식도 없는 명호였다
속이 답답해 죽을 지경이였다
일단 버스표를 한 시간 후의 것으로 끊어 놓기로 하고 기다리기로 했따
버스 출발 시간이 와도 명호는 연락이 안 닿았다
“신비야...미..미안... 그냥 가자..”
버스에 올라 탔다
그러고 보니 태일이형의 안부에 대한 불안감이 정말
현실과 맞는지 너무 궁금해졌다
“저기...신비야”
“웅?”
“태일이형... 혹시 죽었니..?”
신비가 고개를 조금 떨궜다
입을 곱게 다문 채로 입술 양쪽 끝을
살짝 당겼다가 다시 가지런히 입술을 모았다
그리고는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버스는 막 출발하였기에 창 밖에는
도로의 가로수들이 휙휙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
부산 어느 한 동네에서 조신비라는 꼬마 여자아이가 살고 있었습니다
“지혜야~ 미래야~ 나는 밥 다 만들었어
지혜랑 미래도 빨리 반찬 만들어~~”
“알았다 조금만 기다리도~”
세 꼬마 여자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흙을 가지고 놀고 있는데
아줌마 두 사람이 갑자기 후다닥 그 세 꼬마에게로 왔습니다
“지혜야!! 빨리 가자 집으로!! 어서!!”
“미래야!! 얼른 인나라!!”
“싫다~ 나 더 놀고 싶다”
“안 돼!! 인나라 빨리!!”
“싫다!!”
“집에 미래 네가 좋아하는 과자 많이 사놨다
지혜랑 같이 가서 그거 먹자”
“와~~ 신비야 너도 같이 가자”
“안 돼 안 돼!! 쟨 안 돼!!”
“와 신비는 안 돼요?”
“... 그런게 있다!! 엄마랑 아줌마 말 들어라!!”
그렇게 그 둘은 각자 엄마의 손에 손을 잡혀 이끌려갔고
지혜와 미래는 이끌려 가면서 안녕이라고 하며 손을
흔들고는 한 두번 신비를 향해 뒤를 돌아봤습니다
아줌마 둘은 오순도순 얘기를 하며
두 꼬마아이를 이끌고 그대로 저멀리 멀어져 갔습니다
신비는 조용하게 텅빈 놀이터 모래사장에 멍하니 앉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신비와 그 친구들과의 놀이는 그것이 마지막이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신비는 영문도 모른 체 그냥 넘어갔습니다
이런 일이 왜 한 두번이 아니였는지 짐작하게 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였습니다
“너잖아!!”
“아니라고 했잖아!!왜 자꾸 그러는데??”
“니는 엄마 아빠랑 같이 안 살고 할아버지랑 살아서 잘 못 사니까
맨날 뭐 훔치싸코 그라는거 다 안다”
“지영이 말이 맞다”
“그래 우리 엄마도 그랬다 신비 엄마랑 아빠랑 같이 안 사니까
별로 안 좋은 아니까 같이 놀지 마라켔다”
신비는 그대로 그 아이에게 성큼성큼 다가갔습니다
그리고는 그 아이의 머리카락을 세게 움켜지고는 쥐어 흔들었습니다
“우리 엄마 아빠가 왜!!!!”
신비의 눈에서 쉴 세 없이 흐르는 눈물도 볼에서 같이 흔들렸습니다
“이거 안 놓나?!!”
그 두 아이는 서로 머리카락을 쥐어 잡아 뜯더니
팔과 얼굴을 마구 할퀴며 더욱 더 심한 싸움이 되었습니다
애들이 말려 들었지만 신비는 꽉 잡고 놓치지 않았습니다
남자애들이 와서 겨우겨우 말렸습니다
그 둘 사이를 뜯어 말린 아이들이 머리를 쥐어 뜯긴 아이를 감싸줬습니다
“우리 아 꼴이 이게 뭡니까?? 이거 보이소 이거!!
시바 다 잡아 쥐뜯어 놨네”
교무실에 한 아줌마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진정하세요 진정하세요”
신비와 그 아이가 한바탕 싸운 그 다음 날 그 아이의 엄마가 찾아왔습니다
그 아줌마는 신비의 할아버지를 호출하셨습니다
아줌마는 자기 딸의 상처를 가리키며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흥분을 감추지 못 했습니다
선생님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그 아줌마의 화만 가라 앉히려고만 하였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교육을 잘 못 시킸습니다
죄송합니다 신비야 너도 빨리 사과해라”
신비는 연신 굽신거리며 사과를 하는 할아버지가 미웠습니다
“싫어!! 얘가 엄마,아빠 없다고 그랬단 말야!!”
'쿵'
신비가 소리 치자 아줌마가 신비의 머리를 세게 쥐어 박았습니다
“우리 연지가 왜?? 사실을 말 한 것 뿐인데..
연지 이 꼴로 만들어 놓고 사과를 못 하나 이 년이!”
“으앙~~~~~~~~~~~~~”
신비는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그 아이는 실실거리며 비웃었고 그 아줌마는 더욱 흥분했습니다
그러는 아줌마를 담임 선생님이 말렸습니다
“할배가 이 꼬라지니까 아 색히도 저 꼬라지지 참 나.. 가자!”
'꽈아앙!'
교무실 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겼습니다
할아버지가 치료비를 물려주는 것으로 겨우 마무리 되었던 것이였습니다
그러나 어린 신비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습니다
할아버지와 같이 집으로 가는 길에서도 계속 울었습니다
“울지 마라 뚝! 가는 길에 신비가 좋아하는 떡볶이 사줄게”
“흐엥~~~~~ 할아..할아버지~~~ 왜 신...쿨쩍..신비는
엄마랑 아빠랑 같이 안 살아요?”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할아버지 다리를 부둥켜 잡고 외쳤습니다
“흑흐흐윽... 미안하다 신비야...할아버지를 용서해줘”
“흐에엥~~ 할아버지 미워!! 미워!! 흐엥
신비도 다른 친구들처럼 엄마 아빠랑 놀이공원 가고 싶고
예쁜 인형도 받고 싶고 신비가 좋아하는 떡볶이도 같이 먹고 싶어~~”
“미안하데이 흐흐흑흑”
할아버지는 신비를 꼬옥 안고서는 하염없이 같이 눈물만 흘리셨습니다
저물어가는 해에서 빛나는 붉은 빛도 슬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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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호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2-23 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