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즈 안사리라는 미국의 인도계 코미디언이 있습니다. 많은 미국의 코미디언이 그러하듯 스탠드업 코미디와 시트콤 연기 등을 주로 하는데 저는 넷플릭스의 “마스터 오브 제로”하는 작품으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마스터 오브 제로(원제: Master of none)이라는 드라마는 무명의 소수인종 배우인 주인공이 뉴욕에서 살아가면서 생기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밌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좋았던 건 그 곳에 살아가는 그 세대가 겪을 법한 일상의 이야기들을 정말 잘 풀어냈다는 점입니다.
그 중에서 시즌 2 8화는 이 드라마를 안 본 분이시라도 이 에피소드만 따로 찾아봐도 될 정도로 명 에피소드입니다. 극 중 아지즈의 베프로 나오는 리나 웨이스라는 배우의 자전적인 내용으로 레즈비언 흑인 여성이 보수적인 흑인 가정에서 받아들여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공동집필한 리나 웨이스와 아지즈는 2017년 69회 에미상 코미디 부분 각본상을 공동 수상합니다. 게다가 아지즈는 2018년 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사 코미디부분 주연상까지 타면서 커리어 정점을 찍는 듯 했습니다. 일주일 동인만요.
골든글로브 일주일 후 미투가 터집니다. 에미상 뒷풀이 파티에서 만난 한 여성과 했던 데이트가 문제가 됐습니다. 아지즈는 방송에서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할 정도로 유명한 페미니스트였기에 이 소식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강간도 추행도 아닌 단순히 본인이 기분 나쁜 데이트를 했다는 게 아지즈의 커리어를 끝장낼만한 미투거리냐는 비판도 일어났습니다.
어쨋든 아지즈 커리어는 정점에서 아작났고 한동안 활동을 접어야했습니다. 다행히 여론은 그렇게 아지즈에게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나 봅니다. 곧 스탠딩 코미디로 복귀하게 됐고 최근 넷플릭스에 ”요즘 세상(원제: Right now)”을 공개하게 됩니다.
이렇게 아지즈 안사리에 대해 구구절절 적은 이유는 왜 이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하는지 맥락을 알고 보면 더 이해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제가 봤을 때 지금까지 본 여러 글, 드라마, 다큐, 코미디 등 다양한 콘텐츠 중에서 요즘 우리가 사는 2019년이라는 세상에 대해 가장 재밌고 쉽고 통찰력있게 풀어낸 쇼인 거 같습니다.
그런 사건을 겪은 유명인이 이런 식으로 복귀한 적이 드물기 때문에 호기심 반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원래 성향처럼 페미를 시전할 것인지 아니면 흑화돼서 반페미 선봉에 설 것인지. 그런데 코미디는 예상과는 좀 다르게 전개 되더군요. 아지즈는 쇼를 시작하면서 미투를 했던 여성분께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하지만 그 후에 페미니즘의 페 자도 안 꺼냅니다. 하지만 이 스탠딩 코미디의 주제는 어쩌면 우회적으로 지나친 PC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서 겪는 피로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리고 PC하는 것보다 주변의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직접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초반에 인상적인 부분 하나만 소개하겠습니다.
“또 무슨 얘기할까요? 미국? 모두 엄청 걱정하고 있죠. 상심한 사람이 많아요. ‘세상에 나라꼴이 엉망이 됐어’
전 걱정 안합니다. 왜 인줄 아세요? 여긴 미국이니까요. 나라가 엉망이 된게 아니에요 늘 엉망이었죠.
미국은 모두가 그 세대에게 맞는 엉망진창을 겪었고 잘 버텨왔어요. 우리도 그럴 겁니다.”
(제 생각엔 미국이라서 가능한 얘기인 거 같기도..)
*오프닝에 나왔던 노래가 너무 좋아서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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