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플란다스의 개가 쫄딱 망하고 제빵 기술을 배우려다 살인의 추억으로 기사회생하여 괴물, 설국열차를 거쳐 기생충으로 완전체 감독이 된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아침에 본다고 하였다.
아침에는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어요. 영화 감상하기에 딱 적합한 시간대죠.
라는 늬앙스로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영화는 혼자 즐기는 문화라고 생각했던 내 지론과 일치하였다. 옆자리에 누가 앉아 있던 큰 스크린의 화면은 내 눈으로 들어오는 거고, 귀신 나올것 같은 으스스한 음악도 다른 사람의 귀가 아닌 내 귀로 들어오는 것이기에… 옆자리엔 누가 있던 상관 없었다. 영화는 혼자 보고 혼자 느끼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다.
봉준호 감독도 영화 혼자 본다 했다.
봉준호 감독님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하며 한동안 영화를 아침에 봤던 기억이 난다.
내 저 사람하고는 두 번 다시 영화 같이 안 찍는다 말했던 배우도 (양조위)
귀신같이 다시 영화를 찍게 만드는 마성의 감독 왕가위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극장에서 누구랑 어떻게 보는가가 사실 영화의 완성 이거든요.
누구랑 어떤길을 걸어가서 어떻게 보고 나왔느냐 까지가 영화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잊지 말았으면 한다.
대충 이런 뉘앙스로 말했었다.
어? 아닌데. 어? 그런가?
사실 영화보고 느끼는 감정에 정답은 없고, 제각각 감상이 나오듯이…
봉준호처럼, 왕가위처럼, 또는 다른 방법으로든, 영화 보는 방법에도 정답이 있을까 싶다.
각자 자신만의 방법으로 영화를 보는 거지.
그래도 기억을 더듬어 보니 과연 그러했다.
수년 전 봤던 그 영화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앉았던 그 장소가 떠오르고,
영화 중간 고개를 돌려 스크린 빛을 받았던 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고,
영화 끝나고 같이 걸어오며 했던 그 이야기들도 떠올랐다.
심지어 그날 공기의 냄새까지도 기억이 났다.
인터넷에 뭐 검색하려고 자리에 앉았다가 ‘어? 내가 뭐 검색하려고 했지?’
라는 정도의 형편없는 기억력을 보유 하고 있던 나도 함께 영화를 봤던 그 날의 기억들은
시각 뿐만 아니라 후각, 청각… 그리고 그날의 기분까지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본의 아니게 다시 봉준호 방식으로 방향을 선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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