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창고 정리를 했습니다.
갖가지 쓸 데 없는 물건들을 버리고, 쓸 데 없을지도 모를 물건들은 다시 쟁여놓고 그러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버리기는 애매하고 쓸 데는 절대 없을 것 같은 물건이 두 개가 나왔습니다.
하나는 포장도 뜯지 않은 삼성 TV용 스텐드 (구입은 5년 쯤 전에 했고, 몇년식 까지 호환이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집안의 등을 모두 LED로 바꿔버려 쓸모가 없어진 3파장 전구 14개(이것도 새제품) 였습니다.
팔자니 큰 금액도 아니고 해서 무료 나눔을 하기로 마음먹고 당근에 올렸습니다.
올리자 마자 신청이 쇄도했는데, 의외로 TV스텐드가 먼져 나갔습니다.
당장은 제가 약속이 있는 관계로 희망자분과 2시간 뒤에 만나기로 약속하고,
다시 전구쪽 희망자를 보는데 인기는 이쪽이 더 좋더군요.
다만, 무료나눔에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아 먼저 성사된 TV스텐드 나눔 약속과 시간을 맞추려 했더니
시간이 맞지 않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진상 A를 만나게 됩니다.
먼저, A는 자신이 전구가 꼭 필요한데 2시간 뒤는 안된다. 자신의 시간에 맞추어 달라 간청합니다.
저는 상황을 말씀드리고 개인 스케쥴 때문에 안된다고 말씀을 드렸지요.
그랬더니... 특정 장소에 놓고 가면 안되냐고 합니다.
어차피 무료나눔 하는 터에 누가 들고 가던 말던 어쩌랴 싶지만,
또 주는 입장에서 마음이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곤란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사이에 아마도 제가 올린 TV스텐드 무료 나눔 게시물을 찾아본거 같습니다. 바로 이렇게 톡이 오더군요.
'마침 제가 TV스텐드도 필요했는데, 저한테 그냥 같이 주시면 안될까요?'
아... 의심을 하지 않으려 해도 의심이 자꾸 갑니다. 전구를 받아내기 위해 앞선 TV스텐드 약속을 깨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둘 다 받은 후 필요 없는 TV스텐드는 버려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선약을 깰 이유도 없었고요.
말씀드렸다시피 이미 예약자가 있어 TV스텐드는 못드린다고 했습니다. 또 그랬더니...
'제가 개당 얼마씩 처드리겠습니다. 전구를 파세요 그냥.'
상종하기 싫어지더군요.
싫다고 답을 하려던 차에 제 약속이 변경되어 30분 정도 시간이 났습니다.
마침 지금 당장 가능하다는 분이 있었던 터라, 그분에게 전구를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진상 A에게는 작자가 나타나서 물건이 나가게 되었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이렇게 톡이 왔습니다.
'네? 2시간 이후에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나요? 지금 당장은 저도 가능한데요?'
A는 어차피 3시간 이후에나 시간이 가능하다는 분이었습니다.
뭐 어쨌든 A도 시간을 허비했으니, 자초지종을 설명 드렸습니다. 그랬더니 답이 없더군요.
그냥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났습니다.
좋은 의도로 시작한 나눔이었는데, 기분은 좋지 않고 괜히 했다는 생각만 들었네요. 그냥 버리고 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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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부분 우리가 뿌려 놓은 씨앗이 어디에서 어떻게 자라나 열매를 맺는지 알지 못한다.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 고단한 나머지, 살면서 주변에 뿌려 둔 선의와 악의가 각각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일일이 따라가
살펴보지 못 한 채 잠자리에 드는 날들이 대부분이다. 기껏 내어준 선량한 마음이 눈 앞에서 결과 맺지 못 한다는 사실에
낙담하는 날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과거를 잊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과거는 어느 모퉁이 어귀에서 우리와 마주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