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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2/31 10:12
이것만 있는 건 아니죠. 호의로 웃기려고 했을 뿐인데 경계로 맞아주는 아이의 어머니. 분쟁 해결에는 관심에 없고 성가신 사람이 나가줬으면 좋겠는 사장과 총을 건네준 친구. 그외 여러가지 거의 모든 평소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인간관계들이 생각치도 못했던 방법으로 조커를 괴롭히고 있었죠. 그 모든 사람들이 악의는 커녕 의식조차 못했다는 부분이 더 치명적인 부분이고요. 사실 모두가 반대편에서는 이해를 할 만한 구석이 있습니다. 심지어 머레이나 토마스 웨인 조차도요. 제가 해석한 이 영화의 메세지는 모두가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해보자 같더라고요. 사실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냐는 소리도 같이 나옵니다만.
19/12/31 10:51
심지어 아서플랙조차 조커로 거듭난 이상 동정받아선 안되는 존재죠.
아서 플랙은 수많은 사람들의 큰악의에 노출되어 괴물이 된게 아니거든요. 그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자잘한 행동이 이쑤시게가 되어 한명을 쑤실때 벌어진 결과물입니다. AND가 중첩되서 벌어진 사건이지 그 많은 OR 중에 하나가 당첨되서 벌어진 사건이 아닙니다. 즉 죽어야할 사람들이 죽은 영화가 아니라 회초리 맞아야 할 사람들이 죽어버린 사건입니다. 결국 이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지 희생자는 아님을 분명히 해야하는데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조커에 감정이입을 해버리는 해석이 많이나온다고 생각해요. 하심군님 말씀대로 이 영화는 관객에게 철저히 관객의 역할을 강요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왜 이모양이 되버리는지 재구성을 할터이니 한발짝 물러서서 냉철하게 바라보라는 의미로 해석했구요. 작품내내 계속 아서플랙에게 감정이입 시키려는 수많은 시도조차 함정이라고 생각했구요.
19/12/31 10:25
굉장히 통찰력있는 리뷰네요.
개인적으로 극 중 머레이 역을 로버트 드니로로 배치시킨 것을 보면서 그의 다른 작품인 '코미디의 왕'이 떠올랐는데, 실제로 유명한 쇼 호스트의 전화를 받고 기뻐하던 무명 배우의 모습을 담아내는 장면으로 어느 정도 오마주 했죠. 또한 무기력하고 초라한 개인이 사회에 분노(or 슬픔)하면서 서서히 폭력성이 발현되는 구성은 드니로의 또다른 작품인 '택시 드라이버' 도 생각나고요. 루퍼트 펍킨과 트래비스 버클을 정확히 반반 섞으면 아서 플렉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영화적 완성도를 떠나 그저 조금이라도 가치있는 삶을 염원하던 소시민의 아이러니를 잘 담아낸 것 같아서 좋게 본 작품입니다.
19/12/31 12:34
혹시 조커 감독이 코미디의 왕과 택시 드라이버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은 것 같다고한 다른 국내외 리뷰를 모른채로 댓글을 쓰신건가요?
그게 맞다면, 조커 감독이 영화를 정말 잘 만들긴 했나보네요.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봐도 감독이 오마쥬한 내용들을 정확히 잡아낼 수 있도록 영화를 만들었다는 거니....
19/12/31 12:48
영화 커뮤니티를 따로 하고 있진 않아서 그런 리뷰는 본 적이 없습니다만,
그냥 제가 스콜세지&드니로 빠라서 쉽게 느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미약하지만 영화에 제법 식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눈치챌만큼 노골적이긴 했죠.
19/12/31 10:37
웨인이 정치인으로서 못할말한건 아니지않나요? 조커야 정당방위... 생각해보니 따라가서 죽인거 보면 정당방위도 아니내 여튼 사회적 인식으론 상류층 묻지마 살해범죄인대 시위의 심볼로 사용된건 한국으로치면 지존파를 시위의 상징으로 삼는건대 제도권 정치이니면 당연히 할말한거라고 생각되는대요
19/12/31 11:42
겉보기엔 그렇지만
정치인이면 더 말에 조심해야죠 별 거 아니었던 이슬람 건달을 IS의 우두머리로 만든 게 미국 국무장관의 한 마디였는데요.
19/12/31 10:46
남들은 즐거운 명절이나 연휴에 싸우자고 덤비는 키보드 워리어들이 피지알에도 여럿 있는데
볼때마다 인간 혹은 가족 관계가 순탄치 않나보다 느낀적이 있어서 본문에 많은 공감이 됩니다.
20/01/01 16:45
이게 제일 큰 문제죠. 그나마 페미니즘이나 정치적 올바름은 적당히 포장해놓으면 하대받던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운동인데... 조커와 같은 화이트 트래쉬 계층은 진짜 이름 그대로 트래쉬 취급이라 포장 자체가 안되는 상황이죠.
저학력 노동자, 화이트 트래쉬, 노인에 대한 포퓰리즘식 복지 등 해결해야 하지만 해결은 커녕 얘기조차 할 수 없는 난제들입니다.
19/12/31 11:15
인간관계라는 게 참 쉽지 않은일이죠.
주변에서 계속 챙겨주는 것만이 정답도 아니고(의존적), 오히려 신경써준 사람들이 피해보는 일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게 옳은일이니 힘들어도 해라. 라는 건 요즘 세상에서는 더 권하기 힘들죠. 만약 본인에게 문제까지 있는 상황이면 뭐...
19/12/31 11:51
저는 조커를 보고 나서 기생충을 봤는데 두 영화 분위기가 매우 다르죠. 근데 기생충 다 보고 나서 한국판 조커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9/12/31 12:47
흥미로운 분석이네요. 정말 이 영화는 어느 쪽에도 공감도 동의도 할 수 없어 제3자로 남아야 하는 게 지독하게 불편하고 그래서 멋진 거 같아요. 인셀 어쩌고 하는건 그냥 트페미같은 사람들이 '감히 백인남성을 사회의 피해자로 묘사한다고? (@*(!@*$' 하는 수준이라 비교할 가치가 없다고 보고요
19/12/31 13:15
옆집 여성이 인사 한번 해준것만으로, 중반까지 조커를 버티게 하는 환상이 되어줬네요.
당신의 인사 한번, 누군가의 버팀목이 될 수 있습니다. 공익광고캠페인. 물론 뭐... 그게 심각한 사람이면 심각하게 될 수 있으니 함부로 인사하기 무서운 세상이긴 하지만요.
19/12/31 15:35
전 영화를 늦게 접해서 평가들을 다 보고 난 다음에 접했거든요. 호평이든 혹평이든간에 평가를 보며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영화라서 꽤 당황했었습니다. 리뷰는 최대한 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를 아에 안 접할 수는 없었는데, 그렇게 접하는 평가와 제가 본 조커는 꽤 다른 영화였어요. 그런 면에서 본문의 리뷰가 꽤 공감됩니다.
근데 개인적으로 조커란 영화에 대해서 이러저러한 상반된 평이 나오는 이유는 영화의 접근이 무리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단독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지만, 이 영화는 배트맨이라는 슈퍼히어로 스토리에 등장하는 조커라는 빌런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즉, 조커라는 캐릭터에 대해서 어느정도 어레인지가 가능하더라도, 그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캐릭터를 변질시킬 수는 없다는 겁니다. 슈퍼히어로물을 상당히 현실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 다크나이트에서도, 조커는 어디까지나 이유를 종잡을 수 없는 미친놈으로 나옵니다. 조커가 왜 미쳤는지에 대해서 고찰하지 않아요. 조커가 갖고 있는 그 특유의 캐릭터는 그만큼 현실과 동떨어졌기 때문에 유니크한거죠.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조커를 고찰하면서 현실성을 부여하려했고, 그러다보니 무리했습니다. 다크나이트 라이즈도 실제 현실과 상당히 다른 현실을 배경으로 부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빌런의 캐릭터성을 구축하는데 실패했다고 생각하는데, 하물며 빌런들 중에서 가장 현실과 동떨어진 캐릭터 중 하나인 조커를 실제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배경을 바탕으로 캐릭터성을 구축하려니 무리할 수 밖에요. 즉, 영화 자체는 이러이러해서 조커라는 미친 캐릭터가 탄생했다는 이야기를 다루었지만, 애초 이 영화가 만들어진 방향은 조커라는 미친 캐릭터가 있고, 이 미친 캐릭터가 왜 탄생했는지 이러이러한 이야기를 꾸며보자는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겁니다. 조커만큼 미친 캐릭터를 만들어내야하니 조커에게 주어진 상황에 그만큼 미친 상황이어야되고, 그러다보니 영화가 미친놈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는 거죠. 최대한 옹호하지 않으려고 자제했다고 생각합니다만 무리죠. 주인공이 조커인데. 사실 조커는 인간관계가 파탄나고 고립되었기에 탄생했다기보다, 조커라는 캐릭터가 인간관계가 파탄난 캐릭터다보니까 영화가 이렇게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빌런이 빌런으로 남아야하는 이유를 알려준 영화라고 평가합니다. 특히나 조커같은 캐릭터는요. 미친 놈은 미쳤을 뿐이죠.
19/12/31 15:51
저도 조커를 보고 리뷰와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렸을 적 어려운 이웃들이 많은 동네에 살아서 공감이 많이 되는데요. 개인적인 경험탓에 기생충의 차가운 시선보다 조커의 뜨거운 시선이 더 공감됩니다.
아무쪼록 이웃에게 따뜻한 나가 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9/12/31 17:23
아주 좋은 리뷰글이네요. 결국 인간관계는 사람을 제정신에 두고, 붕괴되면 제정신은 놓아지게 된다...
다만 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아직도 '선을 넘는 소시민'에게 노출된 소시민에게는 어떤 탈출구도 주지 않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생충이 그랬듯이요. 결국 아서 플렉은 롤모델이 아니지요. 선망의 대상도 아니지요. 근데 그럼 어떻게 합니까? 가만히 앉아 죽어요? 가만히 안 있는 예시로는 아서 플렉만 줬네요? 절대 다수 소시민의 '선택지 없는 인내'는 기생충에서도 조커에서도 가치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마침내 '가만히 앉아 죽기를 거부하고 무언가를 한 사람들'의 영화니까요. 그래서 따뜻함을 원하는 영화라는 평에는 아주 동의합니다만, 따뜻한 영화라고는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차갑디 차가운 영화면 몰라도요. 결국 영문도 모른 상태로 누군가에게 누군가는 찔려죽을 것이라는 영화인거죠 둘다.
19/12/31 22:18
본문에는 언급이 없지만, 조커가 첫 살인을 하고 화장실에서 황홀해하며 춤추는 장면이 있었죠. 이 영화의 포커스는 조커가 살인을 거듭해 하면서 점점 자신감을 찾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모습입니다. 미국에서 괜히 모방범죄 우려에 호들갑을 떤게 아닙니다. 호아킨이 연기상을 받은 것과 별개로 이 작품이 깊은 사회적인 함의와 관객들에게 교훈을 주는 그런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20/01/01 00:57
앞부분은 동의하는데 광대부분은 좀 억지네요. 광대 탈을 쓴 시위에 나선 군중이 조커를 부추긴다? 이또한 영웅주의 사관이라 이영화와 대치되네요
20/01/01 10:53
과한 측면도 있지만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측면에서 지지해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건 아주 강력한 힘이 됩니다.
우리가 이 곳에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행위도 그런 동의를 바라는 마음이 있으니까요. 또, 자기합리화 도구로 해석해 볼 여지도 있습니다. 자살을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내적갈등과 절망적 상황에서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것이죠. 그게 여자친구처럼 착각이나 뇌내망상일지라도요...
20/01/01 06:18
이 리뷰를 읽으니 영화를 한번 더 보고싶단 생각이 드네요. 범죄를 넘어서 날이갈수록 한계치를 돌파하는 우리시대의 반목의 원인과도 연결되는 해석이라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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