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그리고 보니
미안해요, 좀 뚱뚱해졌네요.
(
https://movie.naver.com/movie/bi/mi/photoViewPopup.nhn?movieCode=31276)
사실 제목을 고민하며 1시간을 보냈어요.
처녀만 죽이는 살인마가 나타나자 고등학생들은 광란의 섹스파티를 시작한다
->너무 길고 자극적임
처녀만 죽이는 살인마를 피하기 위한 광란의 파티
->구차함
처녀만 죽이는 살인마, 탈동정 파티
->탈동정 단어가 마음에 안듬
주느냐, 죽느냐
->포스터 문구인데 뜻이 모호하기도 하고 벌점 괜히 먹을 거 같음. 하느냐, 죽느냐가 더 맞음
임팩트 없는 제목이 나왔어요.
이번 영화는 정색을 좀 빨겠어요. 가볍게 영화를 이야기 하기에는 영화가 너무 가벼워요. 저라도 무거워야 겠어요.
1.골목식당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낯선 골목을 들어간 적이 있었다. 정비가 새로 되지 않은 오래된 동네였던 것 같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그 골목 식당에서 봉골레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 상수동이나 홍대에 있어도 어울릴 것 같은 맛과 분위기였다.
그 식당은 결국 상수동인지 연남동인지로 이사를 갔다고 했지만 나는 찾아가지 않았다.
우연과 부조화가 만들어낸 선물같은 기억을 깨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 때 그 기억이 떠올랐다. 디저트 아이스크림에 올려져 있던 체리와 함께.
그렇다. 이 영화는 두 번 볼 영화가 아닌 것이다.
내가 그 골목을 들어 섰을 때 기대했던 것은 순대가 넘쳐 흐르는 솥과 멍든 사과가 든 상자, 나무도마에 썰려 있는 생선이었건만..
영화는 의도치 않은 감정을 나에게 주었다. 의도치 않았기에 더 강렬했던 감정...
행복
2.비아그라
나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약인 비아그라는 원래 심장치료를 목적으로 만들었다.
관상동맥 확장을 통해 심근경색등을 치료하고자 했던 약은 엄한 혈관을 확장시키면서 많은 이들에게 행복을 주었다.
니트로글리세린의 체내기전을 활용한 연구로 비아그라의 아버지가 되었던 이그내로 씨는 니트로글리세린의 아버지 노벨이 주신 상을 받았다.
이유없는 반항을 연출했던 명감독 조프리 라이트는 당대 최고의 하이틴 스타 브리트니 머피를 선봉장으로 세우며 슬래쉬 무비의 전성기였던
새천년에 화룡정점을 찍고자 하였다. 처녀는 죽지 않는다는 슬래쉬 무비의 테제를 돌직구로 박살낸 선구자였다.
문제는 메타포까지 돌직구였다는 것.
영화의 제목이자 마을의 이름인 체리폴스, 체리 폭포, 하지만 체리가 떨어진다는 중의적인 의미를 대놓고 전면에 내세우는 화끈함.
그 마을 체리폴스에 연쇄 살인이 벌어진다. 3명의 피해자가 발생했을 즈음 피해자들이 모두 동정이었다는 공통점이 밝혀진다.
마을 보안관이었던 머피의 아버지는 학부모를 모아 그 사실을 알리지만, 고등학교 학생 전체에 퍼져 버린다.
죽음의 공포, 섹스의 호기심이 맞물리며 학생들은 섹스파티를 연다.
영화는 명망있는 인사들이 자신이 저지른 죄악은 죄책감 없이 덮고 오히려 남들을 훈계하며 통제하는 사회의 모순을 저격하고자 한다.
체리폴스의 심장부를 목표로 했던 메시지는 허망하게 사라져 버리지만 다행히도 해면체의 확장을 통해 발기를 유발시키..........
지도 못했다. 영화는 야하지도 못했다. 그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반전이자 이 글의 반전이다.
그래도 비아그라가 사람들에게(나말고) 행복을 주었던 것처럼 이 영화는 나에게 행복을 주었다.
3.행복
놀이동산에서 떨어지는 놀이기구를 타며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그들은 행복하다.
놀이기구에서 내려 아이스크림을 쳐먹으며 서로를 애정하는 결혼 안한 커플들, 결혼해서 애 셋 낳고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놀이동산, 결혼, 그리고 공포영화.
그것은 인간에게 잠재된 피학증을 타겟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괴롭혀지고 위험해지고 놀래켜질 때 더욱 행복해진다.
그것이 공포영화의 본질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겨우 그런 표면적인 이유로 나에게 행복을 주지 않았다.
이 영화는 무서움을 유발하려는 모든 장면이 웃기다.
하지만 그 웃음은 샘 레이미의 드래그 미 투 헬, 로드리게즈의 패컬티, 피터 잭슨의 데드 얼라이브와는 궤를 달리한다.
웃기려는 의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피학
상대는 공포를 주려하고 나는 웃음이 나오고 그래서 행복하다. 이제 웬만한 공포영화는 무서울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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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반성, 진짜 반전
포스터 원본을 찾다가
네이버 리뷰에 줄줄이 달려있는 흰색 별 한개를 보며 나는 모든 것이 잘못 되었음을 깨달았다.
과연 명감독 조프리 라이트가 능력의 부족으로 웃길만큼 어설픈 영화를 만들었을까.
이 모든게 감독의 계획이었다면?
심각한 공포 영화를 만들다가 연출력 부족으로 어설퍼서 웃긴 영화를 만든 것이 아니라
진짜 웃기려고 공포 영화를 어설프게 만들고 연출력 부족인척 한 것이었다.
많은 영화들이 5개의 별을 통해 평가되고 분류된다. 꼭 볼 영화, 못 볼 영화.
하지만 그 별들이 가늠할 수 없는 영화들이 있다.
체리폴스는 그런 영화다.
많은 이들이 이 영화의 겉만 보고 반쪽짜리 별과 조소를 날린다.
하지만 반성해야할 것은 바로 당신이라며 체리폴스는 우리를 비웃고 있다.
난간이 붕괴된 계단위에서 실수인 척 웃다가 얼굴을 숨기는 그 엑스트라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
감독의 완벽한 페르소나!
5.안 볼 이유가 있나요?
올해로 사망 10주기가 되는 브리트니 머피를 기리며...